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강좌 후기는 박은주(하품)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이른 더위를 식혀주는 비가 내리는 토요일, 시민교육 기획자학교 두 번째 강의가 있는 날입니다. 오늘은 또 어떤 만남이 있을까?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오늘도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고 몸으로 표현하면서 오감으로 열었습니다. 모둠별로 기획자로서의 희. 노. 애, 락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희노애락의 한 장면으로 표현해봅니다. 저는 ‘노’ 모둠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각자 다른 상황이었지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기획자로서의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참여자들을 보면서 프로그램의 목적과 목표도 중요하지만 희노애락을 알아차릴 여유와 공감해줄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보여주신 장면 속의 기획자님들,,,, 아무리 화나고 힘들어도 기획자로서의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이 뚝뚝 떨어졌다는.... 오늘은 기획자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두 개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첫 번째 강의는 산내면의 <아주 작은 페미니즘학교 : 탱자>의 사례에 대해서 박이은실 선생님께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저에게 산내는 특별한 곳이기도 합니다. 지리산의 품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처음으로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 시작한 곳이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산내면 근처 창원마을에서 한 달 살기를 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도 산내를 방문할 이런저런 기회를 잡아 방문하곤 했습니다. 그런 인연과 평소 여성주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탱자’의 사례를 듣는 동안 더욱 설레고 궁금했습니다. 산내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그중에서 ‘탱자’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지? ‘탱자’는 말 그대로 학교입니다. 우리가 경험한 학교와 다른 이 학교는 ‘밥을 함께 먹는 노동’을 중요하게 여기고, 말과 글을 섞고 서로 의지하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 갑니다. 삶과 활동을 위한 공부, 지리산의 다른 종들과 협력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학교. 전환의 시대,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길러 내 삶과 세상을 바꾸는 공부를 하는 학교입니다. 성장과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지만 그 공부의 힘은 점점 강하고 단단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아마 한사람의 매끈한 기획서와 전략적 실천만으로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강사님께서 이야기하신 <세상끝의 버섯>이라는 책에서 만나는 다양한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불확정적이고 불안정적인 시대에 생존을 위한 다양한 삶의 전략들이 만나는 곳, ‘산내’에서 무엇을, 어떻게 같이 할까?의 고민들 중 하나가 ‘탱자’이지 않을까요. 나의 ‘기획’에서도 지금 여기에서 내 삶과 얽혀 있는 질문들이 뿌리 내리고 있기를 바래봅니다. 내 삶의 고민들이 더 다양한 상상력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두 번째 강의는 <모두의학교>의 사례를 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의 김혜영 선생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전세대를 위한 배움과 문화의 공간, 서울시평생학습센터 <모두의학교>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 이야기가 기획자인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프로그램적 사고에서 벗어나 누구나 배움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평생학습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서 그 과정 또한 학습의 주체자가 되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세스로 기획했다는 것입니다. 시민교육에서 중요한 교육 주체자, 시민의 성장을 돕기 위한 ‘교육 방법’에 대한 ‘기획’과 ‘디테일’한 구현이 필요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오늘 교육의 하이라이트는 참여자들의 프로그램 기획 사례 공유였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분들이 어디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들을 수 있어야 좋았습니다.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 다양한 조직과 활동 영역의 사례를 보면서 ‘어떤 기획도 기획자 혼자서 만들어 내는 건 작품 같은 프로그램은 없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직의 목표, 활동 내용, 규모, 예산, 협업 그룹 등 다양한 여건에서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 기획이 아닐까요? 이 교육 프로그램의 종착지는 각자 프로그램의 기획서를 직접 작성해보는 실습입니다. 마지막 시간에는 프로그램 기획서 작성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시간은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교육에 지쳐서이기도 했고, 내가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생각하는 것이 주저되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지, 잘 할 수 있을까? 망설여지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획자가 기획을 시작할 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기획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큰 나무만 덩그러니 그리고 빈 포스트잇만 붙이고 떠오르는 말들을 나무 기둥에 적다보니 시간이 끝나버렸네요. 다음주 강의 시간까지 이 나무의 뿌리와 열매를 잘 채울 수 있는 ‘시간’을 보내야겠네요. 오늘 하루도 꽉 찬 하루였습니다. 곱씹고 또 비워내는 한주 잘 보내고 다음 주에 만나요.
느티나무 시민교육 현장탐방 ①
오이
4년 전 청년의 마을살이를 고민하던 마을사람들의 초청으로 터무늬있는집 소개를 위해 책방 우주소년에 다녀온 이후 오랜만에 다시 동천동을 찾았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문탁네트워크에 가기 위해서다. 사실 나도 이름만 많이 들어봤지 문탁네트워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수유넘어'에서 공부하다 동천동에 자리 잡은 인문학공동체. 딱 내가 아는 수준이다. 마침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에서 시민교육 현장탐방 프로그램으로 문탁네트워크에 간다고 해서 바로 신청을 했다. 지난해 문탁샘들과 공동체주택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여백에도 방문을 해주신 인연도 있어서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주말 아침 길을 나섰다. 문탁에 특정 조직 형태나 명문화된 규약 같은 것은 없지만 그 중심에 문탁샘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주인공 문탁샘에게 문탁의 16년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다. 마을인문학.문탁은 공부를 학교나 체제로부터 해방시켰다. 섣불리 전문가의 권위에 자리를 내어 주지도 않았고 쓸데없는 자격증 같은 것을 거부했다. 문탁은 국가와 시장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며, 마을경제, 마을교육, 마을공유지 등 ‘좋은 삶’에 대한 담론 생산과 실험을 계속하며 공부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마을경제.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라고 했듯이 먹고사는 문제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수의 현실론자는 ‘거버넌스’라는 멋진 이름 아래 권력, 공공과의 협력을 당연시하고 있다. 하지만 다들 당해봤을 것이다. 공공의 배신을. 문탁은 당당히 반거버넌스를 주장하고 실천한다. 활동력 넘치는 그들에게 돈이 없어서 못 하는 일은 없다. 바보야 문제는 ‘활동력’이야! 연대.앎과 삶의 거리를 좁히며 자기 삶의 연구자로 각자도생이 아닌 공생의 길을 걸어가는 문탁 사람들. 그들에겐 공부와 활동이 일상이다. 하지만 그들끼리 동네 안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앎을 삶으로 실천하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은 바로 ‘연대’다. 전장연, 밀양, 한진중공업, 반올림, 4.16, 이태원…. 곳곳에서 그들은 망가져 가는 세상에 지지 않기 위해 함께 싸우고 있다. 이날 수도권은 물론 멀리 지역에서도 여러 활동가가 문탁을 찾았다. 마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문학공동체 문탁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힘겹고 답답한 시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