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정보
날짜
|
순서
|
주제
|
9.8
|
1강
|
거짓과 진실의 모호한 경계
<주홍 글자> 너새니얼 호손 (양석원 역, 을유문화사. 2011)
|
10.13
|
2강
|
허황된 갈망의 파멸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김화영 역, 민음사, 2000)
|
11.10
|
3강
|
현실을 넘어 사랑을 지킨 여인
<더버빌가의 테스> 토마스 하디 (유명숙 역, 문학동네, 2011)
|
12.8
|
4강
|
인습과 장벽을 뚫고 자유로워지기
<채털리 부인의 연인 1, 2> D. H. 로렌스 (이인규 역, 민음사, 2003)
|
1.12
|
5강
|
거품처럼 꺼진 ‘미국의 꿈’과 사랑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랄드 (김욱동 역, 민음사, 2010)
|
후기 1
[경계를 넘나든 사랑, 서구소설이 그린 그녀] 1강 - 주홍글자
책 읽기 좋은 계절에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준비한 소설 강좌 ‘경계를 넘나든 사랑, 서구소설이 그린 그녀’ 1강으로 [주홍글자]를 읽었습니다. 멋진 제목 덕분인지, 고전 중의 고전인 좋은 소설들을 엄선한 덕분인지 꽉 찬 강의실은 열기나 넘쳐났습니다. 특히 남자분들이 여럿 보인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
미국의 19세기 소설가, 허먼 멜빌과 함께 비로소 미국문학의 기틀을 만든 작가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자’는 아주 흥미로운 책입니다. 소설은 미국의 꿈을 안고 메이플라워 호를 타서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인들의 뉴잉글랜드 사회에서 벌어진 간통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책에서 읽은 인상적인 문구들을 함께 나누는 것으로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김명환 선생님의 한시간 남짓 강의를 통해, [주홍글자]가 쓰여진 배경과 당시 미국 사회 그리고 미국 문학의 흐름을 상세히 짚어주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과 이야기에만 주목했던 우리들은 이러한 배경 이해 덕분에 큰 그림 속에서 소설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지요.
우리들은 벌어진 사건 자체보다도 네 명의 주인공 인물들에 주목했습니다. 주홍글자를 형벌로 가슴에 달고 살아가야 하는 헤스터 프린(Hester Prynne), 그녀의 불륜 상대인 딤즈데일 목사(Rev.Arther Dimmesdale), 그들의 딸 펄(Pearl), 그리고 헤스터의 전남편 로저 칠링워스(Roger Chillingworth).
저는 헤스터 프린의 모습에서 긍정적이고 선도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작가 호손은 그녀가 점차 공동체의 치유자, 조력자, 사회복지를 실현하는 자로 그려, 권위와 높은 권세를 가진 남성들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성이 공동체의 회복에 적격이라는 메시지를 준다고 보았습니다. 헤스터는 죄와 고통을 겪으면서 단련되고 슬픔의 시간을 거치면서 점차 자신의 가진 것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고, 슬픔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해줍니다. 세월이 흐르며 그녀는 치유자이자 멘토가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이 부분 말씀하셨지요. 왜 고통받는 여인들이 목사나 신 앞에서가 아닌 죄인 헤스터에게 죄를 고백하는 지에 대해.
헤스터의 가슴에 붙어 있는 글자 A의 의미는 그로 인하여 Adultery (간통)에서, Angel (천사), Able (능력)으로 변해갑니다.
그러나 호손은 초자연적인 몽상적인 스타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동시에 애매하고 모호한 표현들을 중간중간에 쓰고 있어 호손의 여성관이 과연 진보적인지 보수적인지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사회 변화를 위해 ‘다른 모든 난관을 극복하면 마지막으로 여성 자신이 보다 더 큰 변화를 겪어야 이런 예비적인 개혁이 득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문장들이 그렇습니다.
수강생들은 네 명의 주인공들 중에서 누가 가장 고통받는가 생각해보았습니다. 한 분은 전에 여성학자 정희진씨가 홍상수, 김민희 커플의 연애로 가장 고통받는 자가 누구인지 질문을 던졌던 것을 빗대어, 소설 속 인물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에 대해 다들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로저 칠링워스라는 분도 있고 딤즈데일 목사라는 분도, 혹은 어린아이인 펄이 가장 고통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었어요.
주홍글자를 가슴 속에만 간직하고 고백하지 못하는 딤즈데일 목사는 너무 약하고 비겁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특히 헤스터가 칠링워스에 대해 전남편이라는 걸 알렸을 때 헤스터를 비난하지요. 그는 ‘헤스터 당신은 가슴에 숨김없이 주홍글자를 달 수 있어 행복한 거예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오 헤스터 프린 당신은 이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모를 거예요’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딤즈데일 목사가 그토록 괴로워하며 왜 도망치거나 고백하지 않은지 의아해하는 분도 계셨지요.
한편 펄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펄의 내면이 어떠한지, 왜 펄의 모습을 묘사할 때 왜 늘 자연 (꽃, 물, 하늘)이 등장하는지에 대해 질문이 나왔습니다. 주홍글자의 화려한 현신인 것 같은 펄의 상징도 생각해보았고요.
칠링워스의 변화와 인간됨에 대해서도 동정하는 분들과 비난하는 분들이 다양했습니다. (특히 한 남자분이 남편으로서의 칠링워스를 혹독하게 비난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 저는 칠링워스가 신 앞에 오만한 인간의 과학기술의 맹신의 상징이기도 하다고 여겼습니다. 이성/과학 문명이 신의 질서를 압도할 수 있다는 당시 믿음에 호손은 부정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너무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과 질문이 많아서 두시간 반의 강의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네요. 같이 수강하는 제 친구는 나중에 문자가 와서 ‘고전은 파도 파도 끝없이 나오는 샘물 같다’고 너무 재미있는 강의였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고전의 바다는 그렇게 깊습니다. 다음 시간에 읽을 플로베르 소설 ‘마담 보바리’도 아주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