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정보
- 이 강좌는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정원 마감했습니다. 정원이 있는 강좌는 참가비 결제 선착순으로 마감되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 2월 2일 19시 이후 신청한 분들은 대기 접수 상태입니다. 개강 전 결원이 생길 경우 휴대폰 문자로 알려드리겠습니다.
- 강좌 신청 및 참가비 결제 확인은 홈페이지- 마이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궁금한 점은 홈페이지- 문의 게시판에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아카데미느티나무 드림
♧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X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ESC> 공동기획 강좌입니다
21세기 들어 한반도의 여름은 10일이 늘고 겨울은 10일이 줄었습니다.
폭염과 열대야가 늘어나고, 가을 태풍은 더 자주, 더 위험하게 다가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난민이 매년 늘어나고, 저소득계층이 기후위기로 인해 입는 피해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모두 기후위기 극복을 소리높여 외칩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실천을 합니다. 일회용품 쓰지 않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분리 수거 철저히 하기, 안 쓰는 전기 플러그 빼기...
하지만 이런 실천이 과연 기후위기 극복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회의적입니다. 실제 온실가스가 주로 배출되는 곳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화력발전소, 대기업 공장, 수많은 자가용, 오래된 건물 등.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전문가와 시민의 만남을 시작합니다. 전기, 산업, 주거, 교통, 기후 각 분야 전문가의 강연을 통해 현 시점 기후위기 극복의 허들이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 파악하고, 시민들의 토론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강좌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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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터 소개
강좌 정보
후기 5
[3강 후기] 한국도 ‘6만원 전국 티켓’을 도입하면 어떨까요?
‘기후위기를 넘어서는 힘 - 과학과 시민의 만남’은 시민들이 과학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연구자인 과학자들은 연구자료와 통계를 기반으로 자료를 제시해주어서 마음이 시원해짐을 느낍니다.
전현우 강사의 3강 ‘기후정의의 답은 전기차가 아닌 대중교통이다’는 대중교통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답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자동차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바뀌어야 함을 알았습니다. 자동차는 너무나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자동차가 도로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내뿜는 탄소배출에 대해 우리사회는 관대합니다. 그리고 자동차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광고에서는 자동차에 대한 선망을 조장하는 광고를 여전히 찍고 있죠.
우리가 타고있고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에 대해 고민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자동차 지배공간이고 걷거나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 해주는게 없다는 전현우강사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이제 도로는 ‘모두를 위한 도로’가 되어야 한다는 전현우 강사의 말에 마음에 눌림이 펴지는 시원함을 느꼈습니다. 인도·자전거도로·차도 모두를 위한 도로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을 느끼며 ‘걷기 좋은 길’을 만드는데 우리사회가 변화해야 한다고요. ‘걷기 좋은 길’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자동차 주행세를 걷어야 하며, 주행세에는 주행거리와 혼잡관리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현우 강사는 말씀하셨습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넘쳐나는 자동차 수를 조절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행세에 인프라세 + 환경세를 걷어야 한다는 것이 대안이지만 전현우 강사는 거기에 더해 탄소세까지 기금으로 걷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느끼는 것은 과학자들이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에 대해 더욱 더 혹독하게 제시해 주시는 데에 더 감명을 받게 됩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의지에서 멀리 와있기 때문입니다.
강의 후 조별 토론을 하는데 여기서는 규칙이 있습니다. 말하는 내용이 비판받지 않는 곳. 누구나 말해도 거부되지 않습니다. 규칙이 있으니 말을 하는데 부담이 줄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토론을 통해 우리의 꿈과 비전이 정책으로 제안이 되어서 좋았습니다.
3강의 토론 주제는 ‘걷기 좋은 길 만들기’였습니다. 우리는 정책제안과 정책내용, 문제점이 있으면 대안까지 만들어 내야 합니다. 5조인 우리 조에서는 국내나 외국의 좋은 사례로 제시한 독일의 대중교통 ‘49유로 티켓’ 정책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습니다. 독일에서는 ‘49유로 티켓’으로 한달 동안 전국의 버스·전철·기차·트램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49유로는 우리나라 돈으로 70,762원입니다.
5조는 정책제안으로 ‘6만원 전국 티켓’을 제시했습니다. 6만원으로 한달 동안 전국 버스·전철·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책효과는 10년간 자동차 보유대수를 50% 줄일 수 있다는 점이고요. 재원마련은 자동차 보유자에게 보유세와 주행세를 걷는 것입니다. 1년에 100조원을 걷는게 목표로 삼았습니다. 문제점은 자동차 보유자와 대중교통 이용자간의 갈등이 있다는 것입니다. 해결방법으로는 대중교통의 활성화를 높이는 겁니다. 자동차 보유자가 불편을 느끼며 유지비용도 증가합니다. 자동차 보유자가 자동차 보유를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고, 자동차 보유자를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시킵니다.
자동차 보유를 포기한 사람에게는 보상으로 ‘6만원 전국 티켓’을 할인해 주면 어떨까요? 5조의 정책인 ‘6만원 전국 티켓’이 현실에서 이루어져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이 보편화 되고, 도로는 모두를 위한 도로가 되어 ‘걷기 좋은 길’이 만들어 질 것입니다.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4강 후기] 탄소제로 시대, 탄소배출권제도와 탄소세 중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는 기후 우울증을 겪고 있는 30대 초반의 청년입니다. 막연해 보였던 과학자들의 경고가 실존하는 공포와 우울감으로 다가온 것은 2020년의 기나긴 장마 때 부터 입니다. 벽지로 스미는 비와 피어나는 곰팡이를 보며 생각에 잠겼던 기억이 납니다. 2022년의 파키스탄 대홍수는 아이를 낳아서는 안되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했습니다. 재난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나의 아이가 살아가는 현실이 줄 죄책감을 감당 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RE100이 뭐냐는 대통령과 뭔지 모르면 어떻냐는 여당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입을 찢어버리고 싶은 분노를 느끼게 합니다.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삶을 사는, 특히나 2024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문화를 누리고 있는 한국에서 내가 보고 느끼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과 행복이 종종 꿈처럼, 신기루처럼 느껴집니다. 이번 세미나에 참여한 것은 어쩌면 제가 예상하는 인류의 절망적 결말을 피할 수 있는 기적을 과학을 통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어딘가 숨어 있을지 모르는 희망을 찾고 싶은, 번식을 포기한 한 생명체의 발악일 수도 있겠습니다.
4강 수업은 “탄소제로 기업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산업탄소중립정책과 현실,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하나같이 실현이 쉬워 보이지 않아 마음이 괴로웠고 특히 기존의 2030NDC(2030년까지의 탄소중립목표)달성 계획을 수정해 2029년 부터(다음정권 때부터) 대폭 낮춰서 해결하겠다는 현정부의 계획은 제가 한국인이라는 게 부끄러워 질 정도 였습니다.
그 후 산업 탄소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탄소배출권제도와 탄소세 중 어떤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좋을지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탄소배출권제도를 지지하는 쪽과 탄소세를 지지하는 쪽으로 나뉘어 상대 정책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고 각각 이를 보완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탄소세를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기업과 자본에 자율성을 부여해 탄소배출을 규제하는 탄소배출권제도에 대해 도무지 믿음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미 탄소를 줄이기는 커녕 기업의 이익을 위해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며 이익을 얻는데 치중한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탄소세의 도입을 통해 우리의 삶이 미래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가 산업발전의 결과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 풍요의 재료 중 하나가 인류의 미래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탄소세는 그 미래라는 자원을 사용하는 대가 일 것 입니다. 새로운 세금의 도입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 삶이 불편해지는 선택이 기후위기 완화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효능감과 확신이 있다면 기꺼이 감수 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탄소세는 모든 국가가 함께 적절히 도입하지 않으면 페이퍼컴퍼니나 기업 이주 등을 통한 탈세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세계의 공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공조의 중심이 우리나라가 되는 꿈을 꿔 봅니다.
저는 기후위기로 인해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나은 삶을 살게 될까 두렵습니다. 식량 생산이 줄어들면 전쟁이 나지 않을까? 해수면이 올라가면 해안가에 있는 핵발전소들은 다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걱정을 할 때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지속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류가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막아내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희망을 찾는 공부를 해봅니다.
[기후 위기를 넘어서는 힘] 공대생의 완강 후기
“지금부터 토의를 시작해주세요.”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기후 관련 강연들을 많이 다녀봤지만 내 의견을 궁금해하는 곳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정책을 만들기 위한 토의라니 이런 건 중학교 사회 수업시간 이후로 처음이었다. 전문가 강연이 진행된 후였고, 추가 자료도 제공되었지만, 정책을 떠올리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첫 주 토의시간에 나는 입을 떼지 못했다.
공과대학에 재학중인 저에게 이번 강좌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만날 수 없었던 다양한 연령층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정말 많았고, 학습의 방향성을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경험한 학습과정이 저에게 정말 뜻깊었기에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1강이 마무리되고 일주일 뒤, 두
번째 시간의 주제는 재생에너지였습니다. 1강보다는 친숙한 주제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습니다. 토의 주제가 전기세 인상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전기세 인상에 대한 정책 초안을 적어서 내야 했는데 결국 제한
시간을 몇 초 남기고 헛소리를 적어서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토의 진행자님께서 제가 작성한 초안을 보시고 이해가 잘 안 된다며 누가
작성한 것인지 애타게 찾으셨지만 저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우선 너무 부끄러웠고, 대답한다고 한들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움을 견디고 이겨내는 사람이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세 번째 시간부터 저는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히려 모르면서도 배우려 하지 않았던 태도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조원분들에게 궁금했던 내용을 질문하고, 함께 얘기를 하다가 결론이 나지 않을 때는 강연자님께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제에 대한 저의 견해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타인의 의견을 들을 때에도 제 의견과 비교하며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수정한 제 의견을 공유하고 발표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는 것이 없어 입도 떼지 못하고, 직접 쓴 글을 자기가 썼다고 말도 못하던 저에게 큰 발전이 있었습니다. 토의를 더 잘 하기 위해 주제에 대해 미리 공부를 하기도 했고,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정책을 고안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번 강좌를 신청하기 전까지는 사회나 정책 분야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강좌를 수강하면서 알게 된 것은, 연구 성과를 내고 세상을 구할 기술을 만들어도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사용 방법을 제시하는 것도 제가
갖춰야 할 역량입니다. 이번 강좌를 통해 더 넓은 시야를 얻게 되었고, 제 진로에도 큰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지구 공동체가 공동으로 처한 위기 앞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들은 너무 작습니다. 앞으로의 10년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는데, 이제 겨우 대학교 2학년인 제가 그 10년 안에 무언가 해낼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 우울을 겪고 있고, 기후 문제를 외면하기도 합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곳에 도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기후 위기 극복에 대한 희망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번 강좌에서 저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료들을 만났고, 그
자체만으로도 저에겐 큰 희망이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얻은 희망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강후기] 햇빛석유와 바람석탄으로 에너지 독립을 이뤄봅시다!
<2024. 2. 13. 기후위기를 넘는 시민의 힘 2강 현장 사진, 출처=참여연대>
햇빛석유와 바람석탄으로 에너지 독립을 이뤄봅시다! / 신연홍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 어릴 때부터 들어서 피부에 스며들어 있는 단어들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에너지 총수입액은 2,100억불(환율 1,200원 적용시 250조원)입니다. 가늠하기 어려운 수치지만 우리나라 총수입액(870조원)의 29.6%랍니다. 이 중에서 석탄화력발전에 사용되는 석탄과 가스발전 및 난방에 사용되는 LNG의 금액을 합치면 대략 70조원 정도로 추측됩니다.
알아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석탄과 가스를 전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약 25%는 열에너지 등으로 사라집니다. 17조원입니다. 험한 바다를 어렵게 건너온 화석연료가 스마트폰 충전 한번 해보지 못하고 허공으로 사라집니다. 은행에 1만원을 가져갔는데 7,500원만 돌려준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찔합니다. 위의 숫자들은 이해를 돕기 위해 대략 계산한 것이니 오차가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햇빛석유와 바람석탄으로 전기를 생산한다면,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사라지는 17조원은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선박으로 위험한 바다를 건너야 할 일도 없습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하여 다른 나라에서 자원을 개발해야 하는 비용도 아낄 수 있을 것입니다.
에너지 빈곤국 대한민국에 다행히도 기회가 왔습니다. 태양전지와 풍력터빈의 기술이 발달하여, 햇빛과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상황입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 주는 K-배터리가 연일 장안의 화제입니다. 화석연료로 전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70조원의 일부만 사용해도, 대한민국 에너지 자립의 시간이 상당히 앞당겨 질 것입니다.
이제 에너지 독립의 기회를 맞이하여 모든 백성들이 광화문으로 나와서 하늘에서 공짜로 내려오는 햇빛석유와 바람석탄을 환영해야 하는 이 시점에 우리의 재생에너지는 어찌 이리도 지지부진 할까요? 일제 식민지로부터의 독립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었듯이, 우리의 에너지 독립을 방해하는 세력이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구적 차원에서의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이 시급하고 우리나라도 상당한 책임이 있습니다. 문제는 전지구적이지만 해결책은 각자의 현실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봤으면 합니다. 분주하고, 불안하고, 억울한 한반도의 백성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매년 수십조의 비용을 들여서 에너지를 수입하는 것을 찬성하는 백성들은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화석연료 사용이 기후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 명확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다만 기존의 에너지 체계를 변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희망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할 뿐입니다.
[1강후기] 정책의 빈틈을 메우는 상상의 힘
<2024. 2. 6. 기후위기를 넘는 시민의 힘 1강 현장 사진, 출처=참여연대>
정책의 빈틈을 메우는 상상의 힘 / 백승민
주거 문제에서 인권을 떠올린 첫 계기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베트남에서였습니다. 하노이에서 일하며 꽤 좋은 아파트에 거주하던 친구는, 처음 왔을 때 잘 몰라서 에어컨을 틀지 않았더니 가방과 이불에 온통 곰팡이가 슬었다고 말했습니다. 곰팡이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는 집에서 축축한 이불을 덮고 밤을 보내며, 이 정도의 집에서 이런 고통을 느낀다면 다른 집에서라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서울에 돌아와서는 하노이의 도시 빈민 문제를 완전히 잊었습니다. 철저히 타자화가 가능한 ‘남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는 일상적으로 곰팡이에 시달릴 일도, 항상 에어컨을 틀어야 해서 전기료를 걱정할 일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서울의 문제라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본 것도 아닙니다.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저는 대학가 고시텔에서 시작해서 아주 느린 속도로 집을 업그레이드시켜 왔는데, 어떤 집에 살아서 편하거나 불편한 것은 충분한 돈을 가지지 못한 나의 문제라고 여겨 왔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집을 보러 다닐 때마다 주거권 문제에 대해 열받아 했지만 일단 새로운 거처를 구하고 나면 조건에 맞게 입주한 이상 지난 열받음은 잊게 됐습니다.
주거권 문제는 자주 타자화됩니다. 어떤 집에 살고 싶다는 욕망은 쉽게 내 것이 되는 반면 어떤 집에 살고 싶지 않다는 욕망은 지금 당장 ‘그런 집’에 살지 않는 이상 여간해서는 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 열악한 환경에 살고 있다고 한들 그것은 자주 개인의 사정으로 여겨지고 시민 일반의 의제로까지 나아가지 못합니다. ‘주거 복지 정책’은 이번 강의의 중요한 주제였는데 이것이 선의를 넘어 정치적인 욕구와 필요, 그리고 의지로 나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강의 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충분한 관심과 예산을 할애하기 위해서는 다른 욕망과 견주어서 우위를 차지해야만 하니까요.
점점 더 많은 거주지가 ‘비적정 상태’에 놓이고 있습니다. 어찌어찌 살 수 있었던 곳들도 홍수나 산불 같은 기후재난이 빈발하며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갑니다. 비자발적인 이주에 대한 지원은 마련돼 있지 않고, 강의의 내용처럼 이러한 이주는 가족의 해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누구나 흔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결할 건데’의 차원에서 이미 괜찮은 집에 살고 있는 다른 주체와의 충돌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강의가 끝난 후 조원들과 함께 주거 정책을 고안하면서도 토론은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대학생 주거 복지를 위해 대학가 민간 임대 주택의 임대료를 상한하는 정책을 내놓았는데, 이미 금융 상품화 되어버린 부동산의 가격을 제한할 수 있을지, 세금 인센티브 등의 혜택이 어느 정도로 매력적일지에 대한 의문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주거와 부동산은 한몸으로 엮여서 조세와 금융, 교육 등의 문제를 받치고 있습니다. 강의에서는 여기에 기후위기와 안전의 문제를 더했습니다. 이 수많은 요소들을 정치적 이해관계와 같이 통제해야만 하니 주거-부동산 정책은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율을 숫자로 환원하거나 전문가에게만 기대는 것은 석연치 않습니다. 한참 이어진 고민에서, 그 틈을 최대한 메우려면 상상의 확장이 필요하단 결론을 냈습니다. 기후위기 상황 속 쪼그라드는 인권을 지키려면 ‘우리’의 범위를 확장해야 응집된 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어설픈 동일시를 넘어 진정한 연대로 나아가려면 어떤 훈련이 더 필요할까요. 이어지는 강의에서 그 피곤하고 힘들지만 의미 있는 과정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