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읽는 이슬람 사회와 문화

  • 강사

  • 기간

    • 2012. 3. 28 ~ 2012. 5. 9
  • 시간

    • 화요일 19:00~21:30 총6회
  • 수강료

    90,000

    • 파격 할인혜택
    • 참여연대 회원45,000

    각종 혜택 적용은 로그인 > 마이페이지에서 진행됩니다

    상세 정보

    강좌소개 |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부터 중동 북아프리카 민주화까지
    지난 10여 년 동안의 커다란 사회정치적 사안을 계기로 무슬림 세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슬림 사회의 고민을 그들 자신의 주체적인 눈으로 접하고 공부할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이번 강좌는 이슬람 세계를 대표하는 문학작품을 함께 읽으며, 작품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그 작품의 시대적 환경과 분위기, 그리고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가 역사 속에서
    또 그들의 삶에서 어떻게 충돌하고 화해하는지,
    이슬람 민중들의 삶과 사랑, 희망과 절망은 어떠한지
    인간보편의 관점과 작가들의 통찰적 시선에 접해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강의 일정 |

     

    날짜
    순서
    주제
    강사
    3.28
    1
    <천일야화>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른다
    이동은
    4.04
    2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이슬람 전통 화풍과 서양 화풍의 충돌
    이난아
    4.18
    3
    오르한 파묵 <눈>
    급진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간의 갈등
    이난아
    4.25
    4
    오르한 파묵 <이스탄불>
    이스탄불은 내게 변방이 아니다!
    이난아
    5.02
    5
    알라 알아스와니 <야쿠비안 빌딩>
    2011년 아랍시민혁명의 예언서
    김능우
    5.09
    6
    살와 바르크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이집트 현대 여성의 삶
    김능우
     
    강사소개 |
    이동은 한국외대 아랍어과 연구교수, <바그다드> 저자, <칼릴라와 딤나> 역자
     
    이난아         
    오르한 파묵의 『순수 박물관』, 『검은 책』, 『이스탄불』, 『내 이름은 빨강』,
    『눈』, 『순수박물관』역자, 『터키 문학의 이해』, 『오르한 파묵과 그의 작품 세계』(터키 출간),
    『한국어-터키어, 터키어-한국어 회화』(터키 출간) 저자.
     
    김능우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연구교수,
    『아랍시(詩)의 세계』, 『한국어-아랍어 사전』(공저),『중동여성문학의 이해 1, 2, 3』(공저) 저자,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야쿠비얀 빌딩』,『세계민담전집-아랍편』(편역) 역자.
     
    참고도서 |
    <내이름은 빨강>(오르한 파묵, 이난아 옮김, 민음사,)
    <눈>(오르한 파묵, 이난아 옮김, 민음사)
    <이스탄불>(오르한 파묵, 이난아 옮김, 민음사)
    <천일야화>(앙투안 갈랑,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야쿠비안 빌딩> (알라 알아스와니,김능우 옮김, 을유문화사)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살와 바르크, 김능우 옭김, 아시아)
     
    강의정보 |
    2012. 3. 28 ~ 5. 9 (화) 총 6회 오후 7시~9시30분
    장소 :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지하1층)
    수강비 : 9만원(참여연대 회원 50% 할인)

    후기 4

    • 문학으로 읽는 이슬람 6강 -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5/9)

      2012.5.18 칸쵸 문학으로 읽는 이슬람 사회와 문화

      [문학으로 읽는 이슬람 사회와 문화 6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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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랍문학 마지막 강좌는 살와 바크르의 책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로 진행되었다.

       살와 바크르는 이집트의 페미니즘 여성 작가이다. 기존의 아랍 여성 작가들의 일반적인 페미니즘 경향은 남성의 억압이 여성 고난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살와 바크르는 여성 고난의 원인이 남성 중심 사고와 사회적 가치관을 비판 없이 인정하는 남녀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작품들에는 주로 하층민에 속하는 여성들의 고난을 형상화되어 있다. 그러나 그 고난의 원인을 규명하고 남녀 간의 투쟁이나 남성에 대한 여성의 적대적 태도를 지향하기보다는 여성 인격을 폄하하는 사회 관습과 가치관 개혁을 통해 남녀 해방이 이루어지는 것을 그리고 있다. 
       
       살와 바크르는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는 소설을 통해 이집트 여성 재소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예전 작가가 잠시 감옥에 있었을 때 감옥의 여죄수들과 대화를 나눈 경험이 이 소설의 모태가 되었다고 한다. 감옥에는 여러 사연을 가진 15명의 죄수들이 있고 서술자인 아지자의 입으로 여러 상황들이 설명이 된다. 아지자는 알렉산드리아 귀족층 여자이며 살인죄로 수감이 되었다. 그는 어린 자신을 성적으로 유린했던 자신의 새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그가 사랑을 배신한 것을 알고 결국 죽이게 된 것이다. 감옥에 수감된 여성들은 그런 식으로 내용은 각각 다르지만 저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지고 수감되어있다. 아지자는 황금마차를 타고 하늘로 가는 상상을 통해 현재의 힘든 상황을 도피하려고자 하는데 재소자들의 이야기들을 듣고 자신의 황금마차에 탑승시킬 사람들을 고른다. 거기에는 나름의 탑승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은 그녀가 남성, 제도 또는 사회적 통념에 의한 희생자인가하는 것과 희생정신, 형제애 같은 도덕적 요소도 포함되어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15명의 여성 재소자들은 단지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아니라 남성 중심의 가치관에 희생된 희생자이기도 하다. 그들이 정상적인 삶의 범위를 벗어나 교도소에 오게 된 이유는 남성들의 폭압, 권리 침해 같은 계기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작가 살와 바크르가 바라보는 여성문제, 사회문제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주는 구체적인 예가 되고 있다. 

       지난 5강에 이어서 강의를 진행해 주신 김능우 선생님께서는 책에 대한 설명에 앞서 이집트 여성 문학의 발전과정과 여성해방 운동의 전개 과정을 함께 설명해주셨다. 이집트의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은 19세기 후반 시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난 아랍문예부흥 운동과 무함마드 알리의 현대화 계획에 힘입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점차 여성 교육이 증가함으로써 자신들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던 여성들의 의식은 깨어나게 되었다. 작가 살와 바크르에게도 글쓰기는 단지 억눌린 감정을 발산하는 통로만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구축하는 하나의 방법이자 도구로 작용했다.

      수업이 끝나고 1층에 있는 까페 통인에서 김능우 선생님과 함께 하는 뒷풀이가 이어졌다. 수강생들은 대부분이 여성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책 내용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쉽게 형성되었다. 남성들에게 핍박을 받았던 여성들의 복수가 통쾌하게 들렸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집트에서 여성문제를 제기한 남성 지식인들 중 하나인 까심 아민 (1863~ 1908)은 근본적으로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다고 말했고 여성의 참여 없이 이집트는 문명국가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세기가 지났지만 여성은 여전히 소수 집단으로 존재하고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한다. 그러나 살와 바크르가 생각했던 것처럼 이 문제들은 여성들이 연대해서 남성에 대항하는 방식만으로 해결 되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페미니즘이 하나의 권력 집단이 되는 것도 또한 페미니즘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현실 불가능성을 말해주는 것 같이 단정적으로 들려 조금 슬프다는 생각을 했다. 황금마차의 승천을 그들이 꿈꾸던 여성해방이라 간단히 말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황금마차는 승객들을 태웠고 마차 창문과 문들을 단단히 닫았으며 백마들은 황금 날개를 움직이며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 올랐다! 
       

       글 : 최혜진 수강생, 자원활동가


       

    • 문학으로 읽는 이슬람 4강 - 오르한 파묵<이스탄불> (4/25)

      2012.5.2 느티나무 문학으로 읽는 이슬람 사회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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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 서울 하면 떠오르는 작가가 있나요?”
      오르한 파묵의 책으로 총 3강을 맡아주신 이난아 선생님의 마지막 강의였다.

      이스탄불은 오르한 파묵이란 작가를 만든 곳입니다.

      오르한 파묵이 만약 이스탄불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과 같은 소설을 쓰지 못했을 거예요.

      일찍이 발터 벤야민은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책에서 도시와 문학에 대한 관계를 연구했었죠. 그만큼 이스탄불이라는 도시는 오르한 파묵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공간입니다. 나보코프, 네이폴 같은 이민 작가들도 이렇게 말했지요.
      “내가 창조적 정체성을 유배 혹은 이주에서 얻었던 것처럼, 내가 항상 같은 집, 거리, 풍경 그리고 도시에 매어산 다는 것이 나를 나타낸다.“ 그처럼 이스탄불도 오르한 파묵의 정체성을 형성했던 도시입니다.

      현재 터키의 수도는 앙카라이지만 이것은 1923년 터키 공화국이 선포되면서부터 지정된 곳이라고 한다. 그 전까지는 이스탄불은 동방 그리스도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정치, 문화, 종교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했던 도시였다.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이 현재의 이스탄불인 것이다. 그처럼 이스탄불에는 과거의 영화를 간직한 문화유산들이 많다. 

      일례로 이스탄불에 있는 술탄 아흐멧 자미라는 사원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곳은 오스만 제국 14대 술탄 아흐멧 1세가 1616년 준공한 사원으로 블루 모스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곳은 이슬람의 자존심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다.

      오르한 파묵은 과거 문화, 정치, 종교의 중심지로 찬란했던 이스탄불이 지금은 세계의 변방으로 밀려난 것을 자각했다. 부유하게 자랐던 그에게도 외곽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슬픔과 분노가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글쓰기란 그 깊숙한 비애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는 사람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닮아 있다는 낙관적인 믿음을 가지고 언젠가는 자신의 글이 읽히리라는 신념으로 꾸준히 글을 썼다.

      그는 터키에도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그것이 서양 문명 중심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 문제의식은 역시 그의 작품에 오롯이 녹아있다.

       

      “여러분 오르한 파묵에 대해 알고 싶으면 이스탄불을 먼저 읽으세요.”
      이난아 선생님은 이스탄불을 먼저 읽으면 오르한 파묵에 대해 이해가 빨라진다며 일독을 권했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해 정말 치밀하게 탐구하는 작가였어요.
      서울은 여러분께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는 서울하면 생각나는 작가가 있나요?” 수강생 한 분이 말씀하셨다.
      “외국에서 온 제 친구는 서울 사람들이 항상 짐을 싸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대요. 집값이 오르면 바로 떠날 사람들처럼. 마치 뿌리 뽑힌 사람들처럼”

      질의 응답 시간에 계속되었던 논의들은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해서, 서울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앞서 얘기했던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제기되었다는 도시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도 맞닿아 있을 것이다.   
       

      글 :  자원활동가 최혜진 수강생

    • 문학으로 읽는 이슬람 4강 - 오르한 파묵<이스탄불> -파묵의 이스탄불 그리고 우리의 서울 (4/25)

      2012.4.27 보고타 문학으로 읽는 이슬람 사회와 문화

       오르한 파묵을 다룬 세번째 수업이자, 이슬람 문학 수업의 4강은 오르한 파묵의 <이스탄불>을 다뤘다. <이스탄불>은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 터키의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자전 에세이이다. 그러나 한 유명한 소설가의 자전 에세이라 하여, 자의식 충만한 예술가의 '난 어떻게 성공했는가'라는 자기자랑 가득한 자서전이라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 책의 제목은 '이스탄불'이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이스탄불에 대한 서술에 책의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한 때 세계의 중심이었던 도시에서 지금의 변방의 도시로 전락한 이스탄불의 비애어린 영혼이 책의 전반을 지배하는 주요한 분위기로 자리잡고 있다. 그는 그 자신의 삶에 대한 서술이든 이스탄불에 관한 서술이든, 책의 곳곳에서 음울한 흑백의 색깔을 띤 이스탄불의 '비애'를 계속해서 등장시킨다. 이 책에서 그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재능있었고 뛰어났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이 평생을 살아온 고향이자 자신의 문학적 영감의 원천이 되었던 '이스탄불'과 그 이스탄불 속에서, 이스탄불의 영혼을 흠뻑 머금고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해서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스탄불의 수많은 폐허들과 뒷골목을 아주 좋아했다. 오르한 파묵이 방황하던 젊은이였을 때, 그는 이스탄불의 골목 골목을 수도없이 걸었다. 이 책을 읽은지 몇 달이 지나서 내용의 대부분이 가물가물 하지만 그가 이야기하던 이스탄불의 지저분한, 곳곳에 폐허가 있는 가난한 변두리 마을의 골목들과 그 골목들을 찍은 흑백사진들만은 여전히 인상깊게 남아있다. 그가 말한 이스탄불의 '비애'라는 것도 이렇게 이스탄불 곳곳을 걸으면서 느꼈고, 그도 모르게 흡수했을 것이다. 한 때 세계의 중심이었던, 도시의 과거의 위용을 슬프게나마 보여주는 폐허들, 폐허, 화재터, 허물어진 벽들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는 골목의 빈곤함과 지저분함 속을 걸으면서 말이다. 


       "한편 이 죽은 문화, 몰락한 제국의 비애는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이는 내게 서구화와 현대화 바람보다는 몰락한 제국이 남긴 슬픔을 안겨주었고, 가슴 아픈 기억들로 가득찬 물건들로부터 벗어나려고 허둥거리는 느낌을 주었다. 갑자기 죽은 아름다운 애인이 남겨 놓은 파멸적인 추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옷, 장신구, 물건, 사진 들을 다급하게 버리는 것처럼. 그 자리에 강하고 새로운 것, 서구적 혹은 토착적인 현대적 세계를 건설하지 못했기 대문에 이 모든 노력은 더더욱 과거를 지우는 셈이 되었다. …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서서히 나의 내면에 영향을 미친 이 모든 이상함과 슬픔을 나는 답답함과 침울함으로 어린 시절에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에게 도시 곳곳에 음울하게 가라앉아 있는 '비애'란 영혼을 잠식하는 슬픔이면서 동시에 그것이 승화된 아름다움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비애'는 그의 예술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 변두리 마을로 놀러 가면, 그림을 보듯 멈춰서 보고 싶은 이러한 '회화적인' 아름다움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어느 시점 이후에는 우연이라고 하는 것도 옳지 않은 것 같았다. 오늘 날은 대부분 사라져 버린 그 침울한 폐허들은 내 어린 시절 이스탄불의 영혼이었다.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흐른 후, 그 당시에 내가 도시의 영혼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의 '발견'과 그것이 아름답고 '정수'라고 결정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안에 우연들과 많은 반응이 있는 에움길을 통해 실현되었다."


       이렇듯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의 음울한 영혼과 그 영혼 속에서 비애에 젖어 고군분투하던 오르한 파묵, 그리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과 예술을 발견하고, 창조성과 삶의 원동력을 이끌어 낸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파묵의 예민한 감수성에 감탄하게되는 동시에, 그러한 감수성을 자라날 수 있게 해준 이스탄불이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느껴진다. 이난아 씨와 수강생들 모두가 공감한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그러면서 모두가 서울을 떠올렸다. 왜 서울을 치밀하게 느끼고 표현해낸 작가는 한국에 없는가, 과연 서울에 예민한 감수성이 자리잡고 발 디딜 틈이 있는가 등등에 대해 모두가 이야기 했다. 난 이날 오갔던 많은 이야기들 중 서울이 "괴물이 되어간다"고 했던 말이 기억에 가장 남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끊임없이 덩치를 키우며 뿌연 김을 토해내는 서울, 온통 콘크리트 빌딩과 아파트들이 빽빽히 숲을 이룬 서울이 떠올랐고, 무서워지는 동시에 안타까웠고, 그 안에 사는 우리가 불쌍해졌다. 젊은 시절의 오르한 파묵처럼 정처없이 걸어다니길 좋아하던 내가 서울의 곳곳을 보며 느꼈던 '멍해지는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조금은 그 윤곽이 보이는 것 같았다. 서울이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어떠한 도시인지 조금은 보이는 것 같았다.

       서울은 '흔적'이 없는 도시다. 과거로부터 시간이 켜켜이 쌓여온 '흔적'이 온통 사라졌고, 사라지고 있는 도시다. 그로 인해 '쌓여온 시간이 이어져 존재하는 지금의 공간, 그리고 그 속의 나'를 느끼게 할 감수성은 용납되지 않는 도시다. 사실 나는 흔적이 '사라졌다'라는 표현보다는 '살균'되고 '소독'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이스탄불을 지배하는 감정이 비애라면 서울을 지배하는 것은 '강박'이다. 빈곤함, 지저분함, 불편함, 이러한 모든 것들을 살균하고 소독하려는 도시의 '강박'. 이 강박이 지배하는 도시에서 과거의 흔적을 안고 있는 일부분, 즉 문화유적들과 오래되고 빈곤한 동네들은 쌓여온 시간 따위는 느낄 수 없게 박제화 되었거나 드높은 콘크리트의 위세에 눌려 불안함과 위태로움 속에 연명한다. 서울은 정말 괴물이 되었다. 그러나 너무나 쾌적하고 깔끔한 괴물이다. 강박이 만들어낸 살균과 소독의 풍경은 서울에 사는 우리에게 가해지는, 시선에 대한 폭력이자 감수성에 대한 폭력이다. 그러나 현대화된 서울의 쾌적함과 깔끔함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수업은 오르한 파묵과 이스탄불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시작했다가 우리와 서울에 대해 이야기하며 끝났다. 이 수업에 모였던 한줌의 사람들만큼은 서울에 대한 안타까움과 우리 자신에 대한 불쌍함을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의 소유자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짓고 있는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이 떠올랐다. 동시에 서울을 괴물로 만든 것은 불결하고 가난하고 지저분했던 과거와 단절하기 위한 욕망으로 미친듯이 질주해온 '단절의 근대화'라는 생각을 했다. 100층이 넘는 높이를 향해 치솟아 오르는 제2롯데월드는 바로 이 '단절의 근대화'의 정점에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씁쓸했다. 하지만 이러한 광풍 속에서도 감수성을 놓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던 수업이 떠올라 조금은 희망을 가져볼 수 있었다. 이난아 씨가 오르한 파묵이 <이스탄불>을 쓴 것은 서서히 거세어지는 이스탄불의 개발 바람에 대한 저항이자 사라져가는 '비애'의 이스탄불을 영원하게 하기 위함이라 하셨다. 이보다는 훨씬 미약할지라도 이 날의 수업도 괴물이 되어가는 서울에 대한 조그마한 저항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스탄불을 순수하기 때문이 아니라, 복잡하고, 불완전하며, 폐허가 된 건물들의 더미이기 때문에 좋아한다."

                                                                                                                    - 오르한 파묵


    • 문학으로 읽는 이슬람 2강 - 오르한 파묵<내이름은 빨강> (4/4)

      2012.4.20 느티나무 문학으로 읽는 이슬람 사회와 문화

      소설가란 개미와 같은 끈기로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는 사람이며 마법적이고 몽상적인 상상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그 자신의 인내심으로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것이다.

      - 오르한 파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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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한 파묵은 터키 문학사상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참여연대 이슬람 문학 2번째 수업은 그의 작품 중 하나인 ‘내 이름은 빨강’을 주제로 번역가 이난아 님이 진행해 주셨다.

      ‘내 이름은 빨강’은 터키의 전통 화풍인 세밀화에 대한 전문 지식과 세밀화의 역사 지식을 바탕에 깔고 오스만 시대에 실존한 세밀화가들의 예술가로서의 장인정신과 고뇌를 묘사하고 있으며, 이와 대치되는 베네치아 회화라는 새로운 화풍과 전통화풍의 속에서 갈등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배치하면서, 세밀화가의 살인사건의 비밀을 밝혀가는 추리기법을 채용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소설이 지어진 터키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터키는 기독교 문명이었던 비잔틴 제국에서 1453년 오스만 제국이 들어서면서 이슬람 문명으로 변모하는 큰 변화를 겪는다. 역사로 보면 유럽국가라고 할 수 있지만 국토의 97%가 아시아 대륙으로 되어 있는 터키는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터키는 동양과 서양 문명 사이에 있는 국가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내 이름을 빨강 또한 이런 동서양 문명의 충돌을 세밀화를 소재로 해서 그려내고 있다. 베네치아 화풍으로 언급되는 서양화의 터키유입이 결국 살인사건으로 까지 확대되고 있고 그것이 이 소설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오르한 파묵은 그러한 동양과 서양의 갈등을 통해 터키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나는 왜 나인가. 왜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는 가 하는 물음이 깊숙이 녹아 있다. 이 소설도 역시 여러개의 화자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 가면서 분신 모티프를 활용한다.

      세밀화는 원근법을 허용하지 않는다. 세밀화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신을 위한 것이기에 모든 것은 신의 눈으로, 신의 입장에서 그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그림이 그려지기까지 고군분투하는 세밀화가들의 모습도 잘 그려지고 있다. 작은 그림을 계속 보다가 결국 장님이 되고 말 정도로 그림에 몰두하는 그들의 열정은 ‘빨강’이라는 색으로 대표될 수 있다. 이 또한 세밀화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난아 교수는 소설과 함께 오르한 파묵에 대한 개인적 성향에 대한 설명도 곁들이며 그가 얼마나 치밀한 사람인지, 그의 문학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강한지 곁들였다. 이 소설은 화가가 되고 싶었던 오르한 파묵이 치밀한 조사를 통해 전략적으로 쓴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소설은 작가의 성향에도 영향을 받았고 그가 살았던 터키 이스탄불에도 큰 영향을 받았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스탄불 가보셨어요? 겨울엔 절대 가지 마세요.”
      그는 이스탄불의 우울함에 대해 설명했다. 그 곳은 허물어진 건물이 가득하고 석탄가루가 날리는, 위풍당당했던 도시의 열기만 남겨진 곳이라고 했다.
      오르한 파묵은 이 곳에서 주변부에 있다는 분노에서 비롯된 상처와 고뇌를 안고, 어느 날엔가엔 우리가 쓴 것들이 읽히고 이해될 거라는 신념을 가지고 소설을 썼다고 한다.

      세밀화라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소재를 가지고 인간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이끌어내는 재주는 그가 말했던 개미와 같은 끈기로 얻어진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소설에 놀라고 소설 뒤의 작가의 노력에 감동했던 흥미진진한 강의였다.  

      후기 : 최혜진 (수강생,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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