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정보
안내1. 본 강좌 정원 마감하였습니다.
안내2.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개강을 5월 21일로 연기합니다. 변경된 일정을 꼭 확인해주세요. - 아카데미느티나무
최근 숙명여대에 합격한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학내외 일부 여성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 입학을 포기했습니다.
트랜스젠더 여성은 결코 생물학적 여성일 수 없으며, 트랜스젠더 여성의 입학은 가부장제에서 차별당하는 여성들이 모인 여대에 대한 위협이라는 성명들이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에서 성별 정정 허가가 난지 10년이 지났지만, 한국 사회에서 젠더는 여전히 낯설고 불편하며 위험한 무언가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트랜스젠더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퀴어운동은 페미니즘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과연 성별은 여남 두가지로만 존재하는 것일까요. 다양한 관점에서 젠더를 둘러싼 쟁점들을 하나하나 풀어 봅시다.
강좌 일정
강사 소개(강의 순)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EBS 방송 <까칠남녀> 성소수자 특집 ‘모르는 형님’ 출연.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 성공회대학교 젠더센터 연구교수. 주요 논문으로 <세계만들기로서의 퀴어정치학 : ‘우리’의 이야기들, ‘우리’를 변형시켜온 과정들>이 있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 저서로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가 있고, 공저로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미투의 정치학> 등이 있다.
강좌 정보
일 시 : 2020. 5. 21. ~ 6. 4.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 9시 30분, 총3회
장 소 :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수강료 : 5만원 (20대 청년 1만원)
할 인: 참여연대 1만원 이상 후원회원 30% 할인, 20대 청년 80%할인 (중복 할인 안됨, 계좌입금만 가능)
계 좌 : 하나은행 162-054331-00805 참여연대
※ 강좌할인 및 취소환불 규정은 수강신청안내(클릭)를 꼭 확인하세요.
아카데미느티나무는 <카카오같이가치>를 통해 청년배움응원 모금을 받아 2020년 봄학기에 한해(~6/30) 청년 수강 할인율을 기존 50%에서 80%로 확대합니다. 강의형 강좌 이외에 20명 이내의 정원이 있는 세미나, 워크숍, 독서클럽, 예술 프로그램의 경우 청년 할인 적용 대상자 수를 각 수업 정원의 30%까지로 한정합니다. - 아카데미느티나무
후기 2
[지금 다시 젠더] 차이를 가진 존재들을 살리는 길
<여성과 퀴어운동의 분리주의를 넘어>를 제목으로 하여 '누가 여성이고, 진짜와 가짜 구분- 뭣이 중한가'를 논하였다. 지금다시 젠더를 묻는다 3강 시리즈 중 두 번째 강의였다. 가족구성권연구소 소장 역할하시는 김순남님은 장애여성공감에서 오래 활동하셨다고 한다. 두 시간 반이 짧았다. 공감과 연결, 확장을 통해 해방으로 나아가자. 서로 다른 경험을 지녔더라도 같은 의제로 연대하자는 간곡한 메시지가 특히 와 닿았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운동 혹은 정치 혹은 연구가 페미니즘이라는 작은 오해와 여남간 상호 적대, 혐오현상을 짚는다. 그러면 여자란 무엇인가. 누가 진짜 여성인가로 흘러가버리는 분리주의는 페미니즘의 본질과 닿는가. 강의는 이 질문으로 시작하여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확인한다.
페미니즘 운동이 만들 사회는 누구도 이성애 중심적인 가부장제에 의해 성별 규범에 맞춰 살도록 강요당하지 않는 사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이해하고 존중할 기회와 자원이 동등하게 주어지는 사회 그러므로 부당하게 해고되거나 학교에서 내쫓기지 않는, 법제도와 공동체가 인권을 다수결로 저울질하지 않는 사회여야 한다.(2020-02-12 언니네네트워크/ 퀴어여성네트워크 성명 인용)
나라는 개인은 정말로 단일한 정체성으로 구성되어 있나 묻는다. 흑인, 여성,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시인, 엄마, 연인, 전사 등으로 자기를 정의한 오드리 로드(Audre Lorde, 1934~1992)처럼 한 사람을 이루는 정체성은 다양하고 복잡하며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진짜 여자인가 아닌가를 구분하고 누가 더 고통스러운가를 나누는 방식이 존재의 연결성을 차단하는 것에 주목한다. 내부를 분할하여 상대권력을 무력화한다. 페미니즘을 억압하는 사람들은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진짜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진짜 가짜 논쟁에 패대기치면 억압이 쉬워진다. 기존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 문법을 충실히 따라 가부장제 사회에서 받은 피해와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성을 제거하고, 남성없는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것이 대안이 될까.
우리(페미니즘 옹호자, 운동가)는 누구인가 성찰한다. 여성만의 공간, 안전지대 설치와 유지 보존의 도구로써 페미니즘이 작동한다는 주장은 본질적(radical)인가. 분리는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가.
차이를 가진 존재들이 서로 살리는 길은 우리 삶의 복잡함을 자축하는 것에 있다. 긴장이 발생하는 그 장소로 들어가 머무르고 함께 흔들리고, 우리를 잡아당기는 다중적 관점을 받아들이자. 우리 삶과 세상의 모든 복잡다단함을 반영하는 정치를 건설하자. 이제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한계, 그 너머로 우리 욕망을 확장하자. 정체성의 범주로 구분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하자. 더 많은 공간을 만들자. 살아 있는 우리는 모두 섞이면서 변형되는 유기적 존재다. 마주하고, 연대하자.
※ 2강 참고도서 및 읽을거리
<우리는 자격 없는 여성들과 세상을 바꾼다> 트랜스젠더 여성 A씨를 향한 환대와 지지의 기록 (권김현영, A 외 23개 단체 지지성명을 묶음/와온)
<시스터 아웃사이더> 갖가지 기준으로 서로 나누고 가르며 문제를 문제로만 남겨두려는 태도를 비판(오드리 로드/후마니타스)
<망명과 자긍심> 교차하는 퀴어 장애 정치학(일라이 클레어/현실문화)
<글로리아 안잘두아의 교차성 이론: 초기저작에서 「경계지대/경계선」까지 (2014)박미선/부산대여성연구소
글_김태정 자원활동가
트랜스젠더 신입생 등록취소가 남긴 질문들 - 박수민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는 더는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을 한 사람의 개인으로 바라보는 데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아직 서툰 것 같다. 박한희 변호사님과 함께한 이번 강의는 내가 그들의 삶에 나름대로 공감해보고, 그들이 느낄 막연함을 상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고, 선거에 참여하고,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나에게는 일상적이다 못해 당연한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고민거리라니.
일각에서는 트랜스젠더 인권이 페미니즘과 대척점에 있다고 말한다. 사회가 규정한 성 역할을 고착시킨다는 이유에서다. 나는 생물학적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다른 기분은 알지 못하지만, 타고난 기질이 내 삶의 전제를 ‘희생’으로 만드는 상황이라면 숨도 쉬지 못할 만큼 갑갑할 것 같다. 사회가 개인에게 기대하는 여성상, 남성상을 타파할 필요가 있듯, 우리가 트랜스젠더에 갖는 전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해야 그들 또한 조금은 더 용기를 내어 개인으로서 자신을 보여주지 않을까.
이는 다양성의 문제로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근력운동을 좋아하는 여성이 있고, 수공예를 즐기는 남성이 있듯, 그리고 누군가가 그 사람을 향해 ‘남자/여자가 되고 싶은 거 아냐?’라고 말하는 것이 무례한 일이듯, ‘근력운동을 좋아하는 트랜스젠더 여성’과 ‘수공예를 즐기는 트랜스젠더 남성’이라는 이 두 문장은 우리에게 더욱더 자연스러워져야 한다. 개인의 가치관, 사상, 취향 등을 온전히 존중하는 사회에는 여성과 남성, 트랜스젠더라는 구분이 무의미하고, 차별과 편견에서 한결 자유로울 것이다.
언젠가 올(것이라고 믿고 싶은) 이 사회에서는 성중립 화장실도 그저 개별 화장실이라고 불릴지 모른다. 사실 나는 성중립 화장실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 강의를 통해 변기와 세면대가 한 칸에 있는 넓은 1인용 화장실과 다를 바 없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몇 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공용화장실이 성별로 분리되고 있고, 나를 비롯한 많은 여성이 불법 촬영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는 공간의 분리보다는 범법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올바른 성교육 등의 제도적 개선으로 근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논의를 활발히 한다면, 언젠가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입학 소식이 다른 학생에게 위협으로 생각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페미니스트로서 트랜스젠더 인권에 대한 논의를 늘 회피했던 입장에서, 나에게 이 강의는 내 관점을 정립하고 인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직 질서 있게 내 생각을 정리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후기가 횡설수설한 듯하지만, 앞으로 남아있는 두 번의 강의까지 마치고 나면 한층 깊어진 논리로 내 의견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강의가 두 달 정도 미뤄졌지만, 따뜻한 공기와 색색의 꽃들이 아름다운 계절에 이 강의가 열리는 것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갖가지 색깔이 피어오르는 것이 무지개와 닮았기 때문이다.
혹시 나의 부족한 감수성 때문에 이 후기를 읽던 누군가가 상처받았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