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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무채색 같은 생활에 알록달록 색을 입혀 준 아카데미느티나무

올해 가을학기 늘 밝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신화리추얼'수업에 참여해주신 이선아 선생님의 종강파티/송년회 후기를 공유합니다.

- 아카데미느티나무 

 

무채색 같은 생활에 알록달록 색을 입혀 준 아카데미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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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느티나무 참가자들을 기다리는 이름표들 ⓒ참여연대

 

 

3년 전 2014년 12월 우크렐레 연주를 하며 처음 아카데미 종강파티에 참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에도 강좌를 여럿 듣기는 했으나 강사님과 수강생들이 깊은 교류없이 진행되는 일반 강좌에 참여하다보니 일부러 시간을 내어 종강파티에 참여하진 못했습니다. 그런 제가 이렇게 참여후기를 쓰다니 이건 영광이겠지요?

 

일상의 리추얼

 

얼마 전 저는 12년을 일한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퇴사라는 인생의 거사를 치루며 제일 처음 한 일이 바로 아카데미 느티나무의 평일 오전 수업 등록이라는 소박한 행보였고, 이름하여 일상의 리추얼이라는 수업이었습니다. (‘일상을 예술로, 삶을 축제로!- 신화와 함께 하는 일상의 리추얼’ 이라는 긴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저는 늘 외우지 못해 일상의 리추얼로 기억했네요.)

 

소속이 없어지는 자연인으로의 나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떨쳐버릴 수 없는 과제이기에 더 단단한 나를 만들기 위해 나를 더 직면하고 잘 알아가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워크샵 수업을 힘들어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도전한 결과 느티나무에서도 처음 시도되는 콜라보 형태의 강좌에 기꺼이 마루타(?)가 되어 6주간의 강좌를 정말로 행복하게 마치게 되었습니다.

 

색깔이 다른 두 분의 강사님과 참여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리추얼의 시간들은 무채색 같은 제 생활에 레이어드 된 커튼을 하나씩 걷어내는 반짝이는 과정으로 기억됩니다. 리추얼의 마지막은 참여연대 교육장이 아닌 부암동 감우산방 이라는 환상적인 곳에서 모두의 ‘끓탕’ 의식으로 진행되었고, 모두가 하나씩 가져온 재료와 음식으로 차려진 풍성한 식탁에 마주하며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가득 채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여자였던 이지녀 선생님의 굿을 보고 싶은 우리의 소망의 말들은 그 자리에서 참여연대 종강파티의 공연으로 연결되는 기적을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아뿔싸 우리 모두는 여신이며, 우리의 솥은 마법의 솥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수업을 아름다운 끝을 맞이하였고, 종강파티의 일은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밥은 맛있게 먹고, 마음은 선물로 나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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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즐거운 식사 ⓒ참여연대

 

드디어 종강파티 겸 송년회가 열리는 12월 12일.

2017년 가을학기동안 많은 강좌들이 진행되었고 많은 이들이 참여 했을텐데 종강파티에 함께 하는 이들은 늘 한정되어 있어 항상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가 참여하지 못한 교육에 대한 소개나 강사님과 참여자들의 후기가 공유된다면 좋을텐데 말이지요. 

 

하지만 이번 종강파티는 사실 2부 행사인 송년 리추얼 굿 공연에 무게가 실리다보니 맛있는 저녁식사의 시간정도로 만족합니다. (사실 밥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시끌벅적한 굿 공연이 진행 될 지하 강당으로 이동하기 위해 선물나누기는 번개처럼 진행을 마칩니다. 제가 선물해드린 오미자원액은 맛있었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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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와 기쁨이 넘쳤던 선물나눔 시간 ⓒ참여연대

 

 

송년 리추얼 굿 공연 'Good Rebirth'  

 

제 모든 관심은 오로지 이지녀 선생님의 송년굿을 보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늘 혼자 참여하던 제가 지인까지 초대했을 정도였으니 송년 리추얼 굿 공연에 대한 제 기대가 어떠했을지 상상이 되실까요.

 

사실 저는 굿 공연을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미신이라 불리우는 그 모든 것을 즐겨하신 어머님의 영향으로 저도 미신을 좋아하고 많이 믿습니다. 물론 미신이라고 불리는 것이 딱 맞는 단어인지도 모르겠고, 현실에서는 미신이라는 것이 부정적이고 무지한 사람들이 하는 짓으로 해석되고 있다 보니 저도 당당하게 외친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하지만 이미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익혀져 내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의식들을 인지하고 있기에 전 미신이라는 제 라이프 스타일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굿보러 간다고 말하는 게 커밍아웃 같은 기분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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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영신 리추얼 굿 공연 'Good Rebirth'를 소개하는 사회자 ⓒ참여연대

 

 

굿 이라 것도 그 옛날 원시종교적 개념에서는 라이프 스타일에 녹아들어있는 자연스러운 믿음과 행동의 방식이었을 진데 언제부터인가 부정적이고 금기시하는 행위로 선을 긋고 살아 왔던 것 같습니다. (역사공부하신 분들은 그 시점을 일제 강점기로 말씀하십니다만 이런 주제로 느티나무에서 강좌로 여시면 재미있을 듯 하네요)

 

나쁜 기운은 모두 풀어내어 없애버리고, 좋은 기운을 불러들이며 신명으로 가득한 무대로 한바탕 놀아본 송구영신 굿 공연 'Good Rebirth’.

 

이게 굿인지 공연인지 모르겠다는 이지녀 선생님의 소리에 한바탕 웃으며 시작한 굿은 무술년인 2018년 새해를 기원하고, 위로와 애도가 필요한 망자와 우리를 위한 기도의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각자의 염원이 적힌 광목천을 찢고 땋아 소원을 빌어봅니다. 누린거 비린거 하나 없이 나를 부르냐는 신 앞에서 채식주의 상차림이라 양해해달라 애교인사도 드리며 다음 굿에는 더 풍성하게 상을 차려드리리라 기약 없는 약속도 해봅니다.

 

특히 위안부 이순덕 할머니와 세월호의 이름 모를 어린 친구가 찾아왔을 때 이게 진짜 망자의 방문이건 무녀의 퍼포먼스이건 중요하진 않았습니다. 그곳의 우리 모두는 이제는 미안한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었고, 억울하게 죽은 이들을 마음껏 애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굿은 바로 우리의 그 마음의 리추얼입니다.

 

희노애락과 기승전결이 탄탄한 문학작품이나 4악장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연주에 비추어도 손색없는 완벽한 형식과 구성을 갖춘 종합예술이 바로 굿이 아닐까 싶네요. 게다가  카타르시스의 정수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우리의 마음을 들었다놨다하니 굿 공연이 끝난 후 기분 좋은 노곤함으로 숙면을 취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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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목천에 새해 소망을 쓰는 참가자들 '민생개혁' '성평등' '적폐청산' 등 참여연대스러운(?) 소원들이 보인다 ⓒ참여연대

 

의지는 기부의 날개를 달고

 

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위해 애써주신 이지녀 선생님과 참여연대 실무자분들, 특히, 이지녀 선생님이 신아들이 되길 원하였으나 종교적 한계로 포기한 크리스찬 김승환 간사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때때로 의지만으로는 이루어지기 힘들 때,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선한 기부자님의 통근 기부는 눈먼 우리들에게 빛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기에 감사함을 대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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