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존엄하게 나이 들고, 아프고, 죽어갈 수 있을까?”“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권리는 가능할까?”유난히도 다양한 ‘죽음’이 몰려있어 빨리 지나가길 바랐던 4월의 마지막 날,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기획한 온라인 토크가 내게 신선한 질문으로 다가왔다. 이 시간을 위해 미리 시청한 다큐멘터리 <어쩌면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제작한 고희영 감독은 처음 알게 된 분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여러 번 시청했음에도 작가가 고희영이라는 것을 몰랐으니, 죄송할 따름이다. 이 작품 제작을 위해서 7년 동안 일본의 통합돌봄 현장을 밀착 취재한 감독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희영 감독은 가장 ‘나다운 마침표’를 위하여 어떻게 죽음을 설계하고, 집과 병원 중에 어디서 죽음을 맞을 것이며, 마지막 거처를 어디로 선택할 것인지를 묻는다. 다큐 속 환자들과 가족들이 호스피스 의사인 나이토 이즈미를 만난 것 자체가 ‘기적’이다. 나이토 이즈미는 30년 동안 4천여 명의 환자들의 마지막을 배웅한 재택 호스피스 의사다. 그녀가 가진 의사로서의 사명감, 인간에 대한 연민과 공감력이 이 기적을 가능케 했다. 거기다 일본 사회가 실패했던 이전 시스템을 보강하여 ‘지역포괄센터’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이기도 하다.나는 현재 어르신 데이케어센터 세 곳에서 ‘노인인지 책놀이’ 강사로 일하고 있다. 노인인지 책놀이는 책을 매개로 인지 기능이 저하된 어르신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장.단기 기억을 유지하고, 다양한 활동으로 인지기능을 자극하고 정서적 만족감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데이케어센터에 오시는 어르신들은 증상이나 등급은 다르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안전하게 돌봄을 받고,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산다는 면에서는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데이케어센터 어르신들의 바람은 ‘요양원’에 가지 않는 것이다. 어르신 그 누구도 요양원에서 외롭게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장남이 모시던 나의 부모님도 결국 요양원에서 돌아가셨다. 뒤늦게 실명을 하게 된 아버지는 “이렇게 가만히 집에 놔두면 될 텐데” 요양원을 왜 보내느냐고 화를 내셨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당연히 집으로 돌아올 줄 아셨던 어머니는, 자식들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셨다. 요양원에 면회를 가면 “나 좀 집에 데리고 가라.”고 옷자락을 붙잡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아직도 죄책감이 든다.고희영 감독은 ‘환경과 치매’의 연관성을 말하면서 ‘일몰(석양)’ 증후군을 설명한다. 치매 어르신들의 특징은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불안해한다. 그래서 치매 어르신을 자식들이 ‘돌아가면서’ 모시는 것은 불가능하다. 심지어 센터에서 본인이 앉는 자리조차 절대 바꾸려 하지 않는다. 또 하루 종일 한 공간 안에서 생활하지만, 짝꿍과도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왜 그렇게 집을 고집하고 시설에 가기 싫어하는지, 치매 어르신들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필요하다.다큐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주치의 나이토 이즈미와 케어매니저, 그리고 환자 돌봄 관련 사람들이 환자의 집에 모여서 회의하는 장면이었다. 부럽고 이상적인 돌봄 시스템이지만, 과연 우리나라에서 가능할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하나는, 환자가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가지면서,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관계 안에서의 상처, 분노, 미움이라는 감정들을 성찰하여 ‘화해’와 ‘용서’를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아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는 장면에서 울컥했다. ‘나는 왜 그 말을 못했을까?’라는 후회와 함께.돌봄과 죽음은 늘 함께하는 단어다. “우리는 서로에게 몸을 빚지고 있다.”는 작가 율라 비스의 표현은 소름 끼치게 적확하다. 부모의 몸에서 태어나 그들의 돌봄으로 자란 우리가, 늙고 병든 부모를 돌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시대의 돌봄이 힘든 것은, 우리가 ‘인간성’을 잃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치고, 아프고, 늙고 돌보는 몸은 모두 ‘실패한 몸’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교종 프란치스코는 “이 사회는 병자, 노인. 장애인은 ‘비용’을 발생시키는 사회적 ‘짐’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쓸모’와 ‘기능중심’의 사회에서 ‘존엄한’ 삶과 죽음은 불가능하다. 돌봄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어 단순하지 않다. 대가족 사회일 때는 가족 안에서 돌봄을 담당할 ‘희생양’이 있었다. 지금 1인 가구 사회에서 돌봄은 결혼하지 않은 여성, 이혼한 여성, 며느리 등 대부분이 여성들이 담당하고 있다. ‘독박’ 돌봄을 하고 있는 여성들의 시간은 ‘견디어 내는’ 또 다른 죽음의 시간이다. 그들에게 ‘지역포괄센터’와 같은 인간 중심의 사회적 돌봄 시스템이 간절한 이유이다. 오늘, 줌 토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의 재택의료, 재택 임종의 도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존엄한 죽음을 맞으려면 돌봄이 중요한데, 우리나라 돌봄 시스템은 국민의 의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겠지만, 미리 겁내거나 낙심할 필요는 없다. 이런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만으로도 희망적이다. 이 논의가 그 첫발을 떼는 시간이길 기대한다. 고희영 감독의 말대로 ‘집’은 환자가 아닌 ‘나’로 살게 하는 공간이며, 일상의 소리 속에서 임종을 맞을 때 공포가 더 적다는 상징성을 가진다. 여기서 집은 장소가 아니라, “나와 너의 존재가 온전히 인정되고 받아들여지는 곳, 대화와 교감, 평화와 안식이 존재하는 공간”(강남순, <모든 존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을 의미한다. 아무리 환자가 집에서 가족과 죽음을 맞이한다고 하더라도, 환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소통과 사랑이 없다면, ‘어쩌면 일어날지 모를 기적’은 없을 것이다. ‘나답게’ 죽기로 결심했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었다. 죽음을 ‘당하지’ 말고 ‘맞이하자’는 우리의 뜻과 바람이 확고하다면 기적은 우리에게 선물처럼 주어질 것이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 삼색三色 생태주의의 시선
눈썹달
기후위기를 넘지 못하고 인류는 망하겠지만,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해보자는 말에 솔깃해 몇 권의 책을 읽은 참이었다.책 지은이들은 아주 적더라도 남은 생명들이 다른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희망의 빛을 본 것 같았다.기후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피난처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나를 포함한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하니 뭐라도 막 하고 싶어지기도 했다.공-생, 공-산 이런 단어들이 마음에 와서 팍팍 꽂혔다. 도나 해러웨이, 손희정, 김진경과 최유미 같은 저자들을 만나고 싶어지기도 했더랬다. 딱 그 때 만난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강좌. 바로 신청했다. '강좌일정'에 소개된 내용을 보고 기대감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혼자 읽고 갖게 된 감상 수준의 이해를 넘어 더 깊이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렇게'가 아니라''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강의는 쉽지 않았다.일단 양이 많았다. 모르던 개념도 많았고 학자, 책들도 그랬다. 매주 한 권씩이라도 읽어보고 싶었지만 그러진 못했다. 어렵다고 지루한 것은 아니었고(천만다행), 내용이 흥미로웠다.현재 노동-자본주의-돌봄을 연결한 내용이 특히 그랬다.현재 돌봄은 자본주의적 구조를 지탱하므로 문제적이라는, 자본주의적 노동을 문제로 여기고 다른 형태의 삶을 생각해야 한다는,자기가치화로서의 돌봄을 생각해야 한다는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내용. 탈성장과 커먼즈도 흥미로웠는데, 노동과 자본 뿐 아니라 소소한 일상까지 전 지구적 스케일로 움직이는 요즘, 우리동네의 커먼즈가 가능한것인지? 가능하다면 얼만큼의 영향력을 가질지 궁금했다. 일단은 작은 규모의/국지적 공동체라도 복원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아~ 답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더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궁금한 것들을 더더 나누고 싶다는 마음은 확실했다. 인간인 내가 비인간을 삶과 정치에 끌어안는 문제도 새삼 새로웠다. 동물과 반려로 사는 삶은 너무 상상할 수 있는데, 반려묘를 정치적 주체로 상상하는 것은 좀 어색했다. 그렇지만 듣고 읽고 질문과 답을 해 나가다보면 뭔가 내 손에 잡히는 답이 있을거라는 생각도 했다. 왜냐하면 강아지나 고양이를 반려존재로 생각하게 된 것도 그리 오래 전은 아니었고, 많이 보고 듣고, 토론하는 것이 생각과 생활을 바꾸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맛보기만 했던 개념과 이론들을 한번 더 들어서 조금 더 알게 되어 신나고,처음 들어 본 주제들에 호기심과 학구열이 자극되고,추천해 주신 책들을 읽어야겠어서 동네 도서관에 도서신청하고, 신청자인 내가 열심히 읽어야지 다짐도 해본다. 강사님, 수강생님들 모두 고마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