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김진숙이 말하는 희망과 배움

  • 강사

  • 기간

    • 2012. 2. 29 ~ 2012. 2. 29
  • 시간

    • 수요일 19:00~21:30 총1회
  • 수강료

    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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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세 정보

     

    강좌소개 |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는 2012년 봄 학기 오픈특강의 강연자로
    희망버스 김진숙(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님을 모십니다.
     
    한진중공업 내 35m에 달하는 85호 크레인에 올라 300일 넘게 고공농성을 했던 김진숙님,
    매서운 추위, 뜨거운 무더위, 엄습하는 고독과 공포를 뚫고 싸워온 그녀는
    지금 우리에게 '희망'이란 키워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희망'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방향으로 희망을 일궈야 하는지
    그 길에 우리들의 배움은 어떠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봅니다.
     
    강의정보 |
    일시 : 2012. 2. 29 수 오후 7시~9시30분
    장소 :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지하1층)
    참가비 : 1만원 (회원 할인 혜택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 장소 관계로 50명 (입금)선착순 마감됩니다. 신청을 서둘러 주세요

     

    후기 1

    • 오픈특강 - 김진숙,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2/29)

      2012.4.5 느티나무 희망버스 김진숙이 말하는 희망과 배움

      김진숙,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게 아닌데내 맘은 이게 아닌데

      널 위해 준비한 오백 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

      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이 아니야

      그보다 더욱더 로맨틱하고 달콤한 말을 준비했단 말야

      뜨거운 감자의 노래 ‘고백’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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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조숙위 수강생

       

       

       

      1

       

      2월의 마지막 날김진숙씨가 하는 강연을 들었다. 1시간 남짓 이어지는 강연을 듣는 내내 난 ‘사랑’이라는,그 미치도록 진부한 단어를 떠올리고 있었다그녀가연단에 서서그동안 매체를 통해 알고 있던 내용과 그리고 그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을 섞어가며 좌중을 압도하고 있을 때난 너무 추상적이어서 가끔 사람들이 생각하고 말하는 ‘사랑’이라는 게 사람 머릿수만큼 존재하는 거라고 투덜거렸던 바로 그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그녀는 강의 내내 단 한 번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그럼에도 난 그녀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강의의 소감을 말해야 한다면 흔해서 멀미가 날 지경인 ‘사랑그놈’을 가지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난 그날 그녀의 수척한 얼굴에서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발견해내지 못했다.

       

      2

       

      그녀는 겨울의 칼바람이 부는 1월의 새벽, 35m 높이의 크레인에 올랐다자신의 동료(김주익) 129일을 살다 목숨을 저버린 그곳... 그 허공을 향해 오르며 그녀가 품었을 숱한 생각과 감정들을 난 상상해 낼 수가 없다너무 추워서 내일 올라갈 껄...하는 후회가 들었다고좌중을 향해 그런 농담을 던지며 애써 그녀가 잊으려 하는 그 깊고 어두운 마음의 자락을 나로서는 도저히 가늠해 볼 길이 없었던 거다애초에 사람이 살기 위한 공간이 아닌 곳에이 세상에서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라는 목표를 가지고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해가며 오른다는 것 자체가 온통 모순이 아니던가...

      의지할 것이라곤 냉기 서린 쇠벽 하나뿐인하늘을 향한 그 차갑고 어두운 터널의 끝에서 그녀가 처음 맞닥뜨린 건 먼저 간 동료의 죽음이었다.

       

      “크레인을 향해 올라가던 중 어느 난간 하나를 잡았는데소름이 쫙 끼쳤어요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곳이 바로 김주익이 죽어간 자리였더라구요...

       

      그 촉감은 크레인에 오르고서도 1주일이 넘게 생생하게 기억됐다그리고 그 기억과 함께 그녀는 그의 시신이 놓여있던 바로 그 자리에서그의 죽음에 끝까지 냉담했던 세상과의 기나긴 싸움을 시작했다.

      50년 가까이 살아낸 이 땅 위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올라간 죽음의 자리그 높은 곳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세상을 내려다보았다동료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간신히 하루하루를 이어갔던 허공 위의 삶하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사측과 정부가 똘똘 뭉쳐 퍼붓는 공세는 나날이 집요해져만 갔고 그와 더불어 그녀의 곁을 지키던 사람들도 하나둘 사라져갔다.

       

      “위에서 보면 다 보여요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 숫자가 줄어드는 거를 지켜봤죠나중엔 조합원의 3분의1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더라구요.

       

      그녀는 말했다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이 크레인에 올라갈 때 조합원의 수가 2500명이었다고... 그 숫자가 내내 계속 함께 했다면만약 그랬다면 김주익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누군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아니었다동료들이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기에 오히려 그녀의 목소리는 바닥으로 더 낮게 깔렸다인간이기에 반드시 지켜내야 하고 또 인간이기에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은 것들을 위해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걸어야 하는 세상... 그렇게 가진 모든 걸 버려도 사람답게 사는 거 하나 지켜낼 수 없는 세상... 우리가 가슴에 따스한 무엇 하나를 남겨두고 사는 것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그런 우리들의 세상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바닥으로 다시 바닥으로그렇게 낮게만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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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바람이 불면 모든 공간이 함께 흔들리며 울어대는 그 아찔한 높이에서 그녀의 시간들은 어떻게 흘러간 것일까... 그런 시간의 풍경을 가늠해 볼 새도 없이 그녀의 육성이 날카롭게 치솟는다.

       

      “저는 세상에서 곧 잊혀졌습니다.... 답답했지요하지만퇴로가 없었습니다제가 뭐 여러 가지 조건을 달고 그곳에 올라갔더라면그 중 몇몇은 양보하고 또 합의하고 그렇게 내려올 수도 있었겠지만저는 단 하나의 조건만을 내걸었습니다‘정리해고 철회’... 그러니 이게 해결 안 되면 내려올 방법이 없는 거죠.

       

      내려올 길이 없는 곳에 올라간이 시대 또 한 명의 바보그 바보가 아침마다 깨어나 내려다보던 저 아래 세상그곳에서 겨울이 지나고 봄의 기운을 머금은 바람이 불고 다시 계절이 바뀌어갈 채비를 하던바로 그 무렵이었다‘희망’이라는 이름의 버스들이 도착한그녀가 누누이 ‘기적’이라 말하는 그 사건이 일어난 건 말이다.

       

      “크레인에 올라간지 157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6 11일에 희망버스와 ‘김여진과 날라리외부세력’이 왔어요그때 조합원들이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웃는 걸 봤어요그들은 제게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갔습니다.... 그게 도저히 웃을 수 없는 곳에서 웃을 수 없는 싸움을 하는 제게 내내 화두가 되었지요.

       

      ‘웃으면서 싸워야 남들과 함께 싸울 수 있고 그렇게 함께 싸워야 끝까지 싸울 수 있다’라는 명쾌한 답을 얻기까지 그녀는 크레인 위에서 마치 전쟁과도 같은 삶을숨 쉴 때마다 끝임 없이 달겨드는 죽음의 기운과 함께 살아내야 했다.

       

      희망이 기적의 얼굴을 하고 다녀간 이후그나마 크레인 근처에 머물고 있던 사람들은 시퍼런 용역들의 등쌀에 떠밀려 모두 다 쫓겨났다그녀에게 하루 세끼 끼니를 올려주던 황이라씨만이 우여곡절 끝에 유일하게 남은 자가 되었다그 외로운 자리로 다시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비수가 날아들었다.

       

      “어느 날 트윗을 통해서 제게 이런 메시지가 왔어요70년대 암흑의 시기를 전태일이 횃불이 되어 밝혔고, 80년대는 박종철이 그랬고 그리고 이제 그대가 이 시대를 위해 횃불이 될 차례다’라고 쓰여있더군요.

       

      그녀는 생각했다이 싸움은 진짜 내가 죽어야 끝날 것인가....

      아무리 표현하려해도 그저 ‘고통스러웠다’라는 한 마디 외엔 방법이 없는 그녀의 시간들그 지옥의 한가운데로 날아든 메시지는 그렇게 그녀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세상의 다른 한편에선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그녀의 살아있음을 기도하고 있다는 걸그 간절한 마음들의 목소리를 그녀는 기억해냈다.

       

      “저녁 여섯시만 되면 잊지 않고 나타나 백배서원을 하시던 분들크레인 옆에서 미사를 보시던 신부님과 수녀님들... 그분들을 저는 하나도 모릅니다제게 무슨 일만 있다고 하면 서울에서고 부산에서고 쫓아왔던 날라리들여름방학을 꼬박 화장실도 없는 크레인 옆에서 보낸 그 많은 학생들... 당신들은 무엇이 그렇게 간절합니까어떤 마음으로 이 먼 곳까지 달려오는 겁니까....

       

      그 질문들을 그녀는 그들과 얼굴을 맞대고 앉아 묻고 싶었다그들은 왜 나를 살리고 싶어 하는가... 그리고 끝내 묻지 못했던 그 질문들은 그녀의 가슴 한켠에 쌓여 다시 그녀의 생명을 밝히는 횃불이 되었다.

      죽지 않으리라....

       

      1차 희망버스에 700명이 왔어요. 2차에는 1200명이 왔구요. 3차 때는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자 이분들이3시간이나 산을 타고 넘어서 왔습니다.... 어느 날 어디선가 막 무언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어요첨엔 절 부르는지도 몰랐어요그렇게 30분이 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저 멀리아파트 동과 동 사이로 사람들이 저를 향해 손을 흔들어대고 있었습니다제 이름을 부르면서 말이죠‘진숙아!....

       

      그녀는 그날 사람들과 그렇게 만났다한 무리의 사람들이 크레인이 보이는 좁은 공간에 와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그리고 그들이 가면 다시 그 뒤를 이어 또 다른 무리가 올라와 같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댔다그녀도 마주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그녀는 그날 6시간을 넘게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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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9그 숫자를 새기고 그녀가 내려왔다그리고 그 무엇보다 그녀는 그곳을 살아서 내려왔다그녀의 목에 걸린 꽃다발이 의미하듯 그녀는 싸움에서 승리했다하지만 그녀는 승리의 결과보다 ‘살아 있음’이라는 것으로 세상이 그녀에게 보여준 사랑에 뜨겁게 보답했다.

      누군가의 이름을 간절히 부른다는 것... 그 사랑의 행위 안에서 지켜낼 수 있었던 한 사람의 생명그리고 그 살아 돌아온 생명이 다시 세상을 향해 목 놓아 부르는 애틋한 이름들...

      이런 사랑을 두고 그 누가 감히 ‘그 흔한 말’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가 들려주는 가슴 시린 이야기들을사람들이 죽어간 핏빛의 이야기들을 듣고 나서도 돌아오는 내내 마음 한 구석에 온기가 남아있었던 건한때 그녀의 동료를 죽이고 그녀를 잊었던 세상에 대해 그녀가 다시금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고객조차 모조리 사랑하는 이 사랑과잉의 시대에 아직도 흔하지 않은 말로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언어로 ‘사랑’을 실천하는 자.... 그녀는 그렇게 세상의 중심에 올라 사랑을 외쳤다.

       

            인간을 인간으로서그리고 세상에 대한 그의 자세를 

            인간적인 자세로서 전제한다면,

            너는... 사랑은 오로지 사랑하고만신뢰는 오직 신뢰하고만 교환할 수 있다.

            네가 사랑을 하게 되더라도 그 사랑에 화답하는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그리고 너의 생활표현으로 너 자신을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너의 사랑은무력하고 불행한 것이다......

                                                           <1844년 경제학 초고>, 칼 마르크스

       

      우리의 가슴에 남아있는 ‘사랑’은 어떠한가... 그것은 이내 흔하고 진부한 것이 되어 딱딱하게 버려졌는가... 김진숙그녀는 강의를 위해 오백가지 멋진 말들을 준비해 왔다그리고 이젠 우리가 그보다 더 로맨틱하고 달콤한 말을 준비해야 할 차례다내 옆에 선 이에게내가 모르는 이들이지만 그토록 나의 얼굴을 닮아있는 그들을 향하여...  우린 그렇게 세상을 향한 뜨거운 고백을 준비해야 한다.

       

       

      나의 사랑은,   더 이상 무력한 것이 아니다....  라는 그 사랑의 고백을 말이다.

       

       

       

      글 | 아카데미 수강생 박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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