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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 교수의 '광우병과 신종플루가 보내는 경고' 후기

한광희

장래희망은 과학자입니다!
초등학생 시절 신상조사는 매 학년 의례처럼 이뤄졌다. 설문지에 등장했던 잡다한 문항은 기억나지 않는다. 확실한 건 장래희망을 기입해야 했고 나는 그곳에 6년 동안 과학자라고 적었다. ‘과학자’. 희미한 기억에 기대어 당시 조사결과를 묘사하자면 열에 셋은 대통령 혹은 과학자였다. 해당 비율은 특히 저학년일 수록 심했던 것 같다. 어린 애의 눈엔 대통령과 과학자가 거의 동급으로 보였나 보다. 역시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원인을 추측해 본 바, ‘독수리 5형제(사실은 5남매이며, 일본 원제는 과학닌자대 갓챠맨 科學忍者隊ガッチャマン이.)’라는 SF만화가 떠올랐다. 따지고 보면 남박사 없는 독수리 5형제는 JYP없는 원더걸스가 아니었을까?

 

독수리 5형제와 남박사
만화 속 남박사는 연구실이 아닌 지구방위대의 지휘실에서 연구가 아니라 세계평화를 일임하신다. 여기서 남박사가 과학자인 이유는 이름이 박사이기 때문이고, 제트피닉스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끔 대원들, 특히 1호의 비과학적인 발상을 과학적으로 타당하다고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여기다 만화의 종막에 살신하는 모습까지 보이며 성인의 모습도 보였다. 이 얼마나 대장부다운가? 대다수의 만화영화에서 과학은 힘을 대변한다. 아톰으로부터 시작한 기계공학, 에반게리온의 생명공학까지 외부의 위협에 대항하는 방법은 과학을 수반했다. 다시 장래희망조사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니 은연중에 쌘 놈에 대한 이상형으로 과학자를 선택한 건 아닌가 생각한다. 불확실한 기억이지만 아버지 혹은 어머니도 많은 득표를 했었다.

 

실험실 밖의 과학자
실험실 밖의 과학자라? 거기에 지구방위군 총수라? 문득 황우석이 생각난다. ‘황우석 신드롬과 까발리기가 진행 중일 당시, 황우석 지지자들은 그를 이순신에 비견했다. 비판이든 지지이든 황우석이란 이름은 목덜미가 너덜너덜할 정도로 끌려 나왔다. 사실 과학적 검증이라기보다는 법적 검증이 뒤따랐고 그에 승복했다. 어쨌든 과학자는 쌘 놈이었다. 그는 자신을 구심점으로 수많은 행위자들을 끌어들였고 거대한 관계망을 형성했다. 일련의 관계망은 상상치 못한 곳까지 뻗어나가 사회 전체를 엮었다. 과연 호적상 이름이 박사도 아닌 실험실 밖의 과학자를 과학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그들이 만든 과학의 실체는 무엇일까? 제트피닉스는 알렉터들을 골로 보내기라도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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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 교수

과학이란 신성영역으로 안내해 줄 첫 도우미 우희종 교수
이번 강좌(시민의 눈으로 과학기술을 보다)에서 원하는 것은 앞선 질문에 답하기 위한 실마리이다. 첫번째 도우미는 서울대 수의학과의 우희종 교수님이다.

 

생명체와 개체고유성 그리고 관계
강의의 서두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생물의 개체고유성과 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우선 생명과 생명체는 구분을 해야 한다. 생명은 엄밀한 의미에서 생명체(생명현상을 나타내는 물체)를 말한다. 생명체는 개체고유성을 갖는다. 달리 말하자면 모든 생명체는 자기의 삶이 있다. 수백 수천만 생명체들이 모여있는 생태계를 한가지 특성으로 요약하자면 다양성이다. 우희종 교수는 여기서 각 개체들의 관계를 강조한다. 개체고유성은 프랙탈과 카오스라는 열린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창발현상(emergent behavior)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중심의 사고가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

 

인간이 문제다.
에이즈가 발생한 것은 불과 30여 년 전이다. 또한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플루 역시 그 역사가 짧다. 지금까지는 질병은 인간의 것이란 전제로 방역과 방제를 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두 질병은 동물과 인간의 장벽을 넘어 창궐했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생태계의 일부분이었음을 확인했을 뿐이다. 혹자는 동물에게 죄과를 따지려 들지 모른다. 하지만 인구증가, 세계화로 인한 인구 및 물자이동은 동물의 탓이 아니다. 그리고 인간집단의 질병에 대한 과도한 위기의식은 오히려 면역기능의 약화로 돌아왔다. 자본주의사회는 과잉생산과 과소비의 순환구조로 굴러가는 엔진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타 생명체를 동력원으로 삼았다. 관계를 무시한 인간의 행위는 그대로 돌려받고 있다. 일례로 포드주의식 대량사육은 항생제 남용으로 인간의 면역체계를 약화시켰는가 하면, 쓰레기처리 및 생산성 증대를 위해 만든 동물성 사료는 광우병을 낳았다. 문제는 이러한 배경에 인간 위주의 과학 그리고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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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통해 얻는 것
과학은 삶을 풍요롭게 했을까? 외면상으로 일단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생명과학분야에서만 보더라도 이종장기개발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 있는 중이고 배아복제기술은 무한한 개체재생산의 만화와 같은 현실로 향하고 있다. 앞의 두 예는 서로 다른 연구인 것 같지만 마치 벨크로의 양면처럼 달라 붙어 있다. 이제 몸을 이루고 있는 기관들은 하나의 소모품이 되었고 언제든 동물의 장기 혹은 복제된 장기로 이식이 가능할 것이란 무서운 유토피아의 시대를 열고 있다. 문제는 개체고유성이다. 돼지의 몸에서 생성된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할 경우 과연 그 장기는 인간의 것일까? 돼지의 것일까? 그리고 인간의 장기를 가진 돼지는 동물일까? 인간일까? 현재 기술력으로는 잠재된 거부반응을 감소시키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자의든 타의는 인간은 생명을 걸고 하이브리드로 재탄생하고 있다. 우희종 교수는 돼지장기를 이식한 사람은 동물병원에서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농담을 했지만 우리 집 백구와 같은 병실에서 마주 볼 생각을 하니 강의 내내 뒤숭숭했다. 결과적으로 과학은 인간의 생명의 절대치를 높여놨다. 문제는 단순한 수명증가가 풍요라는 단어와 동가인지 불분명하단 소리다. 우리는 진시황이 아니며 생명연장이 삶의 목적도 아니다. 

만들어진 과학과 소비하는 과학
그것이 왜 필요한지 설명되지 않은 기술들이 범람하고 있다. 단지 기술이란 명목으로 온라인게임에서의 득템을 강요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인가? 이종장기 개발 프로젝트를 맡은 주체는 기업이다. 국가가 주도하지 않는 이유는 해당기술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찬반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국민 전체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국가가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미래성장동력이란 허울로 간접적이거나 직접적(우리나라의 경우)인 지원을 하고 있다. 작금의 상황은 시장으로 환원해 설명할 수 있다. 과학자 집단과 그들을 매개로 한 기업, 그리고 그 기업의 주주들과 국가기관은 지엽적인 그물로 이어져 있다. 결국 과학, 기술은 과학자의 독자적 발견이 아니라 각 행위자간의 관계에 의한 사건일 따름이다. 이쯤에서 도킨스의 책을 차용하자면 만들어진 과학쯤 되겠다. 비단 생명공학이 아니라 백신의 경우에서도 민간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마이크 데이비스는 조류독감에서 정부와 제약회사의 커넥션을 예로 들면서 결국엔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 강조한다. 다시 한번 질문한다. 그래 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참여할 수 없지?
과학이 사회에 기술로 편입되는 과정은 일정한 합의 단계를 거친다. 첫째로 과학자들간의 합의다. 학회나 학술지 등에 연구결과를 공개하고 과학자사회 내부에서 해당 성과의 왈가왈부를 논한다. 다음으로 사회구성원의 수준에서 합의다. 과학적 타당성 이외에 사회적 타당성과 도덕적 타당성 등 다양한 이견들이 좁히는 과정이다. 두 번 째 단계에서 기업과 국가의 존재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시민들의 참여는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이런 참여과정에 대한 무관심도 시민 없이 이뤄진 합의가 자연스럽게 통용됐기 때문이다. 꽤나 이데올로기적인 현상이다. 시민을 병풍으로 취급한 결과는 황우석이라는 역풍으로 불어왔으나 4년이 지난 지금 어디에서 시민을 찾을 수 있는가? 역으로 그렇게 당한 시민들은 제 몫 찾기에 주저하고 혹은 무관심인가? 우희종 교수는 이러한 무관심을 중층적 폭력으로 본다. 아렌트가 말했듯이 악은 평범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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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 교수와 수강생

실존적 의미를 찾아서
우리의 면역체계는 자고 있는 동안에도 내부로 침입한 외부의 것에 반응하고 대응한다. 몸은 무의식 중에도 라는 실존적 의미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깨어있는 상황에서 면역작용은 시민적 참여로 대변된다. 우희종 교수는 과학 정책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과정과 방법에 대한 귀띔은 다음 도우미에게 넘기면서 강의를 마무리했다. 여러모로 과학과 기술 그리고 과학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고 무엇보다 다음 강의가 더 궁금해지는 첫 강의였다.   

민수

2010.03.13 (17:22:14)

우와 강의 후기가 꼼꼼하게 작성되서 강의를 듣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겠는데요. ^^
앞으로도 좋은 강좌후기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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