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정보
안내_본 강좌가 조기 정원 마감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카데미느티나무
‘어떻게 잘 쓸까’보다 중요한 질문은 ‘나는 무엇을 왜 쓰고 싶은지’를 묻는 태도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오랫동안 목에 걸려있던 이야기를 발견하고 응시하고 재해석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중심과 주변 그 경계에 서서 쓰는 글의 힘을 공유합니다.
개인적 글이 어떻게 정치적 글로 확장될 수 있는지, 나를 돌보는 글이 어떻게 당신과 세계를 연결하는 글이 되는지, 사적이지만 반란을 꾀하는 쓰기의 시간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강좌 일정
이런 분들을 초대합니다
- 내 이야기가 글이 될 수 있을지 망설였던 분
- 꼭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분
- 혼자 쓰기 막막하고 용기가 없어 미뤄뒀던 분
- ‘안전한 집필 공동체’에서 함께 쓰고 싶은 분
- 읽기와 쓰기를 통해 내 세계를 확장하고 싶은 분
진행방식
- 매주 글쓰기 과제가 있습니다. 매주 3명이 글을 발표하고 합평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 글쓰기 이전에 주제 도서를 통해 나의 경험을 해석할 언어를 발견하고 글을 쓰기를 권장합니다.
- 6주간 카카오톡방을 운영합니다.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글을 공유하고, 과제를 올리고 피드백하는 공간으로 활용합니다.
강사 소개
홍승은 퀴어 페미니스트 집필 노동자. 2013년부터 ‘불확실한 글쓰기’ 수업을 통해 이야기 안내자로 살아가고 있다. 페미니즘 에세이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글쓰기 에세이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폴리아모리 에세이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를 썼다. 타인과 연결될 때, 삶과 문장은 단단해진다. 고립되지 않고 연결되는 글쓰기를 위해 ‘함께 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강좌 정보
일 시 : 2020. 10. 19. ~ 11. 23. 월요일 오후 7시 ~ 9시 30분, 총6회
장 소 :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정 원 : 15명(수강신청 후 결제 선착순 마감)
수강료 : 18만원(20대 청년 36,000원 ※ 청년할인대상자 접수 마감하였습니다.
할 인: 참여연대 1만원 이상 후원회원 30%할인, 20대 청년 80%할인(중복 할인 안됨, 계좌입금만 가능)
계 좌 : 하나은행 162-054331-00805 참여연대
※ 강좌할인 및 취소환불 규정은 수강신청안내(클릭)를 꼭 확인하세요.
아카데미느티나무는 청년배움응원 모금을 받아 2020년 가을학기 20대 청년 수강 할인율을 기존 50%에서 80%로 확대합니다. 정원제한이 있는 예술프로그램, 워크숍의 경우 청년 할인 적용 대상자 수를 정원의 30%까지로 한정합니다. 80% 이상 출석하기 어려운 경우 다른 분들에게 수강 기회가 갈 수 있도록 양보해주세요. - 아카데미느티나무
후기 2
해방감 - 나를 짓누른 껍데기를 한 겹 벗겨내다_나봉
해방감
by 나봉
이번 아카데미 느티에 참여하며 나를 꽉 짓누르고 있던 껍데기 한 겹을 벗겨낼 수 있었다. ‘정상성’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소수자들의 언어를 접하면서, 나를 더 확장시킬 수 있겠다는 해방감과 내가 틀린 게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나를 부정하고 미워했던 이유들을 다시 파헤쳐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나는 나의 섬세함을 예민함과 민감함, 연약함으로 치부했다. 사사건건 깊이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나로 살아가는 것이 힘겨웠다. “생각 또 많아졌네~” “너무 깊게 생각 하지 마~”라는 가벼운 말들도 어느 순간부턴 나의 이야기를 외면당하고 찌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쩌다 한 번씩 어긋나는 대수롭지 않은 상황일 뿐인데, 내가 완전한 이해를 바라며 욕심내고 있는 걸까 생각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았고 내 자신도 그런 내 모습이 피곤했다. 늘상 내 이야기를 지루해 하거나 어려워 하진 않을까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고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들이 허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선에서 멈추고 혼자 도망쳤다.
자꾸 내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같았다. 나라도 나를 이해해보자는 일념으로 꿋꿋이 일기장에 나를 쏟아 냈다. 하지만 혼자만의 구역에 갇혀있는 일기는 점점 스스로에 대한 의심으로 채워졌다. 한 켠에 쌓여버린 나에 대한 의심과 부정이, 끝내 내 자신을 어디에도 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혼란스러웠다.
어쩌면 나는 ‘정상성’ 혹은 ‘일반적’ 범주에서 벗어나는 게 두려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끼기에 사람들은 대개 복잡한 것 보다는 명쾌하고 빠른 것을 선호한다. 나 역시도 그렇다. 하지만 그것을 쫓아가기에 내가 가진 천성은 한참이나 부족했다. 난 대체로 더 많은 생각의 과정이 필요했고, 더 많은 이해의 시간이 필요했다. 남들이 봤을 때엔 큰 일도 아닌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냐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내 모습이 드러나는 게 두려웠다. 내 스스로 이런 나를 온전히 인정하기 보다 계속해서 주변과 맞춰가야 하고, 변화시켜야 하는 모습으로 여겨왔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내 스스로 나를 채찍질했다. 일상속에 맴돌고 있는 대중적 분위기가 나를 가둔 것이라 해야 할 지, 내가 지레 겁을 먹은 것이라 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늘 다함께 공유된 분위기에서 도태되는 것이 두려웠다.
또 한편으로는 마음 한 켠에서 내적 분열이 일어나기도 한다. 주변으로부터 난 충분히 사랑 받았고 인정 받아온 것 같은데 이제 와서 이런 울분을 이야기 하자니 나 스스로도 이질적이고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누가 직접적으로 강요한 것은 아니니까. 어쨌거나 겉으론 무난히 지냈지만 습관처럼 눈치를 보고 치열하게 주변을 살폈다. 에너지와 여유가 남아있을 때엔 분위기에 거뜬히 발을 맞췄지만 지속적으로 분위기를 따라가는 것은 힘겨웠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나의 생각을 펼치기가 어려웠고 대중적으로 공유된 견고한 분위기 자체가 나에겐 억압으로 다가왔다.
세상이 나에게 베풀어주는 이해와 존중은 교묘하게 한정적이다. 소속되어 있는 세계를 습득하고 따르는 만큼 나는 인정받았고,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었다. 내가 속한 바운더리는 대체로 안정적이긴 했지만 넓은 품은 아닐 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내 모습을 주변에 맞춰 축소시켜왔던 건 아닐까,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이 두려워서 나의 다양한 감각을 소외시켰던 것은 아닐까 돌아봤다.
“변두리스토리의 주인공들이 각자 ‘차별’로 지목하는 것과
변두리스토리를 읽는 독자들이 ‘차별’로 읽어내는 것이 다를 수 있는 이유는,
오히려 차별이 우리 모두의 삶에 일관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차별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너무나 막막하고 광대한 세상이지만
거기에서 불현듯 솟아오르는 어떤 사건들은 우리에게 실마리를 준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다른 사건을 경험할 뿐이다.
‘사건’으로 기억할 만큼 소화되지 않은 이야기들은,
그러나 사라지지 않고 저마다 자신의 삶을 해석하는 배경이 된다.”
262p
6주동안 책속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이 교차했다. 나의 답답함은 틀을 벗어나기 두려워하는 나로부터 비롯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두려워 할 수밖에 없는 커다란 외부적 벽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젠 외부로부터 이해받고 함께 머무르기를 바라는 것을 넘어서서 스스로 울타리를 허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개인적 이야기가 사회적 이야기로 연결되었던 이 해방감을 잊지 않고 싶다. 지나친 자기부정을 멈추고 날 두렵게 만드는 실체를 마주해야 할 것 같다. 적당히 타협하고 퉁치는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하더라도 내 감각으로부터 시작되는 구체적인 서사를 써나가고 싶다.
수업은 지난 주에 끝이 났는데 아직까지도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그래서 좋다. 책을 읽고 내 생각을 관찰하는 걸 게을리하지 않고 싶은 마음이 더더 생겼다. 나를 비롯한 다양한 존재들에 대해, 조건 없는 존중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언어들을 찾아가고 싶다. 정말정말 좋았고 감사했다. 옥수수님(홍승은 작가님), 디디(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 담당자님)님을 비롯하여 나비, 하늘, 라마, 가을, 커피콩, 민들레, 사과나무, 연주, 망고, 썬, 선비, 토닥, 모래, 구름, 먼지님 모두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고, 정성스레 합평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이번 아카데미 느티 '사적인 이야기의 반란' 정말 좋았다.
#당신이글을쓰면좋겠습니다_홍승은
#삶을똑바로마주하고_최현숙
#임계장이야기_조정진
#난치의상상력_안희제
#붉은선_홍승희/당신의섹스는평등한가요?_부너미
#수신확인,차별이내게로왔다_인권운동사랑방
한 뼘 더 넓어질 수 있었던 집필 공동체를 만나다_나비
39살, 40대의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 살 나이 더 먹는 게 별거냐’ 싶으면서도, 왠지 40대라는 숫자가 올 초부터 나에게 묵직한 기운을 전하고 있었다. 그 기운은 나에게 ‘40대를 어떻게 살아내고 싶은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라는 질문으로 늘 내 머리 속을 따라다녔다.
그러다 “시민칼럼니스트되기_사적인이야기의반란?” 뭐지? 일하는 나를 위한 역량강화로 글쓰기 교육을 찾다 우연히 만났다. 한참동안 많은 정보를 찾았는데 나는 뭐에 홀린 듯 월요일 저녁 9시30분까지 그것도 6주 동안이나 한다는 이 교육을 신청하고 있었다. 그런 뒤에 신랑에게 교육을 가도 될지 물었다. 고맙게도 당연히 가도 된다고, 신청하라는 신랑의 답이 왔다. 아들에게는 잘 설명하는 걸로 하고, 입금까지 완료!
이제와 말이지만 신청은 번개처럼 했어도, 들쑥날쑥한 코로나 상황과 워킹맘인 나의 피로함은 내 삶터와의 먼 거리, 월요일 저녁 7시, 매주 한 권의 책과 글쓰기 과제까지 교육을 시작하는 그날까지도 취소해도 될 것 같은 나의 당위, 이유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시작을 앞두고 했던 나의 걱정은 무색했다. 한 번의 빠짐없는 출석, 부족하지만 꾸준한 글쓰기, 중간에 반짝했던 뒷풀이까지 모두 충만하게 누리는 나였으니까 말이다. 하하^^
내 경험이 되기 전까지는 ‘집필 공동체가 참 좋구나.’라고 머리로 이해했다. 6주가 지난 지금의 나는 가족, 노동, 몸, 섹슈얼리티, 차별, 타자성이라는 다양한 주제의 책도 읽고, 나의 글을 나누고 합평, 퇴고해보는 집필공동체를 쉼과 에너지, 충만함 그 자체였음을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11시가 다 되는 시간이었지만, 나는 이제껏 내가 알고 만난 세상보다 한 뼘 더 넓어질 수 있었던 집필 공동체의 살아있는 대화, 삶의 이야기에 감동하고 울고 웃었던 감정들을 시시콜콜 신랑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2021년을 맞이하는 나의 40대는 삶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꺼내어보고, 상상하는 글쓰기를 하지 않을까? 더불어 존재로서 귀한 “생명”과의 공존, 삶을 옹호하는 글쓰기를 궁리 중이다. 오늘보다 조금 더 민감하게, 확장된 관점으로 살아내고 싶다. 내가 만나는 사회적으로 약자라고, 소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옹호의 방식으로 글쓰기를 더해보고 싶어졌다. 뭔가 공허할 것 같았던, 나의 40대 인생이 기대된다. 참 다행이다.
# 따뜻한 집필 공동체의 힘을 안내하고 이끌어주신 홍승은 작가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 제가 존재하는 세상의 원, 여기 저기 넓혀주신 집필 공동체 구성원 모두는 사랑입니다.^^ 지금은 삐죽삐죽한 세상이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겠지요? 덕분에 점점 둥글둥글, 확장되는 원을 그려가겠습니다. 귀한 인연이 다시 이어지는 그날 만날 수 있기를요.
# 매 순간 말랑말랑해지는 제 마음과 표정은 환대와 위트로 가득 채운 디디님(교육 담당자)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