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우리는 ‘어떤 삶’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비활동가로 살아가는 나는 활동가의 마음을 향한 깊은 존경과 불가사의한 열망을 품어왔다. 기업의 홍보 메시지를 다듬는 일상 속에서, 정작 '진짜 목소리'를 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벤야민이 말한 아우라처럼, 진정성이라는 것이 대량복제의 시대에 사라져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말하지 않으면 지워지고, 행동하지 않으면 외면된다'는 내 마음속의 목소리를 따라 조용히 이 수업을 찾았다.수업의 주제인 ‘상상력’과 ‘행동전략’——이 낱말들의 조합은 어쩐지 시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강의실 안에서 이 단어들은 시가 아닌 매뉴얼이 되었다. 상상력은 미래를 그리는 능력이면서도, 동시에 지금의 현실을 낯설게 바라보는 능력이었다. 억압이 당연시되고 있는 풍경 속에서 "이것은 왜 그래야만 하지?"라고 질문을 던지는 능력. 나아가 ‘그렇지 않은 세상’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실제로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고안하는 힘 말이다.수십 년간 시민운동 일선에서 부딪혀온 이태호 강사님의 목소리는 단순한 경험담이 아니라, 살아 있는 데이터와 실천의 아카이브였다.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다"라는 사파티스타의 선언으로 시작된 수업은 애드보커시의 본질을 명확히 했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이 던진 질문들, 그리고 오늘날 '윤석열 탄핵 촉구운동'의 가능성과 실행 전략을 함께 분석하며 캠페인이 그저 구호의 나열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를 형성하고 실행까지 나아가는 복합적 기획임을 실감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누구를 움직일 것인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사례들을 분석하며 실천적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무엇보다 값진 것은 함께 수업을 듣는 동지들과의 만남이었다. 노동, 환경, 여성, 퀴어, 참사 등 각자의 현장에서 묵묵히 조금 더 나아진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비로소 '연결'의 의미를 깨달았다.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지만, 모두 "침묵하지 않고, 연결하는 사람들"이었다. 워크숍에서 우리가 함께 도출한 활동가의 정의처럼 말이다.이 수업은 나처럼 활동가가 아닌 사람, 그러나 이 사회에 분노하고 슬퍼하며 무언가 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미 활동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자신이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무엇을 위해 이 길을 걷는지 다시 한번 질문하고 싶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여기서 우리는 ‘싸우는 기술’뿐만 아니라 ‘연결의 감각’을 배운다. 개별적 존재에서 연결된 존재로, 수동적 관찰자에서 능동적 참여자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아직은 '예비 활동가'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침묵하지 않을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 그들과 함께 연결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AI 시대, 질문하는 시민으로 살아남기
-_-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위협한다, 그러기에 빨리 활용법을 배워서 살아남아야 한다' 류의 공포 마케팅과 각자도생의 논리가 횡행하는 시대에 근본적으로 인간과 기계(혹은 인간과 과학)에 관한 질문을 나누고 싶어 강의를 신청했습니다. 지금까지 2회차 강의를 들었는데, 듣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간 인공지능이라는 걸 아주 얄팍하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싶습니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 선생님들이 직접 제 눈꺼풀을 잡고 들어 올려 시야를 넓혀 주시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일자리 위협, 딥페이크 기술 등을 통한 온라인 성범죄와 가짜 뉴스, 데이터 셋을 만들기 위한 노동력 착취와 저작권 문제, 인공지능이 대신 쓴 리포트와 과제, 챗지피티가 상용화되면서 목격되는 감정 교류 및 자살 문제, 전쟁에서 사용되는 살상용 드론 등 그동안은 제가 살면서 접하는 제한된 범위로만 인공지능을 생각했는데, 실제 문제는 더 깊고 광범위하더군요. 인공지능을 단순히 컴퓨터 화면 차원의 문제로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 그게 아니라 꼭대기만 보이는 빙산이나 계속해서 딸려 나오는 고구마 줄기처럼 인식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가장 중요한 소득입니다. 군수 방산 AI, 환경, 인권과 민주주의, Sovereign AI... 지켜보고 생각해야 할 부분이 엄청나구나 싶어요. 게다가 기술의 지수함수적 발전 가능성은 어느 때 보다 커진데 반해 이를 통제하고 제어할 인간의 개입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반비례하여 축소 되고 있다는 현실을 전문가의 이야기를 통해 보고 듣자니 불안감이 커집니다. 인간이 보다 자유로워지는 것인지, 반대로 사라지거나 노예가 되는 것인지,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역설이 여기에도 적용되고 있구나 싶어 생각도 복잡해지고요. 기술과 기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히려 인간, 인간다움에 관해 이리저리 생각하게 되어 좋아요. 아직 2회차 강의가 남았으니 그 안에서 희망을 더 발견하게 되기를, 믿음의 영역이 조금 더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제목처럼 그야말로 '우리가 모르는 AI 시대'를 알려 주셔서 감사하고요. 그 가운데서 '질문하는 시민으로 살아남기'를 희망해 봅니다. 인간이 스스로를 꼭 버둥거리며 살아남아야 하는 존재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