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정보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드는 판결도 있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판결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사법부가 사회 흐름을 반영하고 이끌어야 할 책임도 커지고 있습니다.
재판부의 판결 역시 시민의 감시 대상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법률용어로 가득한 판결문, 그마저도 극소수에게 공개되는 판결문을 직접 읽어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시민과 함께 날 것 그대로의 판결문을 읽어보고자 합니다. 엘리트 법조인만의 시각과 언어가 아닌, 시민의 시각과 언어로 판결문을 한 글자 한 글자 파헤쳐 보며, 권위와 불통의 자세 뒤에 숨은 법원의 속내와 헛점을 낱낱이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무소불위 사법 권력에 균열을 내는 시작, <내 생애 첫 사법감시 - 판결문 읽기>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강좌 일정
※ 매회차 판결 비평과 강독을 합니다.
※ 매회차 다음에 읽을 판결문에 대한 사전 브리핑이 진행됩니다.
※ 판결문은 토론을 통해 변경될 수 있습니다.
※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공동 기획한 강좌입니다.
강사 소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공동대표
(인터뷰_YTN [알고리줌] 이슈이슈 “임성근 판사, 사법농단하고 전관특혜 누리는 게 말이 돼?”)
강좌 정보
일 시 : 2022. 11.1 ~ 11. 22. 화요일 오후 7시 ~ 9시30분, 4회
장 소 :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홀
정 원 : 20명 (수강신청 후 결제 선착순 마감)
수강료 : 50,000원 (20대 청년 25,000원)
할 인: 참여연대 1만원 이상 후원회원 30% 할인, 20대 청년 50%할인(중복할인 안됨, 계좌 입금만 가능)
납부계좌 : 하나은행 162-054331-00805 참여연대
※ 강좌할인 및 취소환불 규정은 수강신청안내(클릭)를 꼭 확인하세요.
아카데미느티나무는 청년배움을 응원하기 위해 20대 청년에게 50% 수강 할인 혜택을 드립니다.
후기 1
2022년 11월 판결문을 함께 읽다
오랜만에 신청한 교양 강좌였습니다. 회사-집만을 오가며 주어진 일들만 미션 클리어하는 일상에 몇 가지 계기가 마련되었던 거죠.
첫 번째는, 요즘 즘 읽고 있는 주은경 선생님의 <어른에게도 놀이터가 필요하다>입니다. 친구가 선물해 줘서 읽게 되었는데, 주은경 선생님은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에서 일한 분이었고, 이 책은 시민교육을 기획한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제법 흥미가 당기는 수업들이 여러 번 기획됐더군요. 지금 주은경 선생님은 느티나무 아카데미에서 은퇴했지만, 그분이 떠난 뒤에도 느티나무 아카데미에 여전히 흥미로운 강좌들이 개설돼 있을 거라는 짐작을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느티나무 아카데미가 서대문구에 사는 저에게 그리 멀지 않으니 어떤 수업들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두 번째는, 올해 재밌게 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입니다. 우영우를 비롯한 변호사들은 원하는 판결을 얻어 내려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데요, 그중 하나가 판사를 설득하는 일입니다. 판사도 사람이므로 판사가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취지의 대사들이 나옵니다. 이 드라마에서 우영우 아버지가 말하는 “정치”라는 표현도귀에 들어왔는데요, 우영우의 아버지는 옳아서, 옳지 않아서 선택하기보다 나에게 이로운 선택을 했어야 했다는 절절한후회를 합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재판이 옳다, 그르다에 선을 그어 주는 역할만을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럼 또 무엇을 하냐는 물음표로 남겨 두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느티나무 아카데미 강좌 목록에서 <판결문 읽기>를 보았을 때, 나의 물음표를 풀기 위해선 이 수업이 필요하겠구나 했습니다. 그게 이미 시작된 수업임에도 중간에 수강신청을하기로 한 이유입니다.
세 번째는, 몇 달 전 읽은 무연고 사망자에 관한 논문입니다. 아무리 오래 가족처럼 살았다 해도 민법에 가족으로 인정되는 관계가 아니라면, 둘은 가족이 아닌 게 되고, 둘 중 한 사람이 죽으면 그는 무연고자가 되어 가족(처럼 지낸 이)이 마련하는 장례에 따라 세상과 이별하는 일이 어렵게 된다는 내용이 담긴 논문이었습니다. 법이 삶과 죽음에도 이렇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니.
지금까지 법 없이도 살 사람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정작 세상은 법의 논리로 돌아가고 있으니, 배울 게 많아 보였고, 궁금했습니다.
2022년 11월 15일, 11월 22일 참여한 <판결문 읽기> 강좌에서 저는 고 변희수 하사 전역취소 행정소송의 판결문과 장애인이 운송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의 판결문, 불법 집회와 업무방해라는 명목으로 고소당한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의 형사소송 판결문을 읽었습니다.
어느 판결문은 시원스러웠고, 어느 판결문은 깝깝하기만 했습니다. 어느 판결문은 이후에도 벌어질 유사한 사례까지 고려해 판결을 내렸고, 어느 판결문은 이후의 문제제기는 차후에 논하기로 하고 지금 당장은 이렇게 해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저는 <판결문 읽기> 강좌를 들으며 행정소송과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이라는 틀 안에서 각 판결문들이 달라지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판결문을 여러 분들과 윤독하며, 중간중간 한상희 교수님의 설명을 듣는 단순한 방식이었지만, 우리 사회를 운영하는 실질적 원리를 이해하는 데 안성맞춤인 수업이었습니다.
또한, 인터넷에서 여러 기사들을 통해 정보를 접하다가, 원문이라고 할 수 있는 판결문을 직접 읽으니 명쾌해서 참 좋았습니다. 판결문은 10~20장 내외로 별로 길지 않고, 법원 홈페이지에서 판결문 열람하기를 신청하면 읽어 볼 수 있다고합니다. 앞으로 관심 있는 사건은 인터넷 기사보다 판결문을 읽는 게 이해에 훨씬 도움이 되리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당연한 듯하지만, 사회가 바뀌면 법의 논리도 바뀐다고 합니다. 이 말은 국회의 입법보다 법원의 소송에 시민의식이 더빠르게 반영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 같습니다. 그래서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 이해가됐습니다. 판결문을 열람하고 읽는 일 또한 시민운동의 하나일 수 있고요.
변희수 하사 전역취소 소송 판결문을 읽으며 성전환자가 법적으로 전환된 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외부 성기를 적출하고 전환된 성의 성기를 갖추는 수술을 해야 하고, 가임능력을 상실해야 하며, 미성년 자녀가 없을 것, 이 세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고요.
마침 대법원 판결에 관한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2018년 법원에 성별 정정 신청을 한 원고에 대해 2022년 11월 24일대법원은 “미성년 자녀 둔 성전환자도 결혼 상태가 아니라면 성별 정정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결혼 상태든 아니든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성별 정정이 불가능했다고 하고요. 그런 점에선 성전환자에게 조금 나아진판결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렇게 자평했습니다. “사법은 다수결 원칙이 지배하는 입법이나 행정과 달리, 다수의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는 최후 보루 역할을 할 때존재 의의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라고요.
저는 앞으로도 판결문을 꾸준히 읽어 보고 싶습니다. 판결문 읽기가 그 자체로 재미있었고, 모르던 세상을 더 알아가는느낌이 좋았습니다. 편안하게 수업을 이끌어 주신 한상희 교수님과 호기심 많고 자유로웠던 수강생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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