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 강사

  • 기간

    • 2011. 3. 14 ~ 2011. 5. 2
  • 시간

    • 월요일 19:00~21:30 총8회
  • 수강료

    80,000

    • 파격 할인혜택
    • 참여연대 회원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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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세 정보

    강의소개 |
    무책임한 퍼주기다. 결국 국민에게 세금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며, 국가재정도 파탄날 것이다.”
    한국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복지국가에 대해 보수진영이 쏟아내고 있는 우려들입니다.
     
    하지만 이미 국가부채 증가와 국가재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부자감세와 4대강공사 등을 통해 건설업자와 부유층에게 퍼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정말 복지국가를 하면 경제성장이 멈추고, 부자들이 아닌 서민들의 머리 위로 세금폭탄이
    떨어지고, 나라가 망하는 걸까요? 
    성장이란 이름아래 끊임없이 경쟁하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보육과 교육, 취업과 실업, 노후의
    문제에 있어서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지 못하는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요?   
    더 나은 사회와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으로 복지국가를 이야기할 수는 없는 걸까요?
     
    복지국가에 대한 오해나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 복지국가를 통해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복지국가의 구체적인 현실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서구의 복지국가를 넘어서는
    한국형 복지국가에 대한 시민의 상상력을 넓혀나가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날짜
    순서
    주제
    강사
    03.14
    1
    복지국가는 좌파의 정책인가
    신광영
    03.21
    2
    한국은 복지국가인가
    김연명
    03.28
    3
    복지국가의 큰 정부는 비효율을 초래하는가
    신광영
    04.04
    4
    복지국가는 쇠퇴하고 있는가
    양재진
    04.11
    5
    복지국가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는가
    신광영
    04.18
    6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은 불가능한가
    이정우
    04.25
    7
    보편적 복지는 무책임한 퍼주기 복지인가
    윤홍식
    05.02
    8
    어떻게 어떤 복지국가로 갈 것인가
    신광영
     
    강사소개 |
    신광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양재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정우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윤홍식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강의정보 |
    일시 : 2011.03.14 ~ 05.02 월 오후 7시~9시30분
    장소 : 참여연대 느티나무홀(B1)
    수강비 : 8만원(참여연대 회원 50% 할인)
     

    후기 8

    • 보편주의 복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는 복지?(복지국가 7강)

      2011.5.17 느티나무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3월 14일부터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복지국가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두려움을 넘어, 복지국가를 통해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복지국가의 구체적인 현실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서구의 복지국가를 넘어서는 한국형 복지국가에 대한
      시민의 상상력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7강의 후기는 자원활동가 김현민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7강 보편주의 복지는 무책임한 퍼주기 복지인가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과학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보편주의가 사회적 화두가 되었다. ‘보편적’이라는 말이 한국 사회에서 이토록 불편한 말이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서두는 늘 이렇게 시작된다. "그렇다면 삼성 이건희 회장 손주들도 무상급식을 주어야 하는가?" 찬성하는 쪽도 이 지점에서는 무언가 석연치 않다. 이번 강의는 바로 이 부분에서 불편한 양 쪽 모두에게 필요한 내용이었다.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원칙은 무엇인가
      참여연대에서 30여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두 달 여간 매주 세미나와 토론을 벌여 한국사회에서 보편주의 복지를 한다면 어떤 원칙들이 지켜져야 할 것인가를 논의한 바 있다. 그 결과  6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번째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보장하는 복지국가이다. 우리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계급과, 성, 학력, 거주지역 할 것 없이 시민으로 태어난 그 자체만으로 가져야 한다는 시민권에 대한 이야기다.

      두 번째 실질적 민주주의와 좋은 경제성장의 동반자인 복지국가이다. 최근 수치를 보면 97년 이후 빈곤과 불평등 수치가 97년 직전보다 훨씬 높다. 복지국가 하자는 것은 실질적 민주주의 이뤄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보편적 복지국가는 경제에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견인차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있다.

      세 번째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복지국가이다. 일자리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게 우리가 원하는 복지국가이다. 경쟁하는 사회가 됐지만 태반이 백수이고, 일자리를 가진 청년의 태반은 88만원을 받는다. 역사적 경험은 우리에게 결코 시장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문의 지표 보라. 기업의 규모와 투자 규모는 늘지만 고용지수는 좋은 기업일수록 줄어들고, 나쁜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다.

      네 번째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저소득층, 중산층이 함께하는 복지국가이다. 사실 한국에서 불안한 계층이 중산층이다. 몸 하나 믿고 노동력을 파는데 직업을 잃으면 바로 빈곤층으로 미끌어질 수 있다. 이에 대비한 사회서비스도 없다. 이들 중산층을 포함해 다양한 계층의 이해와 요구를 포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하고 연대한다는 것은 이들 모두의 연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다섯번째 여성이 춤추는 복지국가이다. 한국사회는 지독히 성차별이 심하다. 일하는 여성이 늘어남도에 불구하고 홑벌이 부부와 맞벌이 부부의 남성 가사노동 시간 차이는 2분여 밖에 안된다. 돌봄의 책임이 여성에 강제되는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복지국가는 남성도 돌봄에 참여하는 사회로 바꾸자는 것이다. ‘젠더’라는 측면이 중요한 원칙이다.

      여섯째는 인간안보를 지키는 복지국가이다. 그동안은 외부의 위험만이 안보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삶을 위협하는 것은 일상의 실업과 빈곤 등이다. 이같은 인간안보 지키는 사회로 변해야 한다. 이 여섯가지 원칙이 참여연대가 올 하반기부터 진행할 복지국가 운동을 관통하는 중요한 원칙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 준다?
      보편주의에 대한 비판의 논점은 보편주의냐, 선별주의냐로 나뉜다. 보편은 진보고 선별은 보수라는 이분법적 구조다. 사실 쉽게 말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 주는” 복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복지는 세 가지 선별기제를 가진다. 우선 65세 이상이냐, 아동이 있냐와 같은 인구학적 특성을 기반으로 대상자를 선별하는 것이다. 이어 기여여부이다. 국민연금 납부 정도에 따라 대상자를 선별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자산과 소득에 따라 대상자를 선별한다. 돈 있고 없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선별원칙 중 어떤 것을 취하냐가 중요하다. 모든 복지 정책은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가지거나 또는 세 가지를 조합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앞의 두 가지 근거를 두고 선별 할 경우 보편주의 복지, 마지막을 적용하면 잔여주의적 복지라고 한다.

      선별원칙은 보편주의 복지 원칙의 반대가 아니다. 보편주의 복지의 반대는 잔여주의 복지이다. 보편주의 복지도 차이를 인정한다. 아이가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더 많은 육아/보육 욕구 비용 들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단 돈이 많은 사람에겐 하루 세끼, 적은 사람에겐 두끼를 주는 것처럼 경제수준과 소득에 따라 기본적 욕구도 다르다는 것을 인정 안한다. 자산조사와 소득에 따라 선별하는 잔여주의적 복지에 반대하는 것이다.
      통상 선별주의는 원칙이 아니다. 선별적 잔여주의라고 부르는 게 맞다. 자산과 소득에 따라 정책대상에서 선별하는 이러한 정책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선별주의로 표현하고 있다. 이미 대중화 되어 되돌리기 힘들지만 보편주의 복지와 선별주의를 잘 구분해야 한다.

      잔여주의적 선별주의 대 보편적 선별주의의 대립은 문제가 있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보편주의 대 선별주의의 대립으로 가져갈 때 보편주의 복지의 반대 입장은 무조건 주자 아니냐고 지적한다. 결국 이런 지적에 취약해지고, 선별주의 복지를 대항으로 설정할 때 보편주의 복지는 방어가 어렵다. 선별적 잔여주의, 또는 잔여주의적 선별주의라 지칭하는게 타당하다.

      보편주의의 재원은 어디서 와야 할까?
      가장 중요하고 논란거리는 진보는 증세를 지지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이다. 부자들에게 부유세를 걷자고 하면 반대가 별로 없다. 돈 많은 이들이 돈 좀 내라는 것인데, 한겨레 조사에 따르면, 어떤 나라를 꿈꾸냐는 질문에 국민 70%가 스웨덴 같은 나라라고 답했다. 이어 스웨덴처럼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냐고 묻자 20%만 더 내겠다고 하고 나머지는 지금만큼만 내거나 덜 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 재원조달 방식을 묻자 잘 사는 사람이 더 내야 다라는 답이 60% 이상이었다. 이게 맞을까? 가진 사람 것을 뺏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자는 것인데, 그들의 작태를 보면 당연하다는 입장도 있고, 통쾌해 보이기도 한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사회보장세, 소득세, 담배 술 등에 부과하는 죄악세 등의 세금이 무척 강하다.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이 스웨덴에선 25%이다. 만원짜리 물건을 사면 2천5백원이 세금이다. 한국은 10%정도다. 소득역진적이라고도 지적된다. 볼펜 하나를 살 때 이건희 회장과 노동자가 같아서야 되겠냐는 것이다. 진보에서는 소비세, 부가가치세가 맞지 않다, 소득역진적이라고 지적한다. 비역진적인 소득세, 자산/법인세 확대 등을 이야기 한다. 이건 다시 말하고, 그런데 북유럽 세제를 보니 법인세와 자산에 대한 세금이 영국과 미국보다도 낮다. 80년대에 보면 법인세가 마이너스 수준이었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시장친화적 조세는 소득세 등이라며 법인세 확대 등은 투자 의지 꺾는다고 말한다. 주류가 싫어하는 세금인 셈이다. 그런데 자유주의 경제 활성화 국가인 미국과 영국 등이 북유럽보다 훨씬 세다. 북유럽은 오히려 약하다. 역설적이다.

      스웨덴 사민당은 소득세와 죄악세를 늘려야 한다고 밝힌다. 왜 그럴까. 그것은 보편주의 복지에 대한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보편주의 복지는 남의 것을 뺏어서 주는 것이 아니다. 보편주의 복지는 우리가 낸 것을 우리가 돌려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복지 확대를 위해선 보다 많은 사람이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본다. 복지 수급자가 재원 담세자와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 보편주의 복지의 핵심원리이다.

      보편주의는 누가 주도하는가
      한나라당을 보면 세출구조에서 조세감면을 말하고 민주당은 전면감세철회를 이야기 한다. 박근혜는 부분감세철회 입장이다. 이 그림을 보면 일반적인 상식과 다른 모습이다. 진보는 부유세에 대해 지지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고민 중이다. 그렇다면 보편주의 복지는 진보의 것이냐는 문제도 나올 수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때 반값 등록금과 무상교육, 기초노령연금 확대 등을 이야기 했다. 열린우리당은 현실성이 결여 됐다며 국정운영 책임자로서 그것은 표퓰리즘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흐른 후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급식, 의료를 이야기 하면 한나라당이 현실성이 결여된 포퓰리즘이라고 말한다. 이것을 보면 과연 진보만 보편주의 복지를 말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서구를 보면 그렇지 않다.

      보편주의 복지 국가인 스웨덴의 복지정책은 1930년대 사민당이 주요 정치세력으로 등장하기 전에 보수당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시 사민당은 처음부터 보편주의 복지를 지지하진 않았다. 당시 사민당은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했는데, 좌파의 핵심 테제는 당파성이다. 그런데 맑스의 주장과 달리 노동자 계급은 전체 다수를 차지하지 못했다. 집권을 위해 노동자 외에 중소상공인, 소자본가, 쁘띠 브르주아 등 다른 계층과 연대가 필요했다. 사민당 초기 우선 농민과 손을 잡았다. 50~70년대에는 화이트칼라, 중산층과 손을 잡았다. 그래서 보편주의 복지 국가는 사실상 좌우 날개로 함께 날아야 한다. 노동자 중소상공인 농어민 중산층 여성 진보적 지식인 저소득층이 함께 이끌어야 한다.

      이것을 오해하면 보수도 보편주의 복지를 할 수 있냐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한나라당은 자발적으로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서구도 마찬가지다. 왜 한나라당이 기초노령연금 공약을, 이명박 대통령이 무상보육과 반값등록금을 말했을까. 기층민중과 시민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보수도 조직된 시민이 요구했기에 보편주의 복지를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스웨덴 우파가 집권해도 보편주의 복지를 철회하지 못한 것은 스웨덴 시민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우의 날개로 보편주의 복지는 난다.

      이건희의 손자에게도 무상급식을!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에게 무상급식에 대한 설문을 돌렸더니 과반수가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주의 복지 국가는 이건희 손자도 무상급식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그런 주장을 할까? 첫째는 중산층이 참여하지 않는 복지서비스는 질이 담보가 안되기 때문이다. 만약 지역아동센터를 중산층 아이가 이용한다고 보자. 지금과 같은 서비스에 대해 중산층은 만족 안할 것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할 것이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복지서비스 수준이 중산층에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만약 공적 제공 서비스에 대해 중산층이 불만을 가진다면 서비스를 이용 안하고 시장에서 구매를 할 것이다. 대부분 이용을 안하면 세금도 안내려고 할 것이다. 이건희 손자도 같이 먹을 급식이 돼야 한다. 그래야 우리 꿈꾸는 평등한 사회에서 모든 아이들이 수준 높은 급식을 먹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예전엔 열심히 일하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회사에 몸 바쳐 충성해도 언제든지 잘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빈곤층으로 떨어진다. 미국의 자료에 의하면, 75세가 될 때까지 빈곤을 한번 이상 경험한 확률이 76.0%였다. 미국이 경우지만 우리 시대에 살고 있는 대다수가 빈곤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공적복지는 가난한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가난해 질 가능성이 모두에게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세 번째, 그러면 부자에게 걷어 가난한 사람을 주면 불평등이 줄까? 그게 논리적임에도 실제는 나타나지 않는다. 미국은 전체 복지 지출에서 가난한 사람이 차지 비율이 60%이다. 북유럽의 최고 다섯 배인 점은 논리적으로는 빈곤과 불평등이 적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재분배의 역설이 일어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유가 있다. 보편주의 복지의 핵심은 나와 우리가 낸 것, 보편적 증세를 통해 보편적으로 돌려받는 구조이다. 세금을 내야 하는데 나를 위해 쓰이지 않고 저소득층, 가난한 사람에게만 돌아간다면 고귀한 사회적 이상과 철학 때문에 일정 부분 기꺼이 낼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그러긴 어렵다. 그것이 결정적이다. 보편적으로 세금을 내는 나라에선 복지자원총량이 훨씬 크다. 그 총량에서 n분의 일을 나누니 가난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 커진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만 공적복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한국은 보편주의에 어디쯤인가
      한국사회를 보면 보편주의 복지가 첫 번째 가난한 사람들만 지지하느냐, 두 번째는 보편주의가 경제성장 도움이 되는가, 세 번째 정치적 조합이냐 시스템과 체제로 만들어야 하는가, 라는 문제가 남는다. 결국 보편주의 복지와 잔여주의 복지는 극명해 진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보편주의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박근혜는 잔여주의를 지지한다. 사회보장법 전부개정안 토론회 안을 보면 가능한 많은 사람을 포괄 구제하고 사각지대를 효율화시키자인데, 이게 주로 잔여주의 복지국가 방식이다. 시민권에 기반한 정책이 아니다. 반면 손학규를 제외한 민주당 주류를 보면 보편주의 복지 국가를 지지한다. 다만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뭘 지지하는지 모르겠다. 아동양육을 보면 시장지향적이고 일부는 진보적이다. 아직까진 판단이 어렵다.

      이전까지 정치 쟁점은 민주 대 반민주, 친북 대 반북 등이었지만 2012년엔 보편주의 대 잔여주의 복지의 논쟁이 일 것이다. 시민들이 복지를 경험하게 되면 결국 복지의 확대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에 조응하는 정치체제는 비례대표제라고 본다. 또한 조응하는 복지정책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을 보장하는 보편주의 복지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와 철학에 대한 것이다. 북유럽의 경우 아동의 천부적 인권을 인정한다. 미래 사회를 이끌 동량이나 노동력 차원에서 보는 게 아니라 아동 자체를 완전히 인격체로 보는 것이다. 당연히 그들에게 필요한 질 높은 서비스에 대해 그 사회에서는 이견이 없다. 과연 한국사회에선 그 사람의 성격과 품성, 근로동기와 상관없이 인간의 존엄성에 따라 누구나 복지를 보장하는 가치에 동의할까? 우리나라는 경제중심적이다. 일하지 않고 게으른 사람에게도 복지를 준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가 삼십년 넘게 걸려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박정희가 한국사회 모든 돈을 끌어들여 재벌에 집중투자를 하면서 나머지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그리고 현재 복지가 이 수준이다. 그런데 다음 정권을 진보신당이 잡는다면 복지국가 될까? 보편주의는 정치적 결단의 출발점이지만 시간을 요구한다. 몇 개의 정책 조합이 아닌 체제 변화는 많은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국민들도 다음 정권에서 진보정당이 집권해도 5년 내 다 한다 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이것은 출발점이다. 집권 하자마자 5년간 복지 확대 마스터플랜을 보여주고 추진해야 하지만 그 5년이 모든 것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된다. 적어도 수 십년은 흘러야 한다. 앞으로 수 십년간 보편적 복지를 지지하는 정당이 집권해야 된다. 다른 세력이 집권한다 해도 이 방향으로 국민이 요구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일상에서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조직된 힘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문제다.


    • 성장과 복지는 동행이다(복지국가 6강)

      2011.5.4 느티나무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3월 14일부터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복지국가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두려움을 넘어, 복지국가를 통해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복지국가의 구체적인 현실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서구의 복지국가를 넘어서는 한국형 복지국가에 대한
      시민의 상상력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6강의 후기는 자원활동가 김현민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6강 성장과 복지, 세계화와 복지는 상극인가

      이정우 경북대학교 교수·경제학 / 참여정부 정책실장

      분배와 성장, 이 두 가지는 복지에 관련된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다. 한국 사회에서 복지와 관련된 가장 익숙하고 (또 거의 유일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섯번의 강의를 들으며 복지를 선택하는 것이 곧 성장을 늦추는 것이 아님을 확인해 왔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성장과 더 친숙할 것 같은 경제학자는 또 어떠한 진실을 전해줄지, 기대와 설렘으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파이(pie)를 언제 맛보나?

      이전 역대 보수정부는 성장이란 토끼만 잡으러 다녔다. 분배, 복지 토끼는 관심이 없었다. 다만 학계나 시민단체가 분배, 복지를 가끔 꺼냈는데, 무시당했다. 항상 선성장 후분배를 말했다. 성장을 먼저 하고 그 다음 파이가 커질 터이니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미리 나누면 파이가 안 커지니 성장이 안 돼 다 가난해진다, 사회주의가 그래서 망했다는 논리다. 철학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수준 낮은 주장이지만 이 주장은 오랫동안 국민들의 머리 속에, 특히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고정관념처럼 박혔다. 떡을 키운 후 갈라먹자는 이야기는 그럴듯해 진리처럼 들린다. 그래서 쉽게 국민들의 머리를 지배할 수 있었다. 참여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성장도 낮고 분배도 개선되지 않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쳤다고 말한다. 주로 쓰는 두 마리 토끼론이다. 성장과 분배 중 한 마리 토끼만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도록 우리의 머릿속을 붙잡아 이분법적으로 사고하게 한 이 논리는 과연 진실일까?, 설득력이 있는가?
       
      복지국가 담론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험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던 것이 98년 환란이 오면서 실업자도 많이 생기고, 빈부격차도 심해지고, 따라서 상당한 복지 확충을 위한 새로운 제도가 많이 일어났다. 의약분업도 그 때 생겼다. 200여개로 쪼개진 의료보험조합을 건강보험으로 통합한 것도 그 때 일이다. 국민의 정부가 복지국가의 기틀을 만드는데 공로가 많다. 이어 참여정부 때 복지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분배에 민감한 한국사회

      이 교수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었다. 그래서 그는 복지가 한국 정치 현장에서 어떠한 민감도를 가지고 있는지 또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보수언론에 ‘분배주의’라고 분류(?)되면서 비난받았다. 없는 말을 만들어서 참여정부를 분배주의라고, 또 좌파라고 공격했다. 그는 전공이 경제학 중 분배론/불평등론이다. 삼십년 전 미국 유학 시절에 그의 전공 때문에 좌파분배주의로 몰기 좋았을 것이다. 실제로 참여정부가 분배에 좀 더 신경을 쓴 것은 사실이다. 그 전 보수정부에 비해 복지예산을 늘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걸 분배주의, 좌파로 부를 만한가.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여전히 분배/복지가 약하다고 본다. 당시 중앙정부 예산 중 복지예산이 참여정부 시작 때 20%였다. 경제예산은 28%였다. 참여정부 말에는 그 숫자가 우연히도 거꾸로 된다. 복지예산이 28%, 경제예산이 20%였다. 이걸 가르켜 분배주의, 좌파라고 온갖 비난을 했다. 정말 과한 것일까? 정말 좌파적인가? 그것을 보려면 다른 나라를 봐야 한다.

      OECD 평균 경제예산은 10% 대이다. 복지예산은 평균 55%이다. 10대55로 비교가 안된다. OECD 국가 중 미국은 가장 덜 복지국가이고, 가장 후진적인 복지국가이다. 하지만 미국도 중앙정부 예산을 보면 OECD 평균과 비슷하다. 그러나 한국은 오랫동안 경제예산이 복지예산보다 많았다. 나머지는 행정, 국방 등이었다. 유독 우리나라만 기형적인 예산구조를 가진 것이다. 다들 우리보다 다섯배 정도 쓰는데 우리는 반대했다. 이걸 조금 바꾼 것이 참여정부의 28%이다. 이게 과다한 것일까. 참여정부가 한 30~40%로 올렸으면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우리의 복지수준은 굉장히 늦고 너무나 빈약해 이야기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를 정상화하려는데 분배주의/좌파라고 한다. 이런 보수언론 가진 것과 함께 학자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보수이다. 9할이 보수 경제학자이고 보수이다. 분배복지에 대한 식견이 없다. 공부를 제대로 안하고 단순히 분배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보수언론 말을 막연히 맞다고 믿고 있다. 경제학자조차 이러니 국민이 이걸 믿는 것이 이상한 게 아니다.

      성장과 분배와 복지, 그들은 정말 삼각관계인가?

      그러면 실제로 성장과 분배 복지의 관계가 발목 잡는 관계인가, 그렇지 않다. 보수 언론의 구호인 복지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틀렸다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증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이다. 하나는 분배가 불평등할수록 재분배 요구가 많고 따라서 세금을 많이 걷어 소득을 재분배해야 하는데 그러면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분배가 불평등하면 정치사회적으로 불안정해 외국의 투자가 안 들어오고, 그래서 성장을 저해한다. 세 번째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문제이다. 분배가 불평등할수록 가난한 집의 인재가 공부를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지나친 불평등은 성장을 저해하는 세 가지 연결통로가 있다. 지난 20년간 경제학자들이 발견한 것이다. 압도적 다수 의견이 분배 개선은 성장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분배가 나쁠수록 성장에는 불리해 진다는 이야기이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 때 이 부분에 대해 강조하려고 글 쓰고 강연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2005년 2년 반 일하고 나올 때 글 하나를 남겼다. 다른 것은 알아서 맡겨도 걱정이 안되는데 분배론은 보수가 끊임없이 시비를 걸지만 안에서 잘 아는 사람 없어서 글을 적었다는 것이다. 최성수의 노래 동행의 가사를 인상깊게 들었고 이것을 따와서 “성장과 분배는 동행이다”, 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고 한다. 그렇게 최성수의 동행 이야기를 하면서 성장과 분배도 동행이라고 설명했다.

      ‘세 가지 메커니즘인 조세재분배, 인적 자본, 정치 불안정을 이야기 했다. 경제학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더 이상 흔들지 마라, 보수는 근거를 가지고 비판해라, 말도 안되는 낡은 레코드를 계속 틀지 마라, 발목 잡는다 하지 말고 자신을 가지고 분배 복지 강화 정책을 계속 해달라’고 남기고 나왔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복지국가 논쟁이다. 그때는 성장분배, 지금은 복지국가로 이름만 다르고 내용은 같다. 지금도 낡은 레코드를 틀고 있다. 분배 복지는 성장의 발목, 복지는 성장을 저해한다, 복지국가는 재정이 나빠져 위기가 오고 국가부채는 늘어난다, 국가 부도로 신용등급이 떨어진다라고 말한다.

      지난해 유럽의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네 나라가 국가신용부도를 맞았다. 그래서 구제금융을 받고 그랬는데, 이들 국가를 호재로 삼아 복지국가를 격하는데 써먹고 있다. 복지를 너무 해서 국가 부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분배 복지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언술이 틀렸듯이 복지국가가 성장 발목을 잡는다는 말은 틀렸다. 이들 국가가 복지 때문에 부도가 났다는 말도 틀린 말이다.

      이들은 유럽에서 가장 복지 후진국들이다. 유럽국가들의 복지 발달 정도는 위도가 높을수록 복지 잘되고 낮을 수록 낮다는 게 정설이다. 북유럽은 세금 많이 걷고, 복지지출 많이해 웬만한 의료 보육 학교 급식 등은 무상이다. 이를 탈상품화 사회라고 한다. 그리고 중부유럽이 그 다음이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다. 이들은 2등급 복지국가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은 예외인데, 위도는 높지만 복지는 실제로는 낮다. 정말 복지 때문에 경제가 망가진다면 제일 먼저 북유럽이, 그다음 중부유럽, 그다음 남부유럽 순이어야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과 한국, 무엇이 문제인가

      일본이 지진나기 전 신용등급이 한 등급 강등됐다. 이는 복지국가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되었다. 일본 자민당 집권시엔 괜찮다가 민주당이 복지 한다더니 망하지 않더냐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신용등급 하락은 국가 부채가 너무 커서이다. GDP 200%로 엄청 높다. 이 부채가 민주당 집권 일이년 사이에 온 것은 불가능하다. 약간 늘었을 뿐 일 것이다. 대부분 국가부채는 50년 장기집권 자민당의 작품이다.
       
      일본의 별명은 토건국가이다. 토건국가는 복지국가의 반대말이다. 댐 도로 다리 놓고, 과잉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일본은 토건족이 있고, 이들의 이익 위해 정부는 충실히 경제정책을 운영한다. 건설회사들과 유착된 정치가와 관료들이 있고 이들을 토건족이라고 한다. 한국은 판박이다. 한국에도 있다. 이들은 기회만 있으면 건설경기 부양을 주장한다. 우리도 50년을 그래왔다. 참여정부 때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 잠시 주춤했지만 그전에는 토건족이 원하는 데로 투자가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는 토건족을 위한 4대강 사업에 엄청난 예산낭비를 하고 있다. 토건국가를 탈피해 복지국가로 가야 하는데 이를 막는 게 4대강이다. 22조원를 썼고 2012년에 끝나는데 성과가 없을 것 같으니 지류를 정비해야 한다고 또 20조원을 쓰겠다고 나온다. 이건 다음 정부에 넘겨야 한다. 임기 끝나는 정부가 거대사업을 또 시작할 권리는 없다. 다음 정부에 물어보고 해야 한다. 사실 한다면 지류를 먼저 하는 게 맞다. 홍수는 4대강에서가 아니라 지류에서 난다. 애초부터 순서가 틀린 것이다.  한다면 하천 지류 정비부터 해야 했다.

      세계에서 토건 비중 제일 높은 나라 1,2등은 한국과 일본이다. GDP 대비 건설업 비중이 한국은 18%, 일본은 17%이다. OECD 다른 국가들은 절반 정도이다. 우리는 과잉 비대한 토건업 가지고 있고. 이것을 줄여서 복지로, 보건, 의료, 교육, 보육으로 투자해야 정상국가로 간다. 하지만 이를 가로막고 토건비중을 줄이지 않겠다고 한다.

      모처럼 참여정부가 복지지출을 늘이고 첫걸음 뗀 것이었는데, 그나마 다른 나라의 절반정도 간 것인데, 더 가야 하는데 못했다.

      우리의 파이는 복지를 통해 커진다.

      복지국가에 대해 우리나라 보수에서 끊임없이 하는 이야기가 복지국가 위기론이고 한 때 잘나갔지만 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복지 안하는 나라가 먼저 복지를 줄인다. 진짜 복지국가는 복지를 안 줄인다. 진짜 복지국가에 문제가 있고, 노동이나 창의력, 인센티브를 저해하는 게 있어 성장을 죽이고 효율 줄인다면 제일 많이 하는 북유럽이 후퇴를 제일 많이 해야 하는 게 맞는데, 그렇지 않고 여전히 복지국가로 건재하다. 보수당이 집권을 안했을까. 스웨덴의 보수당은 올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면 보수당이 집권했으니 복지가 후퇴해야 하지 않을까? 집권구호가 복지국가 더 잘하겠다고 약속했다. 91년 한 때 복지삭감을 보수당이 시도했지만 결과는 3년 뒤인 94년 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런 쓰라린 경험이 있어서 안다. 보수당도 복지삭감 후퇴 공약을 하지 않는다.

      보수 중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복지는 작은 복지와 큰 복지가 있다는 것이다. 성장은 큰 복지라고 말한다. 이건 교묘한 신조어이다. 전에는 선성장 후분배로 세뇌를 했다.  그러다 복지국가 위기론을 말했다. 이제는 성장이 큰 복지고 복지는 작은 복지라고 한다. 이 말은 선성장 후분배를 교묘히 다르게 표현한 것으로 보여 진다. 성장하면 온 국민이 다 혜택을 받지만, 복지는 일부 가난한 계층만 혜택을 준다는 이야기는 그럴 듯 해 보인다. 따라서 큰 복지가 좋게 보이고 세뇌 받기 쉬운 셈이다.
       
      복지국가는 거대한 세계화의 바람을 이겨낼 수 있을까?

      세계화와 복지국가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세계화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다면 임금이 싸야 투자가 들어오지만 복지국가는 세금도 많은데 어느 기업이 들어오려 하겠냐는 것이다. 세계화와 복지는 상극이란 것이다. 그럴 듯한데 실제 자료로 검증하면 맞지 않는다. 유력한 가설이 경주가설이다. 아래로 향하는 경주, 위가 아닌 밑으로 내려가는 경쟁이 있다. 외국자본의 유치를 위해 임금을 삭감하고 복지를 삭감한다. 그래서 외국자본에게 매력이 있는 투자처로 보이게 만든다. 그렇게 하다보면 복지국가가 안 된다는 것이 아래로의 경주가설이다. 그럴 듯한데 검증하니 맞지 않는다. 세계화 시대에도 복지국가가 후퇴한 것은 별로 없다. 후퇴한 것은 약한 복지국가이다. 강한 복지국가는 후퇴 안한다. 또 하나 외국자본이 어느 나라에 투자 하는가를 결정할 때 복지국가가 어느 정도 돼 있냐, 법인세가 높으냐 낮으냐, 이런 것은 별로 보지 않는다. 크게 중요한 요인이 못된다. 또 중요한 사실은 복지국가에 가보면 다국적 외국자본이 이들 복지국가에 투자하면 복지국가처럼 행동하고 저임금 저복지 3류 수준 나라에 투자하면 3류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높은 길과 낮은 길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세계화로 자본 이동이 활발하다고 복지국가가 쇠퇴할 이유가 없다. 검증하니 강한 복지국가는 전혀 후퇴가 없고, 약한 복지국가는 일부 후퇴했다. 높은 길은 더욱 높은 길, 낮은 길은 더욱 낮은 길로 간다. 한국은 전형적인 낮은 길을 걷고 있다. 밑으로의 경주가설에서 제일 타당한 가설은 수렵클럽 가설이다. 북유럽 복지국가는 강한 복지국가끼리 모이고 약한 복지국가는 원래 약한데다 더 약해지는 쪽으로 수렴돼 각각 자기들끼리 노는 클럽이 있다. 어느 클럽 속하는 게 중요하다. 그 클럽 중 복지국가는 복지국가 클럽끼리 놀면서 세계화의 영향을 안 받는다.
       


    • 복지국가는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는가?(복지국가 5강)

      2011.4.21 느티나무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3월 14일부터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복지국가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두려움을 넘어, 복지국가를 통해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복지국가의 구체적인 현실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서구의 복지국가를 넘어서는 한국형 복지국가에 대한
      시민의 상상력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5강의 후기는 자원활동가 김현민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5강 복지국가가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는가
      신광영 /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도덕적 해이는 마치 유령과도 같다. 실체도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가져다 준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 정책과 비용의 확대를 반대하게 하는 꽤 근거 있는 이유로 제시된다. 복지국가의 도덕적 해이 문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복지국가를 반대하는 근거로써의 도덕적 해이
       
      첫 번째는 비용문제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특히 70년대 많이 제기됐다.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다른 것보다 특히 실업급여와 관련된 지출이 커지며 재정적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오늘날에는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복지 재정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고령화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나라는 네 명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스웨덴과 일본이 있다. 하지만 같은 고령화 문제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문제는 일본이 안고 있다. 스웨덴은 큰 문제가 없다. 여기서 복지 비용 문제가 일상적인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도덕성의 문제이다. 오늘 이야기할 도덕적 해이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복지의존성이  커지면 일을 할 수 있음에도 일을 안한다는 것이다. 복지에 의존해 살아간다는 것이다. 또 가족의 해체를 이야기 한다. 가족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을 국가가 개입해 의존하게 하면 가족구성원간 결속력과 책임의식이 약화되어 가족해체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혼해도 빈곤하지 않으므로 이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 안한다는 논리이다. 도덕성을 가지고 복지국가를 비판하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경영의 관점에서 복지국가를 이야기할 때 주로 관료화를 지적한다. 시장에서처럼 바로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복지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관료적인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서비스의 속도가 늦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앙집중화는 일선에서 필요한 복지서비스 실태를 모르고 책상에 앉아서 비효율적인 서비스를 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저호응성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면서 복지수효가 다양화되면서 복지서비스의 내용이 달라져야 하는데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 네 가지가 복지국가를 반대하는 핵심논리이다.
       
      이번 강의는 두 번째 도덕적 해이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다.
      반복지 논리와 도덕적 해이, 반복지 논리는 19세기 말 자유주의 경제학에서 전형적으로 제기되어 온 것이다. 복지가 발전하기 이전의 논리이다. 주로 세금을 가지고 자유주의 경제학에서는 이야기를 한다. 세금을 많이 거두면 기업이 투자할 돈이 없다. 정부가 가져가면 그것은 비효율적인 자원이 된다. 그래서 세금을 가져가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 더군다나 복지는 낭비라는 인식이다. 그리고 기업이 이윤으로 가져가면 투자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또 높은 조세를 통한 복지가 이뤄지면 일을 안하려 하고 게을러지며 이에 따라 인적 투자 기피의 문제가 있다고 경제학자 린벡은 주장한다.

      그 다음으로 복지혜택을 주면 저임금 노동을 기피한다는 주장이다. 일정 수준의 복지가 제공되니 임금이 크게 높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하지 않으려 하는 복지의존성의 강화로 이어진다는 게 경제학자 조지 길더의 주장이다. 이러한 논의는 대체적으로 70년대 말부터 80년대에 나온 논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도 논의되고 있다.

      그 다음 다른 논리는 복지 개입을 하면 결국 공공부문이 확대되고, 확대되면 민간투자 자원을 흡수해 민간부분 노동력을 충분하게 공급하지 못하는 등 민간부문 노동력 고갈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상당히 최근에 등장한 논의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경제적으로는 복지국가가 여러 자원의 왜곡현상을 불러일으켜서 경제적으로 엉망인 상태로 될 수밖에 없다. 시장중심 경제시스템과 국가 재분배 경제시스템은 경제성과에서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그들’의 논리

      앞에서 이야기한 것들을 통칭해서 한마디로 최근에 도덕적 해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도덕적 해이는 특수한 개념이다. 주로 보험 쪽에서 많이 사용하는 개념이다. 화재보험의 예를 들자. 화재보험을 드는 이유는 화재가 났을 때 그로 인한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하나의 자구책이다.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나름대로 대응하는 방식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험에 들면 가입자가 불조심을 덜한다는 것이다. 보험에 가입해 행동패턴이 부주의하게 달라지는 것을 도덕적 해이라고 불렀다.

      이것을 복지와 관련시키면, 예를 들어 실업보험의 경우 실업을 해도 적극적으로 취업을 하려는 노력을 안하고 또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안 할 경우를 도덕적 해이라고 지목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실업보험이 잘 된 나라에서 취업률이 낮고, 실업률이 높아야 정상이 된다. 그래서 복지가 발달된 나라는 국가 실업률이 높아지고 과도한 실업급여로 비효율적 경제자원에게 재정이 집중돼 비효율적인 경제체제가 된다. 경제성장이 안 이뤄지고 그럼에 따라 일자리는 더 적어지는, 경제적으로 악순환의 상황이 예상된다.

      또 안 배운 사람과 배운 사림이 비슷하게 복지혜택을 받아 생활을 영유하면 굳이 공부를 안하려 할 것이고, 대학진학률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역시 도덕적 해이의 한 현상이란 설명이다. 때문에 복지국가에선 대학 진학률이 감소할 것이다. 또 당연히 실업급여에 의지해 실업률이 높아져도 일을 안하는 경제활동 참가율도 떨어진다. 다른 사회적 안전망이 있기에 이 또한 도덕적 해이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기업에선 여러 가지 교육을 받은 사람을 뽑으려 하는데 고등교육을 받지 않아 실질적으로 구인난이 발생하고 결국 실업률이 증가해 구인구직의 불균형 상태를 맞는다. 이런 등의 여러 가지 예측을 할 수 있다.

      도덕적 해이의 문제, 그것이 정말 진실인가?

      여러 자료를 비교해 보자, 앞서 말한 그들의 논리는 정말 진실일까?

      2009년 OECD 국가별 대학진학률을 살펴보자. 주로 4년제 대학진학률을 보여준다. 한국은 71%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폴란드가 83%, 스웨덴이 65%, 미국이 64%,이다. 주로 유럽의 경우 덴마크 59% 등 한국보다 낮은 편이다. 그러나 미국과 스웨덴, 덴마크가 질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일을 안해도, 고등교육을 받지 않아도 스웨덴, 덴마크는 살수 있는데 왜 그런 복지국가에서 대학진학률이 미국과 비슷할까.

      보통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이기적이라고 본다.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자아실현 등은 경제학에서 중시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대학진학과 관련해서도 주로 비용을 가지고 설명하고 교육에 투자할 때 얼마의 수익률, 교육투자회수율 등을 가지고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들의 선택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런 부분도 있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 자기 잠재능력을 발휘하고자 한다. 사회현상에 대해 경제학은 제한적인 설명력을 가진다. 그런데 많은 복지국가 비판담론은 경제학적 가정과 인간관에 기초해 현실과 다른 설명을 한다.
       
      두 번째는 2008년 OECD 국가 취업률이다. 도덕적 해이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보면 복지국가는 일 안해도 살 수 있는데 굳이 취업률이 높겠는가, 당연히 사람들이 일을 안하려 하고 취업률도 낮을 것이다, 라고 생각된다. OECD 국가 15~64세 평균 68%가 일을 한다. 미국이 71.8%, 영국이 72.3%, 스웨덴이 78.6%로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한국은 63.9%이다. 덴마크는 거의 80%대에 이르고 있다. 사실 미국보다 너 높은 비율로 복지국가들의 취업률이 높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전통적인 방식의 설명은 교육받는 사람이 많으면 취업률이 떨어진다. 교육받는 비중이 커지면 일하는 사람 비중은 떨어진다는 방식으로 이런 것을 설명하려 했다. 미국도 대학진학률이 높고 한국, 일본도 높다는 부연설명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그러한 차이는 7~8% 취업률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 2~3%는 가능하지만. 이런 점에서 복지국가가 발전하면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고 일을 안할 것이다, 란 주장은 경험적 현상과 맞지 않다. 물론 취업률이 다 말해주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다음으로 2000~2007년 OECD 국가 고용률의 변화를 살펴보자. 스위스, 노르웨이, 덴마크 등이 증가세를 보였고 이탈리아는 하락했다. 대체적으로 늘어가는 가운데 미국은 줄었다. 전반적으로 일하는 사람의 비율이 국가마다 늘었는데 미국은 반대로 감소 추세이다. 미국의 고용률과 복지국가로 불리는 나라의 고용률 차이도 있지만 추세의 차이도 있다. 미국은 사실 오리혀 떨어지는 국가로 도덕적 해이 논의와 반대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문제는 두 가지를 보여준다. 하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복지국가와 관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의 고용율 하락세는 경기와 관련돼 있다. 도덕적 해이라는 한가지 변수로 설명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의 문제는 경제사이클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 시기 전세계적으로 경기불황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자동화 등도 고용률에 변화를 촉발시킨다.

      여기에서 두 번째 문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50년대~90년대 초는 복지국가가 가장 잘 발달된 시기이다. 유럽에서 복지국가가 완성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유럽의 경우 이른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이뤄진 역사적으로 유일한 시기이다. 전쟁이 없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복지국가는 이 시기에 안착했다. 50년대~70년대 실업률이 대체적으로 낮았다. 덴마크는 2.6%, 프랑스는 2.0% 수준이었다. 스웨덴 경우 거의 완전고용이었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 실업률에 포함된 마찰적 실업 이외에는 구조적 실업이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에 비해 이 시기 미국은 4.5%로 상당히 높은 실업률을 보였다. 그러다 1974년, 1979년 두차례 걸쳐 석유파동이 일어났다. 산유국들이 이스라엘에 대항해 자원을 무기삼아 유가가 4배가 올랐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 경제위기 이후 실업률이 높아졌다. 덴마크도 7.6%에 이르렀다. 많은 나라에서 7%대 실업률을 보여 전후 최초의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이했다.

      이 경제위기를 둘러싸고 새로운 정치적 변화가 일어났다. 영국에서는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총리 후보가 경제위기를 빌미로 복지병을 영국병이라고 선언하고 선거에 나섰다. 노동자파업과 더불어 노동당 정책을 비판하는 정치담론을 제시한 것이다. 그 결과 신보수주의를 내세우는 정치집단이 등장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카터 정부를 향해 공화당 레이건 후보는 복지지출이 많아서 일을 안하고 복지에만 의존하고, 그래서 실업률이 높다고 공격했다. 반복지, 감세반대를 앞세워 복지정책을 만성적 빈곤의 덫에 빠트리는 정책이라는 정치적 수사를 만들어 민주당 정책을 공격했다. 그러나 사실 이 시기 핵심문제는 앞서 말한 석유파동에 따른 경기불황이었다. 외부적 충격이 팩트였지만 그럼에도 국내 정치에서 집권당을 공격하는 정치담론으로 만들어져 과학적으로 타당한지는 검증되지 못한 채 선거에 이기기 위한 공세가 이뤄졌다. 그 바탕에는 신보수주의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내세우는 것은 신자유주의였다. 신자유주의는 복지축소, 감세확대를 이야기 한다.

      이 시기 스웨덴의 실업률은 2.3%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낮은 실업률을 유지했다. 신자유주의적 견해에 따르면 스웨덴의 실업률은 매우 높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정치 공세는 과학적 근거에 따르기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등장했다. 그것은 영국과 미국에서 성공을 했다. 많은 사람들은 경제위기의 이유는 모른 채 눈에 보이는 정치공세에 표를 던졌다. 당장 생활이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도덕적 해이 문제

      한국사회에서 복지문제를 이야기하는 경제학자 중 구체적 통계를 모르고 한국의 공공부문은 크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이 이미 작은 정부인 줄은 모른다. 더 이상 줄이려면 경찰을 줄여야 할 상황일 정도로 한국의 정부는 작은 정부이다. 한국은 고용률도 낮고 실업률도 낮은 조금 이상한 경우이다. 남성보다 여성에서 고용문제가 집중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유럽 국가들의 결정적인 차이가 여성이다. OECD 평균 56.7%의 경제참여가능 여성인구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이보다 낮은 나라는 가톨릭 국가인 독일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조금 특수한 맥락에서 이야기 되어야 한다. 여성 고용문제와 정부의 규모들을 배제한 체 단순 비교를 통해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관이란 노동기피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왜 복지국가들에서는 그런 행동 방식이 보이지 않을까. 스웨덴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정립된 핵심적인 정책원리 중 하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은 막는 것이 노동시장정책의 중요한 이념이다. 그래서 스웨덴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속연수가 짧다.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자주 일자리를 옮긴다는 이야기다. 복지라는 것이 심리적 차원에서 먹고 살기 위한 호구지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을 국가가 도와주는 것을 노동시장 정책의 중요한 원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이른바 산업민주주의 문제가 있다. 이것이 70년대 스웨덴에서는 큰 문제였다. 노조가 경영에 참여를 요구했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입법화했다. 그래서 경영참여라는 것이 제도화됐다. 노동자 대표가 중요한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산업민주주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선 거의 이야기가 안된다. 그런데 이 일 자체가 권위주의적 기업 조직 체제 아래 일방적인 명령으로 이뤄지는 기업조직에서 일이 즐겁지 않은 상황을 개선시킨다.

      그런 점에서 일이라는 게 돈만 가지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의 인격이 걸린 문제이고, 대접받고 환경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자기실현이 된다면 일을 기피하고 복지의존의 방식을 선택하지 않는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적극적으로 일에 참여하려하고 재교육을 통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실업률이 낮은 상황들을 보여주고 있다. 도덕적 해이는 끊임없이 지적되는 문제이지만 실제로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도덕적 해이 문제로 복지국가를 지적하는 논리는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다.


    • 복지국가는 쇠퇴하고 있는가?(복지국가 4강)

      2011.4.14 느티나무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3월 14일부터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복지국가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두려움을 넘어, 복지국가를 통해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복지국가의 구체적인 현실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서구의 복지국가를 넘어서는 한국형 복지국가에 대한
      시민의 상상력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4강의 후기는 자원활동가 김현민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복지국가는 쇠퇴하고 있는가? 
      강의 : 양재진 교수(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이번 복지국가 강좌 강사진에 행정학 전공 교수가 있는 것을 보고 순간 의아했다. 하지만 그 마음은 금새 반가운 마음으로 변했다. 복지는 다양한 층위에서 또 동시에 총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자리를 쉽게 접할 수 없었다. 느티나무 강좌에 대한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기쁜 기대로 강좌를 시작했다.
       
      복지국가 쇠퇴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복지국가 쇠퇴론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제기돼온 문제다. 세 가지 정도의 주장이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우선 네오맑시스트들의 주장이다.
      60~70년대 제임스 오코너, 클라우스 오페 등의 학자들은은 복지국가는 자본주의와 함께 망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는 계급간 모순을 감추기 위해 정당화를 추구하는데, 복지가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고 지목했다. 그런데 복지는 기본적으로 투자가 아닌 소비이므로 자본주의 체제 모순이 깊어 감에 따라 정당화 비용도 늘어 생산 쪽에 투자되어야 할 자원이 자꾸 소비적인 복지로 바뀔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체제 전반의 이윤율이 감소되며 정당화 비용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성장하게 되면 결국 악순환을 거쳐 복지국가 역시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 1965년부터 OECD 국가의 경제규모와 사회지출 규모의 증가를 비교해 보면 자본주의 국가들이 경제발전 이상으로 복지에 돈을 쓰고 있다. 네오맑시스트들의 예상과 달리 자본주의 국가가 아닌 소련 사회주의가 무너져도 복지국가 체제를 자본주의 국가들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별 공공사회지출 변화 추이를 살펴보더라도 서구 복지국가의 재정적 위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네오맑시스트의 예견이 현실화 되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진 않다. 

      오히려 재정적 위기에 시달리는 나라는 복지국가의 발달이 뒤쳐진 일본, 미국 등이다. 대륙형 또는 조합주의 복지국가 모델인 독일, 라틴 복지국가 대표모델인 이탈리아 등도 마찬가지다.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 모델이라는 스웨덴, 덴마크는 오히려 재정적으로 안정됐다.

      국내에서는 복지가 재정위기를 불러온다고 하는데, 따져봐야겠지만 복지국가의 재정적 위기는 현실에선 부합하지 않고 있다. 복지국가의 대표격인 덴마크와 스웨덴 등은 가장 재정적으로 안정돼 있는데, 이것을 보면 복지지출이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네오맑시스트의 주장과 다르게 복지 잘하는 나라가 재정적으로도 안정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 공공선택론자들의 큰 정부 실패론이다.
      우파지식인들인 공공선택론자들의 비판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관료들의 자기이익극대화이다. 관료들은 이익집단처럼 자기 조직의 예산증대와 조직확대에만 관심을 가지므로 복지분야를 포함해 정부 규모가 커지고 자원의 비효율적 분배가 생산부문을 압도할 것이란 이야기다. 다시 말해 자기 조직이 생기면 되도록 조직의 일감을 줄어들지 않게 유지하려 하고, 예산을 더 많이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국가의 성장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 다음 거버먼스 오버로드(Government Overload)이다. 과부하란 이야기인데, 민주주의는 과도한 기대를 시민들에게 부여해 정치가들은 지키지 못할, 지켜서는 안될 복지공약을 남발한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 무게에 짓눌려 파산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어 관료제의 병폐를 지목했다. 조직이기에 큰 정부가 되지 않고 복지생산과 전달을 위해 큰정부가 되었다 하더라도 숙명적으로 관료제와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복지국가의 몸은 커졌지만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거대한 조직만 군림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는 좌파운동가/지식인들도 공감하는 내용이다. 스웨덴도 80년대 들어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지방분권화와 민영화, 주민참여 등의 개혁에 나선 바 있다.

      위의 세 가지 논리로 보수적인 우파 지식인/경제학자/공공선택론자들은 복지국가 성장을 비판한다. 그들의 해법은 간단하다 작은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복지를 하지말고 민영화 혹은 위탁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정부는 관료주의의 병폐도 없을 뿐 아니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민사회가 잘 알아서 할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의 실패가 엄연히 존재했고, 시민사회 역시 결국 사익의 총집합이란 점을 감안하면 자율적 역량을 과신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사익의 충돌장인 시민사회가 언제나 지고의 선일 수만은 없다. 작은 정부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면 무조건 큰 정부로 할 것인가? 이것도 아닐 것이다. 해답으로는 말하기만 쉬운 이야기일지 몰라도 능력 있고 신뢰받는 제대로 된 큰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실증적으로도 중요한 결과를 가져왔다.

      세 번째 이야기. 그 다음은 세계화와 복지국가의 위기론이다.
      세계화로 인한 자본의 이동 때문에 국가와 노동에 비해 협상력이 월등히 높아짐에 따라 국가가 친자본적인 조치들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 결과 조세하향 경쟁 등으로 복지국가의 재정적 기초가 무너지고 빈부격차가 커지며, 민영화와 노동시장유연화 조치 등으로 조직노동의 기반이 약화되고 좌파정당이 쇠약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국 복지국가의 축소와 영미형으로의 수렴을 예견케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말한 것처럼 많은 나라들이 법인세와 소득세의 한계소득세율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의 조세추출능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복지국가인 스웨덴의 경우 1991년 세제개혁을 통해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72%를 50%로 인하했다. 법인세는 57%에서 30%로 인하했다. 미국은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이 1960년 91%였던 것이 레이건 집권 후 감세정책의 시행으로 1980년 70%, 1986년 50%, 최저 28%로 인하됐다가 1996년 39.6%로 재조정했다. 세계화론자들 말이 맞아 보인다.

      그런데 모든 나라가 그렇다고 재정기반이 약화되진 않았다. 우리나라의 윤증현 장관이 가끔 하는 말이 낮은 세율, 넓은 조세기반 실천인데, 세율 낮춰도 각종 공제제도 없애고, 그 다음 직접세 부분을 낮춘다. 그런 식으로 하향평준화했다. 그리고 조세부담율과 사회보험료 걷는 것. 지디피 대비를 보면 주요국가들 중 높은 나라는 높고, 낮은 나라는 계속 낮다. 그렇다고 해서 하향은 아니고, 세계화론자 주장처럼 세율이 낮아졌지만 조세추출능력은 그렇게 약화되지 않았다. 특히 북유럽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올라가고 있다. 재정문제가 숙명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다음으로 신자유주의자/세계화론자들은 재정과 함께 노동의 약화를 지목한다. 그러나 이것이 곧 좌파정당의 약화, 그리고 복지국가에 대한 지지의 약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조합주의적 사회적 타협의 제도화, 여성/노인 등 신규 복지국가 지지자들의 증가, 보편주의 복지국가에서는 중산층의 지지 상승, 시장주의에 따라 발생하는 취약계층의 증가로 복지의 잠재적 지지자는 늘어갈 수 있다. 네덜란드의 바세나 협약이나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결정, 국민연금위원회 등의 노조 참여 등을 보자. 유럽은 특히 각 분야에서 제도화했다. 조직노동의 숫자는 줄어들어도 이미 제도적으로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다. 복지국가의 수혜자는 이제 여성/노인이 많다. 연금, 의료, 각종 보험, 요양서비스 등을 받는 노인인구가 늘면 늘수록 유권자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들이 노동자를 대신하는 굳건한 지지자가 된다. 또한 여성 등 조직노동이 빠진 자리를 다른 지지자들이 대신하는 것이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중산층의 지지를 이끈다. 그래서 좌파정당이 아닌 우파정당이 집권해도 그들의 모토가 복지일 수 밖에 없다. 스웨덴 사민당이 두 번 연속 총선에서 졌다. 그래도 승리한 보수당이 복지를 없앤다고 절대 내세우지 않는다. 우리가 더 효율적이다, 더 많은 복지 선택권과 질을 높이겠다고 주장한다. 그 다음 또 한 논리는 신자유주의 노동시장 유연화로 자본주의 경제의 피해 받는 이들 늘어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늘고 취약계층이 복지의 잠재적 지지자가 되므로 노조 조직율이 약화돼도 복지국가 지지가 약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복지국가의 바탕은 무엇이어야 할까?

      로드스타인이라는 스웨덴 복지국가 연구자의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 복지국가가 커지게 된 것은 단순이 노동자의 힘, 사민당의 힘이 세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정부가 신뢰를 받을 정도로 일을 잘하고 깨끗했기 때문이다. 공공선택론자들 이야기한 문제의 정부가 아닌 일 잘하는 정부는 사민주의 국가에서 많았다. 이런 정부가 서 있어야 시민들이 세금을 믿고 납부한다. 그 기반으로 복지국가가 성장한다. 복지국가의 성공 요인은 믿을 수 있고, 일 잘하고, 책임 있는 정부다. 그걸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크기를 가지고 복지국가의 성패를 예단할 수 없다. 정부의 질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정부개혁을 통해 정책결정의 민주화, 행정의 효율화,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높여나가 국민의 신뢰를 획득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의 질이 높은 나라일수록 같은 좌파정당이나 노동자의 힘이 세더라도 복지수준이 높게 형성돼 있다. 믿을 수 있는 정부를 가지는 것도 복지국가 건설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다시 공공선택론자들의 문제제기를 보자. 마치 모든 정부와 관료제는 조직의 논리 때문에 큰 정부의 실패를 불러오는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사민주의 국가 정부들은 국민의 신뢰를 받았다. 큰 정부가 다 잘못된 것은 아니다.

      우리의 길은 무엇일까? 시장과 시민사회 다 맡길 수 없으므로 정부가 역할 해야 하고 그 정부에 무조건 맡기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과 투명성을 가진 정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좌파정당 지지도 변화추이를 보면 세계화가 진전된 80~2000년대 일본은 좌파정당 지지가 뚝 떨이지고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다른 주요 나라, 사민주의 국가나 독일을 보면 세계화론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좌파정당이 뚝 떨어지고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90년대 좌파정당이 제3의 길을 선언하며 과거 모델보다 신자유주의 우파 논리를 더 많이 받아 안는 새로운 사민주의를 앞세웠다. 그 자체가 개량이다 비판도 하지만 세계화론자 말처럼 좌파의 종말은 아니다. 의석 점유율도 유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네오맑시스트나 보수우파경제학자, 세계화론자 세 주장 들어보면 그들의 주장대로 현실은 가고 있지 않다. 일부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경향이 있지만 그들의 복지국가 쇠퇴론은 이론적 비약이다.

      한국이 가야할 방향
       
      지금까지 논의를 바탕으로 한국은 어떤 복지를 지향할 것인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물론 쇠퇴하지 않는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2007년 기준 OECD 국가 공공사회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분야를 살펴보면 연금과 의료보장 등 전통적인 복지프로그램을 주로 하는 나라와 전통적인 프로그램 외 더 많은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이 대척점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OECD 평균 이상으로 많이 지출하는 사민주의 국가들의 북유럽 모델과 사회지출이 낮은 일본, 미국, 평균 이상이지만 전통적인 프로그램에 집중돼 있는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이 있다.

      한국은 이제 복지의 시작이다. 금융위기 등에서 보듯 미국은 휘청대는 국가다. 복지를 잘 하는 거소 아니고. 일본도 마찬가지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폴란드, 그리스, 포르투갈 모델을 따라갈 것도 아니고. 스웨덴, 덴마크 모델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2005년 기준 OECD 국가 사회지출 규모와 프로그램별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은 연금이 GDP대비 1.5% 정도다. 아직 연금이 성숙되지 않았다. 대부분은 의료보장이다. 나머지는 발달하지 않았다. 더 발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선정한 결과를 보면 종합지수에서 미국이 항상 수위다. 그 다음이 스웨덴, 덴마크이다. 복지국가이지만 기업하기 좋다. 그 다음이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나라는 경쟁력을 지켜가면서도 복지국가인 나라일 것이다. 그 나라의 경쟁력이 높은가 낮은가의 지표는 노사관계가 안정되고, 구조조정이 원활하며, 우수한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쉬운가 등이다. 평생교육을 통해 우수한 노동력을 갖고 있는 사민주의 국가에선 쌍용차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구조조정을 당하면 높은 실업수당을 받으며 직업훈련과 고용서비스로 안정감 가지고 실직에 대처하는 등 노동시장이 안정돼 있있다. 이게 사실 경제효용을 높이는 정책이다. 낙후된 산업에서 성장하는 산업으로 이동하고, 이것을 복지가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이다. 복지의 제도적 경쟁력을 우리도 찾을 필요가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 보면 스웨덴, 덴마크의 출산율이 높다. 노동력도 보전되고 성장도 확보되면서 갱쟁력을 갖는 구조다. 근로자가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자기 스스로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구가 제도가 많이 발달돼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이 그 길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노조의 힘도 세고, 좌파정당도 마찬가지고, 정부의 질도 높아야 하는데, 우리가 거기까지 가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다. 복지국가의 행위자들을 만드는 대표적 세 주체가 노동자, 자본가, 정치가이다. 한국은 노동자들이 복지국가/공공복지를 지향하면서 투쟁하는 구조는 아닌 상황이다. 유럽 사민주의 국가와 비교할 때 우리는 기업별노조로 분절도 심하다. 기업별 노조가 공공복지를 위해 희생할 이유가 없다. 사민주의 국가의 노조는 국가를 상대로 전체 계급을 위한 복지를 요구하는 차이가 있다.

      재벌경제가 아닌 중소기업경제라면 대만이나 덴마크처럼 국가를 상대로 요구하게 된다. 기업에서 얻을게 없으니까. 그러나 우리는 대기업에서 노조가 얻을 것이 많다. 이 두 조건이 마나서 공공복지를 요구하는 힘이 약하다. 시민단체 밖에 없는데, 힘이 없다. 또 소선구제라는 제약이 복지를 요구하지 못하게 한다. 만일 정치인들이 복지가 재선에 도움이 된다면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본적으로 소선거구제이다. 재선을 위해선 신공항 사업처럼 지역사업에 목을 매달아야 한다. 복지는 립서비스일 뿐 열성을 가지고 매달리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가 마지막 희망이다. 전국을 상대로 지지와 동원을 이끌어야 하는데, 복지는 중요한 주제이다. 한국이 방향을 잘 잡아서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을 만들어 중간 수준 이상의 복지국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만일 대통령이 보수라면 복지로 방향을 잡더라도 지출 수준이 낮은 쪽으로 약하게 갈 것이다.


    • 복지국가는 비효율적인가?(복지국가강좌 3강 후기)

      2011.4.6 느티나무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3월 14일부터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복지국가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두려움을 넘어, 복지국가를 통해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복지국가의 구체적인 현실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서구의 복지국가를 넘어서는 한국형 복지국가에 대한
      시민의 상상력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3강의 후기는 자원활동가 김현민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3강 복지국가는 비효율을 초래하는가?
      신광영 /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그 제목에 딱 들어맞는 주제였다.
      복지국가에 대한 가장 큰 비판지점인 ‘비효율’의 문제. 신광영 교수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지표를 통해 어디까지가 오해였고 또 무엇이 진실인지 쉽고 정확하게 전해주었다.

      무엇이 큰 정부인가?

      ‘큰 정부’라고 말할 때 대체적으로 세 가지로 정리한다. 국가로 이야기 할 때 국가가 시민사회(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가를 말한다. 권력집중이 심하고, 시민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지 않고, 시민들 또한 저항수단을 가지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그런 국가의 정부는 강력하고 큰 정부로 인식된다.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국가/정부의 이미지와 유사하다.

      다음으로 국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시장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규제가 심한 정부를 큰 정부로 부른다. 완벽하게 시장을 지배하는 계획경제와 자유방임경제 양극단 어디엔가 대체로 많은 국가들이 속해 있다. 한국의 경우 60~80년대 초반까지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혼합형 경제체제였다. 동아시아와 일본, 대만, 현재의 중국이 그런 방식으로 시장을 관리한다. 자유방임 경제의 경우 작은 정부, 계획 정부는 큰 정부, 이런 식의 분류가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 다음으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한 부분으로 정부의 규모가 상대적인 경우다. 대체로 이런 경우는 공무원 혹은 공기업을 줄인다거나 축소하는 차원에서 공무원과 정부지출의 비중이 큰 국가와 작은 국가를 기준으로 한다. 공공부문이 큰 국가이냐 작은 국가이냐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경우는 정치적으로 독재정부이거나 경제에 개입하는 경우가 큰 경우를 큰 정부라고 말한다. 세 번째 기준으로는 정부지출이 상대적으로 큰 경우 큰 정부라고 한다. 복지지출의 규모가 아니라 앞의 두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한국은 큰 정부로 분류할 수 있다. 민간부분 경제 기관/주체의 활동에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국가가 민간/시장에 개입하는 정도가 상당히 강하다. 국가주도형 산업발전국가의 유산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정부의 권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고 이는 정부 활동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것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다. 우리에겐 소통의 경험이 없다. 정부의 큰 권력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대화의 장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큰 정부에 대한 논의는 더욱 다양한 층화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큰 국가? 정말 통이 큰가?

      신 교수는 큰 복지에 대한 몇 가지 기준점을 제시했지만 그것이 그대로 적극적인 복지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몇 가지 지표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첫번째는 OEDC 정부부문 고용비율을 들 수 있다. 노르웨이가 28%로 가장 높다. 유럽국가들이 대체로 높은 편이고 미국은 14% 정도, 한국은 5.3%로 맨 끝에서 두 번째이다. 가장 낮은 비율의 나라는 일본이다. 이같은 수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것보다 공공부문 종사자가 한국에서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공무원이 많고, 공공부문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공무원이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대가 아니라 군림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많아서 더 많은 편익을 제공받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담이 되고 요구가 많아지고 불편함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 마음속에는 공공부문이 굉장히 커서 줄여야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 권위주의의 유산들이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아있다. 그러나 실질 공공부문 종사 비율은 미국의 절반도 안되는 실정이다. 이런 통계를 보면 한국은 큰 정부가 아니다.

      또한 OEDC국가 GDP 중 정부수입 비중은 한국이 33%, 노르웨이가 59% 정도다. 여기서도 한국은 상대적 비중이 낮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터키, 멕시코 정도다. 이것은 정부의 역할과 관련이 있다. 국가별 GDP 중 정부 총지출 비중을 보면 한국의 특징은 일단 전체적으로 공공부문 종사자의 비율이 낮다. 정부가 전체 경제에서 정부의 지출이나 정부가 걷어 들이는 수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그 낮은 가운데에서도 복지보다 경제적 차원의 정부지출에 집중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정부는 큰 정부인가, 작은 정부인가? 이러한 기준을 두고 보면 작은 정부이다. 정부의 역할이나 전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정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인적 차원이나 경제적 비중을 보더라도 한국정부는 너무 작은 정부이다. 다른 나라에선 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안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이것과 복지에 대한 국가의 태도를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교육비에서 공적 지출이 차지하는 OECD 국가별 통계이다. 정부 지출이 교육과 관련해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살펴보면, 한국은 60% 이상을 개인과 가족이 부담한다. 정부 지출은 38% 정도이다. 유럽 쪽으로 갈수록 압도적으로 정부의 공적인 부담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교육만 놓고 보더라도 한국은 보통 기대되는 선진국으로서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상대적으로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별 근속기간 비교이다. 공공부문의 국가 비중이 작고 모든 것을 개인들이 사적으로 시장을 통해 해결하는 경우를 시장화라고 부른다. 우리의 삶이 주로 일을 해서 먹고 사는 것을 얻게 되는데, 그것이 얼마나 시장에 의해 쉽게 좌지우지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근속연수이다. 상대적으로 시장으로부터 안정된 고용을 확보하는가, 아니면 시장에 의해 보장받지 못하고 쉽게 해고당하는 방식인가를 보는 것이다. 또한 한국은 전체국가 중 근속연수가 가장 짧다. 미국은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사회체제로 말하지만 근속연수를 보면 한국이 미국보다 짧다. 많은 것들이 결국 시장변화에 따라 개인 고용의 질도 달라지는 양상이다. 유럽국가들의 경우 프랑스는 12년으로 한국보다 거의 3배나 길고, 스웨덴, 벨기에 등 유럽국가들이 대체적으로 길다. 특히 한국 여성의 경우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삶을 살고 있다. 근속연수가 평균 2.9년으로 대단히 짧다. 그것은 그만큼 시장화되어 개인들의 고용이나 삶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한국과 주요 OECD 국가들의 공공병상 비율을 비교해 보면 이 역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일하거나 생활하다 아프면 결국 의료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든 제공을 받는데, 얼마나 이런 서비스가 시장을 통해 이뤄지는가, 공적인 방식으로 제공되는가를 보면, 이 경우에도 한국은 대체적으로 사설병원에 의해 대부분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 공공서비스의 경우 보건소나 국립의료원의 비중이 상당히 낮고 평가도 낮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한국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는데, 정부가 개입해 전 국민 의료보험 체제이지만 사적인 의료서비스는 시장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오이시디 국가 공공병상비율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종합적인 특징을 살펴보자. GDP 중 사회적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주로 삶의 안전을 보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지출이 사회적 지출이라고 본다. 공적지출의 경우 멕시코와 한국이 거의 같은 수준으로 낮다. 프랑스, 벨기에, 스웨덴, 덴마크, 독일 등이 상당히 높은 사회적 지출을 보여준다. 보통 경제활동자들의 가장 위협적 요소가 실업이다. 실업을 겪게 되면 소득이 상실되는데, 근대국가는 그것을 완화시키는 제도를 도입했다. 문제는 실업보험의 수준이다. 실업 전 월급과 실업수당 비율을 보면, 가장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로 72%가량이다. 삶이 위협받지 않는 형태다. 오이시디 통계를 보면 가장 낮은 곳은 미국으로 28%에 1년, 한국은 31%에 6개월을 보장한다. OECD 국가 전체적으로는 평균 5년을 보장하는데 비해 낮은 수준이다. 노르웨이를 제외한 그 외 유럽 여러 나라가 비슷한 수준이나 한국과 미국은 낮은 수준이다. 미국이나 한국에서 개인들은 고용부문의 보장을 받지 못한 채 상당히 위험한 살얼음판 삶을 산다. 물론 실업을 겪는 사람들에 한해 이런 위협이 존재하지만 실업이란 것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공적인 방식의 보호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한국 내에서 여러 가지 큰 정부 논란을 보면 사실 정치적인 차원에선 오랜 기간 권위주의적 통치의 전통이 있었고, 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공공부문 지출 규모는 작지만 개입의 방식 정도는 상당히 심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81년 공중 분해된 국제그룹이다. 요즘은 세무조사 등을 통해 기업에 대해 직접적인 개입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반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정부의 공적인 기능은 시민을 보호하고 사회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다양한 서비스 분야이지만 제대로 발달이 안 되어 있다. 개인들의 삶은 시장에 상당히 의존하는 모습이다. 시장의 특징은 경쟁과 불확실성이다. 삶이 굉장히 피곤해지고 스트레스도 많다. 안정된 삶보다는 불안한 삶이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효율의 문제를 ‘다시’생각해 보아야 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피곤하고 불안하게 하는 것-우리는 이것을 효율의 문제 속에서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효율이라 말하는가.

      효율성의 차원에서 보면, 문제는 사회적 차원에서 어떤 사회가 효율적 또는 비효율적인지 이야기를 할 때이다. 가족차원, 기업차원, 사회차원이 일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업의 효율성과 사회의 효율성은 다르다. 개별 기업은 투입 산출 차원에서 고려한다면 임금을 적게 주는 것이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방식이다. 기술수준도 같고 인력규모도 같고 재료도 같다면, 비용을 줄이는 게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모든 기업이 그럴 경우 전국 가구의 구매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소비력이 떨어져 내수위축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업이 생산을 해도 소비를 안하게 되어 경기는 침체된다. 개별기업은 상당히 합리적으로 선택해 임금을 낮췄지만 노동자는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다.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월급을 줄이면 소비자로서의 구매력도 함께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는 무엇이 효율적인것인가. 복지가 낮을 경우 생기는 여성노동력의 문제는 어떨까. 복지가 뒷받침 안 되면 출산을 안한다. 그래서 인구가 감소하면 연금 부담이 생긴다. 연금 받을 사람과 연금 재정을 부담해야 할 사람들 사이에서 불균형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젊은 세대가 출산율을 더 낮출 수밖에 없다. 인구감소가 가속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이 된다. 사교육비가 높은 나라인 우리의 경우 여성이 남성만큼 대학을 진학하지만 취업하기는 어렵다. 고용별이 심하고, 채용되더라도 출산 등을 이유로 오래 있지 못한다. 사회적 차원에서 엄청난 낭비로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해 사교육비가 21조원이라고 한다. 이 중 절반이 여성에게 들어간 비용이라면, 10조는 어쩌면 쓰레기통에 들어간 셈이 될지도 모른다. 들어간 비용만큼 인력을 제대로 활용 못한다면 그 사회는 굉장히 낭비적인 사회이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을 볼 때 개별기업의 이익이 전체 사회의 이익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나 주로 공공기관이 담당해야 할 것은 개별 기업의 이해가 아닌 사회적 차원의 이익을 적극 고려하는 정책이어야 하며, 이것이 국민의 세금을 걷어서 기능하는 정부의 존재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업의 논리를 가지고 정치를 한다거나 기업의 논리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복지국가는 기본적으로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형적인 접근이다. 복복지가 되면 왜 사회가 효율적인 사회가 되는지, 복지를 둘러싼 많은 생각들과 복지를 강화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자. 복지를 둘러싼 많은 생각들 가운데 돈을 많이 쓴다는 생각이 먼저 들 수도 있다. 돈을 집행하려면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 일을 관장하는 공공무분 일자리와 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복지가 증가하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게 고용증대다. 그들은 소비를 하고 또한 세금을 낸다. 세수의 증가는 복지지출의 재정적 뒷받침이다.

      복지효과의 세 가지를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해 살펴보자.

      단기효과는 복지서비스 일자리의 증가다. 우리나라 공공부문 일자리는 미국과 비교해도 절반이 안된다. 미국 수준만 가도 일자리가 120만개 정도 늘 수 있다. 아주 간단한 산술계산이지만, 복지서비스 담당 일자리의 증가는 단기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중기효과는 수혜자들의 경제활동참여 증가이다. 이런 부분에서 복지가 발전하면 바로 그 혜택은 여성에게 돌아간다. 아이를 돌봐야 할 여성들이 직접 혜택을 받는 것이다. 여성경제활동의 증가는 복지가 사회적 제약으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들에게 희망을 실현시킬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임을 보여준다. 소위 말하는 복지가 발전한 국가는 일 안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은 수준을 보인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각종 복지 서비스이다.
      장기적 효과는 보육/탁아/교육 부문의 복지가 보장돼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출산율 저하 문제는 한국경제의 쓰나미이다. 현재 대표적인 고령화 사회 국가가 일본과 스웨덴이다. 고령화 비율이 20%대로 비슷하다. 다섯 명 중 한명이 노인이다. 그런데 두 나라가 굉장히 다른 제도를 가지고 있다. 일본은 복지가 거의 없고, 스웨덴은 체계적으로 잘 발전돼 있다. 일본은 복지가 낙후돼 저출산, 인구감소, 노동력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출산 회피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저출산 고령화의 악순환이 이뤄진다. 인구문제가 곧 경제문제로 직결된다. 그래서 일본은 장기불황과 더불어 미래가 상당히 암담하다. 많은 나라들이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경우도 인구가 감소추세이다. 그 이유는 특히 가족/여성과 관련해 복지에 대해 북유럽보다 보수적 정책을 취했기 때문이다.

      복지문제는 시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이며 일상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의 보장을 재구성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이다.

      복지가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안된다, 필요악 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복지는 실질적으로 효율적이고 경제성정에 직접 기여하는 근대사회의 중요한 발명품이라는 것이 지난 20여년간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복지가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경제성장에 저해요소인가? 경제학자들은 그렇게 많이 이야기한다. 경제학자들은 높은 복지혜택을 받는 개인은 근로 동기가 약화돼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복지가 근로의욕을 약화시킨다면 나타날 현상은 일하는 사람은 줄고, 실업률은 높아진다. 그런데 복지국가가 발전될 수록 더 많은 사람이 일하고 실업률이 낮아지는 결과가 60~70년대 나타났다. 막연한 생각과 현실은 달랐다는 것이다. 2004년 경제사학자 피터 린더트가 지난 200년간의 자료를 가지고 연구한 결과 내린 결론이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이 경제활동에 도움이 안된다고 한 복지가 결국 경제 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것을 밝혔다.


      한국사회에서 사람들은 긴장감 속에 살고 있다. 우리의 불안과 긴장은 한국사회에 분명한 마이너스이다. 복지국가에 담길 내용이 무엇인지 더 구체화되고 있단 생각이 드는 3주차 강의였다.


    • 한국은 복지국가인가 (복지국가 2강 후기)

      2011.3.28 느티나무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3월 14일부터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복지국가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두려움을 넘어, 복지국가를 통해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복지국가의 구체적인 현실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서구의 복지국가를 넘어서는 한국형 복지국가에 대한
      시민의 상상력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2강의 후기는 자원활동가 김현민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안한다. 그러나 거짓말쟁이들은 숫자를 좋아한다.’라는 말이 있다.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 또 누가 어느 시점에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숫자는 우리에게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해준다. 김연명 교수는 한국의 2011년 사회복지비 구성 도표를 통해 정부가 주장하는 복지국가의 실체(?)를 명쾌하게 드러내었다. 다양한 수치들 속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들이 강의 내내 이어져 갔다.


      복지예산, 역대최고?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연말, 보건복지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받고 “정부의 복지예산은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내년 복지예산은 역대 최대”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참조한 정부재정 기준 한국의 사회복지비 구성이다. 이를 살펴보면, 2011년 정부재정 중 복지재정은 모두 86조3천929억원 가량이다. 전체 재정이 309조원 가량 이므로 정부 총지출 대비 복지재정 비율은 28% 가량이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오롯이 한국의 복지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까? 기초생활보장의 지출 구성비를 살펴보자. 예전에 영세민들에게 쌀과 생활비를 주던 생활보호제도를 말한다. 2011년 예산액이 7조2천억원 가량이다. 이중 4조원 정도는 절대빈곤층인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게 돌아간다. 그 대상자는 4인 가족 기준 소득 160만원 미만이다. 7조2천억원 중에서 4조원 가량은 의료비이고 나머지 3조2천억원 가량이 생계비로 나간다.

      이 돈이 과연 많은 것일까. 일단 그 규모는 복지비 전체 규모에서 비율로 크다. 대상자 규모는 160만명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통계분석을 해보면 대략 400만 정도가 절대빈곤층으로 나온다. 160만명을 제외한 240만명은 소위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의 상황이 가지는 특수한 특징들은 의료비용과 기타 사회정책 지출이 .크고 노인에 대한 지출이 작은 점들을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가난한 사람을 많이 돕는 형태인걸까? 그렇지 않다.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일 뿐이다. 한국은 담보형태를 제외한 주택부문 전혀 지출을 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복지 지출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연금지출, 임대주택, 건강보험료 등이다. 정부의 산출은 86조원 가량이지만 여기서 차감과 추가 요소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복지비 국가 지출은 100조원(30%) 가량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비율은 별 의미가 없다. 복지재정을 이야기 할 때 어느 항목을 집어넣고, 빼느냐에 따라 규모가 틀려지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86조원이 정부 총지출 대비 복지재정의 28%를 차지한 것으로 보면 복지 재정이 적지 않은 것 같지만, 이것은 국내용일 뿐이다.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GDP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을 나누면 우리나라는 7.5% 정도이다.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2010년은 약 10%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냐, 7.5%, 10%냐는 분모의 차이다.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냐에 따른 차이인 것이다.

      복지국가에 대한 대통령의 위와 같은 언급은 그렇게 인식할 만한 근거가 있기는 하지만 수준의 차원에서 고려한다면 여전히 받아들이기 불편한 부분들이 있다.


      무엇을 복지국가라고 하는가

      복지국가에는 몇 가지 지표가 있다. 우선 ‘국민복지기본선(national minimum)이 보장되는가’이다. 현대복지국가의 토대를 만드는데 기여한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1942)의 기본 사상이기도 한 이 지표는 그 사회가 이룩한 문명의 수준에서 최저의 삶을 공공부문이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이다. 소득, 의료, 주거, 교육 등에서 최저생계를 보장(생존권)하고, 사회적 권리로서의 복지를 제공(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표에 근거한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유럽과 같은 형태의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세팅은 됐다는 것이 김연명 교수의 주장이다.

      두 번째 지표는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는 제도가 구비되어 있는가’이다. 노령, 질병, 산재, 실업, 출산, 빈곤 등에 대한 위험 대비책이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한국은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웬만한 사회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 질의 차이가 있다. 사각지대가 많고 급여수준이 높이 않다는 문제가 있다. 현금수당 및 사회서비스 제도가 약하다. 선진국 중 아동수당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세 번째 지표는 ‘복지비 지출은 어느 정도 되는가’이다.

      GDP 3%, 5% 정도면 복지국가의 시작단계, 20%면 성숙된 복지국가란 설이 있다. 20% 이상 국가는 전 세계에서 10개국 내외이다. 김연명 교수는 개인적으로 5%가 넘고 제도가 셋팅되면 시작단계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제도가 셋팅되면 자기발전논리에 따라 그 비율은 계속 늘어난다. 2000년 초반 건강보험이 10조원 규모였는데 10년 만에 30조원이 된 경우만 봐도 그렇다. 복지제도 성숙으로 인한 자동증가 가능성이 높다. 특기 연금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10%를 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복지국가인가?

      한국이 복지국가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의는 학자들 사이에서 꽤 오래도록 진행되어 왔다고 한다. 김 교수는 한국이 초기 복지국가의 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 하는 국내외 학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일본 동경대학 다케가와쇼고 교수는 1998년 이후 한국은 복지국가 형성기에 들어갔다는 입장이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미쉬라 라메스 교수는 한국이 초기적 형태의 복지국가라고 진단한다. 그는 “현재 우리가 한국에서 목격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새로운 복지프로그램이 도입되지 않아도 인구고령화와 복지프로그램의 성숙으로, 끊임없이 팽창하게 될 ‘초기적 형태의 복지국가’(an embryonic welfare state)이다”고 말했다.

      국내학자들 중에서는 서울대 송호근 교수와 성균관대 홍경준 교수가 복지국가의 태동 단계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우리는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복지국가’의 초기단계에 돌입했으며 복지제도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사회적 요인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늘어났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말하자면, ‘본격적인 복지국가’에 도달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터이지만, 복지국가를 향한 시동은 이미 걸었다고 판단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에 덧붙여 후진국에서 복지국가로의 진입 가능성을 말한 바 있다. 아시아권에서 복지국가로 진입한 유일한 나라는 일본이고, 2000년대 초반을 넘어서며 한국의 복지제도 발전 수준은 아시아권에서 일본 다음의 위치를 차지한 점,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최근에 우리나라와 같이 국가복지의 팽창속도가 급격히 진행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한국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후진국에서 출발해 복지국가로 진입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외국의 학자들 가운데 홍콩대학교의 이안 홀리데이 교수는 한국은 아직 복지국가로 이동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한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사회복지 개혁은
      어느 정도 이뤄졌으나 이것이 동아시아의 생산주의적 복지체제를 벗어나 복지국가로의 체제이동(paradigm shift)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동아시아의 생산주의적 복지체제를 넘어섰다. 그리고 생산주의 복지체제론은 한국 복지체제의 새로운 발전적 흐름을 해석하는데 이론적 설득력을 잃어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맞받은 바 있다.

      이같은 논쟁에 대해 맨체스터 대학의 폴 와일딩 교수는 한국은 복지국가적 특성과 비복지국가적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는 중립적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사회복지발전은 인상적이며, 한국은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생산주의적 복지체제와 복지국가의 두가지 특성을 갖고 있는 일종의 혼합형”이라고 밝혔다.


      짚고 넘어가야 할 개념들

      김 교수는 에스핑 엔더슨의 복지에 관련된 개념들을 소개하기에 앞서 복지국가를 유형화는 것에 대한 의의를 설명하였다. 유형화된 틀을 통해 특징을 잡아낼 수 있게 되며 이것은 10년 뒤 우리나라가 어떤 유형의 복지국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밑바탕을 그릴 수 있게 한다.

      에스핑 앤더슨은 복지체제(welfare regime)란 국가, 시장, 그리고 가계(가족) 사이에서 복지생산이 배분되는 방식으로 정의하고 복지체제를 세 가지로 분류했다.

      이러한 분류의 우선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이다. 탈상품화란 복지를 통해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실업수당, 연금 등을 사회적 위험에 노출됐을 때 시장에서 노동력을 거래하지 않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업수당이 월급의 90%라면 노동자는 실업을 걱정하지 않는다. 사용주도 해고에 부담이 적다. 탈상품화 정도가 높을수록 노동자들이 시장에 대응할 힘이 생긴다. 탈상품화가 높으냐 아니냐는 노동자들에게 중요하므로 그 사회의 계급관계를 판별하는 중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 다음 계층화(stratification)이다. 계층화는 복지제도가 불평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조합주의가 대표적이다. 직종별 사회보험방식은 노동시장에서의 지위를 복지제도가 그대로 유지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사학연금을 받는 교원들은 241만원(2008), 공무원연금은 210만원(2008)을 받는데 반해 국민연금은 26만원(2010)에 불과하다. 노동시장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은퇴 이후에도 연금을 더 많이 받는 것이다. 복지제도라고 하면 빈곤을 줄이고 계층을 통합하는 것이지만 어떤 복지제도는 계층을 나누는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공공부조를 받는 층과 일반제도의 수혜를 받는 계층간의 구별이 보이는 이중주의(dualism)도 계층화에 포함된다.


      일단 이 두 가지 분류를 유형화해 OECD 20여개 국가에 대비해 보니, 그룹을 형성했다.

      탈상품화의 정도가 높고, 계층화 유형이 없는 나라는 스웨덴/핀란드가 대표적이었다. 이를 사민주의 복지체제(Social Democratic welfare regime)라고 부른다. 탈상품화의 정도가 높으면서 계층화의 유형이 직종별 사회보험제도와 같은 지위차별화(status segmentation)로 정착된 나라는 독일/프랑스 등이었다. 이를 보수주의/조합주의 복지체제(Conservative/corporatist welfare regime)라고 부른다. 탈상품화의 정도가 낮으면서 계층화의 유형이 공공부조 수혜자와 일반제도 수혜자로 나뉘는 이중주의(dualism)가 정착한 나라는 미국/영국 등이었다. 이를 자유주의 복지체제(Liberal welfare regime)라고 부른다.

      이후 탈가족주의(defamilialization)가 복지체제 분류의 마지막 기준으로 포함된다.  

      탈가족주의란 가족의 보호 영역을 국가화 시장이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를 통한 탈가족주의는 보육서비스가 공공보육시설을 통해 제공되는 것을 말한다. 시장을 통한 가족주의는 보육서비스를 시장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다. 북유럽 국가들은 공공보육이 중심이었다. 중부/남유럽 국가들은 보육을 가족 내에서 해결하며 여성 취업률이 대단히 낮다. 영미국가들은 민간보육시설이 중심이었다. 탈가족주의 지표를 통계 분석하니 역시 세가지 유형으로 그룹핑 됐다. 북유럽은 공공보육, 중부/남유럽은 가족이, 영미는 시장이었다. 이 지표를 앞서 지표에 넣어도 세 가지 유형 구분은 변함이 없었다.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렇다면 이 복지국가의 세 가지 유형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어떤 모델일까? 또 앞으로 10년 뒤에는 어떤 유형으로 가게 될까? 이에 대해 학자들은 다양하고 상이한 주장들을 펼친다. 조영훈 교수는 “한국은 영국, 미국과 같은 자유주의 복지체제의 특징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이런 복지국가로 이동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공부조가 발달하면서 민간보험시장 역시 발달한 특징을 지목한 것이다. 실제로 국내 4대 보험 총액은 약 65조원, 개인보험 역시 60조원에 이른다. 민간보험의 팽창 속도는 세계 5위권이다. 공공보험에 대한 신뢰가 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찬섭 교수는 “한국은 유럽 대륙의 독일과 같은 보수주의 복지체제의 특징이 드러나 있고, 이 방향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가 많이 보이는 등 계층화가 눈에 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여러 복지체제의 특징이 결합된 혼합형적 특징을 가질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일어나는 4대 보험 통합 논의 등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이념에 가까운 반면 복지 사각지대 등의 계층화도 동시에 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 남미형 복지체제로 갈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비정규직 때문이다. 지금처럼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 중 5할에 이른다면, 이들은 퇴직금을 받는 비율도 정규직의 20%에 불과하고, 10명중 6명은 실업수당도 못 받으며, 절반은 직장 국민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도 마찬가지다. 일등시민과 이등시민으로 갈라져 노동시장 핵심계층은 복지혜택, 나머지 집단은 복지에서 배제되는 ‘분리된 복지국가’(divided welfare state)갈 가능성이 있다. 스웨덴은 고사하고 소박하게 말하자면, 남미로만 안가도 다행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2011년 현재 우리나라는 복지국가 초기 단계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야당의 무상복지가 논쟁이 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야당의 주장대로 무상의료, 무상급식, 무상주택에 대학 등록금 반값이 실현된다면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에 가까워 질 것이다. 그러나 반대 세력이 집권하면, 복지가 이미 사회적 화두가 된 상황이므로 안 할 수는 없지만 다른 행로를 찾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이미 지금 한국 사회는 복지논쟁이 붙어서 누가, 어떤 세력이 집권하던지 복지 정책을 벌이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유권자의 판단에 달려있다. 물론 아무것도 안한다면, 특히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남미형으로 갈 수도 있다.


    • 김연명 선생님이 소개하신 책과 논문 안내(복지국가 2강)

      2011.3.24 느티나무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복지국가에 대한 오해와 진실]강좌의 두번째 강의가 3월 31일(월)에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연명 선생님의 강의로 진행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열정적이면서 시원시원한 강의 덕분에 복지국가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넓힐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강의 중에 소개하신 책과 논문을 안내해 드립니다.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한국 복지국가 성격논쟁』 제1권. 김대중 정부에서
          시행되었거나 개혁된 사회복지정책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이며,
          이 정책들이 한국의 사회복지체제 형성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를
          학술적 입장에서 다소 논쟁적으로 조망하였다.
          한국 사회복지정책의 성격, 김대중 정부 사회복지정책의
          신자유주의론,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비교, 발전국가 사회복지
          패러다임의 붕괴와 김대중 정부의 과제 등의 내용을 수록했다.

          교보문고 책소개 보기>>



          이 책은 참여정부의 핵심적 복지담론이었던 사회투자에 대한
          학계의 평가와 논쟁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2002년에 펴냈던 「한국복지국가성격논쟁Ⅰ」은 김대중 정부에서
          실제 시행된 복지정책들을 복지국가론의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이 담겨져 있는 반면 이 책은 노무현 정부가
          내세운 사회투자담론이 한국 사회의 복지발전과 사회발전에
          유용한 전략인가에 대한 학계의 논쟁을 담아내고 있다.

          교보문고 책소개 보기>>

    • 복지국가는 좌파의정책인가 1강 후기

      2011.3.22 느티나무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3월 14일부터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복지국가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두려움을 넘어, 복지국가를 통해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복지국가의 구체적인 현실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서구의 복지국가를 넘어서는 한국형 복지국가에 대한
      시민의 상상력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1강의 후기는 자원활동가 김현민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1강 복지국가는 좌파정책인가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강의

      우리 모두에게는 세상을 보는 프레임이 있다. 그것은 ‘무엇을 무엇으로 사고하게 하는 힘’이다. 강의와 논의들 속에서 수많은 힘겨루기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무엇, 그 자체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무엇을 무엇으로 보도록 이끈, 즉 익숙한 프레임에 대한 이의제기. 그러기 위해서는 ‘새롭게 보기’가 필요하다. 첫 강의는 이러한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시작됐다.

      복지국가란 무엇인가?
      강의는 복지, 복지국가, 사회정책에 대한 용어 정의로 문을 열었다. 한국사회에서 복지는 제 5공화국이 ‘복지국가를 추구한다’라고 표명함으로써 사용되기 시작했다. 구체적 의미가 확정되지 않은 채 수사적, 정치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복지에 충분한 내용이 담길 틈도 없었고 그래서 한국사회는 복지국가에 대해 명확한 그림이 없었던 것이다.

      통상적으로 정의되는 복지국가는 “각종 정책을 통하여 시민의 사회적, 경제적,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 인간다운 생활과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들을 국가정책의 주된 정책으로 내세운 국가”이다. 여기에 더해 Asa Briggs(1961)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시장이 낳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된 권력이 의도적으로 사용되는 국가“ 신광영 교수는 이러한 정의들을 소개하며 국가가 ‘사회적 위험’에 대해 어느 정도의 범위로 인식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복지국가는 국가가 복지를 규정하는 수준과 의지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신광영 교수는 복지정책이 형성되는 요인과 과정에 대해서 설명하였는데 이 과정 가운데 시민들이 개입하고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했다. 실업, 빈곤, 불평등과 같은 현상을 사회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연구하고, 대안을 만드는 시민과 학자, 운동 그룹의 노력이 중요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움직임을 통해 정책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국가 권력자원, 정책 모델에 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변화의 내용들이 복지정책의 내용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가가 복지정책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시민들의 관심과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해야할까, 무엇을 다르게 보아야 할까. 외국의 다양한 사례를 통하여 그 밑그림을 그려 볼 수 있을 것 같다.


      복지국가 도입에 대한 독일, 영국, 스웨덴의 사례
      신광영 교수는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복지제도, 복지국가는 매우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현 시기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복지국가들이 있냐를 제대로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독일, 영국과 다른 복지제도를 만든 스웨덴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세계최초로 사회보장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그것의 배경은 사회질서 유지 차원에서 보수적인 군주와 관료들이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예방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광영 교수는 비스마르크가 좌파인가? 라고 물으며, 복지정책이 좌파의 정책이라는 오해에 대해서 생각해 볼 것을 이야기했다.

      그에 비해 영국의 복지국가 형태는 폭이 큰 변화의 형태를 보인다. 복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제도들이 출현한다. 라운트리Rowntree(1889)는 ”수많은 사람들이 빈곤층이 되는 것은 개인의 잘못으로 빈곤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내에서의 빈곤화 추세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며 이른 시기에 진보적인 관점을 가지고 국가가 복지정책을 도입하는데 기여한 것들을 볼 수 있다. 이후에 영국의 사회복지는 이론적 배경에 베버리지 보고서와 케인즈의 새로운 경제 이론, T. H. 마셜의 시민권과 사회계급론이 동시 다발적으로 나오며 바탕을 이루게 된다. 복지제도 뿐 아니라 경제정책과 민주주의의 심화 차원에서 연결돼 본의는 복합적으로 연결된다.

      스웨덴은 복지정책이 사회‧문화적 요소들이 다양하게 상호작용하면서 형성되는 것임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중요한 사건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두 가지를 의미 있게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19세기 말, 스웨덴의 정치인 아돌프 히든은 영국의 제도를 답습한 구빈법 대신 사회정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보수주의자들은 역시 반대했다. 작은 국가를 내세우는 입장에선 국가가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세금이 늘어나는 것에 우려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산업안전이나 실업보험과 같은 제도는 스웨덴과 같은 가난한 나라에선 사치라는 이야기였다. 이를 정면에서 반박한 것이 사회복지사들로 구성된 전국사회복지사업협회(CSA)였다. 이 단체는 빈민구제, 주택, 농업, 여성야간작업, 죄수보호, 아동복지, 실업 등에 관한 대중강연과 학술대회 등을 개최하고 사회개혁의 필요성을 홍보했다. 스웨덴은 지금 비록 가난하지만 사회개혁을 통해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호소였다. 협회가 내세운 것은 사회적 자유주의였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지점은 대공황 이후로 사민당이 집권한 것이다. 사민당의 성공한 것은 두 개의 정책 트랙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복지정책이 그것이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란 국가가 노동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개입하는 사후적 방식의 소극적 노동시장정책과 반대되는 정책이다. 전통적인 경제이론에 따르면, 노동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균형을 잡는다고 말한다. 가족과 거주지, 교육문제 등 여러 요인이 개입하면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은 쉽게 균형상태에 이르지 못한다. 그러나 국가 개입을 통해 간극을 좁힐 수 있다는 것이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다. 스웨덴에서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노동시장에 쉽게 접근하는 노동시장유연화가 국가주도로 진행됐다. 또 일자리를 이동하더라도 동일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연대임금 정책을 벌이고 정책의 카운터파트너로 노동조합을 인정했다.

      스웨덴의 복지를 요약하자면, 보편주의, 점진주의, 진보와 보수진영이 복지국가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합의, 아동과 여성 등에 대한 적극적 복지 사회투자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담론들은 순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스웨덴의 정치인들은 ‘개인이 행복하게 살 권리’와 (이에 대한)‘공동의 책임’이라는 명제를 진지한 삶의 내용으로 받아들였고 그것을 위해 국민과 공동으로 작업해 온 것이다.
       
      신 교수는 강의를 맺으며 몇 가지 지점을 중요하게 짚었다. 국가의 기본 역할이 영토와 시민을 지키는 국방이라면, 오늘날 실업, 빈곤, 질병, 코령화 등의 사회적 위협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복지가 바로 국방이라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복지는 정치진영에 따라 다르게 재단 될 수 없고, 복지가 좌파만의 논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권리 그리고 모두가 누려야 할 행복-이런 새롭지 않은 이야기를 우리는 이제 다시 새롭게 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그 내용이 곧 한국의 복지국가에는 담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복지 프레임은 어떤 모습인가. 긴장감이 새로운 고민으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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