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정보
후기 1
[11월 월례특강 후기] 슬픈 역사의 부메랑
1. 들어가며
11월 3일은 1929년 광주학생의거를 기념하여 제정된 학생의 날입니다. 그리고 비록 군사정권의 연장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전두환 정권의 폭압을 저지시키고 대통령 직선제와 헌법 개정이라는 시민의 힘을 보여주었던 1987년 6월항쟁의 기억도 어언 30년이 다되어갑니다. 지난 10월 마지막 주말부터는 무능·부패로 점철된 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시민들의 촛불이 거리를 밝히고 있습니다. 국가의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역사학자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대한제국 말기의 상황을 언급하는 것이 상례인데 지금 시기도 마찬가지인듯 합니다. 엄중한 국제 정세속에 정권 최고 책임자와 고위 공직자의 무능과 부패로 촉발되는 국민적 분노…….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안타까운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은 당시의 문제점을 해결 아니 개선조차 하지 못하고 기존의 체제가 유지 아니 더욱 굳건해져왔음을 보여주는 것일겁니다. 이런 안타까운 비극의 역사 반복과 구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해 시민의 중지를 모아 국민이 주인되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전환기에 흥겹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역사에 대한 깊고 바른 성찰과 의식을 되새긴 이야기 한 마당이 통인동 참여연대 건물 한 켠에서 펼쳐졌습니다.
2. 1+1, 짬짜면, 양념반 후라이드반......
지난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난 이번 박근혜 게이트에서 많이 접했던 단어 중의 하나가 십상시였습니다. 무능한 황제 대신 내관들이 정치를 쥐락펴락하며 나라를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한 상황을 상징하는 그 내관들처럼 이 어처구니 없는 정부에서 그런 역할을 한 무뢰배들을 뜻하는 것이라는 것은 다들 아실겁니다. 우리에겐 그런 부정적인 의미에 앞서 희화화된 이미지가 강한 것이 내관인데 그런 차림으로 재미있는 강의를 해주시는 걸로 유명한 쏭 선생께서 강의를 맡아 주셨습니다. 11월임에도 꽤 포근했던 저녁시간, 쏭 내관께서는 우선 자신이 걸어온 거침없는 도전기로 첫시간의 포문을 열어 주셨습니다. 중앙대학교의 농구부를 위해 본인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모금을 한 이야기, 당시 사랑했던 여학생에게 고백을 하기 위해 건물에 대형 현수막을 걸었던 추억 등을 친절한 신문 스크랩으로 증명하며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셨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의 활약을 뒤로하고 본인에게 외국 대학생활의 환상을 심어주었던 모 광고를 보고 별 준비없이 출국을 감행하여 영국에서 벌인 좌충우돌 유학분투기와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필리핀에서 벌인 라면가게를 비롯한 사업을 벌인 얘기 등에서는 웃음뿐만 아니라 경이적인 느낌까지 안겨주었습니다. 뒤 이어 역사를 싫어했던 본인이 아버지의 영향으로 TV사극에 푹 빠지게 되었고 내시복을 입고 궁궐 가이드를 하면서 오늘의 유명세의 바탕인 된 책 발간에 이르게 된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하고 싶은 것을 할때 행복하다”는 자신의 철학을 끊임없이 실천한 그 노력에 감탄과 부러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더 놀라게 했던 그리고 그날의 배움터를 더욱 큰 웃음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것은 (강사님의 표현대로) 역사 이야기를 빙자한 자기소개가 한 시간 이상 지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한 마디였습니다. 하지만 그 웃음을 주는 와중에도 사실에 대해 논쟁을 하는 것이 역사교육의 가치이다, 창의력이 경쟁력이다, 이래서 국정 교과서 발간은 문제다 등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해주셔서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여러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같이 큰 웃음을 공유했던 첫 시간을 보내고 16세기 후반 국가운영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7년간의 조일전쟁 후에도 국제정세에 어두워 몰락을 자초한 지배층의 무능, 19세기 후반 미국이 안고있던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노동계급의 열악함의 현재형인 대한민국의 민낯에 대한 강사님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과거의 어두운 역사가 현재까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은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었고 강사님은 그 해결책을 몇가지 제시하면서 15년 뒤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당차고 유쾌한 선언으로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3. The show must go on
강의내내 웃음과 함께 제 머리를 맴돌던 것은 1990년대 초반 대학에 들어가 지금 역사 강사로 앞에선 쏭내관의 개인사 속 한국의 모습이었습니다. 극복하지 못한 박정희 시대의 관치경제, 정경유착과 같은 어두운 유산이 만들어낸 1997년 11월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가속화된 공공성 해체와 사회 전부문의 양극화로 대표되는 사회경제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이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이같은 문제를 개선해주리라 믿었던 민주적인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들어섰지만 시민들의 기대에 미치치 못했고 뒤이어 시대정신과 동떨어진 이명박근헤 정부가 등장하면서 더욱 더 역사가 뒷걸음치더니 온 국민의 얼을 빼놓은 엽기적인 오늘의 사태에까지 이르고 말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마 주말 촛불 집회에 참여하고 계실 겁니다. 이제는 국민의 힘으로 저 오래되다 못해 낡아빠진 세력을 청산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 나라를 한걸음씩 바꿔나가므로써 지긋지긋한 영욕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자원활동가 민동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