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 부동산 덫에 걸린 한국사회와 시민운동
2009년은 하룻밤새 여섯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용산참사로부터 출발했다. 그러나 그 여섯 죽음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부동산 문제라는 빙산의 상징적 정점일 뿐이다. 2006년 전국을 강타한 뉴타운․재개발 열풍은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문제점을 드러냈고 그 열기마저 식은 지금은 한국사회 전체를 침몰시킬 수도 있는 덫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마저 퍼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010 참여연대 부동산강좌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꼭 필요한 강좌다. 그 첫 강의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인 김남근 변호사와 함께 했다.
이번 강의는 10개의 부동산 관련 쟁점과 그에 따른 3~4개의 유제로 이어진 질문들을 가지고 토론 및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이어졌다. 현재 부동산과 관려된 많은 논쟁들을 집약시켜 놓다보니 워낙 광범위해서 아쉽게도 한정된 시간 안에 모두 내용을 다루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김남근 민생희망본부장
한국의 법․경제 질서에도 부합한 ‘토지정의’
이번 강의를 들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토지공개념 도입이 그 자체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토지공개념 3법인 ‘토지초과이득세법’이나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이나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이 보수언론이 선전하는 대로 대한민국 헌법을 위배하거나 자본주의 경제 근간을 뒤흔들겠다는 불온한 발언이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대체로 시행되고 있고 세부적인 부분에 조금씩 수정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건강한 경제 질서를 위해 꼭 필요한 개념들이라는 사실이었다.
대한민국 기득권의 대부분이 토지로 인한 불로소득과 특권을 누린 계층이다 보니 토지에 대한 조그만 제한조차 격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지금까지 토지정의를 둘러싼 담론이 왜곡되어, 건전한 토론들이 너무 왜곡되어 온 것은 아닌지 생각도 들었다. 토지재산의 특성과 헌법의 재산권의 사회적 귀속성에 대한 설명과 함께 토지공개념 3법의 역사를 추적하는 것은 좋은 공부가 되었다.
투기 억제의 진짜약과 가짜약
이번 강의에서는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주택공급정책, 세금정책, 금융정책들을 두루 살펴보며 효과 있는 정책과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한 정책 등이 소개되었다. DTI와 LTV, 양도소득세와 토지보유세 그리고 논란 많았던 분양가상한제의 효과 여부 등 각종 부동산 정책이 끼친 영향을 굵직굵직하게 검토해 보았다.
흥미로우면서도 또한 우울한 사실은 정부가 투기억제에 효과를 많이 거둔 정책보다는 효과를 보지 못한 정책에 치중하고, 그나마 효과 없는(부족한) 정책마저도 실천할 의지가 희박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 정부가 발표한 8.29 부동산 대책에서는 DTI를 한시적이나마 전면 해제되었다. 미국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서 엄격히 금지하는 정책이 국내에서는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해제하고 국민들에게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부추기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힘들다.
뉴타운․재개발 환상과 거짓에 기초한 사업
뉴타운․재개발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것은 조금 됐지만 이번 시간에는 그중에서 뉴타운․재개발 사업의 근거가 되었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도시개발법 등에 대한 불법, 편법운용과 관련한 이야기도 나눴다.
김남근 본부장은 재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 주었다. 재개발의 원래 목적은 열악한 주거환경에 있는 서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함이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려고 하는 강북을 강남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결국엔 재개발을 통해 그곳에서 살던 사람이 중산층으로 올라가던가 아니면 원주민들이 쫓겨나면서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바뀌어야 하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게 된다. 김남근 본부장은 대안적 재개발 방식으로 ▲ 공공의 단계적 지원을 통해 도로, 학교, 공원 등의 기반 정비가 이뤄지고, 주민은 자기 집의 일부를 고치는 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 또한 처음부터 사업 비용 등을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행정절차인데도 제대로 되지 못했던 부분이다. 많은 주민들이 뉴타운 재개발 바람에 휩쓸려 도대체 수억이 들지도 모를 사업에 함부로 끼어들었던 그 많은 사례들을 생각하면 순간 아찔해진다.
이렇듯 개발의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뉴타운․재개발 사업은 모든 면에서 무리한 사업이라는 것을 스스로 편법 운용을 통해 반증하고 있는 듯 했다. 이제 막연한 환상에 근거해 무모하게 사업을 밀어붙이는 식은 지양되어야만 한다.
1강 부동산 덫에 걸린 한국사회와 시민운동
환상을 넘어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투기의 열풍 뒤에는 진실과 맞대하는 충격을 피할 수 없다. 더 오랫동안 환상을 붙잡고 있을수록 그 충격은 크고 아플 수밖에 없다. 또한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막연한 공포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일본을 20년 불황에 몰아넣은 부동산 버블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투기의 환상이 그리고 그에 비례해 닥쳐온 공포가 사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고통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인정하기 싫어도 진실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대안이고 방법이다. 정책입안자도 투기의 당사자도 투기의 피해자도 현재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최선인가를 가감없이 바라보고 답을 찾아야 한다. 비록 조금 늦은 것 같지만 언제나 그렇듯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행동하기엔 가장 빠른 때이다.
한편으론 김남근 본부장이 진행한 이번 강의가 첫 강보다는 마무리 강의였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전 강의를 듣고 난 후 통합하고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자리 했다면 보다 많은 논의가 오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후에라도 강좌를 같이하는 분들과 뒤풀이 자리 겸 토론회를 갖는다면 흥미로울 시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