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한국 남자를 말하다

  • 강사

  • 기간

    • 2019. 3. 13 ~ 2019. 3. 20
  • 시간

    • 수 19:00-21:30 총2회
  • 수강료

    30,000

    • 파격 할인혜택
    • 참여연대 회원21,000

    각종 혜택 적용은 로그인 > 마이페이지에서 진행됩니다

    상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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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강좌는 정원 마감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카데미느티나무

     

    ‘한(국)남(자)스럽다’는 어쩌다 모욕적인 말이 되었을까요. 페미니즘 이슈가 뉴스로 등장할 때 마다 왜 남성들은 적개심과 억울함을 표출할까요.

    페미니즘 이슈가 종종 젠더 갈등으로 왜곡되는 한국 사회에서 이슈의 중심에 있는 ‘한국, 남자’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진짜사나이’라는 강한 남성을 표준으로 삼고 있는 가부장제로부터의 강박, 양극화된 신자유주의에서 오는 불안 그 사이에 있는 남성들에게 페미니즘은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왜곡된 남성성에 저항하고픈, 페미니즘 운동에 더 많은 남성을 초대하고픈 당신을 초대합니다.

     

    강좌 일정 및 주제

    날짜

    주제 및 내용

    3.13

    한국 남자는 왜 억울해 하는가

    - 한국남성, 그 곤란함의 역사  

    3.20

    페미니즘, 그 이로움에 대하여

    -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는 어떻게 공모하게 되었는가

     

    강사 소개(강의 순)

    최태섭 문화평론가. 청년세대가 겪는 착취와 소외의 문제를 연구해왔고, 젠더·계급·노동 문제에 대해 꾸준히 글을 썼다. 주요 저서로  저서로 <한국, 남자>, <잉여사회>,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공저) 등이 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 연세대 젠더연구소 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중문화에서 드러나는 젠더규범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다른 세계를 상상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주요 저서로 <페미니즘 리부트>, <그럼에도 페미니즘>(공저), <페미니스트 모먼트>(공저) 등이 있다.

     

    강좌 정보

    일   시 : 2019. 3. 13. ~ 3. 20. 수요일 오후 7시 ~ 9시 30분, 총2회

    장   소 :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정   원 : 40명 (수강신청 후 수강료 결제 선착순 마감)

    수강료 : 3만원

    할   인 : 참여연대 1만원 이상 후원회원 30%할인, 20대 청년 50%할인(중복 할인 불가, 계좌이체로만 결제 가능)

    계  좌 : 하나은행 162-054331-00805 (예금주 참여연대)

    ※ 강좌할인 및 취소환불 규정은 수강신청안내(클릭)를 꼭 확인하세요.

    후기 3

    • [후기] 페미니즘, 한국 남자를 말하다 1 - 한국 남자는 왜 억울한가

      2019.3.29 지완 페미니즘, 한국 남자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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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남자는 왜 억울해 하는가'를 주제로 강연 중인 최태섭 문화평론가 ⓒ참여연대>



      '페미니즘, 한국 남자를 말하다' 첫 번째 강의로 문화평론가이자 사회학 연구자이신 최태섭 작가님의 강연을 들었다.

      최태섭 작가님은 <한국, 남자>, <잉여사회>, <을들의 당나귀귀> 등 여러 책을 쓰셨다.

      강연을 듣기 전에 작가님의 책을 읽고 왔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국, 남자>에서 2000년대 남성성을 자세하게 다루신다고 하니 나중에라도 꼭 읽어봐야겠다.

       

      강연은 여성혐오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남성성의 역사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 남자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들이 왜 이토록 억울해 하는지 알고자 하는 마음에 강연을 들으러 갔다.

      점점 심해지는 여성혐오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반쯤 포기한 상태였는데, 강연을 듣고 여성혐오가 남성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여성혐오를 없애기 위해서는 남성성을 파괴해야 한다.

       

      작가님은 조선 후기부터 90년대까지의 남성성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해주셨다.

      대한민국 남성성의 역사는 조선 말기 사대부와 변강쇠에서 시작된다.

      즉, 조선 말기 한국 남자들은 고결한 선비의 모습을 한 사대부와 성적인 매력을 지닌 변강쇠 사이 어딘가에서, 때로는 둘 다를 취하며 존재한 것이다.

      식민지 시대에는 일본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남성성에 대한 사상이 전해졌다.

      남성성 형성의 핵심은 남성간의 동질성을 확보하고, 여성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즉 여성을 지배하는 것인데,

      식민지의 남자들은 이등 시민으로서 공적 영역에서 온전한 권리를 가질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자국 여성에 대한 통제를 제국의 남자들에게 빼앗겼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해방과 건국 이후에는 남성의 노동력과 군사력을 얻어내기 위해 호주제 등을 통해 남성에게 사회적 권위와 지위를 몰아주려는 시도가 있었고,

      군복무는 사회적으로 권리가 주어지는 일등 시민의 조건이자, 후방에 있는 여성을 보호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정당성의 근거가 되었다.

       

      강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최근 남성들의 잘못이 드러난 데 따른 그들의 피해의식과 억울함에 대한 작가님의 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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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이 말하는 박탈감은 여성을 전리품으로 취급해온 비현실적 기대감에서 부터 비롯된 것은 아닐까? ⓒ참여연대>


       

      작가님은 그들이 박탈감을 운운한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그들이 박탈당한 것은 무엇일?

      사회적 불이익, 경제적 상황 약화는 요인이 아니다. 왜냐하면 경제가 어려운 것은 모두에게 공통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올라가고 취업률이 낮아지는 현실은 모두에게 적용되고, 임금격차가 개선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박탈은 어디에서 걸까?

      작가님은 이를 남자로서 길러오는 과정에서 오는 문제라고 본다. 남자에게 주어지고, 스스로도 가진 성별화된 기대.

      예를 들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예쁜 여자친구가 생긴다'와 같은 것이다. 우리에게는 여성이 마치 리워드인 것처럼 이야기해온 역사가 있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좋은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 우리는 '그래야 남자지~'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그러나 현실은 맨날 학교에서 여자애들한테 진다. 즉, 사회가 그들에게 잘못된 기대를 심어주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그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무언가 박탈당한 것이 아니다. 잘못 주어진 기대가 현실과 다른 것인데, 그것이 현실이 아님 깨닫는 대신 누군가 빼앗아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태껏 그들의  양육자였던 선생님과 어머니, 그들이 생각하는 게임을 막고 있는 여가부 직원들. 여태껏 자신을 통제해온 것 모두 여성들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쌓아온 기대를 충족하는 것을 빼앗는 사람들을 여태껏 자신을 통제해 온 여성들이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그들의 여성혐오와 피해의식, 억울함이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본질주의적이라고 믿어온 남성성은 시대와 역사, 문화에 따라 변하고, 계속해서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그러므로 사회적으로 구성된 남성성이 파괴될 때 비로소 여성에 대한 혐오가 근절될 것이다.

    • [후기] 페미니즘, 한국 남자를 말하다 참여 후기

      2019.3.26 Nut_cracker 페미니즘, 한국 남자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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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미니즘한국 남자를 말하다강연 참가 후기


      참여연대에서 진행한 <페미니즘한국 남자를 말하다수업을 듣고 왔다.

      최태섭과 손희정 선생님 강연이었으니 무슨 말을 더 할까.

      짬에서 흘러나오는 바이브를 그저 열심히 귀담아 듣고 필기했다
      마지막엔 싸인을 받아볼까 고민했지만 괜히 민망하여 집에 돌아와 소감으로 대신한다.

       

      일단 강연은 1, 2회 차 모두 참여자가 풀방에 가까울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두 쌤은 그에 보답하듯 지식을 쏟아내 주셨고 덕분에 속기는 가뿐히 열 장을 넘었다핸드폰도 반으로 접히는 시대에 대체 왜 아직도 인공지능 필기 기술은 대중화 되지 않은 걸까.

       

      페미니즘 대중 강연을 들으러 꽤 싸돌아다닌 편인 것 같은데이렇게 남성을 주제로 또 대상으로 하는 강연은 처음인 것 같았다실제로 남성 참여자들도 적잖았다그래도 이런 강연이 하나 둘 생기고 강연을 들으러 오는 남성들도 조금씩 늘어난다는 건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좋은 징조가 아닐까꿈은 크고 위로가 흔했지만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위해선 스스로라도 잦은 다독임이 필요하다.

       

      2. 페미니즘이 말하는 한국 남자

       

      두 분의 강연 내용은 제목에 충실히 한국 남성을 다루었다.

      봉건적 남성성식민지 남성성해방과 건국 이후 국가주의 남성성, 70년대 군사주의 남성성, 80년대 자본주의 남성성, IMF이후 신자유주의 남성성, 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일베st 남성성(정확한 용어를 모르겠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남성성은 어떻게얼마나 꾸준하고 부지런히 다채로운 똥을 싸 왔는가.

       

      강연 분위기는 자못 유쾌했으나 마음 한 편은 뒤를 닦지 않고 나온 것처럼 찝찝했다.

      지금 강연을 들으며 웃고 있는 나도 남성성에서 자유롭다 할 수 있을까
      이제는 손절했다고 해도 관성은 여전하다
      언제고 다시 그 굴레로 돌아갈지 모른다
      특히 지금 활동이 자신의 이익과 배치될 때에도 묵묵히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

      남페미 활동을 둘러싼 우려와 회의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손희정 선생님은 이 우려를 아래와 같이 말씀해 주셨다.

       

      개인적으로 남페미가 필요하고 반갑고 동료라고 생각한다하지만 남성들이 여성을 위해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누군가를 위해서 평생 운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남성들 역시 자신의 해방을 위해서 페미니즘이라는 방법론세계관을 가져야 한다그게 가능할 때 본인의 부조리와 싸울 수 있을 것이다궁극적으로 성해방을 위해 페미니즘은 모두에게 이롭다고 생각한다.

       

      기존 사회 규범에 저항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활동 특성상 그 길이 늘 꽃밭이기만을 바랄 수 없음은 잘 알고 있다하지만 남페미의 태도가 언제까지 삼궤구고두례로 스스로 이마에 빵꾸 내는 행위에만 그친다면그 길은 결코 지속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효율적이지도 않다심지어는 그런 태도마저 자기연민에 불과할지 모른다.

       

      남성에게도 페미니즘이 왜 꼭 필요한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나아가 주변에 그 필요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그것이 남페미의 언어가활동 동력이 될 것이다결국 남성들이 지난 과오를 반복하거나 저 혼자 가시면류관을 쓰고 죄인 행색으로 동정을 구걸하는 걸인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3. 한국 남자가 만난 페미니즘

       

      나는 땅콩과 아몬드 맛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대체로 미각이 둔한 편이라 다양한 맛의 오묘함 앞에서도 그저 맛있네와 그저 그렇네’ 정도로 귀결될 뿐이었다미학에 대해서도 둔감했다미술작품이나 전시물을 두고도 큰 감흥이 없을 뿐 아니라 무엇이 아름답고 예쁜지무엇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무관심했다나는 이것이 내 특유의 무감각함무심함이라 생각했다그런데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난 후이런 내 삶의 태도가 일종의 부정적인 남성성에 기인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여린 감성다채로운 감정표현까다로운 선호는 주변인들에게 유난이라 낙인찍히는 방해물일 뿐이었다그저 씩씩하게 무엇이나 잘 주워 먹고 아프나 슬프나 호탕하게 웃어재끼는 쿨~한 남성을 주변에서도 원했고 스스로도 되고 싶었다.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은 오랫동안 정들었던 해외봉사 활동을 정리하고 오면서였다슬픈데 눈물이 나지 않았다수도꼭지 같이 눈물 흘리진 않을지라도 아쉬움을 털어내며 눈물어린 환송을 상상했는데멀뚱히 서서 눈만 끔뻑였다몰아치는 부정적인 감정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몰라 외면하고 또 도피했다.

       

      온전한 나로 살지 못하는 불행한 삶이었다.

      주변 친구들을 만나 꽃을 구경하고 쇼핑을 다녀도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늘 감흥이 덜했다효율과 비효율좋음과 나쁨옳고 그름.

      0과 1의 세상흑백의 세상에서 살았다.

       

      다행히 좋은 친구들을 만나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변하게 됐다내가 바라보던 여성성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 만큼 내가 지향하던 남성성도 의심할 수 있었다나아가 여성과 남성 기존 정상성에 의문을 품을 수 있게 되며, 0과 그 밖의 세상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효율과 당위호오의 이분법을 지나 중간과 과정절차와 감정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이내 세상이 다채롭게 물들기 시작했다미식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카페와 식당이 생겼다잘 어울리는 옷과 색깔이 있음을 알게 됐다여전히 예술은 어렵지만 그래도 시도함이 이전만큼 어렵지 않다내 취향이 무엇인지 찾고 고민할 수 있게 됐다.

       

       

       

      4. 페미니즘한국 남자와 이야기할 수 있을까.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변한 게 어디 그 뿐 일까.

      남성 집단 내 위계적인 문화와 나를 옥죄던 강박에서 (조금은벗어날 수 있었고

      관계와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게 했다.

      하다못해 아주 작은 습관까지도 조금씩 변하고 달라졌다.

       

      물론 늦게 배운 만큼 자주 어려움을 맞닥뜨리고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배움과 실천의 괴리에서 고통 받을 때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젠 더 이상 페미니즘을 배우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나도주변도세상도 이미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절박하게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남성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서로의 필요를 함께 배우고 나누어 언젠가 이런 필요가 주변까지 널리 옮아가 도저히 페미니즘을 배우지 않고는 모임에이야기에 낄 수가 없어 또 다시 절박하게 공부하는 남성들이 생길거라 믿는다.

       

      페미니즘이 한국 남자를 말했다.

      이제는 한국 남자가 대답할 때다.

       

    • [후기] 페미니즘, 그 이로움에 대하여

      2019.3.22 김은진 페미니즘, 한국 남자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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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 그 이로움에 대하여'를 주제로 강연 중인 손희정 문화평론가 ⓒ참여연대>



      어제,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최대 이슈인 페미니즘에 대한 강의여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강의를 듣기 위해 참여연대 건물에 모이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주, 최태섭 선생님을 통해 한국 남성성의 변천사를 짚어보았다면, 이번 주 강의는 손희정 선생님의 <페미니즘, 그 이로움에 대하여> 강의를 통해, 한국 영화가 성과 사랑을 시대별로 어떻게 표현하였나, 한국 영화에서 '위기의 남성성'이 신화화 되고, 이야기의 형태로 만들어지고, 관객들에게 주입되는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영화를 많이 좋아해서 극장에 자주 가는데, 한국 영화는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해외 영화만 주로 보는 편이라서, 지금까지는 주변에서 (한국 영화를 거의 안 보는) 제가 별종처럼 취급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한국 영화를 안 보시는 분들을 한 공간에서 이렇게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강의는, 한국 영화에서 여성이 사라졌다는 도입과 함께, 성과 섹스도 사라졌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한국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 매우 큰 불만을 갖고 있었기에 한국 영화는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만, '성과 섹스도 사라졌다'는 부분은 깊이 생각한 적이 없어서 왜 그런 것일까 궁금해서 강의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한국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섹스 신이 무엇일까요' 질문을 던졌을 때, 한참 전의 영화인 <해피 엔딩>이 나왔던 것은 많이 놀라웠습니다. <해피 엔딩>에서 그려진 포스트 IMF, 포스트 IMF 시대의 만들어진 (왜곡된) 여성상과 여자 캐릭터가 어떻게 그려지고, 어떻게 단죄되었는가 쭉 듣다가, <해피 엔딩>의 감독이 20년 뒤 만든 영화와 비교하면서 두 영화 안에서 여성 캐릭터가 다루어진 방식, 여성 캐릭터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는가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 후에 한국 사회에서, 한국 영화에서 여성을 보는 시각이 어떻게 드러났는지, '성과 자유를 갈망하는 것으로 비춰진 여성 캐릭터와 같이 등장하는 젊은 남성 캐릭터가 영화 결말에 어떻게 단죄되는가. 주인공 격인 중년 남성 캐릭터는 어떤 방식으로 위로를 받아야 할 대상으로 그려지고, 연민의 대상으로 표현되는가' 듣다보니, 그 동안 한국 영화가 별로라고 뭉뚱그려서 비판만 하고, 해외 영화만 찾아보던 제가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강의는 한국 영화에서 여성이 다뤄지는 방식에서 중년 남성이 그려지는 방식을 다루면서 이를 '아빠X'이라고 칭합니다. 한국 영화에서 한국의 시대 정신처럼 다뤄지는 중년 남성 가장에 대한 신화를 지적하면서, IMF 이후의 한국 영화의 주된 줄거리가 아버지의 성장 진화, 치유 과정이 한국 영화의 주류가 되었음을 지적합니다. 중년 남성 가장(여기에는 대부분 아내를 잃었다는 설정이 같이 따라오는)의 성장과 치유가 붐을 이룬 이후에는 그 다음 단계로 '유사 아버지'가 나오는 영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유사 아버지를 다룬 영화 역시, 소위 말하는 '정상가족'에서 벗어난 가족 형태를 다루지만, 여전히 남성이 중심이 되어 영화를 이끌어나간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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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위 말하는 '아빠뽕'은 IMF이후 영화를 통해 대거 확산/소비 되었다. ⓒ참여연대>

       

      그 다음 한국 남성이 주류를 이룬 영화가 계속 되던 와중에, 90년대에 여성이 중심이 된 영화 (특히 로맨틱 코메디)가 붐이 일었던 현상에 대해 짚어보게 됩니다. 7, 80년대 에로 영화, IMF 때의 중년 남성 가장이 중심인 영화, 요즘 추세인 남성이 주인공인 영화...이렇게 남성이 주류인 영화가 쭉 이어지는 중에 잠깐 여성이 중심이 되었던 영화가 제작이 된 적이 있는데, 선생님은 이 마저도 진정한 의미의 여성 중심 영화가 아니라,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등 여성에게 자유가 주어진 듯 보이지만 결국 영화는 여성이 남자 주인공과 결혼하거나 임신하는 상황이 행복한 결말인 것처럼 관객이 받아들이도록 끝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는 예전의 전통적인 방식의 가부장제가, 여성에게도 경제적 활동으로 가정을 책임지도록 이끄는 연대 형식의 공적가부장제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새로웠습니다.

       

      그 밖에도 90년대부터 2017, 2018년대까지 한국 영화에서 여성을 그린 방식, 한국 예능에서 여성을 대하는 방식과 왜 여성혐오 분위기가 미디어에 나타나는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위해 여성혐오가 어떻게 이용되었나, 어떻게 가부장제를 전제로 한 계급갈등이 요즘 남성들의 여성혐오와 젠더갈등의 원인이 되었는가 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짧은 시간 발표 자료 안에 삽입된 한국 영화 포스터를 보면서, 한국 영화가 이렇게 많았던가 새삼 놀라고, 그 영화 중에 중년 남성이 주인공인 영화가 얼마나 많았는가 또 놀라고, 영화 안에서 여성을 다루는 방식이 노골적으로, 때로는 교묘하게 숨어있다는 것에 경악하고, 강의를 위해 그 영화들을 다 보시느라 고생하셨을 선생님께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강의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신 손희정 선생님과, 좋은 강의 들을 수 있는 기회 마련해주신 참여연대 아카데미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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