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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재벌체제, 세금제도, 노동시장구조, 그리고 현재의 사회정책과 복지정책을 그대로 두고 민주주의의 미래는 없다. 이대로는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반 자체를 침식하고 해체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강좌는 절차적 제도적 민주주의는 10년 동안 진전,안정되었으나 실질적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후퇴와 역진, 역 근대화하는 상황은 이명박 정권에 이르러 다시 절차적 제도적 민주주의의 후퇴를 심각하여 가져오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경제적인 구조와 복지적인 측면에서 이해, 성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느냐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말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밥’이고 희망이라고. 왜 그런지 밝히고, 논리와 근거를 가질 수 있도록 학습해야 한다. 이것이 이 기획의 초점이다.
진행 이정환 미디어오늘 경제팀장
01 0406 재벌, 금융, 조세정책은 나의 일자리와 어떤 관계? 유종일 KDI 정책대학원
한국 경제위기의 구조진단과 민주주의
02 0413 공황을 부른 정치, 공황을 극복한 정치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부 교수
공황의 역사가 오늘의 경제위기에 주는 교훈
03 0420 부동산값을 둘러싼 다섯가지 의문 선대인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
부동산에 발목잡힌 한국경제와 민주주의
04 0427 복지가 경제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경제위기 극복의 열쇠, 왜 삽질 아닌 복지인가?
05 0511 빵과 장미, 민주주의가 희망인가?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경제위기 시대, 진보의 담대한 제안에 시비걸기
후기 10
[경제교실 5강기사] 심상정, "새로운 비전 내걸고 대안 정치세력 결집할 때"
"새로운 비전 내걸고 대안 정치세력 결집할 때" |
경제교실 ⑤ 경제는 민주주의다 -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 |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진보정당이 국민들에게 실현가능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고 진보신당 역시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심 전 대표는 진보정당이 관념에서 현실로 내려와야 하고 노동자 대중의 광범위한 참여와 지지를 확보해 일상적인 정치활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비전과 실천, 그리고 정치 재편을 통한 세력 결집과 대안 야당의 건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조승수 의원의 당선은 분명히 고무적인 사건이지만 근본적인 정치 지형의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왜 가난한 사람들, 심지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고 보나.
"추상적인 구호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약속에 의지하기에는 당장 현실이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개는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투표를 안 하는 사람들이 많고 투표를 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집권 세력의 실현 가능성 있는 공약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진보정당을 지지하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런 구체적인 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전도 좋지만 이제 그 비전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모범을 창출해야 하고 성취의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지역정치와 생활정치를 고민해야 한다."
- 모범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지역정치? 생활정치는 또 뭔가. 역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은 없나.
"브라질의 루이스 룰라 대통령도 지역에서 출발했다. 기존 정치에서 볼 수 없는 실현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소수정당이었지만 지역에서 탄탄한 지지기반을 쌓았다. 국민들은 이 사람들에게 정권을 주면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겠구나 하는 확신을 줬다. 우리나라 같으면 우선 교육과 의료, 복지분야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민주노동당 시절을 돌아보면 대중의 지지기반에 뿌리를 둔 일상적인 정치보다는 정책을 나열하고 적당히 관심을 끌기 위해 이벤트에 그쳤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 집권세력이 아니면서 교육을 개혁하는 일이 가능한가. 결국 어떻게 해야 좋은 대학을 보낼 수 있을 것인가가 대중의 관심사인데.
"'작은 학교 운동'이라는 걸 준비하고 있다. 교육의 시장화를 반대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사교육 시장에서 배제된 학생들을 모아 야학 같은 걸 해볼 수도 있다. 한 반에 5명씩이면 한 학교에 300명이 된다. 이 작은 학교를 진보운동의 거점으로 만들 생각이다. 교육을 중심에 두고 대안을 모색하고 아래에서부터 변화를 추동하는 새로운 실험이 될 거라고 본다."
- 대학생들 등록금 투쟁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유가 뭔가.
"관심은 있지만 재보궐 선거 때문에 사실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했다. 국회에 의석이 없다 보니까 활동에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학 등록금을 깎고 정부 지원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학교의 거버넌스를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학교가 영리기업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된다. 공적기관에 맞는 거버넌스와 운영방식이 필요하다."
-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구조조정의 압력이 거세다. 왜 정치의 실패와 경영의 실패, 그 책임을 노동자들이 떠안아야 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구조조정을 안 할 수도 없고. 어떤 다른 대안이 있나.
"구조조정은 필요한데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면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 경영의 실패는 물론이고 금융회사들과 감독기관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개별 기업의 위기극복 차원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큰 그림을 그리고 내수 진작과 일자리 창출, 국가 경쟁력 확보 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일부 기업들은 부분적으로나 잠정적으로 국유화를 검토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 위기의 한 원인으로 금융회사들의 투기적 행태가 거론된다. 은행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강제할 방법이 있나. 이를테면 중소기업이나 서민대출을 늘리라고 강제할 수 있나.
"은행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 다만 정부가 자금 지원을 할 때 중소기업 대출 한도 등의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는 방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돈만 집어넣고 끝내지 말고 사회적 책임의 유인을 제공하라는 이야기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은행 지분을 꾸준히 늘려가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산업은행 민영화는 당장 철회돼야 하고 우리은행 역시 민영화가 아니라 공공성을 더욱 강화한 특수 은행으로 전환해야 한다. 새마을금고나 상호저축은행 등의 서민금융기관을 키울 필요도 있다. 은행들이 수익의 일부를 마이크로 크레딧, 무담보 소액 신용 대출로 돌리도록 권고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
- 민주노동당 시절 반값 아파트 공약을 내걸었는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부동산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뛰고 있고 반값 아파트는 요원해 보인다.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은 없나.
"반값 아파트는 여전히 충분히 현실적인 대안이다. 일단은 공공임대 주택을 선진국 수준인 30%까지 높여야 하고 정부 주도로 반값 아파트를 대량 공급해서 가격을 낮춰야 한다. 필요하다면 증세도 검토해야 하고 국민연금 기금을 공공 서비스 재원으로 동원할 수도 있다. 채권 수익률 이상을 보장해 주면 된다. 이밖에도 후분양 제도를 일반화하고 원가 공개를 의무화하고 건설업체들의 폭리구조와 대중의 투기적 욕망을 해결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집권 세력의 정책 의지다. 그리고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민들의 광범위한 정치적 압박이다."
- 사실 대중에게는 확신이 없다. 여전히 다음 선거에서도 보수양당 가운데 어느 한쪽이 집권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가격은 다시 뛰어오르는 분위기고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성취의 경험이 아니라 패배의 경험과 무력감만 계속 쌓이고 있다.
"일단 전략적으로 의료보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진보신당은 힘이 부족하고 민주노총의 참여를 전제로 광범위한 노동자 대중의 복지동맹을 구축해야 한다. 재원을 어떻게 확충할 것이냐가 과제로 남지만 한번 무상의료를 경험하게 되면 변화의 열망이 더욱 거세질 거라고 본다. 무상교육, 무상보육은 왜 안 되나, 이런 문제의식도 생겨날 거고, 정부가 주거의 권리,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압박도 생겨날 것이다."
- 영미식 자본주의가 아니라면 다른 대안은 뭐가 있을까. 한때 스웨덴식 사회민주주의 모델이 유행했지만 사실 스웨덴도 신자유주의의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복지수준도 급격히 축소되는 분위기다. 이미 장벽은 무너지고 있고 사다리는 사라지고 없다. 이제 와서 사다리를 다시 놓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경쟁력을 확충하는 일이 가능할까.
"우리만의 새로운 모델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내걸었던 세 박자 경제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는데 핵심은 풀뿌리 지역 경제의 복원하고 그 위에 공공성을 강화하는 네트워크 산업을 두고 시장의 조절과 통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는, 호혜성과 공공성, 공정성의 결합을 말한다. 분배를 통한 성장이라는 구호를 넘어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확충이 필요할 거라고 본다. 규제 일변도로 가기 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 지난해 100만 명이 촛불을 들었는데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그 변화의 동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촛불이 실패했던 건 불만과 분노를 쏟아내는데 그쳤을 뿐 정치 세력화로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비전을 내걸고 이를 실천할 정치세력의 결집이 필요하다. 정계재편이 아니라 정치재편이 돼야 한다. 상층부의 인물 몇 명이 바뀌는 걸로는 부족하고 새로운 정치적 전망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을 규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경제교실 4강기사] 오건호, "사회 안전망 확보 위해 진보적 복지동맹 필요한 시점"
"사회 안전망 확보 위해 진보적 복지동맹 필요한 시점" |
경제교실 ④ 경제는 민주주의다 -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2003년 민주노총 정책부장으로 일하던 무렵 건강보험료 교섭에 가입자 단체 대표로 참석했던 때를 떠올린다. 요구안은 무조건 보험료 동결. 그런데 흥미롭게도 사용자 단체 대표도 같은 요구안을 내걸었다. 완벽한 노사합의였다. 오 실장은 그때 일을 반성하면서 되묻는다. 왜 우리는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지 못했을까. 조금만 더 부담하면 혜택이 늘어나고 그 혜택은 결국 모두 가입자들의 몫인데.
- 보험료를 올리자는 요구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것 같은가. 지금도 반발과 불신이 극심한데.
"현실적으로 감세를 비판하기는 쉽지만 증세를 이야기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진보진영에서도 자본에게 더 내라고 해라, 또는 나라에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힘을 얻는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건강보험은 회사와 노동자가 반반씩 부담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5조원을 더 내기로 하면 회사가 5조원을 보태서 10조원이 된다. 여기에 정부가 자영업자들 지원 20%를 더해서 12조원 정도가 된다. 5조원을 더 내서 12조원의 혜택을 받는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한 것 아닌가."
- 한때 3만원만 더 내면 무상의료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흐지부지됐다. 이게 왜 안 되는 건가.
"건강보험의 기본 원리는 능력만큼 더 내고 필요한 만큼 받아쓰자는 건데 상징적인 슬로건에 그쳐서 아쉽다. 구체적인 방안이 안 나왔다. 무상의료 하면 좋은 건 누구나 다 알지만 중요한 건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다. 한때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건강보험공단이 그 해 1조원의 흑자를 내면서서 보험료를 늘리기 보다는 급여를 확대하자는 쪽으로 논의가 흘러갔다. 내 호주머니에서 돈이 더 나간다는데 다들 부담을 느낀다. 그렇지만 이제라도 다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건강보험은 그나마 가장 성공적인 공공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성공의 경험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결국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부담을 늘리는 건 불가피할 텐데 대중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고 설득할 것인가가 관건이겠다.
"치밀한 기획이 필요할 것 같다. 공공 서비스를 체험하고 그 효율성을 직접 느끼게 만드는 게 좋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했던 대중교통 체제개편이나 청계천 복원 사업을 봐라. 논란은 많지만 광범위한 호응과 정치적 지지를 얻고 실제로 그게 정권 창출로까지 이어졌다. 건강보험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본다. 병원비가 5천만원이 나오든 1억원이 나오든 다 치료해 주는 시대가 되면 그때 사람들이 사회적 연대를 체험하게 되고 무상의료 뿐만 아니라 교육과 노후, 주거 등 공공부문의 역할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거라고 본다. "
- 이른바 각개약진 복지라고 할 수 있겠다. 내 건강이나 노후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당장 먹고 살게 세금을 줄여달라는 정서도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지금까지 낸 거 어차피 포기할 테니 앞으로라도 내지 않게 해달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사회임금이라는 개념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회임금이 충분하면 시장임금에 크게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 국민연금과 기초생활급여, 실업급여, 보육료 지원, 공공임대주택, 요양서비스 등이 사회임금의 범주에 든다.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가계 운영비의 7.9% 밖에 안 된다. 미국이 17.0%, 영국은 25.5%, 일본은 30.5%, 스웨덴은 48.5%나 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은 31.9%다. 사회임금이 열악하면 임금 투쟁에 매달리게 된다. 일자리를 잃으면 빨간 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고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벌어야 하기 때문에 야근에 특근에 몸을 혹사시키면서 일한다. 공적연금이 부실하니까 민영보험에 의존하게 된다. 그만큼 불신과 무력감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 건강보험은 그렇다 치고 국민연금은 어떻게 해야 하나. 급격한 고령화 때문에 기금고갈은 피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이대로 가도 되나.
"사실 국민연금은 제도 내부적으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처음 설계했을 때 고령화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진행될 거라고 예상을 못했고 도입 초기에 국민들 반발을 우려해서 급여도 후하게 책정됐다. 국민연금은 죽을 때까지 받기 때문에 수명이 이렇게 늘어나면 국민연금의 재정부담은 정말 커진다. 그렇지만 기금고갈은 정확한 개념이 아니고 우리 다음 세대의 부담이 커진다고 보는 게 맞다. 일부에서는 소득의 40%까지 보험료로 내야할 거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지만 2007년 법개정으로 급여율이 낮아져 실제로는 20% 수준이라고 본다. 연 금에서 문제의 본질은 고령화가 아니라 노인의 경제활동참가이다. 만약 노인이 일을 더 할 수 있어 급여를 받는 시점을 늦출수 있다면 연금재정이 상당히 호전될 수 있을 것이다."
- 기금 소진은 40년쯤 뒤고 문제는 그때까지 과도한 기금 적립도 문제 아닌가. 이 엄청난 기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채권이나 주식투자 등에 몰려서 거품을 부풀리고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기금 운용은 수익성 중심이 아니라 안정성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당장 수익률 올리기는 좋겠지만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들어가면 가격이 뛰고 국민연금이 빠지면 가격이 떨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진다. 벌써 채권시장 점유율이 25%, 주식시장 점유율이 5%나 된다. 채권시장 성장 속도보다 기금적립 속도가 더 빠르다. 일단 주식 투자는 어느 정도 늘릴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데 투자할 데가 없으니까. 해외 투자?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더 좋은 시장은 없다. 뭐하러 다른 나라에 투자하나. 주식에 투자하되 사회적 책임 투자를 해야 한다. 고용을 창출하고 환경을 고민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주주가 되자는 이야기다."
- 국민연금 기금이 수천조원 쌓일 텐데 좀 더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할 수는 없나.
"무엇보다도 실물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 재정으로 부족한 공공 서비스의 재원을 국민연금 기금으로 활용하자는 이야기다. 정부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수익형 민자사업(BTO)이나 임대형 민자사업(BTL)을 벌이는데 여기에 국민연금을 참여시킬 수 있다. 이를 테면 보육시설이나 교육시설, 노인 요양시설 등을 짓는데 쓸 수 있다. 채권 수익률 정도 또는 공익적 성격을 감안해 그 보다 좀 더 낮은 수익률을 보장해 줘도 된다. 전국의 유치원을 모두 사들여서 정부에서 무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 급여를 받기까지는 20년 이상을 기다려야 되지만 이렇게 되면 바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 복지천국이라고 불렸던 스웨덴만 해도 복지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복지 혜택을 늘리는 일이 결코 쉬울 것 같지만은 않다.
"케인즈주의 복지국가의 전제조건은 국민들이 적절한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는 거다. 충분한 세금을 내고 이를 사회임금으로 돌려받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극단적인 양극화 때문에 절반의 노동자들이 겨우 먹고 사는 형편이다. 공적 재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없다. 사회임금 시스템도 척박하다. 스웨덴 모델을 무작정 들여온다고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 분배구조와 생산구조를 한꺼번에 바꾸는 전략적 기획이 필요하다. 동유럽의 사회주의는 이미 실패했고 아직 다른 시스템은 없다.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
- 한때 사회적 대타협 논쟁이 유행했었다. 스웨덴은 1938년 찰츠요바덴 협약을 통해 사회연대 임금제도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을 도입하고 세금을 파격적으로 늘려가면서 광범위한 복지모델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치적 상상력은 실현 불가능한가.
"어려울 거라고 본다. 사회적 대타협은 철저하게 투쟁의 산물이다. 권력이 매개가 돼야 한다. 스웨덴은 사회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자본가 그룹이 체제 전복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노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슨 타협이 되겠는가. 타협이 가능하려면 정부가 소유권 규제를 해야 한다. 권력이 주체가 돼야 한다. 진보세력이 권력을 잡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과도기적으로 부분적인 사민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가능할 거라고 본다. 자본가 그룹에 세금을 더 많이 내라고 압력을 넣을 수도 있고 그걸로 복지를 확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대중의 조직적인 요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 지난해 촛불시위의 경험을 돌아보자. 100만명이 거리에 나왔는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성취의 경험은커녕 무력감만 더 커진 측면도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공성의 복원이 가능한가.
"일단 한번도 있었던 적이 없으니 복원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은 것 같고. 촛불은 다시 타오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바닥이 젖어 있는 상태다. 사회적 연대보다는 개별적인 생존이 더 절박한 과제다. 대안세력도 없다. 그런데도 다시 촛불에 불을 붙이는 건 이명박 정부가 될 거라고 본다. 참기 힘든 상태가 계속되고 다시 촛불을 들게 되면 그때는 공공성 이슈가 전면에 나설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구체적으로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나.
"공적보험을 확대하기 위해 민영보험을 깨뜨리는 운동도 필요할 것 같다. 민영보험 안 들기 운동도 가능하지 않을까. 민영보험에 지출하는 돈 3분의 1만 있어도 무상의료가 가능하다. 민영보험을 깨뜨려야 공적보험을 확대할 수 있다. 노동운동이 워낙 취약하기 때문에 지역운동을 중심으로 여론을 수렴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중요한 건 성공의 경험이다. 무상의료, 무상보육, 무상교육, 노후복지 등이 확대되는 걸 보면 대중에게도 강력한 권력의지가 생길 거라고 본다. 권력을 위탁하지 않고 직접 권력을 행사하려는 욕망이 생겨날 거라고 본다. 복지 확충과 관련해 온갖 요구들이 있지만 이를 단일한 의제로 응축시켜야 한다. 이를테면 사회임금을 15%까지 복지 재정을 110조원까지 늘리라고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진보진영과 시민사회운동을 규합해 광범위한 복지동맹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
[경제교실 3강기사] 선대인, "부동산 폭락 받아들이고 취약계층 지원에 재정 투입하라"
"부동산 폭락 받아들이고 취약계층 지원에 재정 투입하라" |
경제교실 ③ 경제는 민주주의다 -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동아일보와 미디어다음 기자로 재직하던 무렵부터 현장 밀착형 부동산 기사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 그가 언론을 떠나 한국 최대의 민간 씽크탱크를 자처하는 김광수경제연구소로 옮겨간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을 수도 있다. 일찌감치 한국 경제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가 부동산이라고 주장해 왔던 그는 부동산 거품을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장기 불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그래도 과연 부동산 불패 신화가 과연 무너질까 하는 믿음은 꽤나 견고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수요가 여전히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고 인구 1천명 기준 주택 수가 여전히 선진국보다 적다는 통계도 자주 인용된다. |
[경제교실 2강기사] 장상환, "케인즈주의 한계, 기업/금융의 사회적 소유로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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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즈주의 한계, 기업·금융의 사회적 소유로 보완해야” |
경제교실 ② 경제는 민주주의다 -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부 교수 |
장상환(사진) 경상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교수 가운데 하나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을 맡아 주요 정책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고 최근까지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 소장을 맡아왔다. 그는 거대한 변화가 이미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강부자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더라도 노동자 대중의 불만을 언제까지나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10년 전 외환위기처럼 노동자 대중에게 희생을 전가하고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제 위기의 원인은 첫째, 자본의 집중이고 둘째, 금융의 극단적인 투기화고 셋째, 소득분배 불평등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끊임없이 생산을 확대하고 자본을 축적한다. 지금 은행에 돈이 없나. 부동자금이 500조 원이라고 한다. 기업들이 돈이 없나. 이익 잉여금이 350조 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주가가 떨어지니까 사람을 마구 자른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부유층에 돈이 몰리면서 저소득 계층은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다. 점점 더 참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노동자 대중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다."
- 위기는 왜 자꾸 반복되는가.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한다. 이를테면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소유의 사적 성격 사이의 모순이다. 기업의 이윤추구 경쟁이 과잉생산을 강제하고 과잉생산이 과잉투자를 추동하고 노동자들의 임금과 소비를 제약하면서 공황을 낳게 된다. 그래서 케인즈주의가 대안으로 등장했는데 유효 수요를 늘리고 소득 재분배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공황을 극복할 수 없었다. 케인즈주의는 경기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을 낳았고 신자유주의를 불러왔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몰락을 목격하고 있다."
- 신자유주의가 아니라면 다른 무슨 대안이 있나. 이를 테면 다시 케인즈주의가 대안이 될 수 있나.
“불황의 원인이 기본적으로 수요부족 때문이라고 본다면 케인즈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케인즈주의는 과잉생산과 과잉투자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반복되는 경제위기를 막으려면 케인즈주의 복지국가 모델에 기업과 금융의 통제를 결합할 필요가 있다. 재정민주주의와 금융민주주의, 기업민주주의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노동자와 채권자, 협력업체, 정부 대표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 기금을 조성해서 주요 기업의 사회적 소유를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할 필요도 있다. 나는 금융기관은 모두 국유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난 10년 동안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계속해 왔다. 지금 위기는 그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뒤집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우리나라는 자유주의에서 케인즈주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신자유주의로 직행했다. 압축적 경제성장이 압축적 모순축적이 된 셈인데 그만큼 해결도 압축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외국의 실패 사례들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강부자 계급의 이해를 대변한다지만 이대로 가면 시스템이 통째로 무너지게 된다. 엄청난 반발이 이미 시작됐고 기득권 계급도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는 걸 원치 않을 거라고 본다. 이명박 정부가 역주행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엄청난 규모의 재정지출을 이미 단행하고 있고 추가경정예산도 더 편성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무분별한 감세 정책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극화에 대한 해법도 고민하게 될 것이다."
- 구체적으로 노동자 대중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졸업하자마자 백수로 내몰리게 된 젊은이들이 나서서 실업급여를 달라고 아우성을 쳐야 한다. 취업한 적도 없는데 무슨 실업급여냐고 하겠지만 좀 더 적극적인 일자리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해야 한다. 집 없는 사람들은 주거 보조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해야 한다. 국민들 누구나 식구 수만큼 방을 확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야 한다. 누가 돈을 내느냐고? 돈은 얼마든지 있다. 제대로 돌고 있지 않을 뿐이다. 필요하다면 세금을 더 걷고 국채를 더 발행하면 된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고 나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을 쳤는데 이제는 그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됐다.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국민들 무서운 줄 알게 만들어야 한다."
- 결국 권력의 문제가 될 텐데 진보진영은 헤게모니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 100만명이 촛불을 들어도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는 패배감도 있다.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보나.
“변화는 캠페인만으로 되지 않는다. 정부를 움직여야 할 텐데 무엇보다도 노동운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들의 저항과 반발이 거세지고 차기 집권이 불안하게 되면 아무리 강부자 정부라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좀 내주지 않으면 모두 다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기득권 세력이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개혁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 한꺼번에 뒤집는 혁명은 불가능하겠지만 개혁이 누적되면서 조금씩 새로운 단계로 이행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심상정, "10년 민주정권.진보정치 성찰해야"
4월부터 이어진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경제교실의 마지막 강사는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였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지난 11일 강의에서 김대중(DJ) 정부 시기 IMF구조조정이 지금의 경제위기의 구조적 원인이며 이를 심화시키는 작용을 했다고 밝혔다.
당초 97년 대선에서 DJ의 캐치프레이즈는 대립되는 두 가치인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조화'였다. 이는 DJ의 경제철학이며 원칙이기도 했다.
그러나 심 대표가 보기에 DJ의 경제정책은 "IMF프로그램을 이행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IMF는 시장만능주의였고, 이게 민주주의를 마음껏 희롱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노무현 정권에서는 급기야 '권력은 이제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이 나오는 데 이르렀다고 말했다.
특히 심 전 대표는 IMF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이 외국자본에 넘어간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IMF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과 기업을 일괄매각 방식으로 처리하려 했는데, 당시 이를 살 만한 여력은 외국자본과 재벌밖에 없었다. 그 결과 은행의 경우 사실상 거의 전부 '외국계 은행'이 돼버렸다.
심 전 대표는 "DJ가 '자본에 국적이 어디있느냐'고 했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최근 경제위기에서 외국자본이 빠져나가 환율이 요동쳤는데 이는 "외국계 은행들이 마음대로 자유롭게 자금을 빼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민들에게 은행의 문턱이 높아진 것과, 중소기업 대출 감소, 부동산담보대출 올인으로 인한 부동산 투기바람, 사채시장 급증 등을 거론하며 외국계 은행들이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경제주체에게 돈을 분배하는 은행 본연의 공공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IMF구조조정이 초래한 양극화와 정리해고 등에 대해 'DJ때는 IMF가 강제해서 어쩔 수 없지 않았느냐'는 반론에 심 전 대표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미국은 IMF보다도 더 큰 것은 맞았는데도 오바마 대통령이 공정임금법, 고용승계, 노조교섭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일축했다.
그는 "결국 IMF구조조정이 지금의 경제위기의 구조적 원인으로, 이를 심화시키는 작용을 했다"고 짚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진보정당이 경제성장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심 전 대표는 한 마디로 "진보가 성장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경제성장률(GDP) 수치로만 표현되는 성장을 벗어나 경제의 개념을 '국민들의 행복과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으로 재정의하고 , 이를 경제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심 전 대표는 반MB 전선을 넘어 이명박 정부를 넘어설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김대중-노무현 10년 민주정권에 대한 성찰과 함께 10년 진보정치의 한계에 대해서도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심 전 대표는 "국민을 설득해서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이 정권을 지지하면 내 삶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DJ-노무현 정권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노동자.서민의 삶이 어려워 졌는데 이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때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보정치 10년도 "자기성찰적 측면에서 '너를 찍어야 하는 이유가 뭐냐'는 점을 설득시키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비판.반대를 위한 정당에서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그 시기에 일정수준 이상으로 보여주지 못한 점이 가장 아프다"고도 했다.
심 전 대표는 특히 "저 세력을 집권기키면 이러이러한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그 다음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며 "지난 10년간 진보정치가 자기 비전에 대해 얼마만큼 자기확신이 있느냐, 우리가 집권하면 구체적으로 바꿀 확신이 있느냐가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았다"고 성찰했다그는 "반 MB전선을 혼란시키거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비판하는 게 아니라 대안세력 형성을 위한 실질적인 방향이 지난 10년의 DJ-노무현 집권기간-10년 진보정치의 성찰을 통해 새로운 진보세력의 대안적 결집의 중심을 잡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교실에 이어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는 18일 부터 2기 사회정치교실 강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날 강의에서는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1997년 이후 기업사회로의 변화'라는 주제로 시민들과 만난다.
[경제교실 4강 기사] 노동 운동, 사회임금 내걸자.
OECD국가들의 사회임금 국제비교ⓒ 사회공공연구소
OECD국가의 GDP대비 공공사회복지(현금급여: 보육료 등/ 서비스급여: 의료서비스, 공공임대주택) 지출 비중ⓒ 사회공공연구소
거품 또 키우는 MB 정부엔 "신자유주의도 사치"
종합부동산세 폐지, 투기과열지구 해제, 재건축 규제완화, 미분양 주택매입...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정권출범 이후 꺼져가는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려 각종 부동산 투기억제 장치들을 해제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최근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부동산 호가가 오르는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마저 곧 폐지할 태세다.
지난해 여름 민간 연구기관인 김광수경제연구소에 합류한 선대인 부소장은 20일 열린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경제교실 세 번째 강좌에서 이처럼 부동산 거품을 키우고 있는 정치권, 관료, 건설업체, 전문가들 등 이른바 '건설족'을 향해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자라고 하는 것도 이들에게는 사치"라며 "이들은 기득권주의자다"라고 비판했다.
선대인 부소장은 특히 "지금 강남 집값의 상승은 투기세력이 준동하기 때문"이라며 "투기세력의 핵심은 정부"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발간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서 이미 부동산 거품붕괴의 필연성을 설명한 그는 "아직도 부동산 거품이 남아있는데 또 만들려고 한다"며 "부동산 거품 꺼져서 세계경제가 망했는데, 그것을 보면서 또 거품을 만드느냐"고 개탄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빠지기 보다는 정부의 정책 때문에 연착륙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수강생의 질문에는 "이 정부가 연착륙을 위해 한 정책이 있느냐"며 "연착륙은 말만 존재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그러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선 부소장은 부동산 연착륙은 90년대나 가능했던 경우라며 "그때는 지금처럼 양극화 돼 있지도 않았고, 세계경제가 무너지지도 않았으며 가계저축과 실질소득도 지금처럼 최악의 상황이 아니었다"고 짚었다.
이어서 그는 "거품을 일으켰기 때문에 가혹한 채찍질(부동산 거품 붕괴)을 맞아야 한다"며 "그래야 나중에 또 그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선 부소장은 "저소득층이나 서민층이 유탄(부동산 가격폭락으로 인한 자산.소득감소)을 맞으면 그것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선 부소장은 "빚 내서 생활하지 않아도 되는 민주적 시장경제를 만드는 일이 지난 10년 동안 실패했다"며 "지금도 건설족의 수괴가 청와대에 앉아 있다. 정치권력을 바꿔서 제대로 된 시장경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적인 문제는 공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그것은 정치권력을 쟁취해서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케인즈주의+썸씽스페셜이 필요하다
경제학자인 장상환 경상대 교수가 제시하는 경제위기 해법은 국민들의 '아우성'이었다. 이제까지의 경제 패러다임과 목표를 전면 수정해 재정.금융.기업의 민주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경제안정과 인간다운 생활을 추구해야 하는데 필요한 것이 바로 국민들의 '아우성'이라는 것이다.
13일 밤 참여연대에서 열린 아카데미 느티나무 경제교실 '경제는 민주주의다' 두번째 강사로 나선 장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으로 기업 민주화를 꼽았다.
"우리 경제를 지금 누가 운영하고 있습니까. 재벌 아닙니까. 지금 재벌은 제조업.금융업.서비스업 등 전 부문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벌은 또 총수 1인에 의해 지배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중적 독재체제로 재벌 총수 몇 명이 경제를 운영하고 있는 겁니다"
장 교수는 그러면서 "노동자와 국민이 기업의 주인이 돼야 한다. 유럽의 경우 산업민주주의 수준으로 경영자를 견제밖에 못하는 수준인데 이것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계경제위기를 맞아 케인즈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장 교수는 "케인주주의에 더해 썸씽 스페셜(something special)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케인즈주의의 약점은 기업의 소유와 경영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입니다. 거시적인 것만 보완되면 사기업의 자원배분 매커니즘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죠. 그런데 불황은 사기업의 투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사기업이 투자를 줄이면 계속 공황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드러났듯이 재정.금융정책만으로는 불황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케인즈주의에 더해 필요한 '썸씽 스페셜'이 뭐냐. 기업의 소유와 경영,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 민주화를 위해 장 교수는 "결국 정부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노조.시민단체.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개혁은 독일.일본의 경우처럼 좌파의 집권위협이 있을 때나, 내부의 혁명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 고도성장이 다시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접어야 합니다. 목표를 경제성장에서 경제안정과 인간다운 생활로 바꿔야 합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민의 힘입니다.
경제문제를 공적으로 해결하도록 국민들이 아우성쳐야 합니다. 우리는 압축성장을 했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해결도 압축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우리의 경우 재벌에 자본이 집중돼 있어 오히려 해결하기 쉬울 수도 있습니다"
장 교수는 특히 "익명의 다수를 모으는 시민단체나 노조가 전문가들보다 훨씬 중요하고 효과적"이라며 "전문가의 10걸음은 메아리가 약한데 대중의 2~3걸음은 울림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향을 틀게 만드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는 것"이라며 "청년실업자들이 실업급여에 아우성치고, 집없는 사람들이 주거보조금을 요구하고, 주식투자로 손해 본 중산층들이 노후보장.사회보장을 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장 교수는 향후 세계경제 전망에 대해 "경제위기가 대공황때보다는 짧지 않을까 싶다"며 "대공황 당시에는 금본위제하에 막혀 있었고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 기능도 하지 않았다. 거기에 비해 지금은 재정.금융정책의 여지가 많아 극단적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천천히 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몇 년간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일에는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이 '부동산에 발목잡힌 한국경제와 민주주의'라는 제목으로 세 번째 강의를 진행한다.
[경제교실 1강 기사] "경제위기에 절망한 촛불시민들을 모십니다."
"경제위기에 절망한 촛불시민들을 모십니다."
지난 해 촛불집회에 참여했으나 지금의 민주주의 후퇴,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와 절망으로 답답한 분들...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희망을 저버리고 싶지 않은 분들을 모십니다"
평일 저녁 시간인데도 6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세미나실에는 50여명의 시민들이 문앞까지 가득차 후끈한 열기가 얼굴을 뜨겁게 할 정도였다. 이날부터 시작된 일반 시민대상 강좌인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월요민주주의 학교' 1기 경제교실은 이미 지난달 29일 신청이 마감됐다
꽉 찬 세미나실을 보며 의아해하던 기자에게 참여연대 관계자는 IMF외환위기 때도 비슷한 강좌를 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열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과거 10년 동안의 실질적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후퇴가 이명박 정권 들어 후퇴한 절차적 민주주의의 역진과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경제적인 구조와 복지의 측면에서 성찰"하고자 강좌를 기획했다.
IMF외환위기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정치적 제도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진전됐으나 서민경제는 양극화되고 분배는 오히려 후퇴했다. 국민들은 펀드와 부동산 투기의 노예가 됐고,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선택했다. 그리고 찾아온 민주주의의 위기와 세계경제위기와 한국경제 위기...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첫 강사로 나선 유종일 KDI교수는 먼저 '대중은 지혜롭다'는 명제로 말문을 열었다.
"국민들이 지난 대선에서 누가 자기편인지 모르고 한나라당을 찍었다고 하는데 한심한 소리입니다. '개혁.진보세력이 권력을 잡더니 우리 생각을 안하더라', '우리 밥먹는 것에 신경쓰지 않더라'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확신이 없었지만 한나라당을 선택한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치를 안했기 때문에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인데 이것을 깨닫지 못하면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없습니다"
유 교수는 "다양하고 독립적인 대중들에게서 나온 견해가 더 현명하다"며 "대중은 지혜롭다. 엘리트들이 대중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DJ-노무현 정권 시기 이른바 개혁세력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 카드사태, 금융자유화, 주식.부동산.펀드 거품을 키운 것 등을 거론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양극화와 서민경제 파탄이 바로 대중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선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DJ가 양극화 심화된 데 대해 후회했다고 하는데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합니까. 참여정부 때 양극화는 더 심화됐는데 아직도 자기들이 잘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소득 2만달러'를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이거 하자고 돼지저금통에 돈 모아서 줬습니까? 원칙.상식이 통하는 국민통합사회를 만들라고 했지. 2만 달러는 됐는데 국민들은 더 가난해졌습니다. 주가는 엄청 올랐는데 우리 주머니에는 돈이 않오고 부자들에게만 간 겁니다."
2003년 카드사태 당시 저는 최고통치자-누구인지 이름은 말하지 않겠습니다-를 만나서 '제발 이러지 마라. 이러려고 정권을 잡았느냐'고 했습니다. '삼성카드, LG카드 다 떨어주려면 뭐하려 개혁하겠다고 했느냐'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대중'에게 유 교수가 제시해 왔던 '위기의 해법'은 '경제민주화'다. 또한 그는 '자본주의는 망한다'는 식의 주장은 도움이 안되는 주장이라고 일갈했다.
먼저 유 교수는 한국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정책과 제도를 개혁해야 하고, 이를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 거버넌스'를 개혁해야 하는데 여기서 핵심은 '경제정책 거버넌스'의 민주화라고 짚었다. "개혁의 지렛대가 정치권력이기 때문에 정치를 바꾸는 것으로서 올바른 경제정책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시장은 자본주의와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라며 "자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지만 무한추구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자본주의는 망한다'는 견해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며 "요즘 기업사회책임이나 폴라니의 호혜경제 등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분위기인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이건 자본주의가 아니네'라고 할 수 있는 단계로 갈 것이다. 그게 어떤 모델을 정해놓고 가는 것보다 더 좋다"고 지적했다.
10시가 다된 늦은 시간이었지만 강좌에 참여한 시민들은 유 교수의 강연에 이은 질의응답 시간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13일 이어질 '월요 민주주의학교' 두 번째 시간에는 장상환 경상대 교수가 '공황의 역사가 오늘의 경제위기에 주는 교훈'이라는 주제로 강의할 예정이다.
[경제교실 1강기사] 유종일, "더 나은 자본주의, 민주주의 복원이 해법이다"
“더 나은 자본주의, 민주주의 복원이 해법”
[경제교실 1강]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 글은 경제교실의 진행을 맡아주신 미디어 오늘의 이정환 기자가 강의와 관련해서 유종일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기사입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연구원 교수는 스스로를 합리적인 시장주의자로 부른다. 동시에 스스로를 진보 성향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참여정부의 출범에 깊숙이 개입했으면서도 참여정부와 정책 전반에 걸쳐서 대립해왔다. 그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다만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는 여전히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의 모순을 치유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최근 경기 침체는 미국 금융위기가 출발이었지만 우리 경제가 특히 대외변수에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잉생산과 과잉투자, 극단적인 투기적 욕망이 만들어낸 거품경제와 주기적인 공황이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한계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글쎄, 나는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시스템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조금씩 바뀔 수 있겠지만 시장은 남을 것이다. 시장은 북한에도 있고 옛 소련에도 있고 파푸아뉴기니 원주민 사회에도 있다. 누구도 시장을 부인할 수는 없다. 시장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되 중요한 것은 어떤 자본주의를 만들 것이냐다. 미국이 1930년 대공황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봐라. 금본위제를 없애고 노동조합을 강화하고 부유층에 세금을 늘리고 재정지출을 확대해 완전고용과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었다. 그게 지상낙원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효율적인 정책으로 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가능한가.
“자본의 이윤추구를 보장하되 공공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규제를 하고 보완한다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애초에 부르주아 국가 시스템을 자본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도구라고 보고 정책 효과를 전면 부정하지만 사실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에서 극단적인 시장 만능주의는 불가능하다. 조지 부시 2세 전 미국 대통령이 사회보장제도를 민영화하고 싶어도 못했다. 이번에 선진 20개국 회의에서는 조세회피지역을 제재하고 금융기관 최고경영자 연봉을 규제하는 방안까지 논의됐다. 1930년 대공황 때는 90%까지 소득세를 매기기도 했다. 민주주의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얼마든지 정치적 선택은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 역시 국민 대다수의 반대를 묵살하고 극단적인 신자유주의를 계속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참여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이명박 정부가 바로잡는 일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했다. 정치가 시장을 거스르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사람들은 흔히 세계화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유럽에 가면 우리나라만큼 양극화가 심하지는 않다. 어떤 정치와 어떤 제도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때 종합주가지수가 3000까지 갈 거라고 큰 소리를 쳤다. 그런데 참여정부 때 가장 큰 이익을 본 사람들은 부동산 투기세력과 주식 투자자들이었다. 주가가 왜 그렇게 많이 올랐을까. 경제 전반의 부가가치가 일하는 사람에게 가는 부분은 줄고 기업 이윤으로 가는 부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제도의 문제고 정책의 문제다. 우리가 노무현에게 기대했던 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무현은 결국 성장 지상주의에 매몰되고 말았다. 참여정부 시절 성장률은 연 평균 14.8%나 되는데 소비는 연 평균 2.3% 밖에 안 늘어났다. 국민들에게 돈이 안 돌고 자꾸 외국 시장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충격을 받게 됐다. 외화 유동성 관리에도 실패했고 극단적인 양극화에 대외 의존도는 높고 금융시장은 완전 개방돼 있고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돈 빼내가기 좋은 시장이 됐다. 이게 이른바 개혁·진보세력의 작품인데 이를 넘겨받은 이명박 정부는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 대부분의 국민들은 선거에 참여하는 것 말고는 정책 결정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돼 있다. 민주주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은 모호하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로 들린다.
“모든 정책을 여론조사로 결정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제도에 따라 자본주의의 탐욕을 제어할 수도 있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끌어낼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다만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고 국민들 모두가 주체가 돼서 생각하고 토론하면서 의식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양한 수준에서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노동운동은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있고 진보진영은 과격한 이념에 메여있다. 교육도 부실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물러나고 다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설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자본주의를 버릴 수는 없지만 바꾸는 데까지 바꿔보자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