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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상과 이야기

아래 기사는 <역사드라마, 사료로 다시보기> 강의에 함께 참석한 <미디어 오늘>최훈길 기자님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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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선덕여왕은 "비천한 할멈"이었나
전덕재 교수 참여연대 강연, 사료로 다시 보는 <선덕여왕> / 미디어오늘 최훈길 기자

"하늘의 이치로 말하면 양은 굳세고 음은 부드러우며, 사람으로 말하면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거늘 어찌 늙은 할멈이 안방에서 나와 나라의 정사를 처리할 수 있겠는가. 신라는 여자를 세워 왕위에 있게 하였으니, 진실로 어지러운 세상의 일이다.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하겠다."

"과인은 불행히도 아들은 없고 딸만 있다. 우리나라의 옛일에 비록 선덕과 진덕 두 여자 임금이 있었으나, 이는 암탉이 새벽을 알리는 것과 비슷하므로 본받을 일이 못된다."

김부식과 헌안왕이 삼국사기에 선덕여왕과 관련해 각각 쓴 글의 일부 내용이다. 심지어 조선시대 유학자들도 김부식의 생각과 비슷했고, 그들은 여왕이 아니라 여주(女主)라 고 낮춰 불렀다는 설명까지 덧붙여졌다. MBC 드라마에서 이요원이 열연한 매력적인 선덕여왕은 어디 갔던가.

지난 18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강의실. 전덕재 경주대 문화재학부 교수가 '역사드라마, 사료로 다시보기 2강'을 맡았다. 신라사를 전공한 전 교수는 "필사본인 화랑세기는 역사적 논문, 책으로서 인정받기 힘들다"며 삼국사기를 중심으로 역사 속 선덕여왕을 현실 속으로 적나라하게 끄집어냈다. 당시 삼국시대의 관련 역사 사료가 사실상 거의 없고, 여성의 관점으로 본 역사서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선덕여왕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철저하게 남성 중심적일 수밖에 없었다. 

삼국사기 김부식 "여자는 비천하거늘 어찌 늙은 할멈이…나라의 정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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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선덕여왕>. ⓒMBC  
 

전덕재 교수는 한 참석자가 "김부식은 선덕여왕을 늙은 할머니라고 했는데, 드라마에선 예쁜 이요원씨가 나온다"며 실제 즉위한 연도를 묻자, "즉위 당시의 나이는 사료에 안 나오지만, 김춘추가 활동한 것을 비춰보면 50대에 가까웠다고 추측한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덕만이 어렸을 때 서역에 간 것으로 나오는데, 당시 신라 사람이 갔다는 증거가 거의 없고 왕과 공주는 외국가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며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결국 덕만이 어릴 적 역경을 딛고 젊은 나이에 여왕에 오르는 드라마 속 장면을 역사 사료 속에선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덕여왕이 살던 과거 현실은 어땠을까. 전 교수는 "16년 직위 대부분이 전쟁"이었다고 촌평했다. 그는 "특히 대야성의 상실로 전략적 요충지인 낙동강 서쪽의 가야 지역을 백제에게 내주는 위기를 맞았고, 북쪽에선 고구려가 밀려왔던 시기"라며 "내부적으로 정치 개혁을 할 겨를이 없던 때"라고 설명했다.

"서역 여행·조세개혁, 작가 상상력으로 만든 것…선덕여왕 16년은 전쟁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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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선덕여왕>. ⓒMBC  
 

그는 "드라마를 보면 조세 제도를 개혁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삼국사기를 보면 그런 얘기가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며 "오히려 여왕의 권위로 신하들을 컨트롤 하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나온 선덕여왕 관련 기록을 보면, 당나라 태종이 당시 사신을 보내 "여자를 임금으로 삼고 있으므로 이웃 나라의 업신여김"을 받게 된다고 말한 내용까지 나온다. 이후 비담과 염종은 '여자 임금은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없다'고 천명하고 반란을 일으켰다 진압 당했다. 비담의 난 이전엔 칠숙과 석품이 선덕여왕의 즉위가 확실해지자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안팎으로 선덕여왕의 리더십이 흔들렸다는 기록이다.

그렇다면 선덕여왕에 대한 호평은 없을까. 주목할만한 점은 이런 현실과 함께 선덕여왕의 뛰어난 능력을 부각시키는 설화가 사료에 많은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기삼사(知幾三事)다.

지기삼가란, 선덕여왕이 즉위 당시 세 가지 신비로운 일을 예측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당나라 태종이 모란꽃 그림과 모란씨를 보내자, 선덕여왕이 "이 꽃은 필경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결국 현실화 된 점 △겨울철 영묘사 옥문지에 개구리가 모여 들어 3~4일 동안 울자, 선덕여왕이 적병을 의심했고 수색을 해보니 백제군 500명이 매복해 있던 점 △서거 날짜를 예견한 점이다.

전 교수는 "여왕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여자이지만 지혜가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지기삼사'라는 설화가 만들어졌다"고 해석했다.

"여왕 편견 불식시키기 위해 '지기삼사' 설화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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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덕재 경주대 문화재학부 교수. ⓒ김민수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간사  
 
특히 선덕여왕이 '지기삼사'에서 서거일을 예견하고 도리천에 묻어달라고 유언한 것 역시 당시 여왕으로서 겪은 '힘겨움'이 내포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 교수는 "선덕여왕은 생전에 여성으로서 왕위에 올라 많은 질시와 편견에 시달렸다"며 "이 유언은 죽은 뒤 도리천에서 남자로 환생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드라마에 나온 선덕여왕의 리더십은 모두 허구일까. 전 교수는 "김춘추와 김유신을 적극 후원하고 등용해 삼국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여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누가 어떤 시스템 마련하는 것보다는 누구를 쓰는 게 중요하다"며 "용인술을 높게 평가한다. 선덕여왕의 혜안"이라고 강조했다.

어쩌면, 철저하게 남성 중심으로 쓰여진 역사와 다른 드라마 <선덕여왕>이 태어난 것 자체가, 폭발적 인기의 배경이 아니었을까. 2시간 여 강의는 여왕으로서의 덕만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시간으로 남았다.

한편, 참여연대는 3강 천추태후 <악녀에서 영웅이 된 천추태후>(김인호 광운대 교수, 3월25일), 4강 <소현세자는 누가 죽였나? 추노>(한명기 명지대 교수, 4월1일), 5강 <개혁군주 정조의 은밀한 사생활, 이산>(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4월8일), 6강 <제주의 기생에서 갑부가 된 거상 김만덕>(정창권 고려대 교수, 4월15일), 7강 <백정출신에서 의사가 된 이야기, 제중원>(주진오 교수, 4월22일), 8강 <내가 만들어 보는 사극 발표와 강평>(주진오 교수, 4월29일>을 오후 7시~9시 30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문의, http://academy.peoplepower21.org/, 02-723-0580)


기사 출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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