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 절망한 촛불시민들을 모십니다."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개강, 유종일 "대중은 지혜롭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지난 해 촛불집회에 참여했으나 지금의 민주주의 후퇴,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와 절망으로 답답한 분들...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희망을 저버리고 싶지 않은 분들을 모십니다"
평일 저녁 시간인데도 6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세미나실에는 50여명의 시민들이 문앞까지 가득차 후끈한 열기가 얼굴을 뜨겁게 할 정도였다. 이날부터 시작된 일반 시민대상 강좌인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월요민주주의 학교' 1기 경제교실은 이미 지난달 29일 신청이 마감됐다
꽉 찬 세미나실을 보며 의아해하던 기자에게 참여연대 관계자는 IMF외환위기 때도 비슷한 강좌를 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열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과거 10년 동안의 실질적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후퇴가 이명박 정권 들어 후퇴한 절차적 민주주의의 역진과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경제적인 구조와 복지의 측면에서 성찰"하고자 강좌를 기획했다.
IMF외환위기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정치적 제도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진전됐으나 서민경제는 양극화되고 분배는 오히려 후퇴했다. 국민들은 펀드와 부동산 투기의 노예가 됐고,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선택했다. 그리고 찾아온 민주주의의 위기와 세계경제위기와 한국경제 위기...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첫 강사로 나선 유종일 KDI교수는 먼저 '대중은 지혜롭다'는 명제로 말문을 열었다.
"국민들이 지난 대선에서 누가 자기편인지 모르고 한나라당을 찍었다고 하는데 한심한 소리입니다. '개혁.진보세력이 권력을 잡더니 우리 생각을 안하더라', '우리 밥먹는 것에 신경쓰지 않더라'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확신이 없었지만 한나라당을 선택한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치를 안했기 때문에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인데 이것을 깨닫지 못하면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없습니다"
유 교수는 "다양하고 독립적인 대중들에게서 나온 견해가 더 현명하다"며 "대중은 지혜롭다. 엘리트들이 대중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DJ-노무현 정권 시기 이른바 개혁세력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 카드사태, 금융자유화, 주식.부동산.펀드 거품을 키운 것 등을 거론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양극화와 서민경제 파탄이 바로 대중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선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DJ가 양극화 심화된 데 대해 후회했다고 하는데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합니까. 참여정부 때 양극화는 더 심화됐는데 아직도 자기들이 잘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소득 2만달러'를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이거 하자고 돼지저금통에 돈 모아서 줬습니까? 원칙.상식이 통하는 국민통합사회를 만들라고 했지. 2만 달러는 됐는데 국민들은 더 가난해졌습니다. 주가는 엄청 올랐는데 우리 주머니에는 돈이 않오고 부자들에게만 간 겁니다."
2003년 카드사태 당시 저는 최고통치자-누구인지 이름은 말하지 않겠습니다-를 만나서 '제발 이러지 마라. 이러려고 정권을 잡았느냐'고 했습니다. '삼성카드, LG카드 다 떨어주려면 뭐하려 개혁하겠다고 했느냐'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대중'에게 유 교수가 제시해 왔던 '위기의 해법'은 '경제민주화'다. 또한 그는 '자본주의는 망한다'는 식의 주장은 도움이 안되는 주장이라고 일갈했다.
먼저 유 교수는 한국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정책과 제도를 개혁해야 하고, 이를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 거버넌스'를 개혁해야 하는데 여기서 핵심은 '경제정책 거버넌스'의 민주화라고 짚었다. "개혁의 지렛대가 정치권력이기 때문에 정치를 바꾸는 것으로서 올바른 경제정책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시장은 자본주의와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라며 "자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지만 무한추구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자본주의는 망한다'는 견해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며 "요즘 기업사회책임이나 폴라니의 호혜경제 등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분위기인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이건 자본주의가 아니네'라고 할 수 있는 단계로 갈 것이다. 그게 어떤 모델을 정해놓고 가는 것보다 더 좋다"고 지적했다.
10시가 다된 늦은 시간이었지만 강좌에 참여한 시민들은 유 교수의 강연에 이은 질의응답 시간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13일 이어질 '월요 민주주의학교' 두 번째 시간에는 장상환 경상대 교수가 '공황의 역사가 오늘의 경제위기에 주는 교훈'이라는 주제로 강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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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자본주의, 민주주의 복원이 해법” |
[경제교실 1강]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이 글은 경제교실의 진행을 맡아주신 미디어 오늘의 이정환 기자가 강의와 관련해서 유종일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기사입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연구원 교수는 스스로를 합리적인 시장주의자로 부른다. 동시에 스스로를 진보 성향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참여정부의 출범에 깊숙이 개입했으면서도 참여정부와 정책 전반에 걸쳐서 대립해왔다. 그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다만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는 여전히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의 모순을 치유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최근 경기 침체는 미국 금융위기가 출발이었지만 우리 경제가 특히 대외변수에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잉생산과 과잉투자, 극단적인 투기적 욕망이 만들어낸 거품경제와 주기적인 공황이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한계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글쎄, 나는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시스템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조금씩 바뀔 수 있겠지만 시장은 남을 것이다. 시장은 북한에도 있고 옛 소련에도 있고 파푸아뉴기니 원주민 사회에도 있다. 누구도 시장을 부인할 수는 없다. 시장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되 중요한 것은 어떤 자본주의를 만들 것이냐다. 미국이 1930년 대공황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봐라. 금본위제를 없애고 노동조합을 강화하고 부유층에 세금을 늘리고 재정지출을 확대해 완전고용과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었다. 그게 지상낙원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효율적인 정책으로 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가능한가. “자본의 이윤추구를 보장하되 공공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규제를 하고 보완한다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애초에 부르주아 국가 시스템을 자본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도구라고 보고 정책 효과를 전면 부정하지만 사실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에서 극단적인 시장 만능주의는 불가능하다. 조지 부시 2세 전 미국 대통령이 사회보장제도를 민영화하고 싶어도 못했다. 이번에 선진 20개국 회의에서는 조세회피지역을 제재하고 금융기관 최고경영자 연봉을 규제하는 방안까지 논의됐다. 1930년 대공황 때는 90%까지 소득세를 매기기도 했다. 민주주의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얼마든지 정치적 선택은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 역시 국민 대다수의 반대를 묵살하고 극단적인 신자유주의를 계속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참여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이명박 정부가 바로잡는 일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했다. 정치가 시장을 거스르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사람들은 흔히 세계화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유럽에 가면 우리나라만큼 양극화가 심하지는 않다. 어떤 정치와 어떤 제도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때 종합주가지수가 3000까지 갈 거라고 큰 소리를 쳤다. 그런데 참여정부 때 가장 큰 이익을 본 사람들은 부동산 투기세력과 주식 투자자들이었다. 주가가 왜 그렇게 많이 올랐을까. 경제 전반의 부가가치가 일하는 사람에게 가는 부분은 줄고 기업 이윤으로 가는 부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제도의 문제고 정책의 문제다. 우리가 노무현에게 기대했던 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무현은 결국 성장 지상주의에 매몰되고 말았다. 참여정부 시절 성장률은 연 평균 14.8%나 되는데 소비는 연 평균 2.3% 밖에 안 늘어났다. 국민들에게 돈이 안 돌고 자꾸 외국 시장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충격을 받게 됐다. 외화 유동성 관리에도 실패했고 극단적인 양극화에 대외 의존도는 높고 금융시장은 완전 개방돼 있고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돈 빼내가기 좋은 시장이 됐다. 이게 이른바 개혁·진보세력의 작품인데 이를 넘겨받은 이명박 정부는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 대부분의 국민들은 선거에 참여하는 것 말고는 정책 결정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돼 있다. 민주주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은 모호하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로 들린다. “모든 정책을 여론조사로 결정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제도에 따라 자본주의의 탐욕을 제어할 수도 있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끌어낼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다만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고 국민들 모두가 주체가 돼서 생각하고 토론하면서 의식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양한 수준에서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노동운동은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있고 진보진영은 과격한 이념에 메여있다. 교육도 부실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물러나고 다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설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자본주의를 버릴 수는 없지만 바꾸는 데까지 바꿔보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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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노마드 춤서클의 서울댄스페스티벌(주최 서울문화재단) 공연영상입니다.
2014년 9월 28일 @선유도 공원 |
생활 속 춤추기를 실현하는 즐거운 일탈! 2014년 봄학기 시작된 '도시의 노마드 춤 워크숍' 강좌 진행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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