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 강사

  • 기간

    • 2011. 8. 30 ~ 2011. 10. 18
  • 시간

    • 화요일 19:00~21:30 총7회
  • 수강료

    110,000

    • 파격 할인혜택
    • 참여연대 회원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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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세 정보

     

    강좌소개 |
    원해서라기 보다는 어쩌다 보니 아파트에 살고 있기는 한데,
    계속 이렇게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도시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민일 것입니다.
    그 동안 우리는 가진 돈에 맞춰, 또는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쉽게 팔고 떠날 수 있느냐는 환금성을 기준으로 세상이 권하는 집에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정신 없이 사고팔고 이사 다니며 살아왔는데 이제 집이 묻습니다.
    좋은 집이란 무엇인지, 정말 우리가 원하는 집은 어떤 집인지,
    지금 그 집에서 함께 살기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는지 말이지요
     
    강의 일정 |

     

    날짜
    순서
    주제
    강사
    08.30
    1
    건축가에게 듣는 집 이야기
    건축가가 이야기하는 집이란,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
    민현식
    09.06
    2
    우리는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아왔나
    지난 100년 서울 도시주거의 존재방식과 주거의 사회사
    안창모
    09.20
    3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소설을 통해 본 우리들의 집
    소설 속에 투영된 집(아파트)에 대한 우리 시대의 욕망과 일상의 풍경들
    박철수
    09.27
    4
    집, 살buy 것인가, 살live것인가
    이제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보자. <하우스 푸어>의 저자가
    고발하는 집이 있어도 행복하지 않는 사회
    김재영
    10.04
    5
    어떤 주택정책이어야 하는가
    서민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주택정책이란?
    하지만 주택정책은 계속 아파트 중심일 수 밖에 없는가?
    김남근
    10.11
    6
    내 집 한번 지어볼까 : 내 집 짓기의 경험
    전원주택이 아닌 도시에서 자기 집을 짓기까지의 고민과
    고려사항, 집을 짓는 과정에서의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박인석
    10.18
    7
    집,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당신의 집은 자산증식을 꿈꾸는 집house입니까,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삶의 거처home입니까?
    함께 살아가고 있다면 그 사람이 가족입니다
    김찬호
     
    강사소개 |
    민현식  건축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교수. <건축에게 시대를 묻다> 저자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한국현대건축 50년> 저자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아파트의 문화사> 저자
    김재영  MBC 프로듀서. <하우스 푸어> 저자, 〈PD수첩〉에서 부동산 관련 프로그램 다수 연출
    김남근  변호사, 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박인석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김찬호  문화인류학자,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생애의 발견> 저자
     
    강좌정보 |
    2011. 8.30 ~ 10.18 화 오후 7시~9시30분
    장소 : 참여연대 느티나무홀(B1)
    수강비 : 11만원(참여연대 회원 50% 할인)
     

    후기 7

    • 집의 인문학 7강 집,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2011.11.1 느티나무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8월 30일부터 가을학기 강좌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단순히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의 집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삶이 엮이는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주택정책과 가족의 의미까지 보다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7강의 강의정리 후기는 자원활동가 이현정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가격 대신 ‘가치’가 넘치는 집을 만들자 

      2011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 가을강좌 ‘집의 인문학’은 작년부터 기획되었다고 한다. 의, 식, 주. 입고, 먹고, 거처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 중에서 주, 즉 집은 대한민국에서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여전하게 강하다. “주거문화, 부동산 문화를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면 좋겠다”는 느티나무의 바람에 100% 동의하며 집의 인문학 강좌를 소개한다. 마지막 강의인 7강은 성공회대 교양학부에서 문화인류학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는 김찬호 교수가 맡았다. 

      # 집, 자식에 올인하는 대한민국  

      사람 말고 집을 짓는 동물로는 무엇이 있을까? 개미나 벌은 사람보다 더 정교하게 집을 짓는다. 곤충 다음으로는 조류다. 새가 집을 지을 때 제일 중요한 게 통풍이라고 한다. 까치는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집을 짓는데, 미리 안전점검을 하는 거다. 사람은 처음에 동굴 생활을 했는데 그 때의 생활습관이 언어에도 남아 있다. ‘드러눕다’에서 ‘드러’는 (동굴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일어나다’에서 ‘나다’는 (동굴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두 발로 걷고 정착을 하면서 사람에게 거주 공간이 중요하게 됐다. 정착을 하면서 인구도 증가하게 된다.

      문화재의 상당 부분이 ‘건물’이다. 건물은 중요한 삶의 흔적이다. 역사 속에 등장한 다양한 주거 건축 양식은 그 시대의 가치관을 반영한다. 집이란 뜻을 가진 단어는 다양하다. 家, 가옥, 가문, 집안, house, home…. 일본어로 집은 ‘이에(ぃぇ, 家)’로 우리나라 집 개념과는 다르다. 우리는 철저하게 혈통위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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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free-pet-wallpapers.com

      한국 사람의 큰 걱정 두 가지는 집 걱정, 자식 걱정이다. 교육과 부동산에 모든 걸 걸고 달려든다. 한국은 압축․고도성장을 거친 한국의 소비수준은 높은 편이다. 보통 의식주라고 하는데, 요즘은 ‘의식주교(交, 교통․통신)’이다. 의식주교에서 ‘의식교’는 확실하게 풍요로워졌다. 그런데, 유독 주(住)는 사정이 더욱 열악해졌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만해도 후배에게 옷을 줬는데, 지금은 그런 풍경이 없다. 주거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아졌다.

      캐나다로 간 큰 형이 있다. 목동 30평대 아파트를 팔고 갔는데, 지금 토론토 시내에서 마당이 있는 3층 집에서 산다. 부동산 가격은 어떤 가치를, 무엇을 반영하는가? 나는 어떤 집을 원하는가? 가치와 가격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이 2배 오르면, 가치도 2배 오른 걸까? 2배만큼 좋아졌나? 집을 그렇게 높은 가격에 사 놓고도 우리는 집에 오래 있지 않는다. 집에 안 간다. 비싼 집 사놓고 잠만 자고 나온다. 집이 안식처가 아니라 가설주택이다. 집에서 삶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다른 걸 위한 임시장소다. 딸아이를 보면 집이 분장실이다. 화장은 해도 이불은 안 갠다. 그걸 말 하자니 치사하고 그냥 넘어가자니 화가 난다. (청중 웃음)

      # 1인 가구 느니 자살률도 늘어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이다. 1인가구가 급증하고 있는데, ‘사별’이 큰 원인이다. 사별하면서 독거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이 많은데 자살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과 일본은 유독 고령화가 심하다. 인구 고령화에는 출생, 사망, 이동이라는 문제가 있는데 이동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며느리만 받는다. 베이붐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인구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지난 2년간 노인 자살이 5배나 늘었다. 옛날에는 자식이 노후대비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주거형태가 아파트로 오면서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 생활의 얼개를 보면 이렇다(아래 그림). 아, 여기에 학교와 사교육 시장도 넣어야할 것 같다. 가족 친화와 거리가 먼 구조이다. OECD 국가 중 최장으로 일하고 수면시간은 제일 적다. 그러니 가족관계를 맺을 틈이 없다. 그나마 소비시장이 가족관계를 이어주고 메워준다. 

                               <생활의 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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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개발, 뉴타운으로 골목이 사라지고 마을이 없어졌다. 집은 ‘사는 곳’으로 심미성, 공동체성, 역사성이 있다. 조용하게 혼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을 집에서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명심보감에 “손님이 오지 않으면 집안이 저속해지고, 시서(詩書)를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어지느니라”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집들이, 돌잔치, 장례, 함들이 등 집이 거점이 되는 행사가 많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집에 손님이 오지 않으면서 부모를 통한 인맥도 형성되지 않는다.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큰 재산 중에 하나가 다양한 인맥이지 않을까? 


      # 변화하는 가족의 범위 

      1인 가구가 늘면서 사회가 위험해지고 있다. 무연사(無緣死)는 죽었는데 시체를 거둘 사람이 없는 것이고, 고독사는 죽는 순간에 혼자 있는 것이다. 1인 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무연사도 느는 추세다. 일본은 셰어링 하우스(sharing house), 노인홈 등이 있다. 혈연을 넘어선 대안가족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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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어링 하우스를 다룬 일본의 한 프로그램. 사진=tokyokawaiietc.com

      우리나라는 부작용이 상쇄되고도 남을 성장을 이뤘다. 요즘 ‘감속사회’란 얘길 한다. 차가 감속할 때 쏠리듯이 수단과 목적의 구분없이 성장하면서 ‘더불어 사는 지혜’를 상실한 것 같다. 글로벌 앵거(Gobal anger)에 정확한 목표가 있으면 좋은데,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상대로 싸운다. 옛날에는 세대별로 과제가 있었다. 독립이나 민주화는 그 시대의 큰 미션이었다. 다음 세대에 새로운 문화 유전자를 줘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래서 힘들지만 이것이 또 힘 빠지지 않는 이유인 것 같다. 

       

      ● 집의 인문학 강좌 후기 전편 보기

      <1강> 민현식 "건축가에게 듣는 집 이야기"

      <2강> 안창모 "우리는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아왔나"

      <3강> 박철수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소설을 통해 본 우리들의 집"

      <4강> 김재영 "집 살live것인가, 살buy 것인가"

      <5강> 김남근 "어떤 주택정책이어야 하는가"

      <6강> 박인석 "내 집 한번 지어볼까 : 내 집 짓기의 경험"

       

       

    • 집의 인문학 6강 내 집 한번 지어볼까 : 내 집 짓기의 경험

      2011.10.25 느티나무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8월 30일부터 가을학기 강좌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단순히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의 집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삶이 엮이는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주택정책과 가족의 의미까지 보다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6강의 강의정리 후기는 자원활동가 이현정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찾아라, 아파트 경쟁상대를!

      2011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 가을강좌 ‘집의 인문학’은 작년부터 기획되었다고 한다. 의, 식, 주. 입고, 먹고, 거처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 중에서 주, 즉 집은 대한민국에서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여전하게 강하다. “주거문화, 부동산 문화를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면 좋겠다”는 느티나무의 바람에 100% 동의하며 집의 인문학 강좌를 소개한다. 6강은 경기도 용인 죽전동에 두 필지를 매입해 직접 집을 지어 살고 있는 박인석 교수(명지대학교 건축대학)가 ‘내 집 짓기’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 설계 5개월, 건축 8개월
      주거건축을 전공으로 삼고 가르치고 연구한다. 내가 살고 있는 죽전동은 토지공사가 2000년에 개발한 지구이다. 두 필지를 매입해서 집을 지었다. 집 설계는 좋은 집이라고 생각하는 설계 경향이 나와 맞아서 조남호 건축가에게 의뢰했다. 땅을 사고 나서 설계에 5개월, 건축에 8개월 걸렸다. 설계도 오래 걸렸고, 함부로 시공을 못하게 해서 건축도 오래 걸렸다. 건축은 보통 4개월에서 5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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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에 ‘가’자가 붙으면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진지하게 설계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건축가는 1만 건축사 중 약 1~2백명 정도다.

      # 녹지를 돈 주고 사야하는 단지 공화국
      집을 지은 내 개인의 소망은 마당있는 집, 작업실, 서재에 대한 꿈이다. 2층 주택 전세로 살다 1987년에 17평대의 미분양 아파트를 2천만원 대에 사면서 아파트 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 계속 평수를 늘려가며 아파트 생활을 했다.

      건축가들은 집을 설계할 때 집은 내 존재의 근거라고 생각하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그건 의미 없는 관념이라고 생각한다. 매일의 삶과 소망들이 내 존재의 근거이고 이를 채워주는 것이 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독주택이 매일의 삶과 소망을 실현시켜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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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구나무집 모습. 사진=salgustory.tistory.com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기보다는 ‘단지 공화국’이다. 단지화 전략인데, 이것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공원, 하천 같은 공공환경에 투자를 안 해도 되게 만들었다. 주변에 공공환경이 얼마나 없으면 청계천을 와서 거닐까? 선진국 도시는 거의 예외없이 걸어서 5분 안에 하천과 공원이 있다. 우리는 녹지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 주말마다 버스타고 청계천도 가고 북한산도 간다. 단지화는 이런 욕구를 시민 각자가 돈을 내서 구입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돈 주고 산 녹지다. 대신 정부는 돈 한 푼 안 쓴다.

      아파트이던 단독이던 ‘단지’여야 평판이 좋다. 큰 단지일수록 녹지가 있고 주차장이 있다. 단지는 내 돈 주고 산 사막의 오아시스다. 우리나라의 공공영역은 삭막하기 이를 데 없다. 단지화 전략은 정부입장에서는 영민한 전략이다. 돈 안들이고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건축산업까지 부양시켰다. 이와 비슷한 게 사교육이다. 정부는 교육에 투자를 안 한다. 대신 중산층이 지출하는 사교육비가 사교육 산업을 담당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경쟁할 주택모델이 나타나야 한다. 이 주택은 공공공간과 맞닿는 건축으로 지어야 한다.

      마당있는 집이 소망인 나는 아파트를 살 때도 ‘땅 찾기’를 했다. 아파트에서는 1층이나 최상층이 가능하다. 홍제동에서 마당을 쓸 수 있는 아파트 1층에서 6년을 거주했다. 즐겁게 살았다. 그런데, 누가 침입하면 어떡하느냐며 민원이 들어왔다. 속내는 “왜 마당을 즐기는 행위를 하느냐”였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땅의 조건은 집 가까이에 녹지가 있고 제1종전용주거지역이며 지구단위계획이 있는 곳이다. 단독주택 지을 땅을 찾으러 판교신도시, 죽전지구, 동백지구 등을 돌아다녔다. 살구나무집은 바로 뒤가 녹지이고 제1종전용주거지역이었다. 땅을 살 때 제1종전용주거지역인지 아닌지 유심히 봐야 한다. 구분 표시는 지역마다 다를 수도 있는데 죽전동은 제1종전용주거지역이 R1이었다. R1은 밀도가 낮아 주로 외곽에 배치된다. 이것은 자연과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녹지가 가깝고 용적률이 낮아서 땅값도 싸다. R1은 층수도 2층 이하이고 1층에 점포를 놓을 수 없다. 허용용도도 다중주택을 제외한 단독주택이거나 2가구 이하의 다가구주택이다. R1, R2 용도를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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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안과 도전으로 평당 5백에 집을 짓다
      좋은 집은 ∇보통 수준의 예산으로 지을 수 있는 집 ∇실용적인 집 ∇품격있는 집 ∇동네 풍경에 보탬이 되는 집이다.

      단독주택 하면, 집장사가 짓는 집이거나 ○○사장님 댁 집이다. 집짓기의 양극화다. 건축비는 다가구 주택을 지으면 평당 3백만원대이고 ○○사장님 댁 집처럼 작품주택을 만들면 7백만원 대이다. 나는 건축가에게 평당 “470에 맞춰 달라. 최대 5백이다”라고 말했다. 참고로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아파트 기본형건축비는 평당 460~480만원이다. 건축가라면 일반시민의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건축가가 이에 동의했다.

      살구나무집은 공사비 조정과정과 건축가의 제안과 도전을 거쳐 최종 시공비가 평당 505만원이 나왔다. 5백만원 선이면 중산층용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재견적을 3번이나 받았다. 조남호 씨는 시공업체에 다가구 건축 시공비인 평당 300~350으로 견적을 내라고 하고 거기에서 필요한 항목만 올렸다. 싼 것도 중요하지만 꼭 필요한 곳은 좋은 자재를 썼다. 건축가에게 맡겼을 때 시공비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다시 하는 게 많아서다. 건축가는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명한 어느 건축가에게 “얼마에 집을 짓냐?”고 물었더니 “평당 750만원, 싸면 650만원”이라고 했다.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으니 “박 교수님, 거기서 평생 사실 거 아닙니까? 아파트는 끽해야 10년입니다. 30년 가도 괜찮으려면 비싸질 수밖에 없어요.”라고 하더라.

      실용적인 집은, 단열은 기본이고 겨울에 춥지 않고 여름에 덥지 않은 집이다. 그래서 되도록 겹집이어야 하고 창호는 좁은 게 좋다. 막 지었어도 3년 된 듯한, 10년이 지나도 3년 된 듯한 집이어야 한다. 이런 느낌을 주기 위해 살구나무집 외벽은 벽돌로 했고 지붕은 징크로 했다. 외벽에 돌을 붙이는 집도 있는데, 돌은 내장재지 외벽에 쓰일 자재가 아니다. 평지붕은 10년 지나면 문제가 생긴다. 품격있는 집은 솔직한 재료를 쓰는 것이다. 솔직한 재료는 자기 재료를 드러내 싸도 질박한 느낌을 준다. 집의 형태나 담장이 동네 풍경에 보탬이 되도록 담장을 올리되 흙을 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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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겹집과 홑집, 사진=http://user.chollian.net/~sahar2/lect01.htm

      # 아파트 한 채로 단독주택 지을 수 있어야  
      집짓기의 첫 번째 쟁점은 아파트냐? 단독주택이냐이다. 마당만이 문제라면 아파트도 해결가능하다. 아파트의 1층이나 최상층은 마당을 쓸 수 있다. 단독주택은 공공영역이 개별공간과 만난다. 내가 내놓은 화분이 공공의 공간을 꾸민다. 그렇지만 아파트(단지)는 개별공간과 공공영역이 분리되어 있다. 삶의 숨결이 경계선 안으로 다 숨어있다.

      아파트의 동선을 도식화하면 나무구조이다. 아파트는 사람이 다니는 루트가 한 가지이다. 공용 공간에서 만날 사람이 한정돼 있다. 아파트 몇 동 몇 호를 찾아가는 길이 정해져있다. 반면, 그물망 구조는 선택경로가 다양하다. 이 골목에서 들어가고 저 골목에서 들어간다. 만날 사람이 열려있다. 그물망이 소속감을 북돋는 구조라면 나무는 소집단을 만드는 구조이다. 그래서 단지성을 해체하는 것이 주거건축의 큰 과제이다.

      단독주택에 살면 청소, 택배, 방범, 난방 등이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를 불편하다고 생각해야 할까? 아파트에 사니까 시민이 공공서비스 수혜의 일부를 담당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시민의식이 없어지는 게 아닐까싶다. 아파트에 살면서 공용공간은 책임지지 않고 개인공간만 책임지려고 한다.  

      두 번째 쟁점은 집짓기를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느냐이다. 올해 4월 이정희 의원이 발표한 ‘각 지자체별 종부세 부과 주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418만채의 공동주택 및 단독주택 중 1세대 1주택 종부세 과세 대상인 12억원 이상인 주택은 전국에 총 37,461채(전체주택의 0.26%)였다. 살구나무집을 지을 때 10억 정도 들었는데, 그럼 내가 상위 2~3%에 해당하는 사람인가? 그렇지는 않다. 분당 있을 때 살던 47평 아파트가 제일 비쌀 때 11억이었고 쌀 때가 8억5천이었다. 그 아파트의 대지지분은 23평이었고 땅값은 평당 2850이었다. 말도 안 되게 아파트 땅값이 비싼 거다. 아파트 한 채를 단독주택과 바꿀 수 있다면,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다. 그러면 아파트와 바꾼 집이 훨씬 많아 질 수 있다. 땅콩집도 좋은 본보기다. 아직 우리나라는 허용되지 않지만 외국의 타운하우스도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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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의 타운하우스 모습. 사진=http://www.mountaingetawaysinfo.com/the-confusing-parts-of-townhouse-insurance/

      쟁점 세 번째는 설계비와 건축가의 가치이다. 보통 사람들은 설계비를 많이 주는 것을 이해를 못 한다. 건축설계 기준은 공사비의 설계비(7%) 더하기 감리비(1.5%)다. 공사비를 3억~5억이라고 보면 3천~4천만원이다. 설계는 짓고 싶은 집과 예산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건축가는 시공현장에서 빛나는 지혜를 발휘한다. 건축가가 시공현장에서 일하는 거 보면, 나는 저렇게 못하겠다 싶더라.

      마지막으로 유지관리비이다. 살구나무집(난방면적 70평)과 분당 아파트(전용면적 40평)의 유지관리비(도시가스․전기․ 상하수도 요금, 보안업체 관리비)를 비교했다. 2월에 도시가스 요금이 백만원이 넘어 깜짝 놀랐는데, 베이크 아웃(bake out) 때문이었다. 이후에는 많이 내려갔다. 1년을 비교하면 유지관리비는 살구나무집이 1만원 정도 더 나올 것 같다. 보안업체 관리비까지 포함한 비용이다.

      아파트가 바뀌려면 경쟁상대가 있어야 한다. 아파트와 바꿀 수 있는 집, 아파트만큼 경제성이 있는 집이어야 한다. 살구나무집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만족하며 산다. 

      Q&A
      1. 목조 Vs 콘크리트
      살구나무집은 하이브리드로 했다. 경사지붕은 콘크리트가 어렵다. 그래서 지붕만 목조틀을 했다. 목구조는 단열재 사이로 공기가 통한다. 세월이 지나도 좋은 재료는 벽돌이다. 목조로 해도 비용은 비슷하고, 공사기간은 단축할 수 있다. 참고로 싸게 지으면 싼 값을 한다.

      2. 단독주택지 보존은 불가능한가?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보면 비관적이다. 주택경기가 하향곡선인데, 개발이익을 쫓으면서 환경을 망칠 것이다. 단독주택을 보존하려면 동네 기반시설에 투자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기반시설에 예산을 쓰는 데 인색하다. 게다가 뉴타운도 안 팔리는데 여전히 단지화 전략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아파트 아니면 다세대를 짓는 정부의 주택정책 때문에 건설산업도 대기업 대 영세업체로 양극화되었다. 일본은 주택 100만호 중 40%가 단독주택이다. 마을의 기반시설에 투자하지 않으면, 단지가 되는 순간 ‘도시의 변화’는 불가능하다.

      참고
      ① 집의 인문학 강의에 함께 하셨던 박철수․박인석 교수의 ‘살구나무집’이 궁금하면 티스토리 살구나무 아랫집을 방문해도 좋다. 살구나무집 짓기 과정도 볼 수 있고, 집의 바깥은 물론 내부도 구경할 수 있다. 살구나무집 중 아랫집이고 블로그 구성에 소설과 한국주거사라는 목록이 있는 걸 보면 운영자 살구아저씨는 박철수 교수라고 생각된다. http://salgustory.tistory.com/

      ② 이정희 의원의 ‘각 지자체별 종부세 부과 주택 조사 보고서’ 보러가기
      http://www.heenews.co.kr/bbs/view.phpid=hee_rpt&page=6&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it&desc=asc&no=417

    • 집의 인문학 5강 어떤 주택정책이어야 하는가

      2011.10.18 느티나무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8월 30일부터 가을학기 강좌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단순히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의 집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삶이 엮이는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주택정책과 가족의 의미까지 보다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5강의 강의정리 후기는 자원활동가 이현정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헌법이 담은 토지공개념을 정책으로 실현하자

      2011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 가을강좌 ‘집의 인문학’은 작년부터 기획되었다고 한다. 의, 식, 주. 입고, 먹고, 거처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 중에서 주, 즉 집은 대한민국에서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여전하게 강하다. “주거문화, 부동산 문화를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면 좋겠다”는 느티나무의 바람에 100% 동의하며 집의 인문학 강좌를 소개한다. 5강은 참여연대 운영위 부위원장인 김남금 변호사가 맡았다. 

      # 첫 단추 잘못 낀 주택정책
      주택정책은 철학이 중요하다. 주택정책이 상품과 같은 것일까?

      우리나라 주택정책은 수요와 공급에 맞추고 있다. 토지, 집은 특이한 상품이다. 토지는 무한공급이 어렵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고, 공급이 돼도 단시간에 안 된다. 공급은 제한인데, 과수요가 되면서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유한한 자원인 주택을 누구에게 공급할 것인가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공공성 원칙에 따라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헌법 35조는 국가가 국민에게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규정했다(“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헌법 122조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헌법은 사회적 시장경제를 추구한다. 공공성 원칙에 따라 ①공공성을 지키고 ②가수요를 차단해야 한다. 실수요는 집을 산 사람이 거주하는 수요이고, 가수요는 거주하지 않는 것이다.

      아파트는 내구연한이 길다. 최소 40년은 유지해야 되고 최대는 60년이다. 시장정책 실패 중 하나가 중대형 공급을 많이 한 거다. 노무현 정부 말, 당장 시장에서 수요가 많으니까 중대형 공급을 많이 했다. 그렇지만 2~3년이 지나자 소형이 인기다. 강남 재건축에 중대형이 많았는데, 지금은 중대형을 소형으로 바꿔달라는 요구가 생기고 있다.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정책으로는 다주택자 중가세, DIT규제, 대출정책이 있다. 토지공개념 3법이 있는데,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택지소유상한제가 그것이다. 토지초과이득세법, 택지소유상한제는 DJ정부 때 없어졌다. 헌법 119조를 보면 사회적 시장경제 원리를 얘기한다. 헌법은 토지공개념을 적극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역대 정부가 헌법의 토지공개념에 맞게 정책을 폈을까?

      박정희 때는 주택사유, 개발이익 사유화 정책이 쓰였다.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했는데, 당시로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평당 얼마라는 것이 전국에서 통했다. 이걸 10년간 유지했는데 노태우 때 원가연동제로 바뀌었다. 공공임대가 아닌 분양을 중심으로 간 것은 주택정책에서 첫 단추를 잘못 낀 것이다.

      외국은 집을 다 짓고 전문가의 감정평가 뒤에 이를 집합 건물로 등록한 뒤에 행정당국의 승인이 있어야 분양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금융비용을 소비자가 지는 대신 건설사더러 “집값을 싸게 하라”고 요구했다. DJ 때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었는데, 워낙 집값이 오르니까 노무현 때 ‘기본형건축비’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기본형 건축비라고 해도 실건축비보다 높게 책정되어 효과는 없었다.

      # 의식변화 힘든 ‘소유에서 거주로’
      서구유럽의 주택 소유구조는 자가소유 : 공공임대 : 민간전세가 6:2:2다. 유럽은 스페인이나 그리스는 자가비율이 높은 편이다. 공공임대 20%가 만만한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자가소유가 60, 민간전세가 35, 공공임대가 5% 정도다. 첫 단추를 잘못 껴 지금 굉장히 어렵다. 공공임대 20%는 소유냐, 거주냐를 선택할 수 있는 물량으로 주택시장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집을 살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을 가능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는 재고주택 전체의 4.6%로 70만 가구에 미치지 못한다. 공공임대 20%면 세대수 기준으로 280만 가구이다. 지금보다 200만 가구를 더 건설해야 한다. 공공임대 1가구에 1억원의 예산이 든다고 쳐도 200조원이 넘는 재정이 필요하다. 그만한 택지를 확보하는 것도 의문이다. 지금 상항에서 공공임대 20%는 어렵다. 일본처럼 집값 대폭락이 없다면. 따라서 현실을 반영해 최종목표를 15%로 낮추고 5%는 독일의 계약임대주택을 활성화해 공공관리 임대를 확보해야 한다. 계약임대주택은 정부로부터 임대기간과 임대료 가격통제를 받는 대신 임대소득세, 취․등록세 감면 혜택을 받고 집수리 등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임대차는 장기임대가 원칙이어야 한다. 독일은 임대주택은 10년이 기본이고 임대료는 소비자 물가지수와 연동된다.

      전체 주택시장을 보면 앞으로 상승은 어려우니까 새로운 주택문화를 가능하게 할 것 같다. 미국에는 공동운영 집합건물이나 회사형 공동임대주택이 있다.

      # 중대형 덧에 걸린 공공임대주택
      얄궂게도 노태우 때의 주택정책이 가장 진보적이었다. 이때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있었다. 집값이 폭등하고 자살하는 전세거주자가 생기는 등 주택문제가 심각해지자 정권 위기의식에서 추진한 정책이었다. 안기부에서 “주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주택문제가 심각했다. 200만호의 주택이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에 지어졌고, 19만호의 저소득층용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됐다. 토지공개념3법도 만들어졌는데, 진보정책은 보수정권이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반면, 김대중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투기조장 정책을 드러내놓고 폈다.

      노태우 때의 영구임대주택은 소득1분위 이하의 최저소득층, 장애인, 철거민 등 극빈층으로 대상을 좁히고 평수도 가족과 함께 살기 어려운 9~13평이었다.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최악의 주택을 공급해 국민들에게 임대아파트는 혐오시설이라는 낙인을 심어주었다. 이는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걸림돌이 되었다. 지금 MB가 영구임대아파트를 다시 추진 중이다.

      김영삼 정부는 영구임대주택 공급정책을 폐지하고 민간건설회사들이 임대로 공급했다가 5년이나 10년 뒤 분양하는 민간주도 공공건설 임대사업만 추진했다. 사실상 후분양 아파트로 정부의 공공임대 보유량 확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방토호들은 국가로부터 토지를 헐값에 분양받고 저리(1~3%)의 국민주택기금과 임차인의 선지급 보증금으로 사업비를 충당해 집 짓기가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결국 너도나도 주태건설에 뛰어든다. 그러다 IMF 경제위기나 나자 부도를 맞았다. DJ, 노무현 정부에서 최악의 사태를 맞았던 부도임대아파트의 원인을 김영삼이 제공한 것이다. 최악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시기였다.

      DJ정부는 ‘국민임대’라는 새로운 공공임대주택 공급사업을 추진하며 대상을 소득4분위까지 넓혔다. 평수도 13~18평, 심지어 20평이 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정책을 추진했다. 처으에 2만호에서 20만호까지 확대했다가 임기 말에는 50만호까지 계획이 부풀려진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이를 100만호 공급계획으로 공약화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는 주택정책으로 무너졌다 할 정도로 집값 상승이 심각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정책을 추진했지만, 실수요가 없는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에 많은 물량이 지어지고 수요가 높은 도심이나 서울 외곽에는 공급이 부족했다는 평이 있다. 그래도 구체성 있는 택지확보 및 재정충당 계획 등을 마련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1․31부동산 대책으로 정부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재고주택의 20%에 달하는 200만호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이명박 정부에서 사장됐다. 노무현 정부 말기 전세난 때문에 ‘등록임대차제도’를 하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행정비용이 많이 든다며 공무원들이 반대해 실현되지 않았다. 등록임대차제도는 정부로부터 전월세 통제를 받는 대신 집수리 보전이나 세제 혜택을 받는 거다.

      MB정부의 공공주택 공급계획인 보금자리주택은 저렴한 분양주택 중심이어서 공공임대 공급정책은 크게 후퇴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프트(SHIFT)는 분양정책을 장기임대로 바꾼 것이다. 중산층까지 공공임대주택 혜택을 받도록 하고 소형 위주로 공급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 그렇지만 소형에서 중대형을 확대한 것은 실수다. 초기에 시프트는 소형주택이 70%가 넘었는데 뒤로 가면 48%만 공급되는 파행을 겪는다. 30평대 중형주택은 소형주택 2채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보증금 규모가 커지자 중산층이 감당하기 어려운 공공임대가 되었다.

      서울시는 매입 임대주택사업이 더욱 필요하다. 40여 년 전,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25.7평)를 만들 때 평균 가구원수가 5인이었다. 지금은 핵가족화 추세로 한 가구에 평균 2.5인이다. 25.7평은 너무 넓다. 전용면적을 15평으로 낮추자는 유의 새로운 시민주택규모를 도입해야 한다.

      # 세금으로 집값 잡으려다 발목 잡힌 참여정부
      노무현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 집값을 세금으로 잡겠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보유세 현실화는 맞지만, 짧은 시간 안에 집값을 잡는 수단으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세금은 조세정책으로 가야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DTI(Debt To Income)규제에 나선다. 그 전까지는 소득능력을 보지 않고 대출을 해주는 LTV(Loan to Value, 주택담보인정비율)였다. LTV는 약탈적 대출이다.

      노무현 정부는 보수세력으로부터 경기활성화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피하려고 금융규제를 하지 못했다. DTI규제가 있어 그나마 단기적 집값안정을 가져오기도 했다. 2007년 말에 쏟아낸 부동산 경기 안정정책이 쏟아졌는데,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에서 가계가 일본처럼 위기에 빠지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는 가져왔다. MB는 집값이 떨어지니까 집값을 붙잡는 정책을 썼다. 그러니까 내내 정상화가 안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게부채가 느는 추세가 가장 빠르다.

      시작할 때 말했듯이 주택정책은 철학이 중요한데, 합의가 어렵다. 토지공개념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정책을 펴야한다. 국민여론도 주택을 재테크, 투자로 보지 않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참고
      1) 헌법 35조 :  ①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②환경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 ③국가는 주택개발정책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2) 토지초과이득세법 : 제정 법률 제4177호 1989.12.30
      - 배경 : 토지초과이득세제는 양도소득세제가 실현된 개발이익만을 과세대상으로 함에 따른 개발이익환수제도의 한계성을 보완하고, 지가상승으로 얻은 자본이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여 경제ㆍ사회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높이며, 지가안정 및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제고하기위해 제정되었다. 이 법은 유휴토지 및 비업무용토지와 같이 주로 지가상승이득을 얻기 위한 토지의 보유가 각종 개발사업이나 사회ㆍ경제적 요인으로 정상지가상승률을 초과하여 상승한 경우 그 소유자가 얻은 초과이익을 토지초과이득세로 환수하기 위한 것이다.
      - 경과 :「토지초과이득세법」은 부동산투기억제를 위하여 1989.12.30 제정되어, 1990.1.1부터 시행되었다. 이 제도가 도입된 후 최초의 과세기간인 3년간(1990년-1992년)은 지가가 44.53%이상 상승한 유휴토지에 대하여 1991년과 1992년에 예정과세 하였고, 1993년에는 약 9천 5백 억 원을 정기과세 하였다. 토지초과이득세는 1993년 이후에는 과세실적이 없으며, 그동안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라는 비판이 계속되면서, 1994년 12월 22일 법 개정이 되었으나, 1998년 12월 28일 폐지될 때 까지 7차의 개정을 거쳤다. 토지초과이득세제가 시행되는 동안 부동산실명제의 실시, 토지종합전산망의 가동 등 부동산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고 보고, 부동산시장 활성화시책의 일환으로 이 법을 폐지하였으나, 개발사업주변지역 등에서 발생하는 지가상승이익의 공적환수문제에 대한 정책수단 등이 정비되지 않은 문제점을 안게 되었다(김용창, 2004: 49-50). (출처=국가기록원)

      3) 헌법 119조 : ①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②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4) 개발이익환수제 : ‘개발이익환수제’는 토지공개념 관련 제도 3개 중의 하나로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개발 이익의 50%를 부담금으로 부과하는 제도이나,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중지됐다. 2001년 12월 말「부담금관리기본법」을 만들어 수도권 외의 지역에 대해서는 2002년 1월부터 개발이익부담금의 부과를 중지했다. 수도권에 대한 부담금 부과는 2004년부터 중지됐다. 정부는 재건축사업이 주택시장의 불안정과 주택가격 상승을 야기한다고 판단하고, 2003년 10월 29일 주택시장 안정대책에서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개발이익환수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지난 2004년 3월 26일 10.29대책 2단계 조치로 집값안정을 위해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도’를 연내 시행하겠다고 발표하고 부동산공개념검토위원회에서 시행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2004년 6월 7일 부동산공개념검토위원회(제4차회의) 결과, 재건축개발이익환수방법으로 임대주택 건립방안을 제시하였으며, 6월 16일 제5차회의 결과, 임대주택 매입방안, 관리방안, 입주자선정기준 등에 대하여 최종 논의를 하였다. (출처=국가기록원)

      5) 택지소유상한제 : 토지공개념의 일종으로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6대 도시는 한 가구가 200평이 넘는 택지를 신규 취득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이다. 토지공개념(土地公槪念)은 모든 국민의 생활기반이고 다른 소유권과는 달리 공공의의가 큰 토지의 소유권에 제한을 가하고 공공적 의의를 부여하는 것이다.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토지가 공공재(公共財)로 인식되면서 토지소유권 절대 사상에도 변화가 요구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헌법 제122조도 국가는 토지소유권에 대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법 제2조는 개인의 소유권이라도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동법 제212조에서도 개인의 소유권이라 하더라도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 내에서 행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 이래 이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다가 1989년 ‘택지소유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 세 종류의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1994년부터 건설부가 택지초과소유 및 개발부담금을 낮추는 등 농지의 소유와 거래를 대폭 완화하기로 결정, 토지공개념은 다시 완화되었다.

      6) DTI(Debt To Incom) : 총부채상환비율. 총소득(총수입)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원금+이자)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2007년, 아파트가격 상승을 제한할 목적으로 시행된 제도이다. 2007년 이전에는 DTI 대신에 LTV(Loan to Value, 주택담보인정비율)를 적용했다. LTV는 대출을 받을 때 담보로 제공하는 주택의 가치를 은행에서 평가한 가격의 비율만큼 대출해 주는 제도이다. 만약, 주택가격이 6억원이면서 LTV가 50%라면 3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연간 소득(수입)이 7천만원이고 DTI가 50%로 규정되었다면 총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35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 집의 인문학 4강 집 살live 것인가, 살buy 것인가

      2011.10.10 느티나무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8월 30일부터 가을학기 강좌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단순히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의 집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삶이 엮이는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주택정책과 가족의 의미까지 보다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4강의 강의정리 후기는 자원활동가 이현정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민주주의 통제는 가능한가

      2011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 가을강좌 ‘집의 인문학’은 작년부터 기획되었다고 한다. 의, 식, 주. 입고, 먹고, 거처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 중에서 주, 즉 집은 대한민국에서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여전하게 강하다. “주거문화, 부동산 문화를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면 좋겠다”는 느티나무의 바람에 100% 동의하며 집의 인문학 강좌를 소개한다. 4강은 MBC 김재형 피디가 강의했다. 김재영 피디는 PD수첩에서 부동산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뤘으며 책『하우스 푸어』의 저자이다.

      # ‘하우스 푸어’를 왜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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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하우스 푸어’

      『하우스 푸어』는 2006년 판교 취재과정에서 생긴 ‘우리는 올바른 (부동산) 정보를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부동산 유통정보의 실체를 알리고 싶었다. 취재당시 판교는 비닐하우스가 있는 그냥 땅이었다. 집을 사야하는 입장에서 정보를 유심히 지켜봤다.

      2008년 미국은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유행이었다. 하우스 푸어는 집 때문에 가난한 사람이다. 또한 전 세계가 정점을 찍은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였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 강남 재건축을 상징하는 말로 ‘은마가 금마가 된다’는 게 유행이었다. 이런 유의 담론이 지속되고 있었다. “아파트는 계속 황금알을 낳는 거윈가?”라는 시각으로 강남 재건축 시장을 바라보게 됐다.

      DJ정부는 재건축 규제를 모두 풀었다. 이 재건축을 시작으로 PD수첩 프로그램을 제작해 2009년부터 다섯 번에 걸쳐 방송했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은마아파트, 도곡동 K아파트, 가락 시영아파트를 다뤘다. 도곡동 K아파트는 인터넷에 (아파트 때문에) 집주인이 자살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가락 시영아파트는 6천 세대가 넘는 아파트로 가장 큰 재건축 단지였다. 그렇지만 당시 실제 사는 세대는 1천 세대정도였다.

      현장을 갔더니 현실은 달랐다. 2009년, 우리나라도 하우스 푸어가 시작되고 있었다. K아파트는 실제 자살한 사람이 있었고, 2백세대 중 70세대가 하우스 푸어였다. 가락 시영아파트에는 재건축에 필요한 분담금을 내도 깡통이고, 분담금을 안 내려고 아파트를 팔아도 깡통인 하우스 푸어들이 있었다. 도곡동과 가락동을 보고 얼마나 많은 하우스 푸어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 욕망의 땅, 강남의 재건축(2009년 10월27일 방송)

      2000년부터 입법․사법․행정부 1급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신고가 시작됐다. 이들 3천5백명 중 340명 정도가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했다. 사법부가 제일 많았고 행정부, 입법부 순이었다. 1급 고위 공직자들은 고급정보를 접하는 파워엘리트들이다. 2006년 이후 재산신고자 중 재건축 아파트를 산 사람이 없었다. 2006년 말은 단군 이래 가장 높게 아파트 가격이 올랐던 시기다. 그런데도 방송과 신문은 재건축을 사두면 값이 오른다며 중산층을 유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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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10월 27일 방송된 ‘욕망의 땅, 강남의 재건축’, PD수첩 캡처

      DJ가 규제를 풀자 파워엘리트들이 재건축 아파트를 많이 샀다. 은마아파트 442세대 등기부 등본을 다 떼어 분석을 했다. 집 주인이 실제 사는 곳은 많아도 40%였다. 60%는 다 전세를 줬다. 2001년 이후에 집을 산 사람은 평균 빚이 3억이었다.

        가락 시영아파트에 사는 상당수는 하우스 푸어였다. 하우스 푸어끼리 싸우고 있었다. 시영아파트로 취재 가기 전날 고등법원에서 재건축 무효판결이 났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낫을 들고 상대방 플랭카드를 찢고 그랬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사람들이 더 흥분하더라. (청중 웃음) 2006년 말에 17평짜리 아파트를 8~9억에 샀는데 분담금을 더 내라고 했으니….

       

      # 재건축 덧에 걸린 사람들(2009년 11월 17일 방송)

      한국사람은 ‘기회비용’이란 개념이 없다. 10억을 은행에 연리 5%에 1년을 넣어두면 5천만원이 생긴다. 10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것은 그냥 월세 5천을 내고 사는 것이다. 2006년 말에서 2007년까지는 (아파트에서) 기회비용 이상을 뽑았다. 그렇지만 그 이후 아파트 값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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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11월17일 방송된 ‘재건축 덧에 걸린 사람들’, PD수첩 캡처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재건축 분양시장인데, 신도시 분양과 도심 분양이 있다. 2009년 말에서 2010년의 분양시장은 굉장히 재미있는 시장이었다. 보통 아파트는 분양 후 3년 뒤에 입주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2006년 말에서 2007년은 단군 이래 최고로 아파트 값이 올랐던 해이다. 분양가도 폭등했던 시기다. 분양받고 3년 뒤인 2009년은 이미 집값이 떨어지고 있었다. “여의도와 목동의 프리미엄을 다 가져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았던 B아파트의 분양가는 평당 2천4백이었다. 2009년 말 할인분양을 했는데, 11억 하던 50평대가 9억5천이었다.

      재건축은 투기성이 짙다. 분양받은 사람 대부분이 하우스 푸어였다. 광교의 33평 아파트 프리미엄이 5천이었다. 이 아파트를 4억5천에 사는데 3억을 대출받았다고 치자. 3년에 연 6% 이자면 5천4백만원이 이자다. 프리미엄은 기회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 2009년에 제보가 엄청 많이 들어왔다. 버블 세븐 지역인 용인, 인천자유지역, 판교, 김포, 일산, 서울의 시내를 다녀봤다.

       

      # 2010 부동산, 아파트의 그늘(2010년 1월 12일 방송)

      판교 아파트 1천 세대 등기부 등본을 조사했다. 1천 세대의 평균 빚이 3억이었다. 많은 중산층이 빚에 허덕인다는 것이다. 지금은 수익이라도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일산의 한 아파트 역시 위험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이랑 함께 작업을 해봤는데, 약 1백만 가구를 하우스 푸어로 보더라. 소득대비 집값 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이 너무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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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1월 12일 방송된 ‘2010 부동산, 아파트의 그늘’, PD수첩 캡처

      ‘모델하우스’ 얘기를 해야겠다. 아파트를 사면 부자가 된다는 맹신이 왜 생겼을까? 우리는 불안과 희망을 심어주는 사회다. 아파트를 지금 사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불안이 있고, 또 한편에서는 지금 아파트를 사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그런데, 모델하우스를 가면 아파트가 으리으리하다. 조명발, 고급가구에 호수가 꼭 있는 조감도까지. 신도시는 중감도가 중요한데 호수 조망이 꼭 있더라. (청중 웃음) 사람들이 모델하우스를 돌아보며 “내 집이 되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돈이 모자란다. 모델하우스를 나서면 은행이 대기해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극대화 시킨 것이 바로 모델하우스다. 모델하우스도 분양가에 다 포함된 거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거액을 들여야 할까? 주택 자가비율이 높다고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닌데, 사회가 부추긴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도 건설사는 손해 보지 않는다. 언론사의 많은 주요 보직 간부가 아파트에 산다. 가격이 폭락한다는 얘기를 하는 게 쉽지 않다. 많은 신문사 광고가 부동산이다. 구조적으로 언론이 부동산을 제대로 보도할 수 없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신화다.

       

      # 인천은 세일 중(2010년 2월 9일 방송)

      신도시를 다녀보니 문제가 많았다. 하우스 푸어가 많았다. 다녀보니, 눈에 띄는 지역이 있더라. 우리나라가 얼마나 거대한 사기집단인지는 송도 국제도시를 보면 알 수 있다. 분양당시 대학교가 들어오고,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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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2월9일 방송된 ‘인천은 세일 중’, PD수첩 캡처

      인천자유구역은 국가가 땅만 댔다. SPC(Special Purpose Company)라는 특수목적법인이 있다. 연세대SPC가 아파트를 분양해서 나온 이익의 일부를 연세대에 줘서 건물을 짓는 것이다. 아파트를 판 돈으로 학교 짓고, 공원 만들고…. 그래서 아파트 분양이 안 되면 짓지 못한다. 대표적인 예가 인천자유구역 청라지구다. 청라지구는 토지공사가 사기분양을 한 거다. 분양 당시 장담했던 개발계획이 무산, 연기되면서 1천4백만원 했던 분양가가 1천 이하로까지 떨어졌다. 지하철이 들어온다고 했지만, 없다. 그래서 인천의 구도심 인프라를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천대가 있던 제물포는 슬럼화 됐다.

       

      # 자본주의 욕망만 작동한 시장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아파트 가격, 시장이 어떻게 변할까? 변화의 조짐은 있다. 현재 PIR이 너무 높다. 저소득 대 고소득, 20대 대 40대 등 세대간 소득격차도 너무 크다. 여론시장도 변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에 현혹되지 않는다. 살(buy) 것이냐? 살(live) 것이냐의 정치적 상황도 바뀌고 있다.

      2008년 총선은 뉴타운 놀이였다. 서울 48석 중 40석을 한나라당이 가져갔는데, 절반 이상이 뉴타운 바람이었다. 왕십리 뉴타운 쪽에서 자살 직전까지 갔다는 제보를 많이 받았다. 세입자가 아니라, 15평 정도의 지분을 가진 집 주인들이 뉴타운을 막아 달라고 제보했다. 당장 집은 부순다는데 돈이 없어 갈 곳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빚을 져야 그나마 이사가 가능했고 그것도 의정부까지 나가는 상황이었다. 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돈을 더 내야한다는 불안감, 이사를 위해 져야 하는 빚, 들어올 때 다시 1~2억을 빚져야 했다. 다음 국회의원을 뽑을 때,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뉴타운 정책 결과를 보면, 변화가 도래할 시기가 오지 않을까 싶다.

      지난 분당 재보선에서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당선됐다. 그때, 분당 리모델링론으로 이겼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올바른 분석이 아니다. 민주당은 전셋값 안정을 바라는 많은 젊은층, 집을 가졌어도 빚이 많아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들을 대변해야 했다. 분당 리모델링론은 한나라당이 만들어 놓은 뉴타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자본주의 욕망만 작동했지,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았다. 인천 청라지구, 서울의 뉴타운, 재건축 등은 민주적 통제가 작동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대법원이 부동산 판결에서 사업이 진행되는 쪽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최근에는 민주적 통제가 없는 곳은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지금 부동산 시장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그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다. 주거시장 변화를 위해서는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참고

      ① 기회비용(機會費用) : 하나의 재화를 선택했을 때, 그로 인해 포기한 다른 재화의 가치를 말한다. 즉 포기된 재화의 대체(代替) 기회 평가량을 의미한다. 어떤 생산물의 비용을, 그 생산으로 단념한 다른 생산기회의 희생으로 보는 개념이다(위키백과). 예를 들어 내가 100만원을 가지고 있다고 치자. 국채를 매입하면 10만원의 연이자를 얻고, 친구를 빌려주면 11만원의 연이자를 얻고, 정기예금을 하게 되면 12만원의 연이자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 정기예금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기회비용은 11만원이 되는 것이다. 기회비용을 계산할 때는 포기한 것의 가치 중 가장 높은 것 하나만을 인정한다(다음 지식).

      ② 소득대비 집값 비율, PIR(Price to Income Ratio) : 연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특정지역이나 국가의 평균수준 주택을 연평균 소득으로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PIR이 10이라면 10년 동안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유엔 인간정주권위원회’(UN HABITAT)는 PIR 적정수준을 3~5로 보고 있다. 2008년 서울의 PIR은 산업은행경제연구소 12.64(전국 6.26 : 평균값 사용), 국토해양부 9.7(중앙값 사용) 이었다. 주택가격과 가구소득의 기준을 중앙값으로 하느냐, 평균값으로 하느냐에 따라 PIR 수치가 달라진다(한겨레신문 2010년 3월 28일자 정리). 관련기사 → ‘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 http://bit.ly/d41GV8

      ③ 특수목적법인, SPC(Special Purpose Company) :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만들어지는 일종의 유한회사. 개발사업 또는 프로젝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사업의 시작과 함께 출범해서 사업이 완료되면 해산되는 형태의 특수법인을 의미한다. 관 또는 공공기업의 주도하에 민간투자자를 공모하여 설립하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이며, 물리적인 사업 외에도 금융, 문화사업 등 다양한 부문에 적용이 가능한 투자형태이다(www.plan114.com).

    • 집의 인문학 3강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소설을 통해 본 우리들의 집

      2011.9.28 느티나무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8월 30일부터 가을학기 강좌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단순히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의 집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삶이 엮이는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주택정책과 가족의 의미까지 보다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3강의 강의정리 후기는 자원활동가 이현정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거북아, 거북아! 행복 줄께, 아파트 다오?

      2011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 가을강좌 ‘집의 인문학’은 작년부터 기획되었다고 한다. 의, 식, 주. 입고, 먹고, 거처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 중에서 주, 즉 집은 대한민국에서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여전하게 강하다. “주거문화, 부동산 문화를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면 좋겠다”는 느티나무의 바람에 100% 동의하며 집의 인문학 강좌를 소개한다. 3강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박철수 교수가 맡았다.

       

      여러모로 밀리는 ‘철수’다. 대세인 안철수, 외모는 배철수… (청중 웃음) 고등학교 때 꿈은 인문학도였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좀 했는데, 삼촌들이 길을 정해주었다. 얘는 이과라고. 근대 한국사회는 인간을 몇 가지 종류로 나눈다. 문과, 이과, 예체능과… (청중 웃음) 근대 세계가 목표하는 생산적인 인간이 된다. 왜 우리들은 스스로 원하는 것은 학습하지 않을까? 한국사회는 ‘통섭’하라고 해놓고 사회 체계는 그렇지 않다. 통섭하면 안 되는 구조다. 문과, 이과, 예체능계 각 영역만 가지라고 한다.

      소설은 근대의 산물이다. 소설이 많이 읽히려면 문자 해독층이 많아야 하고, 인쇄술도 발달돼야 한다. 동시에 뿌려질 수 있는 운송수단이 있어야 한다. 작가가 보는 소설의 시선으로 그 시대의 장소, 상황을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다. 이런 걸 문학지리학(문학작품 속에서 지리적 공간에 대한 경험과 의식이 어떻게 표현되었는가를 살피는 “지리학적 현상으로서의 문학작품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장소와 공간에 이야기, 역사사실이 있어 고증의 켜를 올리는 것이다. 이 근처 통의동에 보안여관이라고 있다. 시인 서정주가 기거하면서 동인지 ‘시인부락’을 만들었다. 보안여관에 ‘시인 서정주가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얹히면서 그 시대의 어떤 상황을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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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30년대부터 2006년까지 숙박시설로 운영된 종로구 통의동의 보안여관. 지금은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네이버 블로그 르허기씨(blog.naver.com/lhaej57)

       

      소설 속에 비친 아파트

      대한민국의 56.8%가 아파트에 산다. 우리는 아파트에 살면서 아파트를 좋게 말하지 않는다. 소설도 아파트를 좋게 얘기하지 않는다. (아래부터는 소설 속에서 나타난 ‘아파트’ 모습이다. 강의 교재에 있는 순번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문장과 출처 일부는 편의상 생략했음을 알린다.)

       

      1. “벗어날 수 없는 일상과 버릴 수 없는 욕망, 그 사이의 깊은 절망이 그들을 사라지게 했을 것이다.”(서영인, ‘비약과 소멸의 꿈, 혹은 변신이야기’, 김윤영 소설집『타잔』에 대한 작품 해설, 300~301쪽)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의 심정이 아닐까 싶다. 아파트 평수 늘리기와 동네 바꾸기가 청장년의 욕망이다. 여기서 절망은 돈이 없다는 것이다.

       

      2. “… 엄마가 아들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려 들고, 가족 아닌 사람들을 죄다 밀어내고 자기 가족만 배타적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믿고....”(이남희,『세상의 친절』270쪽)

      아파트에서 짜장면을 시켜먹고 문 밖으로 내놓는다. 철문 안쪽은 우리 공간이고 밖은 나와 상관없는 공간이다. 일본은 화분을 내놓기 위해 산다. 그렇지만 우리는 안에 들여다 놓고 우리만 보려고 산다. (자기만의) 전용공간 늘리기에는 관심이 많지만 공용공간에는 관심이 없다. 다세대, 다가구 주택은 전용공간에 충실하다. 그래서 이익을 가지려는 건축주가 어수룩한 땅 주인을 만나 다세대, 다가구 건축을 동의하게 만든다. 베란다 확장도 전용공간 늘리기다. ‘나만 좋으면 된다’면서 공공, 공유 공간에 관심이 없다. 그러면서 세상을 탓하는 것은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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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내가 왜 영감이 물려준 버젓한 내 집을 두고 이 아래 위 줄행랑 같은 셋집에 드냐, 들길. 아이고 망했구나 망했어, …”(박완서 ‘울음소리’,『그 가을의 사흘동안』29~30쪽)

      줄행랑이란 뜻은 줄줄이 늘어서 있는 행랑이다. 행랑은 대문 양쪽에 벌여 있는 노비나 하인들 주거하던 곳이다. 주거계층에서 상것이다. 늘어선 행랑처럼 아파트 형태가 획일적인 것이다.

       

      4. “아파트에 살던 후배가 땅 집으로 이사 간다고 하길래 덮어놓고 잘했다고 말해주긴 했지만 정작 어디다 집을 샀는지 …”(박완서『그 남자네 집』9~11쪽)

       

      땅 집은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본질적 차이를 말한다. 아파트를 ‘공중에 떠다니는 포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타운하우스, 블록형 단독주택, 펜트하우스 등이 관심을 받는다. 이들은 아스팔트든 땅이든 내가 관리할 땅이 있느냐 없느냐의 이해가 있다. 요즘 카페와 길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외부공간과 일상생활의 긴결성이 가까워졌다. 아파트 공간이 갖는 피로도의 분출구가 아닐까.

       

      5. “… 끝없는 직각과 직선의 세계, 어떻게 이렇게도 많은 아프트가 모여 있는 곳이 … 공장을 중심으로 이룬 소왕국. 도시 속의 완벽한 요새.”(김채원 ‘푸른 미로’『지붕 밑의 바이올린』293쪽)

      우리나라 도시의 공동주택에는 방음벽이 기본이다. 유럽 도시에서 방음벽을 본 적이 없다. 우리는 이미 공간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산다. 이것은 사회에서의 분리를 의미한다. 아파트는 공간이 철저하게 나뉘어져, 외부공간과 교류하지 않는다.

       

      6. “…이곳 아파트의 여자들은 남의 흉내를 내기 위해 순전히 남을 닮기 위해 다이어트를 했다. 나는 이런 닮음에의 싫증으로 진저리를 쳐 가면서도 … 철이 엄마나 딴 방 여자들이나 남보다 잘 살기 위해, 그러나 결과적으론 겨우 남과 닮기 위해 하루하루를 잃어버렸다. 내 남편이 18평짜리 아파트를 위해…”(박완서, ‘닮은 방들’『그 가을의 사흘동안』352쪽)

      아파트 생활은 철저하게 닮아 있다. 주상복합은 더욱 요새다. 주차장, 사우나, 식당, 네일아트… 수직이동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8. “잔뜩 발기한 것처럼 여기저기 솟아있는 아파트 덩어리는 다시 거대한 난수표가 된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난수표.”(한수영『공허의 1/4』101쪽)

      아파트는 무지무지 욕망이 팽배한 곳이다. 유지비용이 많이 나오는 타워팰리스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더운 여름 날, 에어컨을 가동하는 복도가 시원하니까 각 집이 모든 문을 열고 살았다. 관리실에서 “제발 문 좀 닫으세요”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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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강남의 외딴섬, 또는 강남의 음지로 불리는 수서의 임대아파트 단지는 그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근 주민들의 눈엣가시였다. 우리 학교는 …”(김윤영 ‘철가방의 추적작전’『루이뷔똥』121~123쪽)

      수서동에 영구임대아파트가 있다. 이런 플랭카드가 붙은 적이 있다. “살기 좋은 수서에 왠 임대아파트?” “강남 일원동에 장묘공원 왠 말이냐?” 공간 격리가 사회적 격리가 된다. 삶이 갖는 기본 흐름이 있다. 피붙이를 보자. 다양한 인간 군상이 한 가계를 이룬다. 이런 가계의 확대가 마을이고 우리 사회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지금은? 노인들만 사는 노인 아파트가 있다. 젊은 애들은 출퇴근한다. 노인들만 모아놓고 살면 좋을까?

       

      12. “… 나는 내 삶의 깊숙한 곳에 촌충처럼 들이박힌 무료함의 발톱을 빼낼 수가 없다.”(김인숙 ‘술레에게’『그 여자의 자서전』111~113쪽)

      아파트, 연립주택의 일상을 표현했다. 조정래가 1973년 발표한 ‘비탈진 음지’ 소설을 보면 농부였던 아버지가 서울로 와 아파트를 보고 처음에는 학교로 생각한다. 그러다가 잘 먹고 사는 누군가의 창고라 생각한다. 나중에서야 아파트가 ‘집’이라고 알게 된다. 아파트를 3D로 잘라보자. 같은 위치, 공간에서 비슷한 일상을 산다.

       

      13. “십오 층 복도식 아파트. 가슴팍까지 올라온 높이로 … 다 같이 시장으로부터 쑥 올라온 공중 한복판에 둥지를 마련하고 중력을 느끼지 못한 채 슬금슬금 떠다니는 포자들일 뿐이다.”(은미희 ‘편린, 그 무늬들’『만두 빚는 여자』174쪽)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아이들에게 “넌 고향이 어디니?”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14. “… 줄여? 뭘 얼마나 줄여? 32평에서 더 줄일 게 뭐 있어. 몸을 팔았으면 팔았지 이건 절대 못 팔아!”(김윤영 ‘얼굴 없는 사나이’『타잔』59~60쪽)

      얼굴 없는 사나이는 IMF가 배경이다. 전 세계 베이붐 세대 중 대한민국의 가장이 가장 불행하다. 자산의 대부분이 아파트다. 네덜란드는 자산 중 45%는 부동산이고 나머지는 다른 종류다. 융자 3억2천을 끼고 산 8억2천하던 집값이 6억2천으로 떨어지고 금리가 올라가면 재산은 재산대로 줄고 이자는 이자대로 는다. 집값이 떨어지는 순간 중산층은 완전하게 무너진다. 한국의 이 중간층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이다.

       

      15. “… 찬국은 복처라는 소리에 한없이 낄낄거렸다. … 누구 망신을 시키지 못해 복부인 노릇을 하려고 야단을 쳤지만 …「우리가 무슨 복에 복처를 모시겠나.」처복도 없는 두 남자는 …”(박완서 ‘서울사람들’『박완서 소설전집15』300~301쪽)

      복처(福妻), 복부인(福婦人), 처복(妻福)은 이 시대의 신조어다. 과거에 좋은 부인은 육아 잘 하고 부모님 잘 모시는 것이었다. 지금은 월급쟁이의 아내가 남편도 모르게 부동산 굴리는 게 좋은 부인이다.

       

      24. “… 내 집에서의 풍경이 그대로, 확대 재생산되는 순간, 내 집의 풍경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아파트에서 아파트로의 이동. 여자들은 부엌으로, 남자들은 텔레비전 앞으로, 아이들은 …”(공선옥 ‘비오는 달밤’『명랑한 밤길』177쪽)

      디시인사이드 부동산 갤러리에 ‘2011년 수도권 계급표’라는 그림파일이 있다. 아파트 평당 가격을 기준으로 계급을 9단계로 나눴다. 1단계는 황족으로 평당 3천만원 이상에서 사는 강남구다. 맨 아래는 노비, 가축이다. 아파트가 대한민국 신분과 경제 지렛대를 가늠하는 아이콘이다.

       

      ▲ 2011 수도권 계급표 사진=디시인사이드 부동산 갤러리

       

      37. “… 소연이의 피아노 소리는 초라한 청운연립과 어울리지 않았다. 고급스런 아파트에서나 들려올 법한 소리였다. …”(조영아『여우야 여우야 뭐하니』181쪽)

      다세대․다가구를 포장한 것이 ‘빌라’이다. 양재동 빌라는 초호화 저층 빌라이고 상계동 빌라는 다세대․다가구이다.

       

      유럽 개념의 임대아파트는 없어

      여러분은 ‘집’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와 내 가족과 어떻게 살 것인가? 내가 단독주택에 살면서 달라진 점은 아파트 가격표에 관심이 없어졌다는 거다. 아파트, 돈이 지지하는 비율이 높으면 행복한가? ‘돈’에 쫓아다니며 인생의 상당부분을 낭비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자.

       

      아파트라는 삶에서 공동생활, 커뮤니티 가능성이 있을까? 유럽에서의 아파트는 고급주택이 아니다. 사회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복지였다. 소셜 하우징(social housing)이라고 해서 관리, 소유가 공동이고 각 개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임대를 다르게 한다. 싱글 맘이고 성별이 다른 아이가 있다면 방3개짜리를 준다. 연 수입에 따라 내는 임대료도 다르다. 가족 구성원에 따라 비용과 크기가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순수한 임대주택이 없다. 아마 영구임대주택정도?

       

      아파트는 결국 우리가 살아야 하는 곳이다. 공급된 지 반세기가 지났다. 애매하게 비난하는 것이 있지만 아파트 때문에 생활이 그렇게 어그러진 것도 아니다. 아파트 독과점이라 경쟁 상대가 없었다. 공동체는 자발성이 없으면 깨진다. 노인정, 부녀회는 뜻을 같이하는 몇 명이 장악하면 나머지가 떠난다. 공동체라고 할 수 없다.

       

      참고

      ① 보안여관이 궁금하다면 클릭! ‘청와대 옆 보안여관을 아시나요?’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haej57&logNo=10112650799

       

      ② 긴결 : 한글사전에서 ‘긴결’이란 단어는 찾을 수 없다. 다만, 건축과 관련된 글에서 ‘긴결철물’ ‘긴결기구’란 형태로 등장한다. 긴결기구는 ‘구조기구’라고도 하는데, 목재 접합부를 단단히 결박하기 위해 사용하는 철기구를 말한다(출처 : 네이버 블로그, 하람디자인). 긴결철물은 역시 건축에서 서로 맞물리지 않는 것의 일체화를 위해 ‘연결시키는 철물’을 의미했다. 위 글 4번에서 “외부공간과 일상생활의 긴결성이 가까워졌다”에서 ‘긴결성’이란 외부공간과 일상생활의 연결 정도, 혹은 일체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 집의 인문학 2강 한국 근현대 주거의 존재방식

      2011.9.19 느티나무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8월 30일부터 가을학기 강좌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단순히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의 집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삶이 엮이는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주택정책과 가족의 의미까지 보다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2강의 강의정리 후기는 자원활동가 이현정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산업혁명 없이 발달한 도시주택 변천사
      집의 인문학 2강, ‘한국 근현대 주거의 존재방식’ 후기

      2011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 가을강좌 ‘집의 인문학’은 작년부터 기획되었다고 한다. 의, 식, 주. 입고, 먹고, 거처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 중에서 주, 즉 집은 대한민국에서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여전하게 강하다. “주거문화, 부동산 문화를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면 좋겠다”는 느티나무의 바람에 100% 동의하며 집의 인문학 강좌를 소개한다. 2강은 경기대 건축대학원 안창모 교수께서 맡아주셨다.

      대한민국에 노동자 주택이 없는 이유
      도시주거와 근대도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도시주거는 ‘도시에 있는 주택’이다. 시간과 상관이 없다. 근대 이전에는 어느 지역이라도 역사 중심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근대는 도시중심 역사이다. 그 이전 주거와 다르다. 산업혁명은 공업화→자본축적→도시화를 거쳤다. 도시에 노동자가 밀집하면서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건물이 높아졌다. 유럽의 일반 모습이다.

      우리는 산업혁명 없이 근대를 맞이했다. 그것도 식민지로. 유럽의 근대주택은 노동자의 주택이다. 노동력 확보를 위해 싸고 빠르게 공급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없는 근대화 속에 근대주거가 등장했다. 일제시대에 식민 지배를 하는 일본 사람을 위한 집합주택이 나타났다. 집합주택은 조선정부가 소유한 땅 중 빈 용지에 지었다. 도시변화의 시작으로, 우리나라 근대주거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집합주택은 도시 한복판에 존재했고, 중상 이상의 질을 가졌다.

      성저십리로 서울 이해하기
      한양(서울)은 도성과 성저십리(城底十里)까지를 이른다. 성저, 성 아래, 십리는 약 4km. 한강부터 성곽까지의 거리가 약 4km였다. 성저십리에는 사람이 별로 살지 않았다. 그런데 왜? 서울에 포함시켰을까? 성저십리 내에서는 묘를 쓸 수 없었고 나무를 베지 못하게 했다. 오늘날 그린벨트 개념이다. 다만, 왕의 묘는 성저십리에 쓸 수 있었다. 그린벨트는 사회주의 국가의 도시계획인데 조선시대에 이런 것이 있었다. 나무는 강원도나 충청도에서 베 한강 동쪽에서 수송했다. 조선시대에 서울을 이해하는 관건은 도성이고 근대시기 서울을 이해하는 관건은 성저십리의 도시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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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저십리 안에서는 묘를 쓸 수 없고, 나무도 벨 수 없었다. 사진출처=www.rekor.or.kr

      식민지 아래에서도 도시화는 이뤄졌다. 하층민은 도성 바깥 구릉 위에 몰려 살았다. 1920년대에 굉장히 많아졌다. 초등학교 다닐 때 공동묘지 전설이 있지 않았나?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당시 교육 같은 최소한의 행정서비스를 위해 시역을 확대했다. 초등학교 부지가 공동묘지였다. 1920~30년대에 이장이 많았다. 서울 동북쪽은 한인 주거지였다. 신설동, 제기동, 용두동 등으로 평지였고 가난한 곳이었다. 서울 남서쪽은 일본인 주거지였다. 후암동, 흑석동, 상도동, 대방동, 영등포 등으로 산지였다. 돈이 되는 루트였다. 일본은 상인이나 농사짓는 사람이 평지에 산다. 한남동은 1930년대 일본인 최고의 주거지였다. 민족에 따라 주거지가 명확하게 나뉘었다.

      집합주택 1세대는 관사주택이다. 일제 관료를 위한 주택이다. 2세대는 행랑식 주택이다. 1910~20년대 빈민 한인들의 주거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들에게 공급된 주택이다. 3세대 부영주택은 경성부에서 공급했다. 4세대는 영단주택으로 전시체제 아래에서 형성된 첫 노동자용 집합주택이다. 이때는 일본이 중일전쟁을 일으키며 대륙 침략을 본격화 한 시기다. 한반도는 북쪽을 중심으로 병참기지화 됐다. 남쪽은 유일하게 영등포에 군수산업이 있었다. 군수산업 안정화를 위해 군수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집합주택인 영단주택을 공급했다.

      연립한옥은 일제강점기 도시한옥의 대표 특징이다. 한옥은 온돌 방식의 난방 때문에 고층화가 어렵다. 온돌은 2층 공간까지 불을 가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시빈민은 땅에 붙어 있는 움막에 살았다. 이를 토막이라고 한다. 토막은 하꼬방, 판자촌으로 이어진다. 토막민을 시 바깥으로 쫓아내고 그곳에서 정착을 유도했다. 해방 이후 판자촌이 철거됐다. 아파트는 저소득층 서민을 위한 2~3층의 목조 주택이었다. 지금의 아파트 개념은 ‘맨션’이다.

      한옥만 남향 사랑?
      한옥은 근대 도시주택인가? 한옥은 근대 도시주택과 속성이 다르다. 근대화를 겪은 사회는 공공기관이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우리는 1980년대 말까지 주택의 공공 공급 개념이 없었다. 북촌은 지방지주가 서울로 공부하러 가는 자식을 위해 지어졌다. 사무직이나 지주의 자식들이 북촌 한옥에 거주했다. 1910년대부터 집 장사가 있었다. 한옥을 단순화시키고 개량시켜 팔았다. 개량한옥(도시한옥)이라고 불렀다. 근대기 건축가들은 자기를 계몽가로 여겼지만 집 장사들은 사회요구를 받아들였다. 건축가들이 설계한 집은 잘 팔리지 않았다.

      문화주택에서 ‘문화’란 위생을 뜻한다. 위생을 책임지는 것이 이슈였다. 사람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건데 자본가가 건강한 노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했다. 문화주택은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조선일보 만평을 보면 돈을 빌려 문화주택을 지은 것을 비꼬는 내용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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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30년 1월 12일 조선일보 만평 ‘여성선전시대가 오면(2)’. 왼쪽에서 두 번째 다리를 보면, “나는 문화주택만 지어주는 이면 일흔 살도 괜찮아요.”라고 쓰여 있다. 당시 문화주택을 향한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사진출처=todayhumor.co.kr

      한옥은 남향 선호사상으로 지어진 주택인가? 당시 한옥은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이 사는 비위생적인 주택이었다. 위생주택을 대안으로 내놓았는데, 아이들 방을 남쪽에 두었다. 아이들을 보호대상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부엌, 화장실을 개량하고 위생주택을 권유했다. 남향을 선호했다면 안방 위치가 달라졌을 것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대라 가족 삶을 위해 중요한 부엌은 동북쪽에 있었다. 안방은 가장 나쁜 위치에 있어도 상관하지 않았다. 안동 하회마을에 가면 종갓집에도 남향이 아닌 집이 많다. 서양도 남향을 선호했다. 남향집은 비싸서 노동자들에게 선택권이 없었다. 20세기 초 위생 개념이 들어와 ‘남향’이 좋다는 교육이 이뤄지면서 남향이 선호되었다. 우리나라만 남향을 선호한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만의 독특한 특징은 아니다.

      조선이 병참기지화되면서 노동자들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단주택이 들어섰다. 문래동의 영단주택은 우리나라 최초의 노동자 주택이다. 1940년대 초 조선주택영단에서 지었다. 서양처럼 산업화로 인한 노동자용 주거단지가 출현한 것이다. 상도동, 대방동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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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4월 25일 인터넷 한겨레신문을 보면 문래동에 남은 영단주택 500여 채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볼 수 있을 듯. 사진은 영단주택 골목. 사진출처=http://blog.daum.net/hojinbo/36

      해방이 된 후에도 일제 강점기 표준 주택이 여전하게 영향을 미쳤다. 국민주택 현상공모 당선안을 보면 영단주택과 유사한 안이 많았다. 1960년대에는 퀀셋, 흙벽돌집 같은 실험주택이 있다. 미국이 흙으로 집을 지은 것을 보고 아프리카에서 쓰던 흙벽돌 만드는 기계를 가져왔지만 흙벽돌은 우리나라와 맞지 않았다. 그래서 흙벽돌 안에 화강석을 넣었다. 청량리 부흥주택이 흙벽돌로 지은 집인데, 현재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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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군이 임시 주둔하는 주거형태였던 퀀셋(quonset). 사진출처=runintosky.tistory.com/

      1960년대 도시한옥은 1930년대 형식을 완전하게 갖췄다. 빠르게 공급됐다 사라졌다. 도시한옥 보존이냐 개발이냐는 갈등이 있었는데, 북촌은 4대문의 핵심이고 양반이 거주해 보존 필요성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렇지만 보문동, 청량리 일대에 있는 도시한옥은 역사성이 없다는 이유로 보존되지 않았다. 아파트는 195~60년대에 공급이 시작돼 1970년대 보편화됐다. 1980~90년대 전형화를 거쳐 90년대 이후에는 공급이 정체됐다. 대신 주상복합이 등장했다. 마포아파트는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이다. 원조를 받아 기름보일러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고 했는데, 미국의 반대로 층수를 낮추고 연탄보일러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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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 마포아파트. 사진출처=podopodo.net/article/critics/detail.asp?seq=28

      나는 세운상가를 ‘2차 세계대전의 사생아’라고 표현한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도시도 공습 피해를 받았다. 소이탄 공격을 받아 불이 났을 때 도시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고 빈 공간을 두었다. 그 중 한 곳이 종묘 앞에서 필동까지의 폭 50m,길이 1200m의 현 세운상가 지대였다. 서울이 폭격을 맞아 종로 일대에 화재가 나면 동대문까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소개도로를 만들었다. 소개도로를 유지하며 건물을 지은 것이 세운상가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는 성공했지만, 1980년 강남이 개발되면서 위상을 잃었다.  

      직장과 주거분리(직주분리)는 근대주거의 특징이다. 가내수공업이 죽고 대공장 삶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소련은 직주근접 도시계획을 세웠다. 평양은 사회주의 국가의 도시계획이 완벽하게 구축된 곳이다. 소구역 단위로 이동량을 최소화 시켰다. 가장 이상적인 아이디어로 만들었지만 작동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다세대 주택을 바라보는 관점이 일제시대의 건축가 모습 같다. 다세대 주택을 우습게 안다. 북촌의 도시한옥 교훈을 생각하면 좋겠다.

      참고
      ① 문래동 영단주택 관련 기사 “70년 세월 빼곡히…‘영단주택’ 헐리나”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417732.html
      ② 1960년대 마포아파트 이야기 보러가기 “1962년, 마포아파트 혹은 혁명 한국의 상징”
      http://podopodo.net/article/critics/detail.asp?seq=28
      ③ 세운상가 역사를 좀 더 알고 싶다면 “도성길라잡이 세운상가 역사”
      http://blog.daum.net/so_design/8177130
       

    • 집의 인문학 1강, ‘지금 다시 생각해보는 우리의 집’ 후기

      2011.9.6 느티나무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8월 30일부터 가을학기 강좌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단순히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의 집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삶이 엮이는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주택정책과 가족의 의미까지 보다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1강의 정리후기는 자원활동가 이현정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재산증식 아닌 성찰하는 공간으로 바라볼까?

      2011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 가을강좌 ‘집의 인문학’은 작년부터 기획되었다고 한다. 의, 식, 주. 입고, 먹고, 거처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서 주, 즉 집이란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여전하게 강하다. “주거문화, 부동산 문화를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면 좋겠다”는 느티나무의 바람에 100% 동의하며 집의 인문학을 소개한다. 1강은 건축가이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민현식 교수가 맡아주셨다.

      공간, 생각을 부추기다

      거주하는 곳은 모두 집이다. 생활하는 곳, 일하는 곳, 영화를 보는 곳 등 길게 혹은 잠시 거주하는 곳은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집(공간)은 단순하게 머무는 곳이 아니라 생각하는 공간이다. 생각하도록 부추기는 공간일 수 있다. 건축가 꼬르뷔제는 “건축을 통해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꼬르뷔제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인 프랑스 롱샹의 롱샹교회, 리용의 라 뚜레뜨 수도원을 건축한 사람이다. 꼬르뷔제는 프랑스 파리 세느강에 있는 구세군 건물도 건축했다. 구세군 건물은 노숙자를 위한 숙소이다. 그는 공간을 거치는 동안 (노숙자들이) “나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세군 건물을 설계했다. 

      밖에서 본 롱샹교회. 출처 = www.anupark.net  동영상 보러가기

      사유하게 만드는 건축의 대표는 수도원이다. 꼬르뷔제는 수도원 건축을 의뢰 받았을 때 신부로부터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 있는 르 또로네 수도원을 가보라고 권유받았다. 중세 수도원인 르 또로네를 방문한 꼬르뷔제는 이 공간에 감동을 받아 ‘진실의 건축’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 공간에 사유(思惟)하게 하는 힘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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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방스 지역에 있는 라 또로네 수도원 내부 모습의 일부.
          출처 = www.anupark.net
       동영상 보러가기

      문을 열면 자연과 관계를 맺고

      우리나라 집은 지형과 행복한 관계가 되도록 했다. 산, 들, 강이라는 공간 안에 집, 절, 서원같은 사람이 만든 공간을 넣었다. 우리나라 방은 ‘풍경’이라는 짝이 있었다. 방문이 닫혀 있으면 모르지만 방문을 여는 순간 방과 공간이 관계를 맺는다. 

      명재고택(윤증고택) 누마루에서 창을 열고 바라보는 모습은 가장 드라마틱한 풍경을 보여준다. 절에 갔을 때 “부처님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를 염두에 두고 둘러보면 좋다. 우리나라 건축에서 루, 정 등은 위대한 자연을 보며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공간이었다. 경상북도 안동 천등산에 있는 봉정사 극락전은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조건물이다. 봉정사 극락전은 건축 자체는 훌륭하지 않다. 눈여겨 볼 곳은 암자이다. 암자가 우리를 사유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하회마을의 병산사원의 만대루 역시 그런공간이다. 병산서원은 아침에 낙동강을 따라 걸어가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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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명재고택 사진출처 = www.myeongjae.com

      이 외에도 멕시코 멕시코시티 둔덕에 지어진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의 집, 루이스 칸이 건축한 미국 샌디에고의 소크(salk)연구소도 사유하게 하는 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루이스 바라간의 집은 오로지 하늘만 바라보게 지었고 소크 연구소에서는 태평양만을 바라볼 수 있다.

      남진이 원망스러운 이유

      남진의 노래가사 중에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는 부분이 있다. 그림 같은 집은 밖에서 보는 집이다. 집에서 밖을 보는 그림이 중요하다. 그래서 가끔 남진이 원망스럽다. 요즘 집은 자본의 논리에 놀아난다. 돈, 재산 축재만 있고 사유가 없는 집이다. 축재보다는 나를 성찰하게 만드는 집에 관심이 있을수록 사회도 나아질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는 ‘집’

      부동산에서 자유로우면 여러 곳에서 살 수 있다. 우리는 집을 뿌리를 내리고 사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극복하면 집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 커진다.

      참고
      ① : 꼬르뷔제가 건축한 건물이 보고 싶다면
       http://www.anupark.net/corea/web/co_a02-13.htm를 들려도 좋다. 롱샹교회, 라 뚜레뜨 수도원은 물론 그가 감명을 받았던, 르 또로네 수도원 모습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참고 ② : 민현식 교수의 건축한 건물로는 신도리코 기숙사, 대전대 기숙사, 로열앤컴퍼니가 있다. 로열앤컴퍼니 옥상은 잘만 이야기하면 방문도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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