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가을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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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참토크 2회 -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출간기념 북토크

폭신

신기하게도 이문재 시인 북토크 전날 개기월식이 있었습니다. 대보름과 개기월식이 겹친 것은 36년 만이라고 하지요. 이번 개기월식은 지구 그림자가 완전히 달을 덮은 그 순간, 달이 조금도 지워지지 않아 더욱 특별했어요. 오히려 뺨에 물든 홍조처럼 발갛게 빛나는 보름달이 되었거든요. 지구의 대기를 통과한 태양광 중 파장이 긴 붉은 빛이 달에 닿았기 때문이라고 해요.《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북토크는 꼭 그 보름달 같았습니다. 보통 북토크는 저자와 사회자가 무대에 있고, 모든 청중은 앞만 보는 형식으로 진행되잖아요. 이번 북토크도 ‘1부 시인과의 대화’는 그렇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월식처럼 차츰차츰 이야기에 몰입되어 가는 전 단계를 충분히 거친 것이지요. 참여자들이 쏟아낸 무수한 질문 덕분에 작품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시간이었어요. 내 안에 머물던 질문이 다른 이에게서 흘러나올 때는 친근함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렇긴 해도 그때까지 참가자들은 그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타인일 뿐이었지요. 12시 방향으로 향해있던 눈동자들이 서로를 향하게 된 건 ‘2부 감상 나눔’부터였어요. 모두가일제히 일어나 의자의 방향을 서로를 향해 돌린 것이지요. 대보름처럼 커다란 원 모양으로 둘러앉은 우리는 쑥스러워 발그레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았습니다. ‘눈동자는 다른 눈동자와마주 보게 하기’수록시 <너도 봄날> 중에서라는 시구가 피부로 와닿았어요. 한 명씩 돌아가며 시를 낭송하고, 그 시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동안에는 ‘내 생각이 피부 밖으로 나가/ 다른 몸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었는지’수록시 <피부 바깥으로> 중에서라는 구절이 절로 떠올랐지요. 시를 읽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시를 몸소 겪게 하는 북토크여서 내내 경이로웠어요.《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시집을 읽으면 저절로 내면화되는 화두가 있습니다. ‘환대’와 ‘기도’와 ‘연결’이지요. 점점 더 ‘물려줘선 안 되는 세상’수록시 <죄와 벌> 중에서이 되어가는 현실에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가치들을 시詩로 선물 받은 느낌입니다. 시인을 향한 감사를 그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참가자가 공통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공동체춤’이라고도 불리는 ‘서클댄스’로 축하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 왔을 때 옆 사람의 손을 모두가 스스럼없이 잡을 수 있었던 이유겠지요. 음악에 맞춰 느리게 느리게 움직이는 동안 우리는 서로를 환대하고, 기도의 마음을 전하며, 하나로 연결되는 감각을 나누었습니다. ‘반대편에 떠 있는 태양’수록시 <직사광선> 중에서의 빛을 받아 수줍게 빛나던 달처럼 우리의 눈빛도 북토크를 통해 잠시나마 서로를 비춘 셈이지요. 손에 손을 맞잡고 다함께 거대한 눈동자가 되었던 그 순간이 오래오래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톡톡! 참토크 2회 -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출간기념 북토크

아카데미느티나무

한 맹인이 별안간 눈을 떴다. 기쁨도 잠시, 정작 눈을 뜨자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화담 선생이 눈뜬 맹인에게 해답을 제시했다. “도로 눈을 감게.” 연암 박지원 선생의 「답창애(창애 유한준에게 답함)」에 나온 일화다.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2026년 3월 4일 저녁에 극존칭의 메시지를 받았다. ‘여유 되시̇ 면 지나다 들르시̇ 는 것으로요.’ ‘시’를 넣어 나의 여유까지 높여주신 정성에 감복하여 북토크 현장에 들르기로 작정했다. 그날은 이문재 시인 북토크가 예정된 날이었다. 들르라는 말에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그날 나는 며칠째 야근 중이었고,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간헐적인 두통에 일상의 루틴은 무너져 있었다. 원인은 정확하지 않으나 사적인 일과 공적인 일이 폭증하여 종합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거라 짐작할 뿐이었다. 이 정도의 두통, 이 정도의 스트레스는 약과일지도 모른다고 괜한 객기를 부리던 차였다. 시작 시각보다 1시간이나 늦었다. 참석한 사람들은 프린트를 손에 쥐고 둥글게 둘러앉아 있었다. 프린트엔 세 편의 시가 있었다. 이문재 시집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에서 고른 시였다. 돌아가면서 시를 낭독하고, 돌아가면서 낭독한 시의 전체 또는 부분에 관한 감상과 단상을 말하고 들었다. 타인의 말을 들으면서 동시에 내가 할 말을 떠올리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그래서 오롯이 그 순간에 집중해야만 했다. 할 말이 없으면 마이크를 옆 사람에게 넘겨도 됐는데 그러질 못했다. 시를 읽고 할 말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시다.스위치를 내려야 밤이 온다 / 불을 꺼야 어둠이 어두워지고 / 밖으로 떠돌던 것들 제자리를 찾는다 / 그렇지 아니한가 / 눈을 감아야 눈 뜨는 것이 있다 / 두 눈을 떠야 사라지는 것이 있다 / 그럴 것이다 / 밤이 밤다워야 아침이 온다 / 아침이 아침에 온다 -「아침」 전문나는 ‘눈을 감아야 눈 뜨는 것이 있다’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모순적인 말 같지만, 눈을 감아야 머릿속에서 선명해지는 순간이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요즘 내가 지쳐 있던 이유를 떠올려 보았다. 쉼이 없었고 만남이 없었고 글을 읽지 않았고 밤이 밤답지 않았고 아침이 아침답지 않았다. ‘이래서 내가 아팠구나.’ 눈을 뜨자 사라진 것이 있었다. 두통이었다. 억지로 짬을 낸 시간에, 쉼이 있었다. 만남이 있었고 글을 읽었다. 그날 밤은 밤이 밤다웠다. 다음 날 아침은 아침이 아침다웠다.*이 후기는 <나를 위한 글쓰기> 3기 모임에 함께하는 '파랑새 석봉이'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 

톡톡! 참토크 2회 -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출간기념 북토크

알맹이

이번 북토크는 한 마디로 ‘둥글게’ 이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느티나무 글쓰기 강좌 1기, 2기, 3기 수강생들과 참여연대를 사랑하고 이문재 시인님을 응원하는 많은 분이 행사 시작전부터 반가운 눈길과 손길로 서로를 맞이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참여연대는 역시 ‘환대’입니다.북토크의 시작은 1기 회원이신 이지녀 선생님의 오프닝 무대였습니다. 소리로 마음을 어루만져주시는 선생님은 축원의 소리와 함께, 직접 만드신 둥그런 '꿈' 시루떡을 준비해 오셨습니다. 이번 시집의 제목인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에 꼭 맞는 그 '꿈떡'을 모든 회원과 다같이 나누어 먹으니 꼭 잔칫날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떡을 직접 돌아다니며 나누어 주셨는데 모두에게 축복을 나누어 주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져 잠시 울컥했습니다.다음으로 시인이자 우리의 글쓰기 선생님이신 이문재 시인님과 함께 시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전에 받은 질문들을 추려 문답 형식으로 꾸며진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시인님이 들려주신 '피부'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우리의 자아가 피부 바깥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이 시작된다는 말씀이셨는데, 역시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어서 우리는 서로를 이어 커다란 원을 만들어 앉았습니다. 몇 편의 시에 서로의 목소리를 얹어 한 구절씩 읽고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같은 구절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장면이 달랐고, 다양한 생각들이 오가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행사의 마지막에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서클댄스를 추었습니다. 비틀즈의 ‘Imagine’, 송창식의 ‘우리는’이라는 음악에 맞춰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하나의 원 안에서 처음에는 낯설고 주저스러운 마음이었지만, 결국에는 공명하듯 비슷한 리듬으로 천천히 함께 움직였습니다. 참여연대는 둥글게 이어진 환대의 공간임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동그랗게 모여 봄의 꿈을 꾸는 시간, 소중하고 참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톡톡! 참토크 1회 - <나의 오래된 순례, 마돈나하우스> 출간기념 북토크

아카데미느티나무

며칠 전 참여연대 느티나무아카데미에서 열린 주은경 선생님의 북토크에 다녀왔다. 토크는 선생님이 15년 전, 과로로 몸이 안좋아져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머물렀던 캐나다의 한 영성 공동체에서의 시간을 담은 책, <나의 오래된 순례, 마돈나하우스>에 대한 나눔이었다. 붉은 원피스에 반짝이는 테두리가 돋보이는 검은 중절모를 쓰신 선생님의 의상은, 오래 전에 방문했던 수도원 공동체에서의, 어찌보면 ‘한 때의 추억’으로 치부될 경험이 현재 삶 속에서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는걸 보여주는 기쁨의 증표로 보였다. 당시 순례길에 올랐던 47세의 당신을 돌아보며 “애기가 아니었던가” 하고 웃으셨을 때, 문득 ‘그럼 나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건가?’ 하는 의문과 함께 미소가 지어졌다. 캐나다의 추운 겨울에 마돈나하우스에서 선생님이 보낸 일상은 겉으로는 꽤 단조로워 보였지만, 내적으로는 놀라움의 연속으로 가득찬 시간으로 전해졌다. 그 놀라움이란 외부에서 벌어진 특별한 사건 때문이라기보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들에 대해 묻혀 있던 당신의 본성과 감성을 마주하게 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고요한 밤의 적막이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렸다고 책에서 회고되었듯 말이다.   강의는 순례의 경험을 통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얻은 깨달음을 나누는 내용이었어도 충분히 의미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일상 속에서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일종의 고백과 같은 이야기였기에 울림있게 와닿았다. 인상 깊었던 질문 두가지는, “고독과 공동체는 공존할 수 있는가?”, 그리고 “개인의 영성과 사회적 영성은 함께 나아갈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었다. 온전한 소속감과 존재로서 수용받을 자유를 동시에 갈망하는 인간이기에, 우리 모두 마음속에 같은 질문을 품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제가 얼마나 뻣뻣한지 아시죠”를 재차 굳이 강조하시며 한복을 입고 춤을 춘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중년의 나이에 사뭇 엉성하고, 준비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낯선 시공간에서 펼쳤을 때 경험되었을 호기심과 환대의 감정들이 간질간질하고 따뜻한 온기로 내게 전달되었다. 토크가 어느새 끝이 났고, 홀의 뒤편에 앉아있었는데, 내 옆에 어떤 분이 토크가 끝나자 중후한 목소리로 우렁차게 한 손을 들고 외치며 걸어나왔다. “잠깐만 ! 이건 불법이야! 축하공연도 없는 북토크를 용납할 수 없다!” 며 곧이어 다른 분들과 함께 무대로 나오시더니 언론인 중창단이라고 소개를 하셨는데, 이 익살스러운 소개에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의 공연이 첫 데뷔 무대라고 당당하게 자신들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한켠이 시원해졌다. 내가 아는 한국의 중년들은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창피해한다. 그런데 이렇게 당당하고 즉흥적인 모습이라니? 그들의 열린 태도에 모든 노래가 신나게 들렸다. 더 크게 소리 지르고 환호하고 싶었지만, 조금 자제한 것도 있었다. 왜 다들 더 환호 안하지? 를 궁금해 하면서 30대 후반을 달리고 있는 내가 주변의 ‘중년’에 들어선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은 더 이상 자신이 누구인지 묻지 않는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의견을 지지하는지, 무엇을 생산하고 내놓을 능력이 있는지를 말하느라 바쁘다. 얼마 전 유튜브 쇼츠를 시작한 나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토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런 일상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따뜻한 상기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용기를 잃지 말자는 성찰의 초대이기도 했다. 주은경 선생님을 자주 뵙는 편은 아니지만, 뵐 때마다 선생님의 시선과 질문들 사이에서 늘 무언가를 탐색하고 계시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 궁금함에 이끌려 이번 북토크 행사에 함께하게 되었고, 여전히 미묘한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한 어른의 시선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 글은 황정인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ICE 네트워크 활동가, 사운드 오케스트라 & 음악평화워크숍 리더, 요가 강사 

AI 시대, 질문하는 시민으로 살아남기

-_-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위협한다, 그러기에 빨리 활용법을 배워서 살아남아야 한다' 류의 공포 마케팅과 각자도생의 논리가 횡행하는 시대에 근본적으로 인간과 기계(혹은 인간과 과학)에 관한 질문을 나누고 싶어 강의를 신청했습니다. 지금까지 2회차 강의를 들었는데, 듣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간 인공지능이라는 걸 아주 얄팍하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싶습니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 선생님들이 직접 제 눈꺼풀을 잡고 들어 올려 시야를 넓혀 주시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일자리 위협, 딥페이크 기술 등을 통한 온라인 성범죄와 가짜 뉴스, 데이터 셋을 만들기 위한 노동력 착취와 저작권 문제, 인공지능이 대신 쓴 리포트와 과제, 챗지피티가 상용화되면서 목격되는 감정 교류 및 자살 문제, 전쟁에서 사용되는 살상용 드론 등 그동안은 제가 살면서 접하는 제한된 범위로만 인공지능을 생각했는데, 실제 문제는 더 깊고 광범위하더군요. 인공지능을 단순히 컴퓨터 화면 차원의 문제로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 그게 아니라 꼭대기만 보이는 빙산이나 계속해서 딸려 나오는 고구마 줄기처럼 인식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가장 중요한 소득입니다. 군수 방산 AI, 환경, 인권과 민주주의, Sovereign AI... 지켜보고 생각해야 할 부분이 엄청나구나 싶어요. 게다가 기술의 지수함수적 발전 가능성은 어느 때 보다 커진데 반해 이를 통제하고 제어할 인간의 개입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반비례하여 축소 되고 있다는 현실을 전문가의 이야기를 통해 보고 듣자니 불안감이 커집니다. 인간이 보다 자유로워지는 것인지, 반대로 사라지거나 노예가 되는 것인지,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역설이 여기에도 적용되고 있구나 싶어 생각도 복잡해지고요. 그래도 하나 희망적인 것은 우려는 커지지만, 적어도 어디를 보면서 근심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기술과 기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히려 인간, 인간다움에 관해 이리저리 생각하게 되어 좋아요. 아직 2회차 강의가 남았으니 그 안에서 희망을 더 발견하게 되기를, 믿음의 영역이 조금 더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제목처럼 그야말로 '우리가 모르는 AI 시대'를 알려 주셔서 감사하고요. 그 가운데서 '질문하는 시민으로 살아남기'를 희망해 봅니다. 인간이 스스로를 꼭 버둥거리며 살아남아야 하는 존재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광장의 시민과 활동가를 위한 <애드보커시 학교>

hope

이따금, 우리는 ‘어떤 삶’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비활동가로 살아가는 나는 활동가의 마음을 향한 깊은 존경과 불가사의한 열망을 품어왔다. 기업의 홍보 메시지를 다듬는 일상 속에서, 정작 '진짜 목소리'를 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벤야민이 말한 아우라처럼, 진정성이라는 것이 대량복제의 시대에 사라져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말하지 않으면 지워지고, 행동하지 않으면 외면된다'는 내 마음속의 목소리를 따라 조용히 이 수업을 찾았다.수업의 주제인 ‘상상력’과 ‘행동전략’——이 낱말들의 조합은 어쩐지 시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강의실 안에서 이 단어들은 시가 아닌 매뉴얼이 되었다. 상상력은 미래를 그리는 능력이면서도, 동시에 지금의 현실을 낯설게 바라보는 능력이었다. 억압이 당연시되고 있는 풍경 속에서 "이것은 왜 그래야만 하지?"라고 질문을 던지는 능력. 나아가 ‘그렇지 않은 세상’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실제로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고안하는 힘 말이다.수십 년간 시민운동 일선에서 부딪혀온 이태호 강사님의 목소리는 단순한 경험담이 아니라, 살아 있는 데이터와 실천의 아카이브였다.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다"라는 사파티스타의 선언으로 시작된 수업은 애드보커시의 본질을 명확히 했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이 던진 질문들, 그리고 오늘날 '윤석열 탄핵 촉구운동'의 가능성과 실행 전략을 함께 분석하며 캠페인이 그저 구호의 나열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를 형성하고 실행까지 나아가는 복합적 기획임을 실감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누구를 움직일 것인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사례들을 분석하며 실천적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무엇보다 값진 것은 함께 수업을 듣는 동지들과의 만남이었다. 노동, 환경, 여성, 퀴어, 참사 등 각자의 현장에서 묵묵히 조금 더 나아진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비로소 '연결'의 의미를 깨달았다.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지만, 모두 "침묵하지 않고, 연결하는 사람들"이었다. 워크숍에서 우리가 함께 도출한 활동가의 정의처럼 말이다.이 수업은 나처럼 활동가가 아닌 사람, 그러나 이 사회에 분노하고 슬퍼하며 무언가 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미 활동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자신이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무엇을 위해 이 길을 걷는지 다시 한번 질문하고 싶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여기서 우리는 ‘싸우는 기술’뿐만 아니라 ‘연결의 감각’을 배운다. 개별적 존재에서 연결된 존재로, 수동적 관찰자에서 능동적 참여자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아직은 '예비 활동가'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침묵하지 않을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 그들과 함께 연결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광장의 시민과 활동가를 위한 <애드보커시 학교>

쓰요

날씨만큼 뜨거웠던 7번의 수업이 끝났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과 탄핵 과정을 방글라데시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저는 그 추웠던 광장을 지켜주신 분들께 미안함과 감사함이 있었습니다. 평소 애드보커시 활동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워크숍에서 이 내용을 다룬다고 해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사실 주변에서도 그렇고 저 스스로도 “나는 활동가야”, “활동가 스타일이야” 라고 말해왔었는데요. 오히려 수업을 들으며 제 자신을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정말 활동가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작아지기도 했고, ‘활동가는 똑똑해야 되는구나’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수업에서 진행된 ‘나는 활동가다' 워크숍에서 우리가 함께 합의한 “활동가는 침묵하지 않고, 연결하는 사람이다”를 통해 저 자신을 다시금 인정해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적어도 저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고,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동물을, 사람과 환경을, 세대와 세대를 그 모든 것을 연결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왔으니까요. 7번의 수업을 지나오면서 위의 질문 외에도 스스로에게 참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은유 작가님의 신작인 <아무튼, 인터뷰>에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도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이었던 “삶은 다양한 사건들을 만들어내지만 우리가 그것을 해석하고 또 이해하려고 애쓰고, 거기에 적절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경험으로 탈바꿈한다”는 문장을 봤습니다. 저 역시 이번 수업을 통해 왜 그렇게 현장에 가고 싶었고, 봉사단원으로 몽골과 방글라데시에 다녀왔는지 이제야 비로소 ‘경험’이라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첫 수업에서 다뤘던 ‘증인’이 되고 싶었고 이제 제가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옹호자’가 되고 싶다고요. 이번 강좌를 통해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다양한 배경을 가진 활동가 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학습할 수 있었던 아주 귀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태호 강사님을 만난 것도 큰 행운이었어요! 첫 만남부터 환대해주는 분위기, 퇴근 후에도 에너지 넘치는 수업 분위기, 그리고 다른 의견도 편안하게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해외에서 막 귀국한 저에게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직접 만나 교류하고 싶은 갈증이 컸는데, 이번 강의를 통해 그런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용기가 되었습니다. 만약 활동가로서 조금 지쳐 있거나, 아직 활동가는 잘 모르겠지만 “이건 아니지!”라는 마음을 자주 느끼는 분이라면 이 강의를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귀한 자리를 만들어주신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헌법, ‘다시’ 쓸모 있게 만들기

주기철

간단하게 후기를 남깁니다. 4회차 10시간을 열심히 달려오며 헌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언제 헌법을 이렇게 조항 하나하나 읽은 적이 있는가를 생각하니 다시금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무도한 시절이 평범한 시민을 헌법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새롭게 다가올 미래가 기대되기도 합니다. 마지막 시간에 같이 의견을 나누었던 헌법 개정과 관련하여 많은 중요한 내용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몇 가지 명확한 방향에서 법 개정이 논의되기를 바라며 강좌에서 드린 제 의견을 정리해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우선은 평화 지향의 정신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3조의 영토 조항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가 필요하고, 4조의 방안에 대해서도 기존의 공동선언 정신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에 대한 것이 담겼으면 합니다. 두번째는 정치개혁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솔직히 대통령제니 내각책임제니 하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는 없습니다. 단, 결선투표, 표의 비례성 확보, 국민소환/국민발안/국민투표등 직접 민주주의 강화의 방향으로 개정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생과 관련된 사항입니다. 너무나도 광범위한 내용이지만 기본적으로 노동자/농민의 기본권 확보, 최저임금제와 결을 맞추는 최저 농산물가격제 시행, 토지의 소유권을 넘어선 사용권/수익권/처분권을 포함한 토지 공개념의 시행과 각종 민생 관련사항 (식량주권, 돌봄, 교육, 주거, 의료등)의 국가 책임등은 당장 이루어져야 할 시급한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세계에 떠도는 극우의 망령은 결국 경제의 실패와 민생의 훼손에서 오는 것임이 명확하다고 보는데, 더 이상 이 문제의 해결에 이해득실을 따지고 좌고우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그에 걸맞게 법이 갖추어지기를 바랍니다. 전문영역이 아니라 구체적인 성안이나 보완은 강좌를 이끌어 주신 교수님을 포함한 전문가분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강좌를 준비한 참여연대에 감사를 드리며 교육 소감을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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