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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1
[10월 월례특강] 유머, 통찰과 초탈의 놀이(김찬호)
10월 20일 저녁 7시부터 2시간여동안 진행된 참여연대 아카데미 2016 가을학기 월례특강 후기입니다.
1. 들어가며
밥벌이의 괴로움을 실감하여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요즘보다 더 부아가 치밀어 오르고 헛웃음만 나게 하는 시절이 있었을까? 경찰 물대포로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둘러싼 억지주장과 공권력의 부검 강행 위협, 사회 현실을 풍자하는 한 방송인에 대한 고발 논란, 최모씨와 그 딸이 청와대와 함께 벌이고 있는 엽기적 행각 등 현 정권의 국정농단이 끝을 모르고 날뛰고 있는 이때, 우리의 정신건강을 챙겨줄 수 있는 유머의 본질과 힘에 대한 고찰, 그리고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한마당이 참여연대 아카데미 월례특강에서 펼쳐졌다.
2. 강의 개요
우선 강의에서 처음 눈에 띤 것은 좌석 배치였다. 일방적으로 강사를 바라보는 형태가 아니라 난로 주변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것처럼 둥그렇게 의자가 놓여져 서로간의 기운과 느낌, 그리고 눈빛을 한껏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가 느껴졌다. (물론 처음 강의장에 들어섰을 때는 모두들 이게 뭐야 하는 반응과 약간의 부담감을 보이긴 했지만...) 또 자리를 함께 해주신 김찬호 선생님은 한국인과 한국 사회를 빚어내는 일상의 문법을 추적해온 사회학자로서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감정의 응어리인 모멸감을 사회적․역사적인 지평에서 분석한 저서를 내기도 한 최적의 강사이셨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강사라기 보다는 이야기와 토론을 이끌어내는 퍼실리테이터 역할로서 말문을 여셨다.
3. 유머가 뭔데?
최근 감정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경향부터 알려주신 후 웃음(유머)의 성격, 효과 등을 차례로 짚어주셨는데 그저 어렴풋이 느끼고 알고 있던 유머의 실체가 명확히 머리에 새겨지는 기회가 되었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윤활유로서 경계심․갈등을 해소하며 시선의 전환을 통해 고통을 경감시켜주는 효과를 주는 유머가 기본적으로 연극과 같은 구조이며 말받아치기 등에서 볼 수 있듯 즉흥적인 성격을 띠고 권력관계가 반영되어 있으며 사소한 것을 포착할 때 그 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관점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풍성한 이야기 보따리가 펼쳐졌다. 그리고 유머라는 소재를 다루는 시간이었던 만큼 간간이 강사님이 준비하신 짤막한 개그까지 곁들여져 더욱더 즐거운 시간이 만들어졌다. 1시간여의 강사님의 쾌도난마형 강의가 마무리된 후 그날 참여한 분들의 진솔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유머에 관한 토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4. 나의 유머는, 나의 삶
우선 제기되었던 주제는 유머감각은 후천적으로 습득이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였다. 아무래도 유머있는 사람이 환영을 받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보게 되는 질문일텐데 많은 분들이 본인·주변 지인․친지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모님도 원래부터 우스개 소리를 잘 하셨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지만 교회 모임 등의 종교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혔다, 심지어 유머집을 탐독하고 남들 앞에서 자주 써먹어봤다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적으로 유머는 즉흥적이며 사소한 것을 포착하는 데서 그 감각을 키울 수 있으니 후천적으로 습득이 가능한 분야라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또 한가지 많이 언급된 부분은 성(gender)과 권력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본 관점이었다. 유머감각 있는 남자는 인기가 있는데 왜 웃기는 여자는 그렇지 못한가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여자에게는 유머 이외에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남자는 망가져 볼 수 있는 기회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사회적 분석과 여성에 대한 남성의 시선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현재 사회 추세까지 언급되며 토론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즐겁게 이어진 유머에 관한 수다를 마치며 유머는 인간관계와 사회구조 등이 연계된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고 유머를 통해 자기 위로와 성찰이 가능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야기 과정에서 오간 재미있는 유머를 글로 옮기면 그 감정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려워 후기에 담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참석자 개개인이 갖고 있는 유머감각 향상의 노하우를 공유하게 된 것은 하나의 큰 소득이었지만……
※ 11월 월례특강은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분야 관련 이야기로 알기쉽게 역사를 시민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한 쏭내관과 함께 진행합니다. 주변에서 봐왔던 외화와 국내 사극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낼 예정으로 임진왜란, 병자호란 그리고 근현대사, 우리 역사와 세계사를 넘나들면서 역사관의 지평을 넓혀주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역사에 대한 깊고 바른 성찰과 의식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자원활동가 민동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