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정보
본 강좌는 정원(40명)이 있는 강좌로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로 조기마감되었습니다!
혹시 대기로 명단을 올리실 분들은 아카데미 느티나무로 메일(people@pspd.org) 부탁드려요.
강의소개 |
날짜
|
순서
|
주제
|
강사
|
|
01.14
|
1강
|
토건 공화국의 국민에서 생태적 시민으로
4 대강 사업을 비롯한 대형 토건사업의 성찰
|
정태석
|
|
01.21
|
2강
|
기후 변화와 시민의 삶
|
박순열
|
|
01.28
|
3강
|
과학기술사회에서 시민으로 살아가기
|
이영희
|
|
02.04
|
4강
|
에너지 소비자에서 에너지 시민으로
탈핵과 재생에너지
|
박진희
|
|
02.11
|
5강
|
디지털 시민의 탄생과 활동
|
진달용
|
|
02.25
|
6강
|
식품안전 문제와 시민
|
강윤재
|
후기 6
[시민의 눈으로 과학기술 읽기] 6강, 식품 안전
[시민의 눈으로 과학기술 읽기] 5강, 소셜미디어 시대
[시민의 눈으로 과학기술 읽기] 4강, 재생에너지
[시민의 눈으로 과학기술 읽기] 3강 바람직한 시민상
[시민의 눈으로 과학기술 읽기] 2강, 기후변화
강의소개 보기 >>클릭
1강 후기 보기 >> http://goo.gl/H3SKlG
==========================================================================
얼마 전 종영한 뉴스룸이라는 미국드라마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내용이 나왔던 적이 있습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뉴스 인터뷰에서 기상학자이자 환경부 고위공직자인 인터뷰이가 기후변화는 이미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우리는 모두 곧 다가올 종말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고 해서 뉴스 스태프들이 모두 당황하던 장면이 있었어요. 그 장면을 보면서는 웃고 말았는데, 이번 강의를 듣고 나니 그것이 과장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기후변화는 그 심각성에 비해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하는 주제지요. 2강의 박순열 선생님은 기후체계가 복잡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각국의 정책적 대응을 일괄적으로 묶어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역시 지난 강의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과학기술은 우리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일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대상입니다.
그런 과학기술에 대하여 더 알려고 하고 더 다가가려고 하는 시도보다는 오히려 전문가들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리라고 믿고 맡겨두는 경향이 많지요. 박순열 선생님이 우려하는 것은 그런 과학기술의 전문가/기술관료들은 종종 프로케테우스적인 과학기술관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기술은 계속 선형적으로 발전할 것이며, 이를 이용하여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즉, 문제상황의 정치, 사회, 문화적 측면은 그대로 놔두어도 과학기술만 발달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거예요. 문제는 해결책으로 사용한 과학기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험과 문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그것도 더 심각하고 어려운 위험들이요. 기후변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박순열 선생님은 기후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첫번째, 문제를 낯설게 보는 상상력과 두번째,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국과 중국이 1, 2위를 다투고 있다고 하죠. 하지만 누적량은 미국이나 영국 같은 기존의 서구선진국들입니다. 기후변화라는 문제를 야기한 국가와 피해를 보는 국가가 같지 않다는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모든 국가에게,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똑같은 양이나 비율의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감축 정도에 대하여 어떻게 차등을 둘 것이냐를 정하기 위해서도 수 많은 논의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지난 2014년에도 브리즈번 액션 플랜이나 리마기후변화 당사국총회 등에서 온실가스 감축 방법에 대하여 전 세계가 동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애써왔고요. 훌륭한 예로서 EU는 1990년 배출량 대비 40%까지 감축하기로 합의했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그와는 다르게 2030년 예상 배출량을 기준으로 감축하겠다고 했다지요. 이는 현재까지 한국의 산업구조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태도예요. 앞에서 말했던 프로메테우스적 과학기술관과 맥락이 같죠.
하지만 한국은 평균 해수면 상승폭이나 평균 기온 상승폭이 높은 국가입니다. 안 그래도 낮은 식량자급률은 기후변화가 가속화될 수록 더 낮아질 것이고요 불행히도 우리는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가 얼마나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고 있어요.
정부의 태도는 아까 언급한 대로 기존의 산업구조에 대하여 아무런 반성이 없습니다. 정부에게만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는 만큼 대안으로는 거버넌스가 제시됩니다.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생태 시티즌십을 박순열 선생님은 제안합니다. 시티즌십은 시민권/시민 자격/시민성 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단어로, 올바른 번역에 대한 합의가 없어서 지금은 시티즌십이라고 하기로 해요.
생태시티즌십은 시민 스스로의 정체성을 도시적, 국가적 틀어서 벗어나서 지구적인 틀에서 찾는 것을 말합니다. 생태적으로 건전하면서도 민주적인 시민이 되자는 겁니다. 기후변화의 해결책은 곧 지금까지의 발전양상, 편의를 포기함을 의미합니다. 그러한 ‘포기’를 좋은 삶으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가치 판단을 거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면을 고민하고 기존의 삶, 즉 과학기술에의 맹목적 신뢰를 버리고 고민하는 시민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과학기술을 전면포기하자는 것도 아니고, 과학기술을 맹신으로 남들을 싸잡아 비난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개인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전지구적 위기 앞에서 구조맹, 사회맹, 생태맹으로 남아있을 수는 없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입니다.
강의 막바지에 박순열 선생님은 울리히 벡의 해방적 파국에 대해서 말하셨습니다. 기후변화의 위기는 이미 막을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늦추는 것도 의미없는 일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다고 삶이 멈추는 것은 아니기에 그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하자는 것이죠. 그동안 우리는 삶에 바빠 국민으로만 살아오고 시민으로는 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울리히 벡이 옳다면, 눈을 돌릴 수 없을 만큼 명백한 위험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긍정적인 정치효과를 낳을 수도 있겠지요. 좌절을 넘어서는 희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좋은 강의였습니다.
[시민의 눈으로 과학기술 읽기] 1강, 토건공화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